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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L05! 죽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투항해라!"
마취 총을 든 남자들의 가장 뒤쪽 편에 서있던 남자가 파충류의 머리를 닮은 기괴한 왼
팔을 가지고 있는 노신사를 향해 외쳤다.
"닥쳐라 외도들아..! 네놈들만큼은..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트려주
마..!"
남자의 경고에 노신사는 불같은 분노를 토해냈고 그런 노신사의 감정과 연동한 듯 왼팔
에 달린 파충류의 입이 쩌억 하고 벌어지며 보기만 해도 날카로워 보이는 이빨을 드러
낸 채 태양 교도들을 향해 적의를 표출했다.
"어리석긴.. 쏴라!"
리더의 남자는 혀를 친 뒤 발사 명령을 내리자 주변에 있던 소총수들은 아무런 의문도
없이 즉석에서 마취 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공압 특유의 소리를 연달아 흘려내며 20발
가량의 마취 화살이 노신사를 덮쳤다.
하지만 노신사는 발사 명령이 떨어져 남자들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흉악스럽게 벌려
진 자신의 팔을.. 흡사 포클레인과 같은 느낌으로 아스팔트 지면을 일부 들어 올려 방
패로 사용했다.
즉석에서 만든 아스팔트의 방패를 공기압으로 인해 쏴진 화살을 관통할 수 있을 리가 없
었고 화살 전부가 허무하게 튕겨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공격이 전원 불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숙련된 움직임으로 산
개 한 뒤 허리춤에서 화살을 뽑아 공압 총에 장전을 시도했다.
물론 노신사도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릴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노신사는 왼팔로 뽑아낸 아스팔트 덩이를 남자들을 향해 힘차게 내던진 뒤 지면을 박찼
다.
내던진 아스팔트 지면은 장전하고 있던 남자들에 충돌하여 그 기세 그대로 아스팔트와
함께 붉은 선혈을 내뿜으며 날아갔다.
단지 산개한 덕분에 말려든 남자들은 기껏해야 3명이었다.
거기에.. 지면을 박차고 뛰는 노신사의 움직임은 아스팔트 지면을 들어 올릴 정도의 괴
력을 자랑하던 것과는 다르게.. 그다지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오히려 노신사의 나이
에 맞는 정도의 몹시 느린 뜀박질이었다.
그 탓에.. 노신사가 자신의 왼팔로 한 명을 머리에서부터 몸통까지 단숨에 집어삼킬 때
쯤에는 장전을 끝내는 정도가 아닌 이미 방아쇠를 당긴 상태에 있었다.
노신사가 한 명의 통째로 집어삼킨 채 그 거대하게 벌려진 입을 단숨에 닫는 것과 동시
에.. 후두부 눈 뺨 등 팔 어깨 허벅지 종아리 파충류의 왼팔 등에 십수 발의 마취 화살
이 단 한 개도 빗나가지 않고 모두 꼽혔고.. 그 직후 남자 한 명의 존재가 파충류의 입
속으로 사라진 채 그 잔재라도 되는 것 마냥 닫힌 파충류의 입에서 붉은 피가 한가득
흘러나왔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의 마취 화살을 맞은 노신사는 즉석에서 정신을 잃는 것 정도가 아
닌.. 치사량을 훌쩍 넘어선 과도한 양으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마리도 남김없이.. 네놈들 전원 먹어치워주마!"
노신사는 온몸에 마취 화살을 맞고 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아까 저보
다 더 기세가 등등한 상태로 비대한 팔을 거침없이 휘둘러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단번
에 날려 버렸다.
"근접하게 두지 마라! 녀석은 먹는 순간 상처가 치유되고 강해진다!"
리더인 남자의 명령에 즉각 반응한 남자들은 서둘러 공압 총의 최대 사거리를 유지한
채 다시 마취 화살의 장전을 시작했다.
노신사의 왼쪽 팔은 확실하게 괴물.. 그 자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완력과 통째로 성인
남자 한 명을 순식간에 씹어삼키는 무서운 존재였지만.. 노신사 그 자체의 신체능력은
일반인.. 그것도 평범한 노인 정도의 수준 밖에 되지 않았기에 노신사를 상대로 하기
에 나쁘지 않은 전법이었다.
물론.. 아까와 같이 아스팔트를 뽑아내거나 무엇인가를 던지는 공격은 위협적이기는 했
지만 주의를 한다면 충분하게 피할 수 있는 상태였다.
"쏴라!"
