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02화 (102/269)

0102 / 0269 ----------------------------------------------

Ep 5 동행

"이번에도 역시 허탕이었군.. 음? 이 커피 제법 맛있는걸?"

할배는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감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그딴 쓴 물이 뭐가 맛있다고 먹는 거야? 이해가 안되네! 안 그러냐?]

커피를 음미하는 할배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자드는 눈살을 찌푸린 채  옆에 앉아 머

그잔에 든 액체를 홀짝이고 있는 그에게 동의를 구했다.

"설탕 넣으면 먹을만한데?"

[설탕을 한주먹 털어 넣은 놈이 할 말은 아니지!]

원래의 색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하얀 설탕이 다 녹지 못한 채 그 위를 둥둥 떠다

닐 정도의 설탕 범벅인 커피를 자드는 눈으로 가리키며 태클을 걸었다.

"너희들도 나이를 먹으면 커피 맛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알고 싶지 않은데?]

"그건 좀 그런데?"

우아하게 머그잔을 들어 올리며 씩 하고 웃는 할배를 향해 두 사람은 탐탁지 못한 말

과 표정을 선사했다.

"허허허허! 너희들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구나!"

[그전에 할배가 먼저 뒤질걸! 카카카카카!]

"그럼 자드도 붙어있으니까 같이 죽겠네! 히히히!"

서로를 물어뜯는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평화로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웃고 떠드는 그 들..

하지만 그런 태평한 모습의 뒤편에는..

"주,죽여줘..."

"제발..죽여줘!"

"죽여! 죽여! 개새끼들아아아아아!!"

아비규환

그들의 뒤편에 펼쳐진 모습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라는 말 한마디로 성립되는 모습이었

다.

여유롭게 상자 위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는 그들의 뒤편에는.. 10명 정도의 남자들이 거

꾸로 묶인 채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물론.. 그것뿐만이라면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모습일지도 몰랐을 테지만..

거꾸로 묶인 남자들의 몸 상태는 평범하지 않았다.

일단.. 모든 남자들의 팔다리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몸뚱어리 밖에 존재하지 않은 상태로 거꾸로 매달린 잔혹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잔혹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에는 날붙이로 베인듯한..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지만 동맥을 벤 것인지 그

상처에서는 쉴 새 없이 바닥을 향해 붉은 선혈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탓에 방안은 남자들이 뿜어낸 피와 오물들로 인해 머리가 어질거릴 정도로 강렬한 악

취와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거기에 팔다리가 잘린 고통과 계속해서 지면에 버려지는 자신의 생명(혈액)을 보는 심리

적인 압박감에 의해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된 그들이 죽여달라고 애원하고 울부짖는 그 들

을 뒤로한 채 태연하게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그들의 모습까지 합쳐져.. 방안은 그야말

로 아비규환의 공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저기 4번째 남자 곧 죽을 거 같아."

설탕이 가득들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그는 4번째에 있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

다.

그의 말대로 남자의 안색은 창백하고 눈에는 생기가 없어 보이는 상태로.. 누가 봐도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어이쿠! 그건 안되지! 그거 안돼.."

할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쯤 마신 커피가 든 머그잔을 자신이 앉아 있던 상자 위

에 올려놓은 뒤 콧노래를 부르며 다 죽어가는 남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죽고싶나?"

할배는 생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자신과는 완전하게 다른.. 다 죽어가는 남자에게 얼굴

을 가까이 가져간 채 물었다.

"죽..여....줘..."

얼굴을 가까이 대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남자는 할배에게 애원했고

할배는 그것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세로로 몇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럼 그전에 즐겨두지 않으면 안되겠군! 허허허!!"

해맑은 표정만은 그대로 유지한 채.. 할배는 어느새 품속에서 꺼낸 나이프로 남자의 몸

을 난도질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남자의 몸을 해집을 때마다 남자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고통의 신음

을 흘리며 괴로움에 몸을 떨었고.. 이내 생명력의 한계에 봉착한 것인지 그 눈이 서서

히 감기기 시작했다.

[굿~바이! 카카카카카!]

기괴한 웃음소리와 자신의 머리를 집어삼키기 위해 다가오는 커다란 악어의 입에 남자

는 죽기 직전까지 절망과 공포에 삼켜진 채.. 물리적인 의미로 집어 삼켜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자드의 입에서 흘러나와지면에 고여 가는 붉은 웅덩이뿐 이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들은 순식간에 침묵한 채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방금 전까

지 남자가 매달려 있던 공간을 놀란 두 눈으로 바라봤다.

"커피는 아직 따뜻하군!"

피 묻은 나이프를 손수건으로 적당하게 닦아낸 할배는 그것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은 뒤

자신이 앉아있던 상자로 돌아와 태연한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갈 거야?

"이번에도 녀석들의 '근원지'는 못 찾았으니.. 닥치는 대로 쑤셔볼 수밖에 없겠지!

[진짜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이네!]

사실상 그들의 첫 번째 주요 목적은 태양 교단의 '교주' 즉 이 집단의 창시자가 있는

곳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물론 태양 교단 전원을 지옥으로 보내 버린다.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이념이

었기에 거리만 가깝다면 닥치는 대로 들쑤셔서 고통과 절망을 선사해줄 생각이었다.

단지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쑤셔도 태양 교단의 머리이자 심장인 우두머리를 어떻게 하

지 않는다면 태양 교단 전원을 죽이는 것은 제법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죽이고 다녀도 우두머리가 살아있다면 계속해서 불어난다면 너무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가장 먼저 우두머리인 교주를 죽이고 그 이후 천천히 나머지 잔당들에

게 절망을 선사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인지.. 12단장 중 한 명인 지훈을 뒤에

묶인 남자들보다도 더 잔혹한 결과를 맞이하게 만들어 얻은 정보에는 우두머리의 위치

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기껏해야 단장 몇 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와.. 할배와 그.. 그리고 '철골녀'라고 불리

는 여자에 대한.. 이미 숙지하고 있는 정보뿐이었다.

