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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파충류 얼굴.. 자드는 집어삼킨 리더를 꼼꼼히 맛보 듯 턱의 상하를 거칠게 움직였고
그때마다 뼈를 씹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걸로 대충 정리가 된 거 같지? 아! 혹시 나 같은 사망 연기의 달인이 있을지도 모르
니 방심은 금물이군!"
[카카 카카! 구멍이란 구멍에서 추잡하게 피 뿜고 있는데 어떻게 연기란 거야!]
리더를 다 먹어 치운 자드는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노신사
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그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만?"
노신사는 멀쩡한 오른팔을 자신의 가슴에 얹은 채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런 식으로 뒤지는 연기도 가능한 거야!? 대단한데 할배!?]
"허허허허! 나 정도 되는 죽는 연기의 스페셜리스트에겐 일도 아니지! 자매품으로 똥오
줌을 흘리면서 죽는 연기도 가능하지!"
[더러워! 존나 더러워! 똥 그 자체지만 똥같이 더러워!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
해! 카카카카!"
한 마리(?)와 한 명의 콤비는 만담이라도 하는듯한 느낌으로 말을 섞은 뒤 서로의 얼굴
을 바라본 채 유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몸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빼면 종도 성격도 나이도 확연하게 다른 한 명과 한 마리라
는 기묘한 상태의 조합이었지만.. 그 둘은 제법 사이가 돈독해 보였다.
[그런데 할배.. 아무래도 벌래 새끼 한 마리가 남아있는 모양인데?]
시끄럽게 웃던 자드가 갑작스럽게 정색하듯 웃음을 멈추고는 날카로운 안광을 빛내며
벽 한쪽 편을 지긋이 노려봤다.
"허허허! 그건 안되지! 우리의 목적은 태양 교단의 벌래 놈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
이..."
[먹어치우는 거니까 말이야!]
호흡이 딱 들어맞게 순차적으로 외친 두 사람은 아까 태양 교단이 공압 총으로 쏜 마
취 화살을 막기 위해 아스팔트의 지면을 뽑아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덩어리를 지
면에서 뽑아낸 뒤 그것을 자드가 노려보던 벽면을 향해 있는 힘껏 내던졌다.
그리고.. 아스팔트의 덩어리가 벽면에 충돌하기 직전.. 벽 뒤에서 구르듯이 하나의 인
영이 뛰쳐나왔고.. 직후 아스팔트 덩어리와 벽이 충돌해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와 벽이
동시에 부서졌다.
"기다려!"
충격으로 인해 허공에 튄 잔 조각들을 내리받으며.. 튀어나온 사람은 양손을 머리 위
로 들어 올려 적의가 없다는 것을 밝혔다.
튀어나온 인영은.. 그 누구도 아닌..
그들과 태양 교단의 싸움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그' 였다.
노신사와 자아가 있는 듯 보이는 파충류 형태의 왼쪽 팔의 대화 내용과 태양 교단과의
사투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들이 태양 교단을 적대하고 있으며.. 자신이 봤던 그 괴물
과는 다르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자신이 적의가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리고 대화를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태양교단..은 아닌가?라고 해도 판단이 서지 않는군."
노신사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우뚝 서있는 그를 위아래로 흟으며 중얼거렸
다.
태양 교단의 상징이자 증표라고도 할 수 있는 붉은 태양의 마크가 옷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에 태양 교단은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노신사였지만 그것은 옷을 바꿔 입으면 해
결되는 문제였기에 그의 소속에 대한 판단을 뒤로 미루었다.
[할배! 잘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 나타나고 나서부터 구린 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나이탓인지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말이지.."
[카카카카! 할배 방귀였냐! 뭘 처먹었길래 이리 냄새가 독해!]
"방금전 먹어치운 쓰레기 놈들이려나..?
[카카카카 구릴만도 하네!]
두 사람은 다시 만담을 펼치며 방금 전의 긴장감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유쾌한 분위
기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한 마리와 한 명의 시선은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린.. 정확하
게는 그 위에 올려진 2정의 중 식칼에서 단 한 번도 시선을 때지 않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들은 즉각 반응하여 공격할 것이라
는 것이라고 판단한 그는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을 들어 올린 그 자세 그대
로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
[할배! 귀찮은데 그냥 먹어버리자!]
