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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이크.. 나이를 먹으니 점점 힘드네."
노신사는 자신의 허리를 툭툭하고 두드리며 지긋이 눈을 감으며 집중했다.
하지만 자신이 치는 것은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는지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자신의 왼
쪽 팔.. 정확하게는 자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시선을 눈치챈 자드는 눈동자를 굴려 노신사와 시선을 맞췄다.
[아니.. 내가 때리면 할배 허리 꺾여서 뒤진다니까?]
괴력을 뽐내는 왼쪽 팔과는 비교해 이쑤시개보다 더 나약한 존재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노신사의 신체에 그 힘은 너무 강력했기에.. 자드는 당연한 충고를 건넸다.
"허리가 꺾여 죽는 연기는 해본 적이 없는데.. 좀 끌리는데?"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훅 가는데!? 얼마나 죽는 연기에 집착하는 거야!]
"새로운 사망 연기를 할 수 있다면 내 목숨 따위는 주겠다! 가져가라 신이여!"
노신사는 진지한 얼굴로 하늘을 우러러 올려 보며 연극 조의 어조와 함께 쩌렁쩌렁한 목
소리로 외쳤다.
[존나 병신 같지만 존나 멋져어어어어! 카카카카카카카!]
노신사의 명연기를 본 자드는 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웃었다.
만담도 끝난 것인지 이번에야말로 노신사는 허리를 두드리며 지면에 털퍼덕 하고 주저앉
은 뒤 그를 향해 이리 오라는 듯 손짓한 뒤 그대로 아스팔트 지면인 것도 상관없이 엎
드려 누웠다.
이미 서로 간에 적의가 불식된 상태였던지라 그도 별말 없이 지면 위에 엎드린 노신사에
게 다가갔다.
"허리좀 주물러주게!"
그가 자신의 근처까지 오자 노신사는 웃는 얼굴로 초면의 인간에게 뻔뻔한 부탁을 내뱉
었다.
[초면인 사람에게 허리를 주무르라고 하다니 할배 상판은 철 가면인가!?]
너무나도 뻔뻔한 노신사의 행동에 오히려 자드가 상식적인 발언을 내뱉었지만..
"주무를게!"
[주무른다고 주무르는 거냐!? 이 새끼 존나 골 때리네! 카카카카카카!]
별다른 의문 없이 노신사의 허리에 양손을 댄 채 진짜로 주무르는 그를 보며 유쾌하다
는 듯 웃으며 턱을 딱딱 거렸다.
"허허허허! 고맙군! 고마워! 시원하구먼!
자신이 두드렸을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시원함이 허리에 느껴지자 노신사는 두 눈을
그윽하게 감은 채 그 쾌감을 여지없이 만끽했다.
"그러고보니 자기소개가 아직이었군!"
너무 기분이 좋았던 탓에 통성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노신사는 감았던 두 눈
을 번쩍 떴다.
"난 보다시피 왼쪽 팔에 거대한 악어 머리를 단.. 죽는 연기만큼은 손가락 안에 들어온
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망파 연기 배우! 할배!"
[나는 늙어빠진 미치광이 연기자 몸뚱이를 달고 사는 평범한 파충류 대가리 자드!]
"악어가 말하는 건 평범하지 않지만 말이야! 허허허허허허!"
[말하는 악어 대가리를 왼쪽 팔에 단 늙은이가 평범할 리가 없지만! 카카카카카카!]
서로가 서로를 비하하는 말을 내뱉음에서도 두 사람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지 그저 신
나게 깔깔 되며 웃었다.
"나는 미도! 평범하게 습격당할뻔한 미도야! 히히히!"
그 역시 그들의 농에 맞춰 노신사.. 할배의 허리를 꾹꾹 누르며 쾌할하게 자신의 소개
를 했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평범하다고 하는 특이한 3인은 유유상종이라고 하는 말이
있듯이 눈 깜빡할 사이에 친화됐고.. 그는 할배와 자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의 몸이 되기 전..
