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95화 (95/269)

0095 / 0269 ----------------------------------------------

Ep 4 발자취

늑대인간의 털로 감싼 팔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로 그의 몸을 관통했다.

허나 늑대인간은 승리를 거머쥔 승자의 얼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몹시 당혹스러

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늑대인간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인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늑대인간이 승리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고 생각한 늑대인간의 손톱은 그의 심장을 꿰

뚫지 못 했다.

무기를 천장으로 날리고 틈 투성이가 된 그는.. 늑대인간이 보기에는 아기의 손목을 비

트는 것만큼이나 간단하고 쉬운 일이었다.

단지 그것이 '의도' 된 것이 아니었다면 이러는 전제가 붙을 시에 성립되는 이야기였

다.

그는 늑대인간의 공격을  '유도' 하기 위해 일부로 틈을 만들어 심장으로의 공격을 유

도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단지.. 그에게는 늑대인간의 공격 타이밍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은 바로 '호흡'

인간의 몸으로 자신을 이긴 유일한 인물인.. '경철'이 그에게 전수해준.. 호흡을 읽는

기술을 사용한 것..

늑대인간 역시 괴물이기는 하나.. 결국 생물체.. 몸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생명을 지

속하기 위해서 호흡은 필수였다.

그렇기에 그는 수십 합 사이의 공격을 주고 받으며 늑대인간의 호흡패턴을 외웠고.. 그

로 인해 늑대인간이 어느 타이밍이 공격에 올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타이밍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날렵한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별개였

기에.. 여러 가지 의미로 이번 건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도박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

는 도박에 '거의' 성공했다.

심장을 꿰뚫기 위해 다가오는 늑대인간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추어 회피한 뒤.. 그는..

허공을 헤매는 그 팔을 위팔근(위팔근육)과 대 원근(겨드랑이 근육)을 이용하여 강력하

고 단단하게 늑대인간의 팔을 조이며 속박했다.

그리고...

늑대인간의 팔 하나를 조이고 있는 상태에서 신고 있던 신발을 천장에 박힌 중식칼을 향

해 세차게 날렸다

기세 좋게 날아간 신발은 천장에 박힌 중 식칼과 충돌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반쯤 박

힌 날이 빠지며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낙하했다.

하지만 낙하한 곳에 있는 것은 지면이 아닌.. 그에게 구속되어 팽팽하게 당겨진 늑대인

간의 오른팔이었다.

[크아아아아!!]

직각으로 떨어져내린 중식칼의 날부분이 정확하게 늑대인간의 팔에 빨려 들어가듯 박혔

고.. 늑대인간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본능적으로 왼손에 달린 손톱을 마구잡이

로 휘둘렀다.

그 탓에 그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얼굴 반쪽 정도를 흟고 지나갔고.. 그로 인해 그의

얼굴 가죽이 감자의 껍질이 벗겨지듯 순식간에 벗겨져 그 안에 감춰진 붉은 피부가 드러

났지만.. 그는 그 상태에서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웃고는.. 중식칼로 인해 덜렁 걸리는

늑대인간의 팔을 억지로 잡아 뜯었다.

본의 아니었지만.. 그가 팔을 잡아 뜯은 덕분에 속박에서 벗어 날수 있었던 늑대인간

은 고통에 신음하며 뒷걸음질 치며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히..히히히히!"

얼굴의 반이 뜯겨져 내부를 훤히 들어낸 상태에서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며 웃은 그는 잡

아뜯은 팔의 단면에 이를 세워.. 그대로 늑대인간의 팔을  거칠게 물어뜯어 그 내용물

을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바로 넘긴 뒤 피로 범벅된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뜯겨

진 부위를 억누른 채 이쪽을 보고 있는 늑대인간을 노려봤다.

"약속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먹어치워줄게. 히히히히!!"

해맑게 웃으며 말한 대로 자신의 팔을 뜯어 먹는 그를 보며 늑대인간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의 존재는 사냥감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냥꾼의 입장이라는 것을..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빨도 손톱도 없는 나약한 모습의 존재가 자신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

다.

거기에.. 방금 전 그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굴욕적인 감각을 맛본 것도 모

자라.. 자신의 팔을 잘라 뜯어먹고 있는 그에 대해 살의와 적의가 깊은 곳에서부터 올

라와 머리를 가득 채웠다.

