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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91화 (9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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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그는 할배와 자드에게 같이 자신들의 아지트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자신 같은 괴물도 받아들여준 그들이라면 조금 기괴하기는 했지만 그들도 충분하게 포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단호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떤 무리나 집단에 소속될 생각도 없었고..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행동방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과 헤어진 그는.. 식량에 대한 보답으로 받은 스쿠터를 타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도보보다 훨씬 빠른 이동속도로 인해 예정보다 하루 정도나 빨리 병원에 다가갈 수 있었던 그는 뒤세 실은 자신의 배낭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병원에서 찾은 약들 외에도.. 뒤져보려고 했었던 슈퍼에서 담배와 술들을 발견할 수 있

었기에 다량의 담배와 소량의 술들이 들어차 있었다.

술과 담배를 발견했을 당시 할배와 자드도 같이 있었던 탓에.. 술은 나눠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흡연가가 아니었던지라 다량의 담배는 자신이 독점할 수 있었다.

술은 소량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담배는 흡연하는 이들이 한 갑씩 나눠가져도 될 정

도로 많은 양..

이것을 받고 사람들이 기뻐해 줄 생각을 하니 괜스레 자신도 기쁘다고 생각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스쿠터를 능숙하게 운전하여 여기저기 널브러진 장애물들을 피해 얼마 남지 않은 병원을 목표로 해 달려가던 그는 이내 육안으로 병원을 볼 수 있는 거

리에까지 도달했고.. 어서 빨리 배낭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스

쿠터의 속도를 더욱더 올렸다.

그리고..

병원의 정문에서 몇십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 행복했던 그에게 지독한

불행이 침투해 갔다.

차가운 바람을 타고 병원 쪽에서 날아오는 진한 피 냄새..

한 명 두 명 정도로의 피로 나올 수 없는.. 머리가 어질 걸릴 정도의 농후한 피 냄새

가 그의 후각을 범했다.

이 피 냄새의 근간이 되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그의 똑똑한 머리는 단번에 답을 도출

해냈다.

하지만.. 마음은 그 답을 거부했다.. 아니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기쁨에 뛰던 심장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는 절망의 색을 띈 얼굴을 한채 스쿠터의 액셀을 최대로 땅겨 한계의 속도까지 가속했

다.

자신의 머리에서 도출된 그 답이 틀리기를 빌며.. 거친 엔진 소리를 울려퍼트리며 달렸

다.

하지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날아가 버린 정문을 통해 병원의 부지 내로 발을 디딘 그 순간..

그는 악몽과도 같은 광경을 그 눈에 담을 수 밖에 없었고.. 그 악몽을.. 아니 현실에

펼쳐진 지옥과도 같은 광경을 부정하듯 비통하고 처참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평소의 이 시간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웃고 떠들며 일과 후의 자유시간을 만

끽하고 있어야 했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단 한 명

도 없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피로 얼룩진.. 뜯어먹힌 듯 이곳저곳이 심하게 훼손된 처참한 시체들

뿐이었다.

스쿠터에서 내린 그는 영혼이 빠진 얼굴을 한채 터벅터벅 힘없는 걸음으로 근처에 있는

시체.. 얼굴만이 남은 시체로 향한 뒤 쭈그리고 앉아 얼굴 반쪽이 뜯어먹힌 시체를 조

심스럽게 들어 올리고는.. 그 얼굴 중 멀쩡한 쪽의 피로 얼룩져 있는 얼굴을  자신의

코트 자락으로 슥슥 닦아냈다.

"반장..아저씨.."

떠나기 직전 자신에게 웃으며 농담을 건넸던 반장이었다.

겨우 반만 멀쩡한 그 반쪽 얼굴은 원통하다는 듯 눈을 뜬 채였다.

그는 나올 것 같은 눈물을 집어삼키며 조용히 반장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눈을 감겨줬

다.

"너희들 전원.. 곱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반장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지면에 둔 채 천천히 일어나며 그는 중얼거렸다.

[크르르르르르르!]

