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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분노를 버린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마음속으로 단번에 부정했다.
그에게 있어 지금 가슴속에 타오르는 이 분노의 불꽃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엉망진창
으로 만들어버린 태양 교단에 대한 증오를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할수있을리가.. 없잖아!"
그렇기에 그는 전면적으로 할배의 말에 격한 감정을 담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허허! 그야 그렇겠지!"
그러나 할배는 자신이 내뱉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의 말을 긍
정했다.
"뭐..!?"
너무 깔끔하게 긍정하는 할배의 반응에 그는 적잖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말해두고서는.. 그것을 부정하는 말을 하는 그의 말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
로 수긍하는 그 태도는 확실히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너 새끼 지금 시험당한 거야! 노친네가 말한 말에 yes라고 대답하는 순간 우리는 그대
로 떠날 생각이었거든! 카카카카카!!]
당황하는 그를 비웃듯..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자드는 할배의 태도에 대한 진실
을 알렸다.
"녀석들에게 동료들을 잔혹하게 빼앗겼는데.. 녀석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버린다는
건 있을 수 없지! 애초에 그 감정을 버리는 인간이 복수극 따위를 할리도 없고 말이
지.. 자! 그럼 여기서 우리의 숨겨진 비하인드스토리를 공개해 주도록 하지!"
"우리는 그 연구실에서 지옥 같은 실험을 당한 것뿐만이 아니라네.."
[오히려 그것만이라면 차라리 낫었지..]
말을 하다 말고 조용히 두 눈을 감은 할배의 대신에 뒤이어 자드가 말을 이었다.
[그 개 같은 새끼들은.. 우리가 보는 앞에서 죽였어..!]
하지만 이내 감정이 격해졌는지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뜬 채 날카로운 이빨을 거칠게 갈
며 깊은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고 할배는 자드의 우둘투둘한 피부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 분노를 달랬다.
"나의 가족과 자드의 연인은 우리가 보는 눈앞에서 녀석들에게 처참하게 죽었다네."
할배는 그때를 떠올리는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연기자답게 표정에는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주먹을 쥔 왼손만큼은 그
때의 감정을 표출하는 듯 강하게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주먹에서 천천히 힘이 빠졌고.. 동시에 감았던 눈을 뜬 채 재차 말을
이었다.
"그 후는 이야기했던 대로 틈을 노려 연구소에서 탈출해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지.. 그
러나 소중한 존재들을 잃은 우리의 분노와.. 녀석들에 대한 증오는 날이 지날수록 커져
갔지. 그리고 우리는 이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복수를 하기로 했다네. 그렇게
우리는 앞뒤 가리지 않고 녀석들을 사냥하는 나날을 보냈고.. 우리는 문뜩 한가지 사실
을 깨달았다네."
쉬지 않고 말을 한 탓에 목이 탔던 것인지.. 할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 한 통을 벌
컥벌컥 마신 뒤 반쯤 남은 생수를 오른팔에 있는 자드의 입에 털어놓고 재차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우리는 이렇게도 괴로운데.. 이 꺼지지 않는 분노의 불꽃에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과는 다르게 녀석들은 우리가 가기 전까지는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이상하지 않나? 복수에 나선 우리는 이렇게나 괴로운데.. 우리를 이렇게 만
든 놈들은 죽기 직전까지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는 게? 어째서 쳐죽을 그놈들보다..
쳐죽이려는 우리들이 더 많은 시간을 괴로워해야 하는가!
분노는 확실하게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그들과 같은 복수자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원동력
이 되어 줬다.
하지만 동시에 그 감정은 자신들을 좀 먹는 질병과도 같았다.
인간이든 괴물이든 이성과 감정을 느끼는 그들에게 있어 분노는.. 당연히 가지고 있고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하나였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감정은 사람을 망가트릴 수밖에
없었고 특히나 부의 감정 중 하나인 슬픔이나 분노는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훨씬 빠르게
사람을 망가트리는 감정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녀석들을 죽일 때.. 녀석들이 공포에 질려 오줌을 질질 흘리거나 살려달라고 애
원하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유쾌하고 상쾌했지. 하지만 우리가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단지 그때의 시간뿐만 이었어.. 그 이후에는 다시 들끓는 분노
를 어찌하지 못한 채 끙끙 앓으며 괴로워할 뿐이었지."
