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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한 시간 후..
늑대인간이었던 인간의 사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살점은커녕 뼛조각 하나조차도 남기지 않은 채 몽땅 그의 목구멍을 토해 위장 안으로 들
어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말한 대로 그는 병원 사람들을 먹었던 늑대인간처럼 그 몸을 하나도 남김없이 먹
어치워버려 그 존재를 말소했다.
복스를 완수한 그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것과
는 별개로 소중한 것들을 또다시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인해 그의 삶에 대한 의욕은 제로
에 가까운 상태였다.
몸 곳곳에 구멍이 뻥 뚫린 만신창이의 상태임에도 아직까지 숨을 쉬며 살아있는 자신의
이 몸이 지금만큼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때..
살아갈 목적을 잃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던 그의 눈에 가죽으로 만들어진 목
걸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늑대인간의 시체를 전부 먹고.. 유일하게 그 잔재로서 남은 물건이었다.
만신창이의 몸 상태에서 시체 하나를 먹어치우는 쾌거를 보인 탓에 체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그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걸어가 목걸이를 주워들었다.
검은색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별다를 거 없는 목걸이였다.
하지만 그 평범한 목걸이의 안쪽을 들여다본 순간.. 그의 감길 것 같은 눈동자가 단숨
에 크게 떠졌다.
안에는 붉은 실로 하나의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태양'을 연상케하는 문양..
다름 아닌 태양 교단의 심벌마크인 문양이었다.
"태양교단.."
그는 이 일의 진정한 원흉을 깨닫고 그 이름을 작게 속삭였고..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
를 이빨로 물어뜯어 난폭하게 물어 뜯 은뒤 그 잔해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의욕도.. 목적도 잃어버린 그에게 태양 교단이라는 존재는 '복
수'라는 목적을 부여했고.. 그와 함께 끓어오르는 분노가 삶에 대한 원동력이 되어 그
의 몸을 움직였다.
구멍이 뚫린 복부 사이로 장기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것을 막기 위해.. 그는 유일하게
멀쩡한 왼쪽 팔로 자신의 구멍을 막은 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와
다리를 질질 끌며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흡사 그 모습은.. '좀비' 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니 좀비 그 자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좀비 같은 모습으로.. 힘들게 다리를 질질 끈 채 밖으로 나왔을 때쯤 그의 온몸은 식은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웬만한 부상에서도 목숨을 유지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이 상태에서
몸을 혹사 시킨 탓에 체력은 바닥을 기는 상태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식의 끈조
차 겨우 붙잡고 있는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몸도 정신도 밑바닥까지 끌어 내려진 상황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채찍질하며
고깃덩어리와 피로 점철된 부지 내를 걸어갔다.
그 와중에.. 조종이 풀려 도망간 좀비가 이쪽에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지만.. 아무래
도 다른 쪽으로 도망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몸을 움직여 걸어나갔다.
하지만.. 어떻게든 채찍질하며 버텨낸 그에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찾아왔고.. 그는 뭉
개진 살점이 깔린 지면에 엎어졌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의식이 점차 멀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아직.. 아직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며 복부를 가리고 있던 왼손을 뻗은 그는 무엇인가를 잡으려는
듯 허공을 휘저었고.. 이내 모든 힘을 다한 것인지 그 손은 힘없이 지면을 향해 추락
했고 그의 의식도 한없이 어두운 곳을 향해 사라져갔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병원의 부지 내는 몹시 적막한 고요함에 휩싸였고..
잔혹한 시체들로 이루어진 고요한 공간에는 그저 냉기를 머금은 차가운 바람만이 조용하
게 불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얼마 가지 않아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단숨에 찢겨질수밖에
없었다.
병원의 담벼락을 훌쩍 타고 넘어온 존재들..
뺨까지 깊게 찢어진 입과 그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을 한 이형의 존재들..
바로 늑대인간에게 감염된 반수형의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늑대인간의 명령을 받아 그녀의 추격을 맡았던 무리들이었다.
