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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그는 팔랑크스의 진형을 유지한 채 진격하는 좀비들을 바라봤다.
원래대로라면 5마리밖에 조종할 수 없었지만.. 현재 그의 눈앞에 진군하는 좀비는 총
25마리.. 그러나 아직 이 수가 최대로 조종할 수 있는 한계선은 아니었다.
좀비 조종 능력이 향상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늑대인간을 죽임으로써 영웅이라는 존재로 진화했기에 향상된 것..
오른팔이 잘린 탓에 자신의 원래 스타일을 제대로 살릴 수는 없었지만.. 좀비 조종 능
력의 향상 외에도 이것저것 여러 능력을 얻은 그에게 있어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기에
자신의 현재 상태에 나름 만족하는 중이었다.
단지 인간이 아닌 자신이 어째서 인간만이 될 수 있는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할배와 자드가 추구하는 유쾌한 복수극에 동조해버린 그에
게 있어 자신의 정체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것에 집착하거나 하며 난리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슬슬 나오려나"
그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물끄러미 주시했다.
총탄의 세례를 자신이 개조한 차 문(방패)과 쇠 파이프를 깎아 만든 창을 든 채 묵묵
히 진군하는 좀비들과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며 좀비들을 토벌하려는 군복의 남자들..
개조한 방패가 없었다면 진작에 무력화 당했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화력이 아닐 수가 없
었다.
어디서 저만큼의 장비와 탄환을 구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무시무시한 화기들
의 탄환은 자신이 개조한 방패에 막혀 더 이상 그 우위를 선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면 그들은 쇠 파이프 창의 꼬챙이가 되어 좀비들의 먹이가 되는 것은 시간문
제..
만약 자신이 지휘관이었다면 이미 퇴각하고도 남았을.. 태양 교단에게 있어서는 그저 불
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절박한 상태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도망갈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탄창을 바꿔 끼며 좀비들을 향해 총탄을 날릴 뿐이었다.
불리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는다는 것은 지휘관이 무능하다거
나..
현재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무엇인가' 가 있거나의 둘 중 하나였다.
지휘관이 무능하다면 그대로 좀비 보병을 이용해 유린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들에게 역전할 수 있는 비장의 수가 있다면..
"히히히히! 왔나 보네!
그는 강화된 시력으로 방호의 뒤에서 지휘관처럼 보이는 남자가 커다란 금속의 상자에
서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손에 쥐기 편한 크기와 디자인과 꼭대기 부분에 금속의 핀 이 달려 있는 형태의 물
건..
그것이 수류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현재의 전황에 있어 확실하게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그는 초조해하지도 당
황해 자지도 않았다.
이 판도를 바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고.. 이미 저런 물건이 나
올 수도 있다는 것은 남자들이 총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을 위한 대책 역시 마련하고 있었다.
"너희들 차례야!"
그는 조금 떨어진 건물의 입구를 향해 외쳤고.. 그와 동시에 등에 길쭉한 통을 맨 좀비
들이 우르르 뛰쳐나와 방진을 펼치고 있는 좀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진형을 유지하고 있던 좀비들은 홍해와 같이 반으로 나누어져 통을 맨 좀비들이
앞으로 나아 갈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방진이 분열되어 생긴 길을 통해 통을 맨 좀비들은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나갔고.. 지훈
을 비롯한 다른 병사들도 갑작스럽게 돌격하는 좀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쏘지마! 사격 중지! 사격 중지! 후퇴한다!"
지훈은 손을 허공에 저으며 병사들에게 사격의 중지와 함께 퇴각 명령을 내렸다.
어째서.. 별다른 몸을 지키지도 못하는 좀비들을 쏘거나.. 혹은 수류탄을 던지지 않고
그들이 급박하게 후퇴를 하려는 이유..