[크르르르르!!]

늑대인간은 상처에서 손을 땐 채 날카로운 손톱을 그에게 겨눈 채 이를 들어내며 적의

와 살의를 흩뿌리며 으르렁거렸다.

비록 언어는 아니었지만.. 그 소리에 담긴 말뜻을 그는 알 수가 있었다.

'죽인다!' 늑대인간은 그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죽여봐!"

그는 뜯어먹던 팔을 으르렁거리는 늑대인간을 향해 내던지며 도발했다.

아무리 늑대인간의 한쪽 팔을 자르는 쾌거를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육

체적 능력 차이로 인해 아직까지 그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허나 그는 불리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위풍당당한 태도로 허리춤에서 미트 해

머를 꺼낸 채 계속해서 그를 경계하고 있는듯한 모습의 늑대인간에 대한 도발을 계속했

다.

그를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경계심과.. 끓어오르는 분노에서 갈등하던 늑대인간은.. 결

국.. 도발에 이겨내지 못하고 후자를 선택했다.

늑대인간의 분노가 담긴 날카로운 손톱의 일격..

하지만 그는 피할 생각도 그렇다고 맞 공격을 할 생각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서 가만

히 입가를 비튼 채 섬뜩한 미소만을 지으며 늑대인간의 일격을 기다렸고.. 이내 늑대인

간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복부에 파고들어가며 살과 내장을 해집는 기분 나쁜 소리를

흘려냈다.

"................"

비명소리하나 내지 않은 채.. 그의 고개가 힘없이 떨궈졌고 몸에서 급격하게 힘이 빠지

며 축 늘어졌다.

흡사.. 그 생명을 다해 시체가 된 듯..

[크응?]

당당하게 도발을 건 그 모습에 비교해 너무나도 허망한 결과에 늑대인간은.. 꿰뚫린 그

의 몸을 흔들어봤다.

그때마다 고기를 해집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며 그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지만..

그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축 처진 그 상태 그대로였다.

이겼다.

늑대인간은 그 반응에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승리까지 이르는 과정 자체가 몹시 허무했지만.. 그럼에도 늑대인간은 자신의 승리에 도

취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 일순간의 일이었다.

"이겼다고 생각했어?"

분명 아무런 반응도 없던.. 실이 끊어진 인형과도 같았던 그가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

어 올리며 그 흉측한 몰골로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빳빳하게 고개를 드는 행동에 당황한 늑대인간이었지만.. 진정으

로 당황하는 일은 그 이후 벌어졌다.

[!?]

고기를 꿰뚫는 기분 나쁜 소리..

하지만 그것은 그의 몸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늑대인간에게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늑대인간은 놀란 두 눈을 동그랗게 만든 채 자신의 가슴팍에 튀어나온 서슬 퍼런 칼날

의 끝부분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내려다 본 뒤.. 고개만을 돌려 자신의 등 뒤를 확인했

다.

거기에는..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좀비 한 마리가 양손으로 회칼의 손잡이를 강하게

쥔 채.. 지을 리가 없는.. 잔혹한 미소를 띤 채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정신없는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늑대인간이.. 조잡하게

소리를 흘리며 움직이는 좀비의 기척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지만.. 늑대인간은 칼날

이 심장을 꿰뚫기 직전까지 좀비가 자신의 뒤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 했

다.

왜냐하면.. 그 좀비는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 였기 때문이었다.

복부를 꿰뚫리기 직전.. 그는 화장실의 근처에 대기 시켜뒀던.. 자신이 밖에 대기 시

킨 마지막 한 마리의 좀비에게 의식을 갈아탔고 그 이후에는 기척을 최대한 숨긴 채 쥐

고 있던 무기로.. 무방비하게 펼쳐진 등 뒤로 다가가가 심장이 있는 위치에 그 칼날을

정확하게 꽂아 넣음과 동시에 의식을 다시 되돌렸다.

모든 것은 그가 이 치명상을 늑대인간에게 먹이기 위해 그가 짠 계획이었다.

