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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옥상 바닥에 떨어진 오른팔을 본 그의 판단은 빨랐다.
오른팔의 절단으로 인한 고통이 뒤늦게 찾아왔지만 그럼에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펜스를 타고 넘어간 뒤 그대로 뛰어내렸다.
물론 지면을 향해 직접 뛰어내린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바로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것
그는 누군가에 의해 이미 깨져버린 창을 통해 뛰어내리다시피 안으로 들어와 달려나가
면 팔이 잘린 단면을 살폈다.
그야말로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진 듯 보일 정도로 단면은 몹시 깔끔하게 베어진 상태였
지만.. 자신의 팔을 앗아가고.. 순식간에 좀비 3마리의 목을 베어버린 흉기는 칼날이
아닌 늑대인간의 손톱에 베어진 것이었다.
어떻게..?라는 당연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
그러나 그는 그 원인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몰아친 돌풍과 순식간에 사라져.. 어느새 등 뒤로 이동한 늑대인간 그리고
베어진 좀비들의 머리와 베어진 자신의 오른팔.. 방금 전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떠올리
며 그는.. 늑대인간이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고 판단했다.
사라진 상태에서 어느새 등 뒤로 이동한 것과 순간적으로 몰아친 돌풍으로 보건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생물체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고속의 움직임.. 물리법칙을 씹어 먹는듯한 그 움직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렇고 자신보다 더 괴물 같은 괴물들에게 있어 물리법칙이나 상식 따
위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하나 이해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방금전 어째서 늑대인간이 자신을 죽이지 않아나였다.
제어를 못 해서?라고 하기에는.. 좀비들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신장 차이로 인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좀비들과 자신의 신장은 거의 흡사했기에 타당
한 이유가 되지 않았다.
만약 타당한 이유를 댄다고 한다면...
[크르르..]
늑대인간의 낮은 울음소리가 등 뒤쪽에서 들리자 그는 달리는 와중에 고개만을 돌려 늑
대인간의 모습을 확인했다.
늑대인간은 웃고 있었다.
약해진 사냥감을 괴롭히는 즐거움이 담긴.. 가학적인 웃음이었다.
"큭..!"
그는 강하게 어금니를 씹어 고개를 바로 한채 계단을 뛰어내리듯 내려갔다.
방금 전 늑대인간의 얼굴을 보고.. 그는 자신이 어째서 팔이 잘리는 정도의 상처로 목
숨을 부지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늑대인간은 그를 약화 시킨 뒤.. 느긋하게 즐기며 사냥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당한 굴욕을 몇 배로 갚아줌과 동시에 그를 절망과 공포의 구렁텅이에 처넣을 생
각이었다.
자신이 습격한 이 병원에 있던 '사람' 들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래층으로 도망간 그는 분한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자신만만하게 몰아세웠다고 생각했지만.. 늑대인간의 숨겨진 패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
로 역습 당해.. 팔 한쪽이 잘리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부상 자체는 그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팔을 절단된 것은 너무나도 뼈아픈 일이었다.
상처의 고통 때문이 아닌.. 전력의 저하가 너무나도 뼈아팠다.
그의 강점이자 전투능력은.. 양손으로 펼치는 변화무쌍한 다채로운 공격이 포인트였다.
때에 따라 재빠른 손놀림으로 무기를 던지거나 교체하거나 하는 기교스러운 공격이야말
로 그의 전투능력의 핵심..
그러나 그.. 한쪽 팔을 잘라버린 불의의 공격으로 인해 그의 강점은 죽어버렸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재주가 있는 그는 한 손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 비교해 많은 일을 할 수가 있었지
만.. 결국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안 그래도 고속 이동이라는 늑대인간의 숨겨진 패로 인해 열세에 몰린 상황에.. 왼쪽
팔로만 싸워야 하는 패널티까지 떠안게 된 그에게 있어 현재의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밖
에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죽인다..!"
그는 포기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비록 입장이 역전되어 오른쪽 팔을 빼앗기고.. 사냥 당하는 입장이 되는 굴욕을 맛보면
서도.. 늑대인간을 죽인다는 그의 의지는 비록 그 결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
는 결과가 같이 동봉된다고 해도 부동이었다.
단지 죽이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늑대인간이 자신을 가지고 놀려는 행동으로 인해 자신을 바로 쫓지 않고 느
긋하게 뒤를 밟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유라고 하기에는 애매했지만.. 머리를 굴릴 시간
은 있었다.
달리면서 그는 자신의 잘린 오른쪽 팔을 살폈다.
내장을 꿰뚫리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부상에서도 회복하는 자신의 능력은 알고 있었
지만 절단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혹시 재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살펴봤지만.. 출
혈은 분명 멎어있었음에도 재생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고속 이동이라는 위협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늑대인간을 왼손 하나인 상태로 상대
할 수밖에 없었다.
좀비가 있다면 흡혈귀와 싸웠던 때처럼 고기 방패로 이용해 게릴라전을 펼치는 것도 가
능했지만.. 현재 이 병원 안에 있는 좀비는 혹시나 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밖에 파
수를 시킨 좀비 한 마리뿐..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승률은 희박할 정도로 절
망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그는 높은..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현재의 불리한 상황을 역전 시킬 수 있는.. 자신의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한가
지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는 그것을 위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좀비에게 원거리에서 명령을 내린 뒤 달리는 속
도를 낮춰 1층으로 내려가.. 늑대인간을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유도했다.
지성이 낮은 늑대인간은 별다른 의심도 하지 않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그의 유도에 따라
그를 추격했고.. 이내 그가 들어간 곳으로 당당히 입장했다.
