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3 / 0269 ----------------------------------------------
Ep 4 발자취
교차한 칼날에서 울려 퍼진 불쾌한 소리를 듣자마자 늑대인간은 날카로운 손톱을 빼낸
채 별다른 예비동작도 없이 신속한 움직임으로 지면을 박차 도약했다.
"큿..!?"
반수형의 존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높은 신체능력을 자랑하는 늑대인간의 속도에 혀
를 차며 자신의 향해 내리 꽂혀 오는 손톱을 교차한 칼날로 막아 냈다.
속도와 무게.. 그리고 강도 높은 손톱이 합쳐진 그 일격은 몹시 묵직했고.. 동시에 그
충격을 버티기 위해 근육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가장 처음 싸웠던 괴물과 비교하면 그렇게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힘을 충분
히 뛰어넘는 근력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힘에 짓눌리거나.. 무기가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뒤에 대기하고 있던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좀비들은 그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듯
무기를 든 좀비 5마리는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린 채 묵직한 움직임으로 힘 대결 중인
늑대인간을 향해 가지고 있는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힘겨루기를 포기한 채 잽싸게 뒤로 도약한 늑대인간의 회피행동으로 인해
좀비 5마리의 공격은 애꿎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으응?]
좀비 5마리의 공격을 피한 늑대인간은 눈가를 씰룩 거리며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거기에는 어느새 과도 한 자루가 반쯤 박혀있었고 그 사이로 작은 양의 출혈이 일어나
늑대인간의 털을 천천히 적셔가고 있었다.
팽팽한 힘 대결을 하는 상태에서 좀비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늑대인간이 힘을 빼 뒤
로 도약하는 그 일순간..! 그는 손목에 숨겨두고 있던 과도를 순식간에 손목에 박아뒀
다.
정말로 일순간의 일이었기에 늑대인간조차도 뒤늦게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
을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을 노린 공격이었다.
하나 늑대인간은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 태연하게 상처를 방치하고는 즐겁다는 듯
입을 벌려 웃었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충분하게 유효한 부위였지만 신체능력이 높은 괴물답게 이 정도의 공
격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충분한 결과였다.
혹시 그때의 괴물처럼 온몸을 갑옷으로 두른 것처럼 단단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하고 있
었지만.. 그 걱정은 방금 전의 공격으로 사라졌다.
분명 늑대인간의 신체능력은 평범한 인 같은 뛰어넘는 그의 신체능력보다 위였지만.. 적
어도 압도적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었고.. 심장이나 눈 이외에는 별다른 공격이 통하
지 않던 그 괴물과 비교하면 '약한' 상대였다.
"똑같이 만들어줄게..! 똥개새끼야!"
그는 식칼의 손잡이를 재주 좋게 돌려 역수로 식칼을 잡은 뒤 탄환과 같은 기세로.. 늑
대인간을 베기 위해 튀어 나가며 동시에 좀비들에게 머릿속으로.. '늑대인간이 죽을 때
까지 쉬지 않고 공격해라' 였다.
일일이 그때그때 명령을 내리는 것은 타임 렉이 발생하고 그만큼 정신에 부담이 갔기에
하나로 통합하여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자신이 조종을 한다고는 해도 결국 지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세세한 동작은 할
수 없었지만.. 좀비들의 조잡한 공격에도 대미지를 입는 늑대인간에게 있어서는 좀비들
의 공격을 회피하거나 막거나 하는 등의 어떠한 동작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 틈이
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노리고 있는 바였다.
튀어나간 그는 역수로 쥔 식칼을 번갈아가며 휘둘러 늑대의 급소를 베기 위한 공격을 퍼
부었다.
공격 하나하나가 각종 급소를 정확하게 노리는 날카로운 공격이었건만.. 늑대인간은 그
정확한 공격을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종이 한 장 차이로 완벽하게 피해내며 거기
에 한술 더 떠 강철같은 손톱을 휘두르는 반격까지 행했고 그 신속한 반격을 미처다 피
해 내지 못한 탓에 얼굴에 사선으로 날카로운 손톱자국이 새겨졌다.
