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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05화 (10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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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의도된 바는 아니었지만.. 그가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고 그것을 응징하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운 콩트의 한 장면 같았던 탓인지 방금 전까지 떨고

있던 아이는 거짓말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그를 신명 나게 고문(?) 하던 할배와 자드 그리고 고통에 강한 내성을 가져 피가 흐르

고 있는데도 별다른 반항하지 않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도 아이의 웃음소리에 반응

하듯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은 같은 타이밍에 '이때다!' 싶었는지 후다닥 엉망진창으로 다투던 모습에서 그런일은 존재하지 않았다는듯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허허허! 아저씨들은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란다! 그러니 겁먹지 않아도 된단다!"

[이 영감탱이 은근슬쩍 자기를 아저씨라고 못 박네? 양심 없는 새끼!]

"이 아가씨랑 기껏해야 60살 정도 차이다! 그 정도 차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아저씨!"

[꺼져 증조 할배!]

할배와 자드가 티격태격 거리며 싸우는 와중의 틈 사이에서 그는 아이에게 음식을 건넸

고.. 제대로 먹고 다니지 못한 아이는 음식의 마력에 함락돼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음

식을 손으로 쓸어 담듯 꾸역꾸역 자신의 입가에 집어넣었다.

스푼을 건네려던 차에 이미 손을 이용해 입안에 음식을 쓸어 담고 있는 그 모습을 보

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아이의 모습에서 그녀와 처음 만난 날이 오버랩 된 탓이었다.

"아직 많이 있으니까 많이 먹어! 히히히!"

그는 자신이 먹던 음식을 아이의 앞에 놔둔 뒤 그대로 추가분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워 능숙한 손놀림으로 식사의 준비를 했다.

[애새끼 진짜 잘 먹네!]

"한참 먹고 자랄 때니까 말이야.]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아이가 단숨에 자신의 몫을 비운 뒤 햄스터처럼 볼을 가득 부풀

린 채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그가 남기고 간 음식을 한번 바라보고.. 허락을 구하듯 자

신을 지켜보고 있던 그들을 바라봤다.

"사양하지 않고 먹으면 된단다."

수락의 한마디를 듣자마자 아이는 볼 안에 가득 담긴 음식을 목구멍으로 삼 킨 뒤.. 다

시 게걸스럽게 음식을 입안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끅!?"

음식은커녕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해 바싹 마른 목에 대량의 음식을 넘긴 탓인지.. 결

국 목에 걸려 아이는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어쩔 줄 모르는 태도를 보였다.

[막무가내로 처먹으니 목에 걸리지! 애새끼 물이나 처마셔라!]

저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자드는 혀를 치면서 자신의 입을 이용해 생수통

을 물어 아이의 앞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 순간 자드의.. 파충류 특유의 섬뜩한 눈과 마주친 아이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놀

라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자드의 입에서 생수를 받아 뚜껑을 열어 벌컬벌컥

마셨다.

"후우.."

생수를 목구멍으로 넘긴 탓에 걸려있던 음식물이 아래로 내려간 것인지 아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목을 쓰다듬은 뒤 쭈뼛거리는 태도로 자드를 바라봤다.

[앙? 뭐냐 애새끼?]

아이가 자신을 쳐다보자 이상하게 생각한 자드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물었다.

애초에 생김새 자체가 커다란 파충류.. 악어와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자드는 아이에

게 있어 공포감을 유발하는 존재인데 거기에 태도나 목소리 역시 다른 두 사람과는 다르

게 부드럽기는커녕 거칠고 기괴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아이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고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쭈뼛거리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자드에

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따, 딱히 너 새끼 때문에 준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라!]

갑작스러운 아이의 돌발 발언에 페이스가 흐트러진 자드가 심하게 우물쭈물 거리며 토해

내듯 외쳤다.

"오! 이게 한때 유행한 츤..."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할배가 다음에 할 말을 예상한 자드가 격하게 부정했다.