그저 진형을 유지한 좀비들에게 했던 것처럼 총탄을 퍼붓는다면 별다른 방어 도구가 없
는 좀비들을 무력화 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급박하게 후퇴를
선택한 것은 오히려 좀비들이 별다른 방어 도구가 없어서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좀비들이 통에 매달고 있는 길쭉한 모양의 커다란 통이 확실한 원
인이었다.
좀비들이 매고 있는 물건은 바로 '가스통' 이었다.
5마리의 좀비들 전원이 자신의 키와 비슷한 가스통을 빠짐없이 등 뒤에 매달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던졌다면.. 그들조차 말려들어갈 정도의 가스 폭발
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밀폐된 공간이 아니었기에.. 폭발의 범위가 크지 않을 수도 있고 폭발이 일어나
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지훈과 병사들에게 있어 가스통을 매달고 돌격하는 좀비들은 폭
탄을 매달고 달려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비록 역전할 수 있는 수단.. 수류탄이 자신들의 손에 있기는 했지만 자신들이 위험해서
는 의미가 없었다.
"씨x..!"
지훈은 분한 듯 이를 악물며 자신의 총을 어깨에 걸쳐 맨 채 달려 나갔다.
자존심은 이미 걸레짝 마냥 갈기갈기 찢겨 굴욕과 분하다는 감정만이 그 몸을 감쌌다.
자신이 그렇게 무시하고 비웃던 그에게 꼬리를 말고 도망가야 하는 사실도 굴욕적이었지
만..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개새끼가..! 우리를 가지고 논거냐..!"
지훈은 자신의 울분을 토해내듯 외쳤다.
만약 가스통을 들쳐 맨 좀비들을 진작 투입했다면.. 발악하며 총탄을 쏟아부을 일도 없
이 폭발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대로 퇴각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좀비들이 투입된 시기는.. 자신들이 이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
려 하던.. 그야말로 노리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투입됐다.
명백하게 자신들이 발악하는 모습을 즐기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역전의 기회를 펼치려
는 자신들을 절망시키며 즐기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도 자신의 부하들도 비슷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며 즐겨왔기 때문이었다.
절망 속에서 한줄기의 희망만을 의지한 채 저항하는 인간에게서 희망을 빼앗을 때의 그
순간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하는 순간이었다.
희망을 빼앗고 절망밖에 남지 않은 그 순간은 정말 최고였다.
동료들을 죽인다면 목숨은 살려준다고 말한 뒤.. 동료들을 다 죽인 그 인간에게 사형
을 선고한다거나.. 일부로 병력을 조금만 보여줘.. 이길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
뒤.. 대량의 병력을 들어내어 절망을 안겨준다거나.. 자신들 전원과 섹스한다면 아이
는 살려준다고 해놓고.. 마지막 인원을 상대하는 순간 눈앞에서 아이를 죽인다거나 하
는 등 수많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유린하며 즐겼다.
그렇기에.. 지훈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들을 가지고 놀며 안전한 곳에서 절망하는 자신들을 조롱하며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x발 새끼..! 두고 보자!
지훈은 자신에게 굴욕을 안겨준 그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날카롭게 갈았다.
그때..
"서프라이즈으으으으! 허허허허허!!"
활기찬 목소리와 산타 같은 인자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건물의 2층에서 하나의 인영이 지
면에 착지하며 그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러나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산타와 같은 인자한 노인은 아닌.. 거대한 악어의
머리를 팔에 단 '괴물' 같은 모습의 노인이었고.. 선물을 주기는커녕 빼앗아 갔다.
병사들의 '목숨' 을..
[맛없어! 더럽게 맛없어! 하지만 중독되는 이 맛! 카카카카카카!!]
순식간에 자신의 옆에 있던 병사 2명의 통째로 삼킨 뒤 입가에서 대량의 피를 주르륵하
고 지면에 쏟아낸 악어 머리가 유쾌하게 웃으며 섬뜩한 파충류 특유의 눈동자를 데굴데
굴 굴렸다.
지훈은 이미 노인과 괴물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다
른 병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괴,괴무우우우우울!!"
