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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5 동행
정신을 잃은 그는 10일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그 무거운 눈꺼풀을 열었다.
낯선 침대 위에서 눈을 뜨자마자 보게 된 낯선 천장에 경계한 듯..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쪽 팔이 있어야 할 장소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제야 정신을 잃기 전.. 늑대인간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것과.. 늑대인간을 먹어치운 것
에 대해 떠올린 그는.. 더 이상 없는 오른팔 부분에서 시선을 뗀 채 다른 몸의 상처를
살폈다.
가장 처음은.. 휑한 구멍이 뚫려 내장에 쏟아질 것 같았던 복부였다.
오른쪽 팔과는 다르게 이쪽은 확실하게 구멍이 막혀져 있었고.. 별다른 고통도 느껴지
지 않았다.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가죽이 벗겨져 피부의 안쪽이 훤하게 드러났던 흉측한 상태가 됐
던 얼굴이었다.
멀쩡한 왼손으로 그 위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을 때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확실하게 얼
굴 쪽도 재생을 완료한 듯 다른 피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감각이 손끝에 전해졌다.
그 외에도 자잘한 상처들을 살펴봤지만 절단된 오른쪽 팔과는 다르게 모두가 멀쩡한 상
태였고.. 오히려 부상을 입기 직전보다 몸이 가볍고 힘이 넘치는 상태였다.
어째서 자신의 몸에 이렇게 힘이 넘쳐나는 것인가? 그는 부상당하고 바로 일어난 자신
의 몸 상태에 당연한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머리에 익숙하지 않은 고통이 스쳐 지나갔고.. 동시에 머릿속
에 몇 가지의 정보.. 혹은 지식이라고도 부를 스 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새로운 지식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 내용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것들로.. 원래의 가지고 있던 능력과
늑대인간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합쳐진 듯한 것이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그는 어렵지
않게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추측할 수 있었다.
늑대인간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능력이 변화가 있었다는 것..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능력이 그것과 합쳐진듯한 변화가 있는 것으
로 보아 거의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새끼들 이제는 총질까지 하네!]
"정말 벌집이 될뻔했어.. 요즘 젊은이들 말로는 꿀 빨뻔했다는 거군! 허허허허!"
[할배의 더러운 꿀따윈 빨고 싶지 않아!]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의 귀에 들어본 적 있는 만담이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열며.. 이제 더 이상 옷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넝마를 걸치고 있는 할배
와 녹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상태의 자드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오? 일어났나 보군. 허허허허!"
방안으로 들어온 할배는 상반신을 일으킨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존재를 깨닫고
너털웃음을 흘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어? 너 얼굴에 그거..!?]
할배가 그에게 다가감으로써 자연스럽게 팔에 붙어있는 자드 역시 그와 거리가 가까워
질 수밖에 없었고.. 그 상태에서 그의 얼굴을 본 자드는 경악한 듯 파충류와 같은 동그
란 눈을 더욱더 동그랗게 만들었다.
"얼굴?"
자드의 말에 그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별다른 위화감이나 이상을 느끼지 못했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거울... 음!? 이 거울 속에 있는.. 죽는 연기를 잘할 것 같은 멋진 노신사는 누
구지?"
할배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거울을 그에게 넘기려던 중 그 안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감탄의 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병신 영감! 나가 죽어!]
신랄한 자드의 욕설에도 얼마간 자신의 모습을 흡족한 듯 바라본 할배는.. 그제야 거울
을 그에게 넘겼고 그는 겨우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몹시 익숙한 자신의 얼굴의 오른쪽 뺨에 처음 보는.. 늑대의 송곳니를 모방한듯한 문양
이 새겨져 있었다.
[그건 영웅이 된 증거잖아!? 너 인간이었.. 아니? 아니지.. 그런 미친 생명력을 가진
새끼가 인간일 리는 없고?]
자드의 입에서 나온 생소한 단어가 나왔기에 그는 그것에 대해 물었고.. 자드는 귀찮다
는 소리를 흘리면서도 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것을 들은 그 역시.. 자드와 마찬가지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인간밖에는 얻을 수 없는 힘이.. 어째서 괴물인 자신이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인간일 리가 없으면서도 인간의 권리를 행사하는 그는 의문의 존재 그 자체였다.