"츤드래곤 인가 뭔가 하는 건가!

[전혀 아니잖아!? 츤드래곤은 도대체 뭐야!]

예상하던 발언과는 먼 단어에 자드는 참지 못하고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외쳤다.

"츤드래곤이 아닌가?"

할배는 자신의 짧은 수염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배! 일본에서 나온 말이니까 일본식 발음으로 느는.. 츤도라곤이야!"

"아하! 원어발음으로 말해야 맞는 말이었던 건가! 츤도라곤!"

식사의 준비가 끝난 것인지 3인분가량의 식사를 재주 좋게 한 손만을 이용해 들고 온

그가 할배에게 지적했고.. 그것을 들은 할배는 깨달음을 얻은 수도승과 같이 외쳤다.

[츤데레겠지 병신들아! 그리고 난 츤데레가 아니라고!]

건물을 무너트릴 기세로 고개를 세차게 천장을 향해 들어 올린 채 자드는 격하게 변명과

도 같은 부정의 말을 토해냈다.

"자! 부족하면 말해! 더 있으니까!"

"자드 입 좀 다물어라. 네 목소리 때문에 넘어가던 밥도 도로 올라오겠다."

이미 자드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는지 할배와 그는 자드의 부정에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아이를 챙기기 바쁜 상태였고.. 심지어 시끄러 게 울부짖는 자드를 망나니 취급하는 지

경에 이르렀다.

[너희 새끼들 때문에 그런 거잖아!?]

"자드.. 남자가 변명 따위 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남자라면 침묵한 채 행동으로 보일

뿐!"

[뭔 개소리야!? 근데.. 왠지 멋지긴 하네! 젠장...!]

그제야 깍깍 거리며 시끄러웠던 자드가 묵묵히 입을 닫아 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눈동자만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렇게 조용해진 방안에는 아이가 게걸스럽게 식사를 먹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고.. 그

소리도 이내 배가 터질 때까지 음식을 입속에 들이부은 아이의 식사가 종료됨에 따라 사

라졌다.

"꼬마아가씨의 식사가 끝난 것 같으니.. 슬슬 물어봐야 할 걸 물어봐야겠군."

아이의 태도나 행동으로 봤을 때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보였지는 않지만.. 그

게 아니라고 해도 아이가 어째서 이런 곳에 혼자 있다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에 여

러 가지를 여자아이에게 캐묻기로 했다.

"헷취!"

아이에게 물어볼 질문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3인은 코를 훌쩍이며 재채기를 하며 모

포를 강하게 뒤집어쓰는 아이를 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일단 옷부터 어떻게 해야 하겠네.

4월이라고는 해도. 얇은 모포 한 장으로 버티기에 날씨는 제법 추운 편에 속했다.

특히나 식사를 제대로 못 챙겨 먹어 지방이 거의 없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버티

기 힘든 추위였다.

단지.. 쟈드는 논외로 치고 할배도 그도.. 아이에게 입힐만한 여벌옷은 가지고 있지 않

았다.

그나마 그가 입고 있는 코트가 아이에게 덮어 씌워줄 만한 옷이기는 했지만.. 그 안에

는 대량의 무기가 장착되어 있어.. 무게만으로도 3~40킬로는 족히 나가기도 했고 방금

전 아이가 소변을 지리는 바람에 현재는 창가에 걸어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현재 이곳에 아이에게 입힐만한 옷은 없었다.

물론 주변을 뒤진다면 입을만한 옷이 발견될지도 몰랐지만.. 확실하게 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 근처라면.. 분명 가까운 곳에 백화점이 있었지.."

"저기 말하는 거야?

할배의 말에 그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건물보다 훨씬 큰 건물을 가리켰다.

"오! 바로 저기 있었군! 아가씨의 옷을 구하는 김에 우리의 여벌옷도 몇 벌 챙겨오면

되겠군."

[옷 입을 필요가 없는 나는 손해밖에 안 보는 거 같은데..]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자드는 결국 입을 열어 투덜거렸다.