혈관을 건든 것인지 상처의 깊이에 비해 많은 피가 그의 얼굴을 적시며 그 눈동자에도
피가 들어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눈을 감지 않은 채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리고.. 명령 전달을 받은 좀비들이 그의 옆을 지나치며 우악스럽게 무기를 들어 올리
며 늑대인간을 향해 막무가내의 공격을 퍼부었다.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그저 늑대인간을 대상으로 위에서 아래로부터 내리치는 형태의
몹시 단순한.. 원 패턴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공격이라고는 하나.. 있는 힘을 다해 날카로운 흉기를 휘두르는 공격을
그대로 맞고 있을 정도로 방어력이 좋지 못한 늑대인간은 당연하게 그 공격을 여유로운
동작으로 회피하며 그때와 마찬가지로 재빠른 반격을 가해 좀비의 목을 손톱으로 꿰뚫었
다.
그가 노린 대로.. 좀비들을 방치할 수 없던 늑대인간은 그에게 집중하고 있던 시선을
나눠 좀비들에게 투자했고.. 그것은 그에게 있어 안성맞춤인 기회였다.
그는 좀비들의 공격을 회피하며 반격하려는 늑대인간을 향해 쥐고 있던 식칼 2자루를 있
는 힘껏 투척했다.
당연히 늑대인간은 미리 그것을 눈치채고 한 자루는 손톱으로 튕겨내고 한 자루는 고개
를 뒤로 젖히는 것만으로 피해 그의 공격을 전부 무효화 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공격의 끝은 아니었다.
그의 코트 아래에는 아직도 40자루가 넘는 투척전용의 과도들이 즐비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그는 한 손에 4자루 씩 총 8자루의 과도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 그것을 동시에 손가락
사이에서 사출 시켰다.
동시에 여러방향으로 사출된 8자루의 과도.. 곧이어 똑같이 8자루를 꺼내 늑대인간이
회피할만한 모든 궤도를 향해 투척했다.
미리 사출된 8자루와 후에 사출된 8자루.. 총 16자루의 과도가 순식간에 좀비들과 늑대
인간이 대치하는 공간에 뿌려졌고.. 좀비 5마리의 공격과 전 방향에서 날아오는 16자루
의 과도를 전부 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늑대인간의 몸에 그가 뿌린 과도의 반수가 꽂혔고.. 반수는 자신이 조종하는 좀비
들에게 꽂혔다.
이것이 만약.. 이미 죽어버린 좀비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 즉 인간의 아군이었다면 그
야말로 제정신이라고 말할 수 없는.. 프렌들리 킬 행위였지만.. 그가 조종하고 있는 아
군의 입장이었지만.. 그에게 있어 결국 좀비들은 일종의 소모품과 다를 바 없었기에 이
러한 막무가내로 과도를 던지는 작전을 짤 수가 있었다.
몸 이곳저곳에 과도가 꽂힌 늑대인간은 아직 힘이 넘치는 것인지 뒤를 향해 도약하여 좀
비들과 그에게서 거리를 벌린 채 머리를 감싸고 있던.. 과도 40자 루가 꽂혀 출혈을 일
으키고 있는 양팔을 천천히 내렸다.
늑대인간의 날 카라 온 눈에 떠오르는 감정은 분노.. 그 자체였다.
방금 전까지 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여유로운 태도와 비교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
었다.
그리고 그 늑대인간의 반응은.. 그의 공격이 늑대인간에게 위협적인 일이었다는 것을 나
타내는 것인 증거이기도 했다.
"그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 "
그는 차가운.. 하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분노가 내재된 목소리로 회칼을 허리춤에
서 뽑아 그것을 늑대 인가에게 겨눴다.
그는.. 병원 사람들이 당한 고통과 절망을 갚아주기에는 아직도 한참 한참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좀 더 눈앞의 괴물이 괴롭게 울부짖으며 몸속의 내장을 밖으로 꺼내 놓은 채 꼴사납게
바닥을 기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불꽃이 꺼질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적어도 이
괴물에게는 그 정도.. 아니 그 이상으로 괴로워주지 않으면 안 됐다.
