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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태양 교단의 12 단장 중 하나인 김지훈은 전직 군인이었다.
병사에서부터 부사관 지원을 해 하사를 거쳐 중사까지 진급한.. 근 10년 정도의 군 생
활을 부사관이었고.. 그의 휘하에 있는 부하들은 대부분 같은 부대에 있던 병사들이나
자신의 후배인 하사들이었다.
원래 그들은 태양 교단은..커녕 약탈자도 아닌..
착실하게 좀비 사태에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위의 명령을 받고 목숨을 걸며 싸우는 입
장이었다.
하지만 잦은 전투로 인한 스트레스와 무능한 윗대가리들의 지휘로 점차 그들은 피폐해져
갔고.. 결국은 참지 못하고.. 안전한 곳에서 자신들에게 죽으라고 명령하는 윗대가리들
을 전원 숙청한 뒤.. 자신들이 지키던 민간인들을 반대로 약탈하고 핍박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멸망해가는 세계에 있어.. 그들은 최강이나 다름없었다.
총기로 무장한 채 현역 군인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들에게 있어 이 지옥
같은 세계는 천국과도 같은 세계였다.
총을 들이 되면 어떤 인간이라도 얌전해지고 반항하지 않았고 좀비들도 총기로 무장한
그들에게 있어서는 표적일 뿐이었다.
지훈과 부대원들은 그렇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죽이거나 하며
식량을 뜯어내거나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범하거나 하며 강력한 무법자 집단으로서 사람
들을 유린하며 즐거운 생활을 보냈다.
그러던 중.. 태양 교단 쪽에서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왔고.. 제법 좋은 조건이었기
에 그와 부대원들은 태양 교단에 입단했다.
입단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들이 하는 일은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태양 교단에게 지원을 받음으로써 약탈하고 죽이고 범하고.. 원래의 세계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더욱더 쉽고 간단하게 저지를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이 멸망의 세계를 잔뜩 만끽하던 지훈에게 위에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이 전해졌
다.
물론 그가 벌이는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아니었다.
애초에 태양 교단의 이념 자체가 욕망이 이끄는 대로였기에.. 다른 집단들도 비슷한 상
태였다.
그에게 전해진 주의 사항은.. 최근 들어 다른 지부들을 박살내고 있는 요주의 인물들
에 관한 사항이었다.
그가 관리하는 구역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12명의 단장 중 4명 정도가 그들에 의
해 전멸했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다.
그가 받은 정보에 나온 요주의 인물은 3명
첫 번째 인물은 60대 정도의 노인으로 오른팔에 악어의 머리를 달고 있는 '괴물'로..
통칭 '악어남' 이었다.
일반적인 상식밖에 없었다면.. '뭔소리야?' 라고 반문했을 테지만.. 지훈도 그런 괴물
들을 '연구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에 인 외의 존재들.. '괴물' 에 대해
서는 이미 숙지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특출나게 반응할 것은 없었다.
전적은.. 단장 2명의 살해와 지부 10개의 괴멸.. 요주의 3인방 중 가장 전적이 화려
했다.
전원이 괴물의 머리에 삼켜져 시체 하나 남지 않은 모양으로.. 오른팔에 달린 괴물 머
리를 이용한 근접전이 특기..라는 모양이었다.
두 번째 인물은 20대 초반 정도의 여성으로 철골을 한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몇 명의 인
간을 고깃덩어리로 만드는 괴물로.. 통칭 '철골녀' 였다.
전적은.. 단장 1명의 살해와.. 지부 2개의 괴멸.. 요주의 3인방 중 가장 최근에 두각
을 드러내서 전적 자체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3인방 중 가장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지
고 있다는 것 같았다.
화살조차 그냥 튕겨낼 정도의 단단한 피부와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스티로폼 마냥 가볍
게 부수는 괴력의 소유자로.. 그저 걸으며 철골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전원 살해한 모양
이었다.
마지막은 금발의 젊은 남자로.. 식칼이나 과도 같은 주방도구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괴짜
로.. 통칭' 요리사'
전적은 단장 1명의 살해 지부 4개의 괴멸.. 3인방 중 유일하게 괴물이라는 꼬리표가 붙
어있지 않은 '인간' 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괴물과 비교하면.. 굉장히 수수했다.