그리고 다음의 사냥(복수)에 나섰을 때 본 녀석들은 여지없이 시시덕거리며 즐겁게 보내
고 있는 모습을 그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당한 처지에 더욱더 분노를 느끼며 잔혹하고 고통스럽게 살해했다.
하지만 그 후.. 다음 사냥감을 찾아 떠나는 그 시간 동안은 또다시 괴로움과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문뜩 한가지 해답을 찾아냈지!"
할배는 욕조에서 깨달음을 얻고 벌떡 일어난 아르키메데스 마냥 의자에서 일어난 채 손
을 허공에 벌리며 외쳤다.
"우리도 유쾌하고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는.. 간단한 해답이었지! 허허허허!"
[그러게! 병신같이 왜 그리 끙끙 앓았는지 모르겠어! 카카카카카!]
할배도 자드도 아까의 그 기색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채 평소와 같은 경박한 웃음소리
를 흘리며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밥을 먹을 때도! 똥을 쌀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즐겁게 보내면 되는
거였지! 그리고 녀석들을.. 죽일 때도.. 즐겁고 유쾌하게 죽이면 되는 거였어! 이거라
면 녀석들보다 우리 쪽이 훨씬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길게 보내는 거니까 말이야! 허허
허허허!"
[우리가 아득히 개이득인 부분이네! 카카카카카!!]
할배와 자드는 진심으로 유쾌한듯 웃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궤변' 일 뿐이었다.
증오에 몸을 맡긴. 복수 귀의 도리에 맞지 않는 궤변이자.. 분노에 몸을 불태우는 복수
귀의 말도 안 되는 망상일 뿐인 이야기였다.
애초에 인간의 감정이나 정신 상태는 그리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자신들은 유쾌하고 즐겁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깊게 뿌리박힌 분노를 배제할 수 있
을 리가 없었다.
즉 일반적으로 보자면 그들이 평소에 분노를 배제한 채 유쾌하고 즐거운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
다.
왜냐하면.. 그들의 정신은 이미 '일반적' 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들은 미쳐있었다.
지옥 같다고 말할 정도의 고통스러운 실험을 받은 탓인지.. 아니면 소중한 존재를 눈앞
에서 잃었을 때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분노의 감정에 의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이미 제정신은 아니었다.
조금 괴짜스럽기는 하지만.. 평범하게 대화도 가능하고 이성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할배도 자드도 마음의 어딘가가 부숴졌 있었다.
그렇기에 저런 말도 안 되는 궤변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진짜로 행동에 옮길 수 있었
던 것이었다.
멀쩡한 인간이었다면 그들의 취지를 이해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그저 말도 안 되
는 망언일 뿐이었다.
하지만..
"히..히히히히! 굉장해..! 굉장하네! 히히히히히히히!!"
그는 그 망언을 진심으로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미칠 듯이 웃기 시작했
고.. 격해진 분노의 감정으로 인해 변형됐던 얼굴도 어느새 원래대로.. 인간의 형태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천재야! 진짜로 천재야! 히히히히!!"
말도 안 되는.. 미치광이 복수귀의.. 마음이 망가져버린 그들의 말을 받아들였다.
어찌 보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었다.
애초에 그는.. 태생부터가 평범하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감정 하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여러 가지 감정을 배운 그였지만.. 소중한 존재인 그녀가 죽음으로
서 고쳐가고 있던 그의 마음은 다시 한번 망가졌다.
그 이후 경철이나 나라 그리고 병원 사람들로 인해 그의 너덜너덜했던 마음은 망가지지
않고 다시 복구를 개시했다.
하지만.. 늑대인간의 사건으로 인해 그의 마음은 다시 한번 망가져 버렸다.
즉.. 안 그래도 위태로운 그의 정신은 이번 일로 인해 완전하게 뒤틀려 버려.. 그들과
비교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소중한 존재를 태양 교단에게 잃은 비슷한 상황에서 미쳐버린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할배와 자드를 보고 묘한 친근감을 느낀 것은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만담 때문이 것
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
문이었다.
