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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자드의 나이에 대한..
믿을수가 없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음속 깊은곳으로부터 납득할수가 없었지만..
어찌됐든 그들의 주 목적인 아이의 의복을 구한다는 것은 완료를 했던지라.. 비슷한 스타일의 의상을 적당하게 몇벌 챙 긴 뒤.. 같은 층의 반대편에 있는 남성복 코너에서 사이즈에 맞는 옷 몇번을 챙겨 자신들의 의복을 구한다는 부 목적까지 완수한 그들은 그대로 백화점에서 나와 자신들의 짐이 있던 장소로 되돌아 왔다.
"꼬마아가씨가 신나하는걸보니 보람이 있군."
할배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길티의 머리 위에서 꺅꺅거리며 활기넘치게 움직이고 있는 아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떄와 비교해 아이의 태도는 급격한 변화라고 밖에 말할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 아가씨 이름도 안물어봤었군!"
[깨닫는게 너무 늦은거 아니야?]
그렇게 말한 자드도 사실상은 거기까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고 있었고 그 역시도 굳이 이름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찌보면 3명다 본명이 아니라 가명을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이름이라는 개념에 별다른 중심을 두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기도 했다.
"꼬마 아가씨! 이름이 뭐니?"
길티를 놀이터 삼아 신나게 놀고있던 아이는 할배의 질문에 움직임을 멈춘 뒤 눈을 치켜 뜬채 할배를 올려다 봤다.
"이름..? 내 이름..? 으음..."
[뭐야? 자기 이름도 모르는거냐? 애 좀 모자른 애인가?]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할정도의 나이대는 아니었기에.. 자드는 자신의 이름을 끙끙 앓으며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에 그런 결과를 도출해낼수밖에 없었다.
"그건 아닐껄? 오히려 똑똑한 편에 속하지 않을까?"
[똑똑..? 어딜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거냐.. 말하는것도 그렇고 어딜봐도 좀 모자른 애인데.."
자드는 그가 말한 요소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방금전의 일들과 현재 아이의 모습을 관찰해봐도.. 아이에게 똑똑해보이는 요소가 단 한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봐도 그냥 조금 모자른 아이였다.
"저 애 신발끈 묶어 놓은거 보이지?"
[보이는데.. 그게 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의 하얀색 운동화의 끈은 튼튼해보이는 방식으로 매듭지어져 있었다.
"저거 저 아이 스스로 한거야."
신발끈을 매는것은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저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저 나이 또래의 아이에게 있어 저런식으로 복잡하고 튼튼하게 신발끈을 매는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저 나이또래의 아이들의 신발끈을 맬수 있는것 자체가 몹시 드물기도 하고.. 그러한 이유로 저 또래 아이들의 신발은 대부분 신발끈을 이용하지 않게 만드는것이 대부분일정도로 아이들에게 있어 신발끈을 묶는것은 제법 난이도가 높은 일중 하나라고 할수 있었다.
[근데 왜 자기 이름도 못 말하는거야?]
그의 말에 납득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것은 의문이었다.
"불러주는 사람이 없으면 자기 이름도 까먹기 마련이지! 나도 내 본명을 가끔 까먹을정도니까! 허허허!"
[영감탱이는 그냥 치매 아니야?]
자드는 할배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던중.. 아이가 드디어 자신의 이름이 생각이 난것인지 끙끙 앓으며 구겨졌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한솔! 이한솔! 이!한!솔!"
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이름이 기억난것에 대한 기쁨을 표출하며.. 다시 잊어버리지 않으려는듯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 입에 담았다.
[카카카! 아파트같은 이름이네!]
"헤헤헤!"
[아니 칭찬하는게 아니다만..]
자신의 말에 아이가 쑥쓰러운듯 몸을 비비꼬는 행동을 취하자 자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래! 한솔아! 혹시 부모님.. 아빠나 엄마가 어딨는지 아니?"
"나.. 혼자야.."