심지어 특기도 칼을 이용한 근접 전투라는 짧은 설명뿐일 정도로 심플했다.
물론 칼을 들고 단장 1명과 지부 4개를 전멸시킨 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앞의 두
명과 비교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평범했다.
"풋..! 아무리 그래도 너무 평범하잖냐!"
결국 너무나도 수수한 요주의 인물에게 태클을 걸 정도로 평범했다.
솔직히 말해.. 다른 둘은 그렇다 쳐도 이쪽은 그냥 머리에 총알을 박아주면 끝일 것 같
을 정도로 시시하다는 것이 지훈의 개인적 감상이었다.
"애초에.. 시대가 어느 때인데.. 칼질이냐."
총기는 물론 탄환조차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는 지훈의 입장으로서는 비웃음이 나올 수밖
에 없었고.. 그것은 비단 마지막 남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2명의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은 결국 안전한 거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만큼 죽일 수 있냐가 관건이었다.
죽자 살자 붙어서 피땀 흘리며 싸우던 시대는 이미 몇백 년 전에 끝난.. 구시대적인 전
투일 뿐이었다.
괴물이든 뭐든 결국 붙기 전에 죽여버리면 간단하게 끝날 일.. 그렇기에 지훈은 자료
를 보고도 별다른 위기감을 가지지 않았다.
물론 경계는 하겠지만.. 결국 발견되는 순간 자신들의 총알에 죽을 운명일 존재들일 뿐
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사 새끼는 진짜 아니지! 하하하하하!"
지훈은 마지막에 적힌 남자의 정보를 재차 읽은 그 자료를 거칠게 내 던져지며 폭소했
다.
그리고 4일 후..
지훈은 그렇게도 비웃던 그 '남자' 의 탓에 굴욕과 정말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뭐야..! 뭐냐고 저 새끼들은..!"
지훈은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가까워져 오고 있는 존재들을 향해 소
총을 연사했다.
하지만.. 수십 발의 탄환을 갈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진군은 조금도 멈출 생각을 하
지 않았고.. 그 누구도 쓰러지거나 이탈하지 않았다.
그에 이어 다른 부대원들 역시 연사로 탄창에 있는 총알 전부를 다 박아 넣었지만.. 효
과는 미비했다.
애초에 지훈과 부대원들의 총알 대부분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닿지 않았다.
운 좋게 그들의 다리나 팔 등을 관통한 총알도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지훈과 부대원들을 향해 진군했다.
진군하는 그들.. 아니 '그것들'의 수는 정확하게 25
오와 열을 딱딱 맞춘 그것들은 대략 2미터가량 되어 보이는.. 끝을 날카롭게 깎아낸
쇠 파이프의 창과 승용차의 문짝을 개조한 듯 보이는 몸을 대부분 가릴 수 있는 크기
의 방패를 들고 있었으며 그 물건들을 들고 있는 존재들은.. 딱 봐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몰골의 존재들이었다.
어떤 것은 턱이 날아가 있거나.. 어떤 것은 신경과 연결된 눈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거
나.. 어떤 것은 얼굴의 가죽이 전부 벗겨져 있거나.. 하는 등
그야말로 흉측한 외관을 하고 있는 존재들로.. 이 세계에서 흔할 정도로 자주 볼 수 있
는 몰골을 하고 있는 '좀비' 들 이었다.
그리고 그 좀비들은 쇠 파이프의 창과 문짝의 방패를 내세운 채.. 느리지만 수많은 총
탄을 버텨내며 앞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지훈과 부대원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표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저 총알
한발을 머리에 박으면 그대로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존재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그들이 비웃으며 장난삼아 표적으로 이용하던 좀비들이
아니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진형을 유지한 채 빗발치는 총탄을 태연하게 막으며 날카로운
창을 겨눈 채 다가오는 좀비들은 고대시대의 용맹한 보병 그 자체였다.