자드의 말에 그는 조심스럽게 쥐고 있는 중 식칼의 손잡이를 잡는 손에 천천히 힘을 넣
었다.
만약 그들이 적대적 행위를 취하려고 판단할 시 먼저 선수를 취기 위한 준비 자세였다.
왼쪽 팔 부분은 그야말로 일격필살.. 단 한 번의 직접 공격으로 몸체가 흔적도 없이 삼
켜지는 무시무시한 존재였지만.. 태양 교단과의 전투를 지켜보면서 분석한 결과 그 외에
는 평범한 노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선수를 쳐 노인의 급소에 손에 들린 중 식칼을 꽂아 넣으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
었기에 언제라도 중 식칼을 내던질 수 있게 준비했다.
"그건 안되지! 애초에 일반인은 안 먹기로 약속했잖아?
[그럼 안 먹고 죽이기만 하면 되겠네? 카카 카카!]
"크으..! 규칙의 틈새를 저격하다니.. 이거 한방 먹었네! 분하다! 분해!"
비통하다는듯한 연기 조로 오른팔을 자신의 머리에 댄 채 노신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
었다.
[카칵칵칵카카칵!! 그럼 죽이자!]
노신사의 반응이 즐거운지 자드는 우악스럽게 웃어 젖히며 우뚝 선 그를 보며 날카로운
이빨을 섬뜩하게 드러냈다.
"허허허! 그건 아니지!"
노신사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살의를 드러내는 자드의 콧구멍 위를 손바닥을 탁하고 가볍
게 쳤고 자신의 의견이 묵살 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인지 눈동자를 거칠게 굴리며 불만
을 표출했다.
그런데..
[응..? 으응!? 크아아아!! 냄새! 할배! 내 코에 무슨 짓을 한 거야! 구려! 구린내가
목구멍까지 침투한다! 카아아아악!]
갑작스럽게 자드가 입을 크게 벌린 채 눈을 일그러트리듯 찡그리며 얼굴을 거칠게 붕붕
움직이며 괴로움에 찌든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내질러지는 비명의 강도도 상당했지만.. 그 찡그려진 두 눈에
서는 1리터가량은 넘을 것 같은 눈물이 폭포수와 같은 기세로 지면에 쏟아질 정도였다.
"냉정해지라고 새어 나오는 가스를 손에다 담았지. 허허허허!"
노신사는 자신의 손을 엉덩이에 가져다 된 뒤 그것을 앞으로 내미는 행동을 취하며 자신
의 범행 과정을 재현하고는 호쾌하게 웃었다.
[냉정해지기는커녕! 냉혈인 내가 온혈로 바뀔 것 같다고! 으아.. 구려.. 존나 구
려..!]
자드는 울부짖으며 얼마 동안을 눈물을 흘리며 괴로운 듯 고개를 거칠게 흔드는 행동을
반복했고.. 겨우 그 지독한 악취의 지옥에서 벗어나..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신사를
노려보며 씩씩 거렸다.
"진정해 자드! 저 젊은이가 벌레 새끼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
으니까!"
[할배의 지옥 방귀 때문에 화난 거거든!? 그런데.. 그 방법이란 게 뭐야?]
씩씩거리며 흥분한 상태에서도 자드는 노신사가 말한 방법에 관심이 있는 건지 흥분을
멈춘 채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물었다.
"그 교주 년 욕을 하게 하는 거지! 그 여왕 벌레 년 욕을 할 수 있으면 이 젊은이가
벌래 놈들과 한패가 아니란 거지!
[그런 조잡한 걸로 알아낼 수 있는 거야..?]
"물론! 이 방법은 예전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방법이지! 특히 빨갱이들 가려내는 데는
아주 특효약인 방법이지."
자신만만하게 말할만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노신사는 자신의 짧게 기른 수염을 매만지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런고로! 거기 젊은이! 교주 년한테 찰지게 욕 한 바가지 해보게!"
손가락을 딱! 하고 튀기며 노신사는 세련된.. 하지만 조금 구시대적인 제스처를 취하
며 양손을 들어 올린 그를 가리켰다.
