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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추악하게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원래의 모습을 알고 있던 그는..
차마 과도를 던질 수가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무기를 휘두를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위해를 주는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큭..!"
결국 그는 자신의 안에 있는 망설임에서 등을 돌려 자신이 세워둔 스쿠터로 달려갔다.
아직 엔진을 끄지 않은 탓에 스쿠터는 엑셀을 당기는 것만으로 엔진을 울리며 곧바로 이
동을 개시했고.. 그는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다가오는 병원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린
채 도망갔다.
하지만 아직 가속이 부족한 탓에 선두에 있던 한 명이 스쿠터로 도망가는 그의 어깨에
삐죽한 이빨을 그 등에 박아 넣었다.
뇌리에 스치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던 칼을 얼굴에 박아 넣
으려는 행동을 하려던 그는 겨우 자신의 본능을 억제한 채.. 자신의 등에 매달려 어깨
를 물어뜯고 있는.. 존재를 울 것 같은 얼굴로 바라봤다.
"미안.. 정말로..미안.."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칼날을 꽂아 넣을 수 없던 그는..
얼굴을 잡아 들어 올려 등에서 때어낸 뒤 그대로 힘을 주어 등에 매달린 존재를 밀어 떨어트리며 사과하한 뒤 더욱더 강하게 엑셀을 당겨 힘찬 엔진소리를 울리며 가속했다.
그들이 신체능력은 인간보다 위였고 그에 맞게 달리는 속도도 인간보다 훨씬 빨랐지만.. 결국 한계까지 속도를 끌어 올려 가속하는 스쿠터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인지 점점 그 거리가 멀어졌고.. 5분 정도를 달렸을 때쯤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더욱더 멀리 떨어지려는 듯 스쿠터를 운전해 30분 가까이 달려
나갔고.. 그제야 그는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급브레이크를 잡아 거칠게 스쿠터를 세운 채 불안한 발걸음으로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담벼락에 다가가 등을 댄 채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어째서... 아저씨도.. 신나도.. 다른 사람도.."
그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거칠게 감싼 채 중얼거렸다.
머릿속에는 며칠 전 그들이 자신들을 마지막으로 배웅해 주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걱정하는 나라와.. 뒷일은 맡기라고 하던 경철.. 자신을 웃으며 배웅해주던 병원 사람들의 모습..
하지만 자신을 배웅해주던 이들은 더 이상 없다는.. 잔혹한 현실에.. 가슴이 뜯겨나가
는 고통에 몸부림칠 것 같았다.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가..?
어째서.. 그들이 그런 꼴이 되어야 했는가..?
어째서.. 자신의 소중한 존재들은 사라지는 것인가..?
"그 사람들이랑 시시덕 거리지만 않았어도..!"
그는 기괴한 두 인물.. 할배와 자드를 떠올리며 순간적으로 그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것은 번지수가 틀리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그들이 보답으로 준 스쿠터가 있었기에 그는 예정보다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
다.
만약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었다..
결국.. 이 일은 자신의 탓도.. 할배와 자드의 탓도 아니었다..
"개새끼...!"
그는 어금니에 금이 가는 것 아닐까 할 정도로 강하게 이를 악물며 자신이 도망갔던..
병원이 있는 방위를 보며 거친 말을 토해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자신이 분노하고 원망해야 하는.. 현재로서 모든 살의를 퍼부
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해 떠올리자.. 혼란스러웠던 가슴에 분노의 불꽃이 타올랐다.
그러나..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모한 '그 들'을 죽이지 않으면 되지 않았다.
어째서 그들이 그런 모습으로 변화했는지에 대한 것은 이미 한 번.. 이 비슷한 존재들
을 본 적이 있는 그는.. 단번에 어떤 존재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감염된 것이었다.
일반적인 좀비가 아닌.. 늑대인간형태를 한.. '좀비' 혹은 좀비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
는 늑대인간..
어떤 것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결국 그들을 감염시켜 변모하게 한 것이 늑대
인간이라는 사실은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상냥한 사람들도 아니며.. 원래대로 나
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결론적으로 그 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자신이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자 그의 칼을 쥔 손이 거칠게 떨려왔다.
알고 있었다.
그들을 그 추악한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을..
하지만 자신의 칼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순간을 상상하자 몸이 격한 거부를 보였다.
병원 사람들과 지금의 그들은 더 이상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생전
의 상냥한 그 모습들이 떠올라 죽일 수가 없었다.
"미안.. 다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이 그 추악한 저주에서 해방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 밖에 죽여줄 수 없는 것에 대해..
결국 참지 못하고 축축해진 눈가에서 한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코트의 소맷자락으로 거칠게 닦아 낸 뒤 기대고 있던 벽에서 일어
나.. 힘없는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필요한 '말'을 찾아 헤
맸다..
그리고.. 2시간 후..
병원의 부지 내는 2개의 세력이 뒤섞인 채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이는 전장으로 바뀌
어 있었다.
한쪽의 세력은.. 늑대인간이 감염시켜 만든.. 30마리가 넘는 반수형의 존재들
그리고 다른 한쪽은.. 100마리가 넘는 일반적인 '좀비' 들이었다.
어째서 그 존재들이 서로 격돌한 채 서로를 물어뜯으며 싸우고 있는 것인가?
이 전장을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그' 였다.