잔혹하게 살해당한 그들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가..!"
그는 좀비들에게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좀비들은 다시 한번 상처 입은 늑대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갔고.. 그
는 한 손에 회칼 다른 한 손에는 4자루의 과도를 뽑아 언제라도 늑대인간을 노릴 수 있
게 자세를 잡았다.
본능적으로 인지.. 아니면 이성적인 판단인지 알 수 없었지만.. 늑대인간은 자신이 불
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대로 등을 돌려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과도를 던지기에는 이미 늦을 정도로 빠르게 달려 나가며.. 그가 쫓기 위
해 발을 뗀 그 순간에는.. 이미 병원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도망갈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는 한 마리가 죽어 총 4마리가 된 좀비들을 대동한 채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늑대인간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건물 안에서 울리는 격한 소리로 인해 알 수 있었다.
그는 같이 건물 안으로 들어온 한 마리를 밖으로 보냈다.
만약 아까와 같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도망가려고 한다면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밖으로 한 마리를 보낸 그는 계단을 향해 달렸다.
그때마다.. 싫어도 눈에 들어오는 병원의 처참한 광경에.. 눈을 질끈 감고 싶어졌다.
반쯤 먹힌 시체나.. 널브러진 팔 다리들과 내장들..
그것이 누구의 것들인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기에 그는 최대한 그것들을 보지 않기 위
해 노력하며 옥상으로 향했다.
건물 안의 처참한 광경을 확인한 탓에 그에 감정은 더욱더 거세고 격하게 불타는 상태
가 됐다.
그리고.. 옥상에 도달해 늑대인간의 작태를 본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분노
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옥상으로 도망간 늑대인간이 한 행동은.. 펜스를 넘어지면을 향해 뛰어내리는 것도 아니
었고.. 그렇다고 위협에 떨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늑대인간은 먹고 있었다.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형체의 고깃덩어리를.. 눈알이라고 생각되는 동그란 물체를 그 이
빨로 잘근잘근 씹으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것이 누구의 얼굴인지 확실하게 특정 지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체를 뜯어먹고 있
는 늑대인간
그리고 그 시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병원의 누군가라는 것
을 알고 있는 그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것 같은 감각이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여버린다!"
그는 격한 감정을 토해내며 들고 있던 과도를 막 식사를 끝낸 참인 늑대인간을 향해 내
던지며 동시에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자신 역시 회칼을 늑대인간에게 겨눈 채 뛰쳐
나갔다.
식사를 끝낸 늑대인간은 잽싸게 몸을 돌린 뒤 양손의 손톱을 휘둘러 과도를 모두 튕겨냈
다.
그러나 그것은 늑대인간을 붙잡아 두기 위한 미끼일 뿐.. 본 공격은 그와 좀비들이었
다.
"죽어!!"
동시에 공격해 들어가는 4개의 칼날이 그 털로 뒤덮인 몸을 가르고 꿰뚫려던 그 순간..
늑대인간의 몸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을 의심한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들을 향해 새 찬 돌풍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돌풍이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본 그는.. 어느새 자신이 뛰쳐
왔던 장소에 등을 돌린 채 서있는 늑대인간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어..?"
그의 김빠진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고.. 동시에.. 툭 하고 자신과 같이 공격하던 좀비
들의 머리가 바닥에 힘없이 떨어지며 그 목의 단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피의 분수
를 연출해 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에게도 이변은 닥쳤다.
그의 손에는 방금 전까지 늑대인간에게 쑤셔 넣기 위한 회칼이 들려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회칼을 들고 있어야 할 오른손 그 자체가.. 붙어있지 않았다.
정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이 현상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닥에 시선을 내렸다.
거기에는 피의 웅덩이 위에 덩그러니 놓인 자신의 팔이.. 회칼을 들고 있는 자신의 오
른팔이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팔하나가 날아간 미도에게는 미안하지만..
저 오늘 생일입니다!
하지만 출근.. 야근..출야출야출야..힛..히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