"어..? 욕?"
과연 머리가 잘 돌아가는 그라도..노신사의 제안은 너무나도 뜬금없으면서 자신의 예상
을 훌쩍 뛰어넘다 못해 우주까지 돌파할 정도의 수준이었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
다.
"그래! 욕! 예를 들면.."
이번에는 그가 아닌 자드를 향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고 그 신호로 자드가 커다란 입
을 천천히 벌리며 노신사가 원하는 예시를 내뱉었다.
[그 빌어쳐 입에다 쑤셔 박아 넣어도 시원찮을 개 xx 같은 허벌너벌 xx 같은 년! xx
를 그 허벌너벌xx에 처박고 찢어발겨 죽일 년....-이하 생략- ]
그런데.. 그 예시로 말한 욕들이 도를 넘어도 너무 넘는.. 방대한 지식을 그 머리에 품
고 있는 그로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욕들이 자드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토해져 나왔다.
그야말로 평범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몇 초 정도만 들어도 얼굴을 새파랗게
질릴 정도의 수준이었다.
"자! 따라 해보게!
평범한 인간이 그것을 따라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따라 할리도 없었지만..
"그 빌어쳐 입에다 쑤셔 박아 넣어도 시원찮을 개 xx 같은 허벌너벌 xx 같은 년! xx
를 그 허벌너벌xx에 처박고 찢어발겨 죽일 년....-이하 생략- "
평범한 인간이 아닌 그는 몇 분간에 걸친 장대한.. 그것도 엄청나게 높은 수위의 욕을
한번 들은 것만으로 전부 기억한 채 그것을 기계적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
게 토해냈다.
[이 새끼! 보통 놈이 아닌데!?]
"확실히.. 시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걸 전부 할 줄이야..
매우 특이한 이 둘도 그 긴 욕설을 단번에 외워 줄줄 읋은 그의 행동은 예상외였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기는 한데.. 이걸로 구분할 수 있는 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농담 한번 해본 거지! 허허허허!"
[또라이야! 완전 또라이야! 쉬어빠진 또라이 영감탱이야! 방귀냄새가 지독한 또라이 영
감탱이야!]
그 말에 화가 솟아 오른 자드는 이빨을 거칠게 부딪쳐 흉측한 소리를 흘려내며 노신사
를 매도했다.
"허허허허허허! 그 입 안다물면 지독한 방귀 냄새를 한번 더 맡게 될지도 모른다?"
{..............]
노신사의 강력한 협박에 자드는 딱딱 거리던 흉측한 소리를 멈춘채 조용히 입을 다물며
불안해 보이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자신을 매도하던 자드가 입을 다물자 노신사는 흡족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수염을 매
만지며 멀뚱멀뚱 이쪽을 본채 서있는 그를 바라봤다.
"이렇게나 무방비한 모습을 보였는데..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단 싸울 생각은 없다
는 거겠지."
노신사는 그의 손에 들려져 있는 중식칼 2정을 가리켰다.
[설마.. 이상한 짓을 한 건.. 미끼였던 거야!? 할배 굉장하잖아! 책 사냐! 책사 할배
냐!"
"아닌데?"
[아닌 거냐!? 하지만 굉장하니까 봐준다! 카카카카카!]
"허허허허허허!"
자드와 노신사의 기묘한 웃음소리가 합쳐지며 분위기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경계심이 낮아지는 것과 동시에.. 그는 어째서인지 알수 없었지만 이 이상한 콤비에게 작은 호감이 피어났다.
============================ 작품 후기 ============================
alcahest님이 단번에 찝어 내셨네요!?
깁갑수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라.. 할배 설정 짤때 그 컨셉(?)을 넣었습니다.
자드의 컨셉은 복화술사의 손인형+ 리자드맨을 합친 녀석입니다.
나름 마음에 드는 녀석들이긴 한데.. 다음화 이후 잠시동안 퇴근할 예정입니다ㅠㅠ
p.s
오늘은 또 날씨가 쌀쌀하네요.
진짜 날씨가 저를 죽이기로 작정한것 같습니다.
몇일 뒤 생일인데.. 생일선물로 저를 죽일 생각인가봅니다.. 살려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