아니.. 오히려 고통도 죽음도 전혀 상관없는 좀비들은 지훈들에 게 있어 죽음을 흩뿌리
며 다가오는 사신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x발..! x발! 좀비 새끼들이 팔랑크스라고!? 장난하는거냐아아아아!!"
새로운 탄창을 소총에 갈아 낀 지훈은 다시 한번 밀집해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탄환
을 쏟아부으며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외쳤다.
팔랑크스..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되던 보병의 방진
창과 방패로 무장한 보병이 밀집대형을 유지한 채 방패로 자신과 동료들의 몸을 지킴과
동시에 다른 손에 든 창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매우 오래된 방진 중 하나였다.
그리고.. 현재 좀비들이 사용하고 있는 진형은 그야말로 팔랑크스를 재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방패와 창을 전면에 내세운 채 몸을 지킴과 동시에 상대방을 향해 진군하며 압박하는 몹
시 효율적인 방진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총기로 무장한 전쟁이 주를 이루는 현대에 있어서는 쓸모가 없는..
의미가 없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x발..! 왜 안 뚫리는 건데!"
좀비들이 들고 있는.. 차량의 문을 개조해 만든 방패.. 수백 발의 총알에도 관통되지
않고 막아내는 방패와 무한한 체력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좀비들이 합쳐짐으로
써 그 구시대의 유물은.. 총기로 무장한 현시대의 병사들을 상대로 그 위용을 뿜어 낼
수 있었다.
"김지훈 중사님! 도망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수백 박을 넘게 갈겼음에도 불구하고 좀비들의 진군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자..
그의 옆에 있던 병사가 진언했다.
"닥치고! 가서 수류탄이든 클레이모어든 다 가져와!"
총탄을 퍼부으며 지훈은 거친 목소리로 병사에게 명령했다.
사실상.. 그것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시간에 맞을지 안 맞을지 자신은 없었다.
총기는 자유롭게 지급하는 반면.. 폭발물들은 제법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기에 엄중하
게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다.
가지고 오기 위해서는 몇 종이나 되는 자물쇠를 열지 않으면 안 됐기에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병사가 진언한 대로 퇴각하는 것이 제일 타당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지훈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구시대의 유물에 자신들이 패배한다는 것도 참을 수 없었지만.. 지훈에게는 더욱
더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애들아! 조금 남았어! 조금만 있으면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어! 히히히히히!!"
팔랑크스의 방진을 유지한 좀비들과 떨어진 거리에서 외치는 한 명의 남자..
평범해 보이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금발을 하고 있는 외팔이의 남자..
요주의 인물 3인방 중 마지막에 있던 인상착의와 흡사한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자신이 비웃고 무시하고 조롱하던 그 남자가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들을 조롱하듯 바닥
에 앉아 있었다.
어떤 식으로 좀비들을 조종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됐든 자신이 비웃었던 그
남자에게 진다는 사실은.. 높은 위치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지훈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굴욕일 수밖에 없었다.
"쏴! 슬슬 저 방패도 한계니까! 쏴!"
사실상 언제 뚫릴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좀비들이 들고 있던 방패들이 총탄 세례
를 맞아 변형하는 것이 보였기에 희망적 관측을 섞어 외쳤다.
방패가 뚫린다면 이쪽의 승리.. 뚫리지 않는다고 해도 최대한 발을 묶어 폭발물들이 오는것을 기다린다면 이쪽의 승리였다.
아무리 저 방패가 튼튼하다고 해도 화약을 이용한 폭발물들이라면 방패는 물론 그 안쪽에 있는 좀비들의 썩어 빠진 몸뚱이도 포함해 단숨에 산산조각 낼 수 있는 위력의 물건들이었다.
"씨x새끼..! 이 썩어빠진 병신 좀비새끼들 다음은 너다..!"
지훈은 이를 빠득 갈며 텅 빈 탄창을 거칠게 내던진 뒤 자신에게 굴욕을 선사한 그의 머리에 탄환을 박아 넣는 유쾌한 장면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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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미도지만.. 약한자에게는 한없이 강해지는것도 미도!
보스전에는 잉여지만.. 잡몹처리는 탁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