자신들의 동료 2명이 순식간에 잡아먹히는 모습을 본 병사 한 명이 이성을 잃은 것인
지 그대로 탄환을 퍼부으려고 했다.
"이 병신이!?"
하지만 현재 그들은 밀집되어 있는 상태.. 이 상태에서 무턱대고 사격을 하게 된다면
아군 역시 말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지훈이 말릴새도 없이 발사된 총알은 괴물을 가로막고 있는 병사들을 말려들어가게 만들
었다.
총성과 비명이 난무하며 순식간에 그 장소는 아수라장으로 탈바꿈 됐다.
"산개해! 밀집해있지 말고 산개해!"
지훈은 잽싸게 지면에 엎드린 채 주변에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하며 허리춤의 홀더에
서 권총을 뽑아내 이성을 잃고 총을 난사하는 병사의 머리에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
고.. 그대로 총기를 난사하던 병사는 지면을 향해 쓰러졌다.
겨우 이성을 잃은 병사를 죽임으로써 더 이상의 프렌들리 파이어 상태를 막을 수 있었지
만..
그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들려오는 비명과 게걸스러운 식사 소리에 안심 따위는 할 수 없었다.
[으음~ 근육질이라 그런지! 더럽게 맛없지만..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인데!]
"그리고 내 방귀도 더 독해지겠지!"
[기아아아악!! 화학병기냐아아아!!]
자신에게 있어서는 전혀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 원흉인 존재들은 그야말로 만
담이라도 하는 것 마냥 태평하게 대화를 교환했다.
허나 그런 태평한 분위기의 밖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렇지 못 했다.
이미 반수 이상이 총탄에 맞아 바닥을 기거나 그대로 절명하거나 하는 상태였고.. 그
이외의 부하들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곳은 지면에 고인 피웅덩이 뿐..
"할배! 아직 안 끝난 거야?
앞을 가로막고 있는 괴물도 벅찬 상황에.. 지훈의 등 뒤에서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소
리가 추가로 들려왔다.
고개만을 돌려 확인한 결과.. 아니나 다를까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복수의 칼날을 갈던 장본인은 물론이고.. 그런 그의 앞에는 수십 마리의 좀비
가 이쪽을 향해 쇠 파이프의 창을 들이민 채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자신들의 병력은 이미 반수 이상으로 줄어들었고.. 그들의 표정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자포자기의 상태.. 앞에는 '괴물' 뒤에는 창으로 무장한 '좀비' 들이 있는 이 상황
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승률의 거의 제로에 가까운 이 상황에서 지훈이 할 수 있는 것은 2가지 밖에
없었다.
저항하다 살해당하거나.. 항복하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저항한다면 살해당하는 것은 100% 확실했고.. 항복한다고 해도 그들이 받아들여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어차피 죽을 위기에 처한 이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긴 지훈은.. 조용
히 양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항복하겠다."
별다른 기대는 품지 않고 말한 말이었지만..
"좋아! 그 항복받도록 하지!"
자신이 말하고도 놀랄 정도로 시원스럽게 항복이 받아들여지자 지훈은 마음속으로 적잖
아 당황했지만.. 살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 수 있다는 한줄기의 희망을 본 탓에 잊고 있었다.
이 상황은 그에게 있어 몹시 익숙한 상황이라는 것을..
그가 가지고 놀던 무력한 인간들과 자신의 현재 상황이 똑같다는 것을..
삶에 대한 희망만이 머릿속에 가득찬 지훈은 현재의 이 상황을 인지할수가 없었다.
이 후에 어떤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채..
============================ 작품 후기 ============================
잊고 있었습니다만.. 이 소설도 100회가 넘었네요!
이게다 여러분의 덕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0회를 넘겼으니 외전이나 특별편이라도 써야할것 같은데..
뭘 써야 좋을지 알수가 없네요 ㅠㅠ
혹시 원하시는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