그러나 비행능력을 가진 그녀를 끝까지 추적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원래의 장소로 복
귀한 무리들로서.. 그 덕택에 좀비들의 습격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던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큰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그를 노리는 하이에나같은 존재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 잔혹한 풍경에서.. 아직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그를 사냥하기 위해 무리 지어 움직이려고 했다.
병원의 인간들이 감염된 존재가 아니었기에.. 의식이 있었다면 부상당한 몸이라고는 해
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가 있었을 터였지만.. 현재 그의 의식은 깊은 어둠에 삼켜진 채
의 무방비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별다른 저항 한번 하지 못하고 사냥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
하지만.. 외국의 한 속담처럼.. '버리는 신이 있다면 줍는 신도 있다.' 라는 말이 있
듯이..
죽음의 위기를 맞이한 그를 구하기 위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그것은 신이라는 존재와는 거리가 먼.. '괴물' 이었지만 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연기 인생 40년으로 단련된 내 감이 그 쓰레기들이랑 관련돼있을 것
다고 속삭이는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들지만..! 일단 쳐 먹고 보자!"
[무책임해! 무책임하지만..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그 정신은 멋져어어어어! 카카카카
카!]
괴물.. 노인의 몸에 악어의 머리를 연상케하는 왼팔을 달고 있는 존재들..
할배와 자드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자신들의 존재감을 여지없이 과시하며.. 그를 습격
하려던 반수형의 존재들에게도 자신들의 존재를 강력하게 어필했다.
"오호?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군!"
할배는 쓰러진 그를 발견하고는 쾌할하게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40년의 감 갱장해에에에에에에!]
시끄러운 소리로 떠들며 자드도.. 역시나 쾌할하게 자신의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호
흥했다.
그리고.. 그런 존재감 덩어리와 같은 그들을 반수형의 존재들이 그냥 무시할 리가 없었
고..
[크아아아앙!!]
그들은 타깃을 바꿔 할배와 자드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쏜살같이 달려갔다.
"허허허허! 오랜만에 몸보신 좀 하겠구먼! 똥개가 3마리 4마리.. 5마리! 보신탕 풍년
이로세!"
[카카카카카! 다 죽어가는 늙은이가 몸보신은 엄청 챙기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5마리의 적 앞에서도 두 명은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여유
로운 태도를 유지했고.. 길가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것 마냥 허리를 굽힌 채.. 그대로
지면을 뜯어냈다.
"이크..! 허리를 삐끗한 거 같은데..."
할배는 몸을 쭉 편채로 자신의 허리를 두드리며 작은 한숨을 토해냈다.
[약해! 약해빠졌네 할배! 진짜로 몸보신 좀 해야겠네! 카카카카카!]
그런 할배를 비웃으며 자드는 뜯어낸 콘트리트를 바로 앞까지 다가온 반수형의 존재들
을 향해 거칠게 휘둘렀고 그 범위에 있던 3마리의 반수형 존재들은 풍선 터트리는 소리
와 함께 머리를 비롯한 몸 이곳저곳이 만신창이가 되는 즉사의 상처를 입은 채 몇 미터
나 떨어진 곳을 향해 날아갔다.
아슬아슬하게 범위 밖에 있어 살았던 2마리는 단번에 할배와 자드의 존재가 자신들보다
위의 존재들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식했고.. 급하게 몸을 틀어 선회하여 등을 돌린
채 도망갔다.
하지만..
"이크! 에크! 내 40년 연기 인생으로 쌓아온 택견 맛은 맛보고 가야지! 허허허허!"
나이에 걸맞지 않은 활기찬 웃음과 함께 할배는 들고 있던 콘크리트를 도망가는 2마리
의 등을 향해 냅다 내던졌고.. 날아간 콘크리트는 2마리를 위에서부터 덮쳐 그대로 압
사 시켜 그 생을 마감시켰다.