결국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목숨을 끊어 저주를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됐지만..
그는 도저히 자신의 칼을 그 몸체에 박아 넣을 수가 없었다.
죽이지 않으면 안 됐지만..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방법
은 '좀비'들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자신 이외의 존재들을 전원 적으로 인식하는 좀비들에게 있어 그들 역시 적으로 인식 당
한다는 것은 을 몇 달 전 조우한.. 미라들을 통해서 숙지하고 있던 그는 좀비들을 몰
아 그 진로를 병원으로 유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방법은 태양 교단이 병원을 습격했을 때 사용한 방법과 흡사한 방
법이었다.
설마 자신이 이런 식으로 좀비들을 이끌고 병원을 습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
는.. 자신이 생각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방법은 몹시 효율이 좋았다.
이 방법을 태양 교단이 사용한 이유도.. 자신들의 병력이나 체력 등을 온전히 보존한
채 상대방의 전력을 깎아 낼 수 있는 효율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그는 추가로.. 5마리의 좀비들에게 무기를 쥐여주는 것으로 무장을 강화하여 물
어뜯는 거나 팔을 휘두르는 것 외에는 공격 수단이 없는 좀비의 공격력을 억시 킬 수
도 있었기에.. 그에게 있어서는 이 방법은 최적의 전법이었다.
물론.. 그의 솔직한 심정으로서는 이런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자신의 보금자리를.. 어쩔 수는 없다고 해도 더럽히는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벌인 일로 괴로워하고 있는 와중에도.. 상대방의 전력은 점차 줄
어가고 있었다.
반수형의 존재들이 신체능력이나 지능 면으로 더 높았기에 좀비들을 단숨에 쓰러트릴 수
는 있었지만.. 결국 3배가 넘는 수의 폭력과.. 그 사이에 무기를 든 채 숨어있는 5마
리의 좀비가 치명적인 공격을 퍼부음으로써.. 30마리가 넘던 수는 반 이상이 줄어든 상
태였고 그에 비례해 좀비들도 반수가 넘게 쓰러진 상태였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지나며.. 좀비들의 수가 대략 20마리 정도가 남았을 때쯤.. 좀비들
과 반수형 존재들의 사투는.. 좀비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정문의 앞에서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그는.. 조용히 혈투가 끝난 장소로 다가갔다.
그러자 무기를 든 5마리의 좀비 외에 나머지의 좀비들이 우악스러운 소리를 흘리며 그에
게서 멀어지기 그와 반대편의 방향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러는 그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좀비들의 시체를 밟고 넘어.. 처참하게 죽은 존재들
의 시체들을 향해 다가갔다.
"미안.. 정말로.. 미안해...
이를 꽉 문 채 그는 피투성이의 시체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고.. 동시에 그의 두 눈에
서 눈물이 흘러내려.. 뺨을 타며.. 붉게 물든 시체들 위에 떨어져 내렸다.
몇십 초간 고개를 숙인 채 완전하게 끝나버린.. 그들에게 묵도를 한 그는 조용히 고개
를 들어 올린 뒤
코트의 품속에서 식칼 2자루를 꺼내 양손에 쥐고는 옥상을 올려다봤다.
거기에는.. 옥좌에 앉은 왕과 같은 느낌으로.. 물탱크 위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늑대인
간이.. 이쪽을 흥미롭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음은.. 너야..!"
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옥상 위의 늑대인간을 노려보며 칼날을
겨눈 채 외쳤고.. 그런 그를 옹호하듯 그의 무기를 나눠 가진 5 마리의 좀비가 투박한
움직임으로 그를 따르듯 뒤에 줄 섰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늑대인간은 물탱크 위에서 도약해 옥상의 펜스를 훌쩍
넘은 채.. 그가 위치한 지면 쪽을 향해 바로 낙하했고.. 발이 지면에 닫기 전 건물의
벽면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긁어 속도를 완전하게 줄인 뒤.. 그와 몇 미터 정도 거리가
있는 지면에 사뿐하게 착지했다.
[크르르르르!]
지면에 착지한 늑대인간은 흉측한 얼굴을 더욱더 흉측하게 일그러트리며 말뚝을 연상케
하는 삐죽한 이빨을 드러낸 채 그에 대한 전의를 들어냈다.
그와 반대로 가까이서 늑대인간을.. 정확하게는 늑대인간의 왼쪽 눈에 깊숙하게 박혀 있
는 나이프의 자루를 본 그는 울컥했다.
그 나이프의 주인이자 그 눈에 박아 넣은 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나이프의 주인이 어떻게 됐는지는.. 늑대인간이 뜯어먹고 있던 팔
로 인해 희망적인 관측을 전혀 품을 수 없는.. 그저 절망과 슬픔 밖에 없는 결과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있었더라면.. 그런 생각이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법이
었다.
그저 지금 이 상황에서 억울하고 처참하게 죽어간 그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죽여주마..!"
그는 죽은 자들에게.. '원흉' 이자 '원수'의 목을 받치기로 마음먹은 채 2자루의 칼날을 교차한 채 적의와 살의를 토해냈다.
============================ 작품 후기 ============================
개인 전투능력은 괴물들중에서 제일 최약체인 미도지만.. 때쟁 에서는 역시 미도능력이 제일 사기가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이번 에피소드까지 3~4화 정도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