최대 사거리에 물러난 남자들이 리더의 명령에 따라 다시 한번 공압 총을 발사했다.
단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명중률은 아까와 비교해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그 나머
지 반에서도 괴물의 팔이 휘둘러 짐에 따라 반 이상이 무효화됐기에 노신사의 몸에 맞
은 것은 기껏해야 3~4발 정도였다.
"큭..!?"
고작 3~4발 정도의 화살이 맞았을 뿐이었지만 확연하게 효과가 있는지 노신사는 괴로
운 신음을 흘리며 대미지를 받은 듯 움직임이 느려졌다.
"지금이다! 퍼부어라!"
리더의 명령에 남자들이 급박한 손놀림으로 화살을 장전한 뒤 그대로 노신사를 향해 발
사했다.
노신사는 손에 닿는 범위에 먹을 수 있는 인간이 없었던 것인지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
로 다시 한번 지면을 뽑아내기 위해 아스팔트에 왼팔을 박아 넣고 들어 올렸지만.. 마
취 화살의 탓인지 아까와 같이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의 커다란 크기는 들어 올리지 못
했고.. 기껏해야 반도 안되는 정도로 밖에 방패를 만들 수 없었다.
그 탓에 아까와 같이 화살 전부를 완전하게 방어하는 것은 무리인 일이었고.. 그 탓에
여러 발의 화살이 다시 그 몸에 박혔다.
"여기서.. 쓰러질 수는..!
노인의 힘없는 목소리를 흘리고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안 그래도 느린
움직임은 더욱더 느려진 상태였고.. 더 이상 아무것도 막을 것이 없는 완벽하게 무방비
한 등을 사냥꾼들.. 태양 교단의 사수들이 놓칠 리가 없었다.
"거리를 줄여 마무리를 해라!"
노신사가 곧 한계라는 것이라고 생각한 리더는 그대로 남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
에 따라 남자들이 마무리를 하기 위해 장전한 공압 총을 든 채 거리를 줄이기 위해 달
렸고.. 느릿한 움직임의 노신사와 남자들의 거리는 금방 줄여졌다.
근접한 것이 아닌 조금 떨어진.. 명중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거리에 멈춰 선 남자들은
공압 총을 들어 올려 노신사의 무방비한 등에 화살을 쐈고 거리가 줄어든 탓에 모든 화
살이 남자의 뒤편에 순식간에 박혀.. 그야말로 고슴도치 같은 형상을 만들어냈다.
"여,여기서.. 쓰러질...
노신사는 원통한듯한 목소리를 흘리며 오른팔을 허공에 부들부들 떨며 들어 올렸고.. 이
내 힘이 빠진 듯 흙먼지를 휘날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남자들은 총을 겨눈 채 그대로 대기하며 쓰러진 노신사의 상태를 살폈지만.. 노신사는
지면에 쓰러진 그 상태 그대로..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 L05의 상태를 확인해라."
리더는 총을 겨눈 채 대기하고 있는 남자를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고.. 별다른 이의도
재기하지 않은 채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총을 겨눈 채 슬금슬금 노신사에게 접근해
그 몸을 강하게 몇 번씩 찼다.
하지만 역시나 노신사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움직일 기색은 보이지 않았기에.. 남자
는 뒤를 돌아 리더를 바라봤고.. 리더는 다음 확인을 하라는 듯 턱으로 노신사를 가리
켰고 남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총을 겨눈 자세를 풀고 조심스럽게 노신사
의 경동맥에 뻗어 숨이 붙어있는지를 확인했다.
"맥박이 뛰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망한 것 같습니다."
몇 번씩 확인하여 맥박이 뛰지 않는 것을 확인한 남자가 리더에게 보고했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 정도의 마취약에는 버틸 수가 없었던 건가.."
리더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노신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사체를 챙겨라.. 어느 정도 쓸모는 있겠지."
남자는 명령을 내린 뒤 더 이상 관삼이 없다는 듯 등을 돌린 채 주머니에서 담배 한대
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 뒤 새하얀 연기를 토해냈다.
등 뒤에서 부하들 몇 명이 사체를 옮기기 위해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별다른
관심은 없었기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불붙인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흡연을 즐겼다.
하지만..
[카카 카카!! 영감의 계획 대로네!]
인간의 목소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직후.. 뼈와 살을
씹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기괴한 소리에 뒤를 돌아본 리더는 펼쳐진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입에 물고 있던 담배
를 떨어트렸다.