할배의 질문에 해맑았던 그 표정이 급속도로 변화해 한솔의 얼굴은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한솔의 그 반응으로 보아 그 자리에 있던 3인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의 결말을 얼핏 알수가 있었다.
"그렇구나.. 그럼 같이 있어준 사람은 없었니?"
이미 결말을 예상할수 있었기에 일부로 부모에대한 내용을 스킵한채 할배는 다른 질문을 계속해 나갔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흔들거나.. 하며 질문에 답하거나.. 짧지만 확실하게 자신에 대한것을 그들에게 전했다.
아이가 말한 이야기들을 대략적으로 나열 하자면..
이름은 이 한솔.. 나이는 8살
부모님에 대한것은 깊게 캐묻지 않았지만.. 사망했을 확률이 몹시 높았다.
거기에.. 아무래도 한솔의 보호자같은 존재도 없는 모양이었다.
즉.. 현재 8살밖에 안됀 이 아이는.. 위험투성이의 세계에 혼자서 생활했다는것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봤을 당시 한솔이 그런 몰골을 하고 있었던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뭐.. 이런 어린아이가 혼자서 이런 미친 세계에서 생존해 있다는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어딘가 안전한곳에 틀어박혀 있는다면 식량이나 식수의 양에 따라 어린 아이라도 생존하는것은 그렇게 어려운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한솔은 달랐다.
일단 한솔이 혼자 생활한 기간은 어림잡아 150일 이상.. 5개월 이상..
물론 한솔의 입에서 5개월이라는 말이 나온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고 일어났을떄마다 작은 수첩에 일자를 표시해 놓은것인 어림잡아 150개 이상이었다.
만약 낮잠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쳐도 75개 75일을 이 어린소녀 혼자서 생존해 있었다는것..
그것도 어딘가 안전한 장소에서 버틴것이 아니라.. 식량을 찾아 헤매는 여행을 혼자 했다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 거기 있는 그 누구도 그 이야기를 믿을수가 없었지만.. 아이가 말한 내용이 지어낸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구체적이었다.
식량은.. 안전해보이는 집이나 가게들을 뒤지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때는 곤충들.. 개미 매미 잠자리 등을 잡아 먹거나.. 그것도 아니면 죽어있는 동무들.. 개나 고양이의 사체를 구워 먹거나.. 했다는것 같았다.
그것을 들은 할배와 자드는 감정이 복받친것인지 울컥하고 눈물을 터트릴 정도였다.
단지.. 그의 경우에는.. 자신도 같은 입장이었으면 똑같이 했다고 생각했기에.. 진심으로 아이의 행동을 웃으며 칭찬했다.
그 탓에.. 할배와 자드에게 냉혹한놈(새끼)! 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지만..
어찌됐든 식량은 그런식으로 충당했고.. 식수의 경우에는 비나 눈이왔을때 받아둔것을 끓여 증류수로 만들어 마시거나.. 나뭇잎들에 봉지를 묶어놔 증산작용을 이용해 얻은 물을 마셨다는것 같았다.
"그런건 어디서 배웠니?"
아이라고 생각할수 없는 서바이벌 지식에 감탄한 할배가 그렇게 묻자.. 한솔은 그런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달리 괴로워 하는 기색없이 해맑은 얼굴로.. '만화' 라고 답했다.
아무래도 아동용 만화중 서바이벌지식에 관련된 만화가 인기 있는 모양이었고.. 한솔도 그것을 몇십번이나 읽고 실험도 해봤을정도로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아! 그거! 확실히 그 만화는 굉장하지! 특히 사막시리즈는 최고야! 카카카카!]
라고.. 한솔과 그나마 나이차이가 제일 적게나는.. 15세의 자드가 공감했다.
아무래도 자드 역시 그 만화를 읽어본적이 있었던것인지.. 한솔이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단번에 납득하는 모습이었고 심지어 한솔과 그 만화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정도였다.
"애들은 애들끼리 통한다.. 라는건가?"