어느새 그의 주변은 커다란 입을 벌린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그를 위협하고 있

는 인 외의 존재 5마리가 그를 포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포위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눈을 감은 상태로 몸을 똑바로 일으킨 뒤..

자신 안에 흐르는 절망과 슬픔을 억누르며 그 대신 이 참혹한 현장의 원흉일 존재들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며 천천히 눈을 뜸과 동시에 품속에서 2개의 식칼을 꺼내 양손에 쥐

었다.

"죽여주마..죽여주마..죽여주마..죽여주마.. 죽여주마아아아아!!"

그는 흥분한 투우소와 같은 기세로 인 외의 존재들에게 돌진 했다.

그것을 신호로 인 외의 존재들도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들어낸 채 돌진하는 그에게 공

격을 시작했다.

"죽어..!"

그는 가장 먼저 노린 인 외의 존재에게 과도 2자루를 순식간에 날렸다.

하지만 예상 이상으로 몸놀림이 빨랐던 지라 머리를 노렸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맞았

고 그것은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는지 인 외의 존재는 곧바로 그에게 날카로워 보이

는 손톱을 휘둘러 반격에 나섰다.

"칫..!"

그 속도가 사뭇 빨랐기에 그는 피하는 것 대신 식칼의 면으로  날카로워 보이는 손톱

을 막아 낸 뒤.. 곧이어 뒤에서 달려온 또 다른 존재가 무방비하게 펼쳐진 그의 등짝

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기에.. 그것을 막기 위해 다른 한 자루의 식칼도 마찬가지로 칼

날의 면을 이용해 막았다.

확실히 속도는 빠르긴 했지만.. 근력 자체는 그다지 높지 않았기에 충분히 2마리의 공

격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단지.. 현재 그를 노리는 것은 2마리를 제외하고도 3마리가 남아 있었기에 이대로 힘겨

루기를 할 수 없었던 그는 쥐고 있던 식칼의 손잡이에서 단숨에 손을 때어버렸고.. 갑

작스럽게 대치하던 힘이 없어지자 인 외의 존재 2마리는 비틀 거리며 균형을 잃고 앞으

로 쓰러졌다.

그리고.. 균현을 잃은 두 마리는 어느새 코트에서 새로 뽑은 그의 2자루 식칼과 충돌했

고.. 그대로 눈에서부터 뇌까지 꿰뚫려 기분 나쁜 소리를 흘리며 절명했다.

그는 머리를 꿰뚫은 식칼을 회수하지 않고.. 다시 손잡이에서 손을 땐 뒤 허리춤에서 2

개의 중 식칼을 꺼낸 뒤 양손을 교차 시킨 채 지면을 박차 올라 공중에 도약해 자신을

공중에서부터 덮치려는 3마리의 존재를 향해 사정없이 휘둘렀다.

그로 인해.. 지면과 2미터 정도 떨어진 허공에는.. 안면이 갈라지고 목이 날아가는 사

체가 순식간에 생성됐다.

그가 가볍게 지면에 착지 했을 때쯤.. 곧이어 피의 비와 함께 처참한 몰골로 살해된 사

체들이 굉음을 내며 지면에 떨어져 나갔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병원을 참혹한 현장으로 바꾼 원인들을 해치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

고 그는 무기를 쥔 채 경계의 태세를 취했다.

너무나도 약했다.

물론.. 보통 인간과 비교하면 몸놀림이 확연하게 빨랐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잘 훈련된 병원의 생존자들이 충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범위였다.

거기에..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철' 이라면 5마리 정도라면 별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만약 이 수준으로 병원을 전멸 시키려고 한다면 수십 마리는 있어야 가능할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인 외의 존재들보다 더욱 강력한 '괴물' 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

다.

그렇기에 이 5마리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의 예상대로 이 5마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존재가 병원의 옥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털로 뒤덮인 늑대의 얼굴과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늑대인간이라는 말이 단번에 떠오

르는 외모와 이곳저곳이 추하게 일그러지고 왼쪽 눈에는 나이프가 박힌 상태의.. 기괴

한 괴물을 더욱더 기괴하게 보이게 하는 추악한 외모의 괴물..