사체를 옮기기 위해 낑낑대던.. 남자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남아있는 것은.. 피로 가득 얼룩진 바닥과.. 이쪽을 비웃는듯한 눈빛으로 바라
보며 무엇인가를 쩝쩝거리며 저작하고 있는 '파충류의 얼굴' 뿐이었다.
[카카카카! 이만큼 먹었으니 필살기 쓸 수 있겠는걸!"
그 이질적인 목소리의 주인은.. 노신사의 왼팔에 달린 파충류의 얼굴이었다.
"젠장..! 쏴라!"
상정 외의 사태에 놀란 리더는 그 와중에도 주변에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에게 명령을 내
렸고 남자들은 서둘러 조준을 하기 위해 총을 들어 올렸지만..
[늦었어.. 병신들아! 카카카카카카카!!"
파충류의 얼굴은 기분 나쁜 목소리로 웃으며 자신의 입을 거대하게 벌렸고.. 벌려진
그 입에서 보랏빛의 연기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주변을 감쌌다.
"크어억!?"
"그아아아악!!"
"모,몸이...!?"
노신사에게서 조금 떨어졌던 리더는 그 연기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부하인 남자
들 전원은 그 보라색의 칙칙한 연기의 범위에 들어가 있었고.. 그들은 몇 초 지나지 않
아 괴로운 기색을 흘리며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무,무슨짓을..!?"
[독무다! 병신아! 카카카카카카!]
자신들의 부하가 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토해낸 말에 파충류 얼굴을 쾌할하지만.. 듣
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이런..능력들은 정보에 없었을 터..!?
"그야.. 숨기고 있었으니까!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는 말을 내뱉은 리더의 말에 답변한 것은.. 숨을 쉬지 않
아 죽었다고 생각한 노신사였다.
[할배! 잘 쳐 주무셨소?]
"상쾌할정도로 잘 잤지!
[할배! 죽는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던데! 정말 뒤진 게 아닐까 했다니까!]
"후후.. 이래 봬도 죽는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진 인물.. 무엇을 숨기랴.. 그것이
나!"
[그러고 보니 그 빌어먹을 연구소에서 탈출할 때도 죽은 척 했었지!]
"왜냐면.. 죽는 연기를 이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게.. 나.니.까!
[워매 할배 죽이네! 카카카카카카!]
자신들의 부하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던 리더를 내버려
둔 채.. 노신사와 왼팔에 붙은 파충류는 자신들끼리 낄낄 되며 만담을 펼치기 시작했
다.
그리고.. 그런 만담에 겨우 제정신을 차린 리더는 어깨에 맨 총을 노신사에게 겨눴다.
"빌어먹을..! 실험체 주제에..!"
[너 새끼들이 이렇게 만들었잖아!]
리더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듯 파충류 얼굴은 눈에서 광채를 뿜어내며 외쳤다.
"자드.. 어차피 죽을 시체한테 화 내봤자라고?
[하긴.. 그것도 그러네? 어차피 먹어버릴 거니...]
그 순간 리더가 문답 무용의 자세로 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총구에서 화살이 튀어나
가 노신사 쪽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파충류 얼굴이 입을 쩍 하고 벌린 채 그것을 단번에 집어삼켰다.
[에퉤퉤퉤퉤잇!! 맛없어! 더럽게 맛없어! 죽을만큼 맛없어!]
"어이쿠! 그건 안되지! 어서 빨리 입가심을 하러 가자!"
노신사는 그 말과 동시에 재장전 중인 리더를 향해 달려갔다.
그다지 신체능력이 높지 않은 노신사였지만..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았던지라 순식간에
거리를 줄일 수 있었다.
"젠장.. 괴물 새끼가...!
재장전을 끝낸 리더가 총구를 노신사에게 겨누려고 하는 순간에는 이미 파충류의 커다랗
게 벌린 입이 눈앞에 다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콰직!
고기와 뼈를 씹어삼키는 소리와 함께.. 그 존재는 피웅덩이만을 남긴 채 이 세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또 날씨가 덥네요..!?
지구가 정말 멸망하려는 징조인가..
어찌됐든..
이번에 나온 신캐릭터는 컨셉이 복화술사입니다.
라고는 해도.. 한명이 연기하는것은 아니지만; 설정 짤때 복화술사가 인형상대로 1인 만담하는것을 보고 짠 캐릭터입니다.
소설상에서는 인형이 아니라.. 거대한 파충류 얼굴이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