할배는 평범하게 나이를 먹은 인간이었고 자드는 평범.. 하지는 않지만 리자드만이라
는 인 외의 종으로 악어의 머리와 인간의 몸 형태를 띠고 있는 괴물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태양 교단에게 납치당한 뒤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실험이나 고문이라고 밖에 생
각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두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때
는 현재 상태의.. 융합된 모습이 됐다고 했다.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된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 외에도 인간과 괴물을 한조로 하
는 이상한 실험을 반복했고.. 그런 인간과 괴물 중 유일하게 죽지 않고 이런 상태지
만.. 살아있는 것은 자신들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씩 괴롭고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해야 했지만.. 할배의 연기.. 죽는
연기를 완벽하게 피로하여 방심한 경비원들을 처리하여 그대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
고..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것과 어떠한 이유로 태양 교단 관 관련된
모든 인간들을 전부 먹어치워 버리기로 방침을 정한 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태양 교
단원들을 잡아먹거나.. 자신들을 처리하기 위한 추격자들을 역관광 시키며 떠돌아다니
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태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식량이 있다면 좀 나눠주지 않겠나?"
[그 이야기에서 왜 식량을 달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렇지만 나도 좀 줘!]
할배는 자신의 오른팔을 공손히 그에게 내밀었고 자드는 입을 쩍 벌리며 그에게 구걸했
다.
식량 자체는 널널하게 가져온 그였기에 나눠주는 것은 별로 상관이 없었다.
"배낭 저쪽에 두고 왔는데.. 같이 가?
단지.. 이곳으로 달려오기 전 식량은 물론.. 이번 여행의 목적인 의약품들이 잔뜩 들어
가 있는 배낭은 혹시나 싶어 숨겨두고 왔기에 현재 그의 짐이라고 해봤자.. 코트 속에
숨겨둔 각종 날붙이 들 분이었기에 그는 자신이 왔던 방향을 가리키며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두 명은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고 앞장서는 그의 뒤를 따랐
다.
"그런데.. 자네는 우리를 보고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군?"
[딴 새끼들은 오줌부터 질질 싸는데 말이야! 카카카카카카!]
현재의 그들의 모습은.. 좀비라는 정체불명의 괴물 같은 존재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도 몹시 기괴하기 짝이 없고 두려움을 주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기에.. 그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자들 외의 반응은 대부분이 두려움에 떨며 도망가거나 본능적으로 무기
를 들고 싸우려는 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와 같은 태연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처음
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말이 통하는데 무서워할 필요 없으니까! 거기에..."
그는 코트 속에서 과도 한 자루를 꺼내 든 뒤 날 부분으로 자신의 검지의 끝을 아주 살
짝 벴다.
얇은 선이 하나 그의 손가락에 새겨지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작은 선 사이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그는 다른 손가락으로 그 피를 쓱 하고 닦아냈다.
그러자 방금 전 손가락을 벤 상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가 닦아낸 피의 흔적 정도..
[카카카카카! 이 녀석도 '동류' 인가!]
"호오! 자드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다른 종을 보는 건 처음이군!"
완벽하게 치유된 손가락 끝을 보자마자 두 명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어렵지 않
게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얕은 상처라고는 해도 평범한 인간이라면 작은 상처라도 몇 초 걸리지 않고 회복
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미도! 너는 어떤 괴물 새끼냐?]
"글쎄? 나는 뭘까?"
과도를 품에 넣으며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리어 자드에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븅신아! 이건 뭐 하는 놈이야?]
"죽는 연기에 영혼을 받친 남자다."
[할배한테 안 물어봤거든!? 근데 조금 멋있긴 하니까 인정한다!]
화를 내는 건지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알 수 없는 격한 목소리를 흘려
내며 자드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옛날 기억이 없으니까. 진짜로 몰라! 히히히히!"
그는 자신의 과거가 상실됐음을 그들에게 알리며 자신의 능력.. 좀비를 조종할 수 있
는 능력과 뛰어난 자가치유능력에 대해 말해줬다.
혹시나 그들이라면..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존재인 그들이라면.. 혹시 자신의 정체
를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모르겠는데..? 애초에 좀비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본적도 없고.. 자가치유능
력은.. 차이는 있지만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인간을 먹어야 발동하기는 했지만.. 자가치유능력이라면 자드 그리고 그와 연결된 할배
역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체를 추측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에는 너무 광범위한 능력
이었고 좀비를 조종한다는 능력 자체는 살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능력이었기에 특정
을 할 수가 없었다.