그야말로 유유상종(類類相從])..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이 확연하게 들어맞는 상황이었
다.
"허허허!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네!"
할배는 그의 칭찬에 거리낌 없이 자화자찬하며 가슴을 당당하게 편채 말했다.
[카카카카!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은 게 아니라서 다행이네!]
"당연하지! 똥구멍은 나오라고 있는 데니까! 이렇게.."
[그아아아아아아!! 구려어어어어! 이 똥방귀 노친네! 도대체 뭘 처먹었길래 이리 구려
어어어!]
"태양교단의 쓰레기들이다만?"
[젠장! 구릴수밖에 없네! 근데 진심으로 구려! 코가 썩는다! 썩어!]
진심으로 냄새가 구린 것인지 자드는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며 몸부림
쳤다.
"그렇게 구린가? 미도 너도 한번 맡아봐라."
할배는 침대의 모퉁이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에 자신의 주먹 진 손을 가져 간 뒤.. 그
대로 손을 폈다.
"윽..!?"
히히덕거리며 웃고 있던 그는 그 냄새를 맡는 순간 급격한 표정의 변화가 일어났고..
이내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 백안을 들어낸 채 게거품을 입에서 뿜어내며 침대 위로 쓰러
진 뒤..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숨이 끊어진 듯 시체와 같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어이!? 할배! 방귀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무리 봬도 죽었잖아!?]
"허허허허!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로 죽을 리가 없잖냐!"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면서도 조금 걱정이 된 것인지 할배는 조심스럽게 그의 맥에 손
을 가져갔다.
"허허허허!"
[뭐야? 살아있어?]
"아니 죽었는데? 숨을 안 쉬어. 허허허허!"
할배는 아무런 맥도 느껴지지 않은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 영감탱이 뭘 그리 태연하게 쳐 말하고 있어!? 동료가 된지 5분도 안돼서 죽이는 거
냐! 이 노친네 방귀는 내 '독무' 급인거냐!? 뭐 하는 노친네야!"
"죽는 연기를 미칠 듯이 잘하는 평범한 노배우 다만?"
할배는 상쾌한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어떤 평범한 배우 새끼가 방귀 한방으로 사람을 골로 보낼 수 있는 거냐!? 전혀 평범
하지 않잖아! 보라고! 게거품 물면서 눈깔 뒤집힌 채 경련하다가 뒤졌잖냐!]
자드는 그런 할배에게 커다란 입을 연신 벌렸다 닫았다 하며 격렬하게 태클을 걸었다.
그때.. 자드의 머리를 툭툭하고 누군가 건드렸고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눈동자를 굴려 바
라봤다.
거기에는.. 방금 전 침대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다 죽었다고 생각한 그가 태연한 모습
으로 웃고 있었다.
[우왓!? 뭐야 이 새끼 살아있었냐!?]
살아있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자드는 화들짝 놀라 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멀쩡
한 상태의 그를 바라봤다.
"몰래 카메라! 허허허!"
"몰래 카메라! 히히히!"
[이 새끼들은 뭐 이리 호흡이 잘 맞아!? 속은 건 화나는데 솔직히 굉장하긴 하네!?
카카카!]
한치의 오차도 없는 타이밍에 외친 두 사람을 향해 자드는 탄의 말을 내뱉으며 유쾌하
게 웃었고.. 다른 2명의 기묘한 웃음소리가 섞여.. 방안은 혼돈이라고 말할 수 없는 소
리가.. 미치광이 3명의 기묘하다 못해 기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미친놈 3인(?)팟 완성!
이제 이놈들은 대부분 이런 분위기로 사이좋게 미친놈들 마냥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미레 최강설에 대해 나왔는데..
뭐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아빠나 엄마 영향으로 포텐셜은 현존 최강일듯하네요;
아빠의 좀비조종능력과 바퀴벌레같은 생존력에 추가로 비상한 두뇌 + 엄마의 괴력과 방어력.. 만약 2부가 나온다고 치면.. 리얼 먼치킨물 아닙니까..?
적이 불쌍해질 지경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