[어디 가 택견이야!? 그냥 쳐 죽인 거잖아!?]
"택틱스 견공!(개잡는 전술)"
[억지잖아! 순 억지잖아! 그냥 대충 때려 맞춘 거잖아! 하지만 왠지 멋있으니까 봐준
다! 카카카카카!]
순식간에 5마리의 적을 처리한 할배와 자드는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이미 생을 마감
한 반수형 존재들의 시체들을 단숨에 먹어치워 버렸다.
"으음..? 미묘하게 개고기 맛이 나는 거 같은데?
다 먹어치운 뒤 할배는 방금 전 느껴진 맛에 대해 고찰하듯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짧
은 턱수염을 매만졌다.
[개고기고 뭐고.. 그것보다 저 녀석 위험한 거 아니야?]
자드는 벌어진 입을 이용하여 쓰러져있는 그를 가리켰다.
"음? 연기하고 있는 거 아닌가?"
[죽는 연기에 집착하는 건 할배뿐이라고!]
자드의 태클을 받으며 할배는 쓰러진 그에게 다가간 뒤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뒤집었다.
[우와..! 잘도 이딴 상처로 살아있네 이 새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만신창이의 상태에서도.. 작지만 확실하게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
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드는 그 놀라운 생명력에 감탄했다.
"큭..! 배에 구멍이 뚫린 채 죽는 연기라니..! 아직 나도 해보지 못한 걸 해버리다
니.. 요즘의 젊은이들은 무섭군.."
이쪽은 다른 의미로 그의 상처를 보고 감탄하며.. 동시에 질투 어린 시선으로 그의 복
부에 난 구멍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리고는..
"질수없다! 자드! 어서 내 복부를 파먹어라! 이대로 젊은 것에게 질 수는 없지!"
[뒤져! 뒤진다고! 구멍이 뚫리기도 전에 골골 되며 뒤지는 게 안 봐도 뻔해!]
"후회하는건 해본 다음 해도 늦지 않아!"
[늦어! 이미 뒤져버리니까 후회고 뭐고 없거든!? 근데 그 대사 조금 멋지긴 하다!]
두 명은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그의 상처를 꼼꼼히 살피며 몸 상태를 체
크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도저히 살아있을 수 없는 상태.. 하지만 그는 미약하기는 하지만 숨
을 쉬고 있었고 더 놀라운 것은..
"호오.. 재생이 되고 있군."
[이게 이 녀석의 '능력' 인 거려나?]
그들의 말대로 그의 상처.. 특히나 심한 복부의 상처는.. 천천히 기는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 구멍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이 페이스라면 대략 몇 시간 뒤에는 구멍이 말끔하게 메워질 듯싶었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방치해?]
"식량을 나눠준 은인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그러니.. 데리고 가도록 할까!"
[괜찮겠어? 우리의 '유쾌한 복수극' 에 반하는 행동인데?]
"가끔의 일탈 정도는 괜찮겠지! 거기에.. 잘하면 우리의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지!]
[너! 내 동료가 되라! 라는건가! 재밌네! 카카카카카! 그럼 빨리 옮겨버리자!]
자드는 그렇게 말하며 크게 입을 벌렸고.. 그대로 그를 머리에서부터 집어삼켰다.
[아가거어! 아그! 아거거거아거어! (빨리가자! 내가 씹어버리기전에!]
"자드! 솔직히 말해 병신 같구나! 허허허허!"
[가거아![죽인다!]
입안에 그를 수납한 덕분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자드의 이상한 발음을 놀려 먹으
며 할배는 그 장소에서 등을 돌린 채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이로서 에피소드 4 본편은 종료입니다!
에필로그 하나면 이번 에피소드도 완전하게 끝납니다!
미미와 만나는건 좀더 후일일것 같습니다!
두명의 만남을 기대하시는분들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ㅠㅠ
하지만 시나리오 진행상 아직은 떄가 아닌지라.. 더 기다려주셔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