그곳은.. 한 개의 세면대와 2개의 소변기 그리고 한 개의 대변기를 갖춘 몹시 작은..
화장실이었다.
그리고.. 그 화장실의 끝에는 유리창을 등 진 채.. 그가 무기를 겨눈 채 서있었다.
그와.. 늑대인간.. 둘 다 체격이나 신장 자체가 큰 편이 아니었음에도 이 좁은 공간에
둘이 대치하고 있는 있는 현 상황은 밖에서 보기에는 몹시 갑갑해 보이는 모습으로..
혈투를 벌이기에는 부적절해 보이는 좁은 공간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그가 노리는 수였다.
적어도 이 좁은 화장실 안에서 늑대인간은 고속 이동이라는.. 그에게 있어서는 대처할
수 없는 최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 기술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용은 할 수가 있을 테지만.. 그것은 늑대인간에게 있어 득이 아닌 실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뒤와 양옆에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 장소에서 늑대인간이 고속 이동을 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고 해
도 이 거리와 공간에서는 어딘가에 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늑대인간의 신체능력이라면 벽이나 변기에 몸을 들이 박아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고속 이동이라는 법칙을 뛰어넘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장애물과
부딪친다면? 늑대인간의 고속 이동이 어느 정도의 속도가 나오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
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라고 한다면.. 적어도 찰과상 정도로는 끝나지는 않을 피해
를 입는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다.
아무리 늑대인간의 지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위협에 노출됐을 때 도망갈 정
도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자해나 자살에 가까운 방법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었
다.
즉.. 가장 위협적인 고속 이동은 이로써 간단한 게 봉인됐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한쪽 팔 밖에 사용할 수 없는.. 거기에 피할 공간도 공격하는 것
도 마땅치 않은 이 공간에서 싸운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불리했다.
애초에 신체적인 스펙은 그보다 늑대인간 쪽이 위였고.. 가지고 있는 무기.. 단면을 깔
끔하게 벨 정도의 날카로운 손톱은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강도를 가진 그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도륙을 내주마..! 똥개새끼!"
왼쪽 손에 들고 있는 식칼의 손잡이를 휙 휙 회전시키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며 그는
늑대인간을 도발하며 전의를 불태웠고 늑대인간은 이미 사라져버린 그의 오른쪽 팔을 우
습다는 듯이 쳐다본 뒤 자신의 칼날 같은 손톱을 꺼내 들었다.
좁은 공간에서 두 괴물은 자신의 무기를 상대방에게 겨눈 채..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
황을 연출했다.
누구 하나 움직일 생각 없이 서로를 그저 노려보는 상황 속에서 무겁고 답답한 침묵만
이 좁은 공간을 가득 매웠다.
그러나.. 그런 답답한 침묵을 깨 듯 세면대의 거울에 서려 있던 물방울이 조용히 세면
대의 수도구로 떨어지면.. 아주 작은.. 아주 미세한 작은 소리를 흘렸고.. 극한으로 감
각을 날카롭게 만든 두 괴물에게 있어서는 그 소리는 기폭제로서의 역할이 되기에는 충
분했다.
좁아터진 답답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두 괴물은 물불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향해 튀어
나간 두 괴물은.. 각자의 무기를 거칠게 휘둘렀다.
양옆의 장애물에 걸리지 않기 위해 찌르기 공격이나 세로축의 공격밖에 할 수 없는 상황
에서.. 그는 묵직한 중 식칼을 위에서 아래로부터 일도 양단의 기세로 힘껏 내리쳤
고.. 늑대인간은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오른손을 수도 상태로 만들어 몸째로 관통하기
위해 기세 좋게 찔러 들어갔다.
피할 곳이라고 없는.. 그야말로 상대방의 공격을 최소한의 피해를 받으며 싸울 수밖
에 없는 공간이었기에.. 그의 중 식칼은 늑대인간의 오른쪽 어깨에 닿았고 늑대인간의
손톱은 그의 왼쪽 어깨에 닿았다.
늑대인간 쪽의 속도가 빠른 탓에 찔린 것은 그가 먼저였지만..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
는 상처는 서로가 줄 수가 없었고.. 두 괴물은 서로에게 대미지를 주기 위해 다시 자신
들의 무기를 쉴 새 없이 거칠게 휘둘렀다.
피가 튀고 살이 튀며.. 화장실의 벽과 바닥을 더럽히며 두 괴물은 고통을 잊은 듯 쉴
새 없이 자신들의 무기를 휘두르고 급소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며
자신의 몸을 치명적인 공격들을 막아서는 도그파이트를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한 손밖에 없는 그가 열세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정해진 결과였다.
그의 휘둘러진 중 식칼과 늑대인간의 손톱이 격돌했고.. 왼손만으로 개싸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처절한 혈투를 벌인 탓에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아니면 잔뜩 흘리 피
로 인해 미끄러웠던 것인지.. 그가 쥐고 있던 중 식칼의 손잡이에서 그의 손이 떨어져
나가며.. 중 식칼은 기세 좋게 화장실을 천장을 향해 날아가 그대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날이 반쯤 박혔다.
한 손밖에 쓸 수 없어 미처 무기도 꺼내지 못한 채 맨손의 무방비 상태가 된 그의 심장이 뛰고 있는 거는 왼쪽 가슴을 노린 늑대인간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곳을 찔렀다.
"크윽!"
고통에 찬 그의 신음과 동시에..
늑대가 내 지른 손톱이 그의 몸을 관통한 듯 손톱과 털투성이의 손이 그의 뒤편을 향
해 비집고 나오듯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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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미도의 영압이 사라졌다..!?
이제 에피소드4도 2화정도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