고속 이동을 막기 위해 좁은 화장실로 유인한 것에서부터.. 언제라도 돌입할 수 있게

근처에 좀비를 대기 시켜둔 것.. 의식을 잃은 자신에게 추격자를 먹일 수 없게.. 사전

에 오른팔을 잘라 버린 것도.. 전부 이때를 위한.. 치명적인 일격을 먹이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할 수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대로 목숨을 잃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도박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그 예로..

그의 상태는 만신창이였다.

계획의 전에 이미 잘려버린 오른팔을 제외하고도.. 얼굴의 반은 가죽이 벗겨졌고 온몸

곳곳에 찔리고 베인 상처가 난무하였고.. 늑대인간의 팔에 꿰뚫리고 확인사살 작업에 해

집어진 탓에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물론 이 계획은 자신의 끈질기다 못해.. 치명상만 피하면 어떻게든 살아있을 수 있는

자신의 생명력을 알고 있었기에 벌인 계획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칫하면 심장이나 목을

꿰뚫려 죽을 수도 있었기에 위험한 도박인 것은 변함이 없는 일이었다.

[컥..!]

늑대인간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이 도박의 승리자인.. 그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봤

다.

아직까지 자신의 패배를 믿을 수가 없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죽어"

뼛속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차가운 그 한마디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함께.. 그 죽음

을 선사하려는 그에 대한 공포가 늑대인간의 얼굴을 절망으로 일그러 트렸다.

그 직후.. 사신의 낫과 다를 바 없는 그의 미트 해머가 늑대인간의 머리.. 정확하게는

그 눈에 박힌.. 경철이 꽂아 넣은 왼쪽 눈의 나이프 손잡이를 강하게 후려쳤고.. 그 충

격으로 인해 나이프는 두개골을 꿰뚫으며 뒤통수에서 거칠게 튀어나와 바닥에 추락했다.

심장을 꿰뚫리고도 겨우 의식을 유지하고 있던 늑대인간도 뇌 자체를 파괴 당하는 일격

에는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인지 그대로 절명했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절망에 빠진 채 죽은 늑대인간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미칠 듯이 웃으며 복부에 박힌

늑대인간의 손을 거칠게 빼냈다.

그 탓에 이미 죽어버린 늑대인간의 몸은 힘없이 타일 바닥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쓰러졌

고.. 그도 비슷하게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은 채 벽에 몸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이대로 두 눈을 감은 채 의식을 깊은 어둠에 맡기고 싶은 충동감이  일어났지만.. 아

직 그의 일은.. 그의 복수는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의 고통을 느끼면서.. 멍하니 이쪽 편을 바라본 채 서있는 좀비에

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늑대인간의 시체를 토막 내라' 라는 명령이었다.

그 명령에 따라 좀비는 들고 있던 회칼을 이용해 늑대인간을 토막내려고 했지만.. 그

때 늑대인간의 시체에 변화가 생겼다.

피부가 짓눌린 듯 일그러진 부분 외에 빼곡히 채워져 있던 늑대인간의 체모가 갑작스럽

게 부스러지듯 가루가 되어 가더니.. 이내 몸에 있는 모든 체모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

고.. 그 체모들이 몽땅 사라졌고.. 털이 사라져 맨몸이 된 늑대인간의 시체에서 뒤틀리

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얼굴이 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거기에 남은 것은 늑대의 얼굴을 한 괴물이 아니라.. 그저 일그러진 피부

가 도드라지는 흉측한 외모의 '인간' 만이 남아있었다.

갑작스러운 그 변화에 그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그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

졌다.

인간의 외형이든 괴물의 외형이든 그가 할 마무리 작업에는 하등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

었다.

"예정대로.. 먹어치워주마.."

해체 직전의 시체를 바라보며 그는 피로 얼룩져 붉어진 이빨을 드러낸 채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이데 다음화로 에피소드4 본편은 끝입니다.

이후 에필로그후 에피소드 4는 종료입니다!

그런데 미도라는 캐릭설장 짤 때 좀 일반전인 주인공들의 안티테제 느낌으로 짜긴 했는데.. 안티테제가 아니라 느낌상 악역이었다가 주인공에게 설득당해 아군이된 뒤 전투력측정기담당하는 캐릭터 같은 느낌..!

미미의 전투력은 10미도! 늑대인간의 전투력은 2미도! 이런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