"정신연령이 맞는게 아닐까! 히히히!"
이야기 꽃을 피우는 두 사람..이라고 할까.. 7살의 나이차이가 무색하게 그 어느떄보다 반짝이는 얼굴을 한 자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헛..!? 아,아니야!? 그런.. 어린애 만화따위는 관심없거든!?]
이라고 격렬하게 변명을 토해내는 자드였지만.. 당연히 할배도 그도 그 변명을 1g도 믿지 않았다.
어찌됐든.. 한솔은 그런식으로 식량과 식수를 공급하며.. '괴물' 과 '나쁜아저씨' 들 좀비와 무법자들 혹은 태양교단의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게 숨거나 피하거나 하며 여행을 계속해왔고.. 오늘도 낮선 남자들.. 즉 할배 자드 그 3인을 발견하고.. 멀리서 그들이 떠나기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후는 그들도 알고있는 대로였다.
"어린나이에.. 딱하게도..! 고생했구나!"
할배는 조금 흘러나온 눈물을 옷소매로 흠치며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나..
"나 안힘들었어! 캠프같아서 재밌었어! 헤헤!"
..라고 아이는 티끌하나 없는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저 아이가 강한척 하려고 하는것.. 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는 말이었다.
아직 부모에게 떨어지기에는 무리라고 밖에 말할수 없는 나이의 아이가 벌래를 씹어먹고 썩은고기를 뜯어먹는 생활이 진심으로 즐거울리가 없었지만..
아이를 보고 있던 할배는 그것이 한솔의 '연기'기 가 아니라 '진심' 이라는것을 꺠달을수 있었다.
한솔은 자신이 겪은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진심으로 캠프같고 즐겁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런가.. '마음'을 속인건가..."
할배는 평소와 같은 밝은 목소리가 아닌.. 무겁고 진지한 목소리로 아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중얼 거렸다.
부모가 죽은것도 모자라 사람을 뜯어먹는 좀비와 인간이면서도 인간같지 않은 무법자들이 들끓는 세계에 기댈수 있는 어른 한명 없이 내동댕이 쳐진 평범한 '어린아이'가 혼자서 살아남을수 있을리가 없었다.
아무리 식량이나 식수가 있는 안전한곳이라고 해도 평범하게 생각하면 아이가 그 공포와 고독을 버텨낼수 있을리가 없었다.
아무리 안전한 장소에 아무리 식량과 식수가 있다해도.. 아직 마음의 정련이 끝나지 않은.. 보호받는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아이들은.. 너무나도 부숴지기 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이런 세게에서 혼자 살아갈수 있을리가 없다.
얼마 못가 그대로 외부에 대한 공포와 혼자라는 현실의 고독에 삼켜져 죽는것이..
잔혹하지만 당연한 순리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솔은 그 공포와 고독을 이겨냈다.. 라는 상황은 아니었다.
한솔은 이겨낸게 아니라.. 공포와 고독을.. 괴로울수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을.. '즐거운 놀이' 라는 개념에 집어넣어 자신의 감정을 '속인것이었다.'
어른이라면 쉽게 할수 있을리가 없는 속임수..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라면.. 믿음이 격렬한 시기의 그 나이대이기에 가능한 속임수였다.
"나 거짓말 안했어?"
한솔은 할배의 말에 수척해진 얼굴을 들어올리며 반문했다.
"그런가.. 그렇군! 한솔이는 거짓말같은건 안했지! 허허허허!"
방금전까지만 해도 무겁고 진중했던 할배의 목소리는 어느새 밝고 가볍게 변함과 동시에.. 부드럽게 쓰다듬던 아이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흐트러려 놓듯 거칠게 쓰다듬었다.
평소와 같은 경박하고 장난끼 넘치는 개구쟁이같은 노인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이는 할배였지만.. 자신들과 같이 어딘가 망가져버린.. 미쳐버린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 눈은 슬픈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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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요?
이 세계관에 그런 인간은 없... 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