"모르는건가? 그럼 어쩔 수 없네! 히히히!"
[엄청 쿨하게 넘어가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몰라도 상관은 없으니까!"
자신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현재의 생활.. 괴물인 자신을 인정해주는 병
원의 생존자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굳이 기를 쓰고 자신
의 잃어버린 과거에 집착할 필요는 없는 상태였다.
[너 새끼 일이니까 마음대로 해라~ 카카카카카!]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그 대화는 종료하게 됐고.. 걸으면서 이야기한 덕분에 그의 짐
이 있던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배낭에서 식량을 몇 개 꺼낸 그는 그것들을 할배와 자드에게 넘겼고 두 명은 호들갑스럽
게 그것을 받고는 콧노래를 불렀다.
"이 얼마 만의 사람다운 음식인가! 으음~ 이 미각을 꿰뚫는 인공조미료의 맛!"
[맨날 쓰레기 새끼들만 처먹다가 먹으니까 개 맛나네에에에에!]
할배와 자드는 게걸스럽게 음식을 입안에 넣으며 쉴 새 없이 음식이 대한 찬양과 감탄
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받은 음식들을 남김없이 해치웠다.
"더 필요해?"
식량은 아직 여유가 있었기에.. 너무나도 잘 먹는 두 사람에게 물었고.. 당연히 두 사
람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수긍했기에 그는 음식들을 더 꺼내어 두 사람의 앞에 놔두
었다.
그러자..
"자드.. 진지하게 말하는 거지만.. 머리밖에 없는 네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할배.. 나도 진지하게 말하는데.. 어차피 오늘 내일 하는 나이인데 밥 처먹을 필요 있
어?]
음식의 앞에서 두 사람이 과한 신경전을 벌임과 동시에 음식을 독차지하기 위한 갈망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서로가 서로를 견제했다.
그 모습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배낭에서 자신이 먹을 분의 식량까지 꺼내 그것을 바닥
에 두었다.
어차피 이틀 후면 병원에 도착했고.. 그 자신이라면 1~2일 굶는다고 그렇게 몸에 지장
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이 유쾌한 2인조에게 자신의 분까지 넘겨주기로 했다.
"자드! 지금부터 넌 내 적이다!"
[할배! 쳐 죽여주마 아아아아!]
그의 배려에 무색하게..
한 몸임을 잊은 두 명은 늘어난 식량 앞에서 더욱더 눈을 빛내며 욕망의 노예로 탈바꿈
했다.
그렇게.. 30분 후
"내 누우우우운이이이이! 끄아아아아!"
[크아아아아! 지독해! 방귀냄새 지독해에에에에!]
한명은 시각은 다른 하나는 후각을 자극 당해 서로고 고통스러운 듯 아스팔트 바닥에서
비명을 내지르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사태가 됐다.
결국 그 추악한 음식 싸움은 그가 중재함으로써 사이좋게 나눠 먹기로 했기에.. 괜히
고통에 몸부림친.. 쓸데없는 싸움이 되는 결과였지만 말이다.
"식량도 받았으니.. 뭔가 답례를 해야겠군!
식사를 다 먹은 할배는 자신의 빵빵해진 배를 툭툭하고 두드리며 말했다.
[할배! 그거 줘버려!]
"오! 그렇군..! 그게 있었어! 잠시만 기다려 주게!"
할배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엉덩이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는 방금 전 자신들이 온 방
향 쪽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그리고.. 약 10분 후 할배는 커다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는 자드가 입에 문 상태로
들고 와 그것을 그의 앞에 내려놨다.
"자 이걸 타고 가게! 엔진도 멀쩡하고 기름도 가득 차있으니 쓸만할걸세!"
할배가 내려놓은 물건은.. 다름 아닌 스쿠터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먼지로 얼룩져 더러워 보였지만.. 할배가 시동을 걸자 확실하게 엔진에 시동이 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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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시 할배와 작별하고.. 밝았던 분위기도 작별..
그리고 제 주말도 출근으로 인해 작별..
하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