"혼혈이라거나 그런 거 아닌가?"
끙끙 거리며 고민하던 두 사람과 다르게 묵묵히 자신의 넝마 같은 옷을 벗고 있던 할배
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혼혈 같은 건 존재 할리가 없..이라고 할까!? 왜 다짜고짜 알몸을 보이고 g랄이야!?
내 눈! 내 누우우우운!]
고목 같은 몸을 훤히 들어낸 할배를 본 자드는 눈을 감은 채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흔
들며 절규했다.
"실례군! 몸은 이렇지만.. 아직 내 거시기는 쓸만하다고! 자 내 우람한 물건을 잘 감상
해봐라!"
[그런 흉측한 흉기를 이쪽에 들이 대지 마!? 기아아아악! 닿는다!? 노친네의 쓸데없이
큰 물건이.. !제대로 서지도 않으면서 쓸 때 없이 큰 물건이 닿는다아아아아아!!]
자신의 하반신을 얼굴에 들이되는 할배와 그것을 극구 피하려는 자드로 인해 방안은 소
란스러움으로 가득 찼고..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을 그는 킥킥 되면서 감상했다.
얼마 정도를 소란스럽게 티격 태격 거리던 두 사람이었지만.. 결국 할배가 재채기를 하
며 추위를 호소했기에 종료됐고 원래의 목적대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바지는 평범하게 입었지만.. 상의를 입을 때는.. 놀랍게도 '의태'라는 능력으로 자다
는 평범한 인간의 팔로 변했고.. 그 사이 할배는 잽싸게 셔츠와 정장 재킷을 잽싸게 입
었다.
그 후 다시 원래의 악어 머리가 달린 팔로 돌아오면서.. 그쪽의 소매가 단숨에 걸레짝
처럼 변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옷을 챙겨 입은 할배는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 그의 정확하게 반대편에 놓은
뒤 그곳에 앉았다.
"자..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
방금전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거짓말이라 되는 듯 웃음기를 싹 죽인 채 진지한 얼굴로 그
를 마주 봤다.
"복수 하고 싶나?
"복수..!"
할배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에 그의 온화했던 얼굴이 급격하게 변화하며.. 악귀도 울
고 갈 정도의 흉악한 얼굴로 바뀌었다.
물론 그의 분노가 표출됐다는 의미에서 하고도 말할 수 있었지만.. 그의 입가가 실제
로 변화했다.
턱까지 찢어진 입.. 그리고 그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짐승의 이빨.. 흡사 그 모습은
늑대인간에게 감염되어 변화된 존재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은 늑대인간을 쓰러트리고.. 얻은 능력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의도한 것이 아
닌 격한 감정의 변화로 인해 튀어나온 것이었다.
"태양교단..!"
날카로운 이빨과 분노에 휩싸인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증오의 대상이 되는 그 존재들
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의 소중한 장소를 망친 것도 모자라.. 소중한 존재들까지 잔혹하게 살해하고 감염시
킨 늑대인간이 태양 교단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먹어치운 잔해(목걸이)로 확인한 상
태.. 거기에 자드와 할배의 이야기로 태양 교단이 괴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들었기
에.. 그는 진정한 원흉이 태양 교단이라고 단정 지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의 가슴속에 쌓인 분노의 불꽃은 당연하게 태양 교단을 향할 수밖에 없었
다.
"복수하고싶나?"
할배는 흉측하게 변화한 그의 얼굴을 태연하게 바라보며 물었고.. 그 질문에 그는 날카
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왼팔로 벽을 강하게 후려쳤고.. 벽은 힘없이 그의 주먹에 뚫렸
다.
"참고로 나는.. 태양 교단의 아지트 대부분을 알고 있다네.
그 분노의 표출이 긍정이라고 생각한 할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의 짧은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그에게 있어 솔깃하다 못해..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 정도로 원하는.. 자신
의 안에 남은 삶의 목적이자 원동력인 복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보였다.