평범한 괴물(?)의 상태였을 때.. 즉 팔이나 다리 몸도 전부 존재하고 있었을 당시에 자

드 역시 옷을 입고 다니기는 했지만.. 현재 머리만 남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 상

태에서 옷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옷 만들어줄까? 프릴이나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걸로!

[야 이 미친놈아! 씹어 죽인다!]

자드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그 발언을 내뱉은 그를 씹어 버리겠다는 의지를 드러

낸 채 그의 시시덕 거리는 얼굴을 노려봤다.

"어찌됐든 밥도 먹었겠다! 식후의 산책 겸 한번 돌아볼까. 아가씨도 괜찮겠지?"

할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 너머로 보이는 백화점을 가리켰다.

그러나 아이는 방금 전과는 다른..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붕붕 흔들어 부정했

다.

"백화점에.. 괴물... 있어. 괴물 많아.."

아이는 모포를 머리부터 뒤집어쓴 채 덜덜 떨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세 명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괴물? 우리 같은 녀석들이 있다는 거야?

말이 통하는 존재들이라면 괜찮았지만..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이 통하지 않은 개조

된 괴물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기에 그들은 각자가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어 그에 대

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는 할배의 말을 부정하듯 다시 한번 고개를 저은 뒤 괴물들의 모습을 표현하듯 양손

을 앞쪽으로 들어 올린 채 '어어어' 하는 귀여운 소리를 흘려 냈다.

"정답! 좀비!"

아이가 무엇을 흉내 낸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린 그가 손가락을 탁하고 튕기며 외쳤다.

[퀴즈 프로그램이 아니다만...]

"오..! 괴물들이란 게 좀비들을 말하는 거였나? 하긴.. 이 아이가 보기에는 저놈들이

나 우리나 똑같은 '괴물'이니까 말이야! 허허허허허!"

애초에 좀비라는 명칭도 영화 같은 데에 나오는 존재들과 비슷하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

일 뿐.. 정식적인 명칭이 아니었던지라.. 좀비에 대해 모르는 아이에게 있어서는 확실

히 그들이나 좀비나 같은 괴물일 뿐이었다.

"착한 괴물... 저기에는 나쁜 괴물.."

아이는 할배와 자드 그리고 그를 각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착한 괴물'이라고 칭한

뒤 백화점을 가리키며 '나쁜괴물' 이라고 말했다.

"허허허! 그런가! 우리는 착한 괴물들인가!

아이의 당돌한 말에 할배는 자드의 머리를 탁!탁! 하고 내리치며 호쾌하게 웃었다.

[아파 이 영감탱이야!]

자드는 내리치는 할배의 손을 입에 넣은 채 잘끈잘끈 씹으며 반격했다.

"아프잖냐 이 멍청아!

[너 같은 쓰레기는 좀 더 아파도 돼!]

두 사람은 격하게 목소리를 올리며 머리를 때리거나 물거나 하며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

울 수 밖에 없는 모습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아까 저보다 더 격하게.. 주먹다짐까지 시작한 그들을 보며 아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

라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히히히! 괜찮아 이 두 사람은 자주 이러니까! 거기에.. 좀비.. 아니 그 나쁜 괴물들

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는 모포 사이로 드러난 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은 뒤..

"나쁜괴물들은 약해 빠졌거든."

모포에 감싸진 아이를 통째로 번쩍 들어 올려 구석에서 숨소리 하나 없이 이쪽을 바라보

고 있는 '좀비' 를 가리켰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의 연참..!

바쁜 시기가 지나가야 하루 2연재를 할텐데 말입니다 ㅠㅠ

참고로 신캐릭터인 여자아이는 딱히 이 미치광이들을 훈훈하게 만들기 위해 집어넣은건 아닙니다!

나름 이쪽 미도 루트(?)의 중요한 키 포인트.. 키잡포인트 아닙니다.

키 포인트입니다!? 오해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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