"일단 다른 말단들보다는 간부 녀석들이 정보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그쪽을 가

장 먼저 털어보도록 하자! 그러다가 기회가 된다면 '철골녀' 와 접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의 진화된 능력.. 최대 좀비 30마리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과 그의 뛰어난 지혜로 이

번에는 별다른 일 없이 너무나도 쉽게 총기로 무장한 몇십 명의 병사를 제압할 수 있었

지만.. 그것은 애초에 미리 준비 단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만약 사전 계획이나 준비 없이 즉석에서 싸웠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몰랐다.

아마도 패배할 확률이 몹시 높았고.. 승리했더라도 제법 힘들고 거친 싸움이 됐을 확률

이 높았다.

그렇기에 무시무시한 괴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는 철골녀 라는 존재는 할 수 있으면

영입하고 싶은 전력이었다.

"철골녀도 태양 교단을 쫓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마 언젠가는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는 컵 안에 녹지 않은 채 바닥에 쌓인 설탕을 혀로 핥아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한국의 땅덩어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들이 우두머리를 찾아 헤매며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다고 보면 그쪽이 목적을 위

해 태양 교단을 쓰러트리는 일을 포기하거나 죽지 않는 한 언젠가 만날게 될 수밖에 없

었다.

[그것보다 슬슬 저쪽에서 올 타이밍이니 그것부터 신경 쓰는 게 낫지 않아?]

"하긴.. 점점 훈련된 녀석들이 오고 있으니.."

그들이 연구소에 탈출 한 뒤 닥치는 대로 태양 교단을 부수고 나서부터 할배와 자드를

포획하거나 죽이기 위한 추격자들이 간간이 보내졌다.

처음에는 그저 시정잡배 같은 존재들이 몽둥이 하나 들고 막무가내로 덤벼드는 수준이었

기에 전멸시키는데 그다지 어려울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점 훈련되고 질 좋은 장비로 무장한 추격자들

이 노려왔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방문한.. 마취 총으로 무장한 추격자들은 확실하게 잘 훈련되

고 통제도 잘되어 있었다.

솔직히 죽은 척을 해 역관광 시키지 않았다면 당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질이 높아져 있었

다.

만약 이 공식대로 계속해서 수준 높은 추격자들이 그들을 방문한다고 친다면.. 다음번

의 추격자는 확실하게 저번보다 더 강력한 존재들일 것은 확실했다.

물론 지금이라면 그가 합류하여 전력도 늘고.. 그의 좀비 조종 능력이라면 다수와의 싸

움에서도 문제는 없었지만.. 추격자들의 경우 갑작스럽게 기습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에.. 그의 특수한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여차하면 자폭하면 되니까! 히히히!"

그는 자신이 앉아 있는 철재의 상자를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웃었다.

그 안에는 지훈과 병사들이 역전을 위해 사용하려던 화기들이 들어있던 상자였다.

폭탄과 자폭.. 두 가지를 연관 지으면 폭탄을 몸에 두르고 자폭하는 테러리스트가 상상

되듯.. 그가 말 한 것도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자폭이었다.

단지 자폭을 하는 것은 그도 아니고 하물며 할배도 아니었다.

"그때는 잘 부탁할게! '지훈아'! 히히히히!"

그는 방의 구석에 멀뚱하게 서 있는 존재를 향해 말했다.

얼굴은 물론이고 목이나 팔 등 옷 사이로 보이는 부분에는 가죽이라고는 하나 찾아 볼

수도 없는 모습의 인체 표본에 군복을 입힌 것 같은 남자가 공허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

보며 서있었다.

그 인체 표본 같은 남자의 정체는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대치했던 그룹의 리더였던 '지훈' 이었다.

정확하게는 '지훈' 이었던 인간이었다.

더 이상 지훈이라고 불린 존재는 1시간 전에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좀비'

라는 개체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좀비로 감염시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였다.

항복을 받아들이자마자 그들은 바로 지훈에 대한 고문을 시작했다.

손톱과 발톱을 전부 뽑아 내거나..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낸 뒤 그 위에 소금을 뿌리거

나 혀를 잘라내거나 하는 등 정신력이 강한 인간이라도 미쳐버리게 만들 것 같은 수십가

지의 고문을 지훈에게 퍼부으며 그에게 정보를 뽑아냈고 결국 그 고통을 참지 못한 지훈

은 그대로 절명해버렸다.

하지만.. 절명하기 직전.. 그는 입가를 변형시켜 지훈의 목을 물었다.

그가 늑대인간을 죽이고 얻은 능력 중 하나.. 좀비를 일시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

과는 다르게.. 영구적으로 자신의 뜻대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좀비로 감염시키는 능력

이었다.

그렇게.. 죽기 직전 그에게 물린 지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지 못하고 눈을 뜬 채 그

의 충실한 부하 '좀비' 로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생전 살아있던 '지훈' 이라는 개체에게 있어서는.. 편하게 죽지도 못한 채 죽어서조차 굴욕을 맛보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연참을 원하시는분들이 많군요!

한번 날잡아서 분량좀 세이브 해두겠습니다!

그리고 미도와 미미가 만나는건 아마 시즌3에서 만날것 같습니다.

123 시즌1 456 시즌2 789 시즌3 이런식으로 갈예정입니다.

p.s

여러분 추석 잘보내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