"알려줘! 녀석들의 위치를 전부 알려줘!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짐승도 인간도 아닌 기괴한 얼굴의 그는 당장이라도 할배에게 달려들듯한 기세로 침대에
서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알려 줄 수도 있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네."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수용할 테니까!
"그럼.. 우리의 '동료'가 되게. 아마 자네에게도 손해는 아닐 거야. 최근 들어 그 녀
석들은..
할배는 자신의 오른팔에 달린 자드의 까칠한 피부를 한번 만지고는 재차 입을 열어 말
을 이었다.
"지부가 여러 곳 털린 탓인지 무장도 인원도 제법 강화된 모양이더군. 나와 자드 외
에.. '요리사' 라고 불리는 금발의 젊은 남자.. 아마 자네를 말하는 것일 테지.. 거기
에 최근 들어 '철골녀' 라고 불리는 여자가 녀석들의 씨를 말리고 있는 탓인지.. 녀석
들도 제법 준비가 단단해서 말이야. 최근 그 쓰레기 녀석들 총까지 준비했더군."
할배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몸에 걸치고 있던 넝마 조각을 가리켰다.
그가 정신을 잃은 사이 근처에 있던 태양 교단의 지부를 습격했을 당시 총격을 받은 흔
적이었다.
웬만한 상처는 자드를 통해 인간을 포식함으로써 치유가 가능한 할배였지만.. 총기는 제
법 위협적이었다.
특히 자칫하면 머리나 심장을 멀리서 맞을 수 있다는 점은 육체 대부분이 인간인 할배에
게 있어서는 치명적이었고 그것은 할배뿐만이 아니라 그 역시도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녀석들을 박살내기 위한 '동료'를 모을 생각이네. 자네나..
최근 들어 녀석들을 습격하는 '철골녀' 같은 '괴물'들을 끌어모을 생각이라네."
총기와 인원으로 무장한데다가.. 태양 교단이 또 어떤 괴물을 내보낼지 모르는 현재의
상황에서 그들을 확실하게 박살내기 위해서는 전력의 증강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총기나 괴물에서 무력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필요했다.
물론 인간이라도 같은 총기로 무장한다면 어느 정도 싸울 수가 있을 테지만.. 총기를
구하기 힘든 한국.. 물론 총기를 구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쳐도.. 탄환의 보충
이 몹시 힘들었기에 비효율적이었다.
그렇기에 할배는 지속적으로 싸울 수 있고 강인한 생명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과 같은 존재들을 끌어모아 태양 교단에 대적할 생각이었다.
"될게..! 녀석들을 한 마리도 빠짐없이 죽일 수 있다면.. 동료가 될게!"
현재의 그에게 거절한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기에 단호하게 할배의 조건을 수용했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결국 그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허허허허! 좋은 결과를 얻었군!"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던 할배는 어느새 그 표정을 푼 채 너털웃음을 흘리며 그의 어깨
를 가볍게 쳤다.
[할배! 그 조건도 말해야지!]
할배가 말하는 동안 조용히 그 시끄러운 입을 닫고 있던 자드는 커다란 입을 열며 답답
한 침묵을 단숨에 풀어 해쳤다.
"아차! 잊고 있었군.. 늙으니까 기억력이 영.."
자드의 말에 할배는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신음을 흘리고는 분위기를 전
환하듯 일부로 인듯한 헛기침을 한번 했다.
"우리에게 별다른 규칙은 없지만.. 딱하나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네! 그건 바로.."
할배는 말을 끌며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분노의 형상을 취한 그의 얼굴을 척! 하고 가
리켰다.
"분노를 버리는 거라네!
노인의 얼굴이면서도 개구쟁이 어린아이와 같은 짓궃은 미소를 지으며 할배는 말했다.
============================ 작품 후기 ============================
에피소드5의 시작입니다!
신체능력 측정기 미도가 레벨업을 함으로서.. 이제 미미=5미도 정도 급의 변화가 있습니다!
참고로 할배는 1.5미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