그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 떄' 의 괴물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먹이 사살의 최정점에 군림하는.. 힘과 존재감을 과시하는 존재..

자신의 본능이 도망가라고 경종을 울릴 정도의 위협..

늑대인간의 괴물을 보며 그는.. 그때와 같은 감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런 감각을 단번에 날려 버릴 정도로 그의 분노는 한계를 뛰어넘어 있었다.

진정한 원흉인.. 저 무시무시한 존재를 찢어발겨 죽이고 싶다는 충동 감히 공포와 같

은 감정을 덮어 씌어가며 오로지 분노와 살의만을 부각 시켰다.

그리고.. 한계에 도달한 그의 분노를 단숨에 돌파하게 만든 것은.. 늑대인간이 손에

든 채 뜯어 먹고 있는 물건이 원인이었다.

일반인보다 확연하게 큰 '팔'..

그리고 이 병원 내에서 저 정도 크기의 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거구를 자

랑하는 '경철' 밖에 없었다.

"내려와.. 내려와..! 똥개새끼야아아아아!!"

그는 병원 건물의 옥상을.. 충혈 되어 붉게 변한 두 눈을 우악스럽게 뜬 채 늑대인간

을 향해 무기를 겨눈 뒤 자신의 분노와 살의를 농축시켜 외쳤다.

그러나 늑대인간은 그런 그의 분노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들고 있는 팔을 음미하듯 느긋

하게 뜯어 먹으며 그 상태로 그를 하찮다는 듯 내려다봤다.

"개새끼가..! 개새끼가..! 너도 씹어먹어주마..! 더러운 그 고기를.. 잘근잘근 씹어먹

어주마!"

그는 늑대인간을 도발하듯 하얀이를 들어내며 외쳤고.. 그 말은 늑대인간의 심기를 건드

린 것인지.. 경철의 팔을 뜯어먹던 그 움직임이 멈췄다.

늑대인간은 들고 있던 팔을 휙 하고 자신의 등 뒤로 내던진 뒤.. 내려다보고 있던 얼굴

을 조용히 새파란 하늘 위로 들어 올려 입을 반쯤 열었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늑대의 울음소리를 닮은 소리로 울었다.

그러자.. 건물의 내부에서 우당탕탕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며 병원의 입구에서 방

금 전 그가 쓰러트린 것과 비슷한 외모의 존재들 수십 마리가 우르르 밖으로 튀어나왔

다.

"개새끼가..!"

그는 거친 말을 토해내며 옥상 위의 늑대인간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본 뒤 튀어나온 존재들을 상대하기 위해 시선을 돌려.. 자세를 취했다.

늑대인간을 씹어 삼키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는 한시라도 빨

리 도륙을 내기로 마음 먹고는 품에서 과도를 꺼내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녀석들의 머리

를 노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평소와 같이 과도를 던질 수가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과도를 던지지 못한 그는 얼굴을 일그러 트리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존재들을 바라봤

다.

뺨까지 쫙 찢어진 입과 그 사이로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의 흉측한 그 존재들.. 인간과

는 확연하게 다른 그 존재들을 그는 방금 전 순식간에 죽였다.

그것들을 죽이는 것에 저항이나 망설임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그 저항과 망설임이 생겨났다.

방금 전의 그 존재들과는 다르게.. 그 얼굴들은 그에게 있어 몹시 익숙하고 친밀한 얼

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자신에게 상담하거나..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자신과 밥을 먹거나 자신과 같이 일을 하거나 자신과 같이 놀거나 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었다.

그를 찢어 죽이기 위해 달려오는 그 존재들..

그인 외의 존재들은 원래 인간이었던.. 다름 아닌 괴물인 그를 이해하고 받아준.. 그에게 있어 몹시 소중한..  '병원의 인간' 들이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슬슬 에피소드 4도 막바지에 들어가네요..

그리고.. 제 주말도 출근으로 인해 막바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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