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86화 (86/269)

0086 / 0269 ----------------------------------------------

Ep 4 발자취

그녀는 지금 당장 고개를 돌려 거구의 남자에게 그에 대한 것을 묻고 싶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자신이 그에게 지어준 그 이름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인지? 아니면 동명이인인지?  만약 그라면 지금은 어디 있는지? 그와 어떤 관계인지? 그는 잘 지내고 있는지? 등등 묻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한가득 맴돌아 그녀의 집중력을 흐트러 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현재의 상황에서 치명적인 일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묻고 싶지만.. 이형의 존재들은 그렇다 쳐도.. 자신을 상처 입힐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는 늑대인간의 괴물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

었다.

괴물과의 대치.. 뒤에서 들려온 그에 대한 어떤 것도 방치할 수 없는.. 초조하고 짜증

나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포자기라도 한 듯 자신이 들고 있던 철골을 괴물 무리에게

내던졌고.. 철골은 프로펠러 마냥 거칠게 그 몸체를 회전시키며 무서운 속도로 괴물들에

게 날아갔다.

하지만 괴물 무리들은 그녀가 철골을 내던지는 순간 좌우로 산개하여 철골의 공격 범위

에서 벗어났고.. 철골은 그대로 벽과 격돌해 커다란 굉음과 파편을 사방에 튀겨내며 사

람 2~3명 정도는 가뿐히 지나다닐 정도의 구멍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구멍이야말로 그녀의 주 목적이기도 했다.

"도망간다!"

그녀는 등을 돌려 거구의 남자와 작은 몸집의 소녀에게 외쳤다.

단지 거구의 남자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력으로 도망갈 수 없을 것 같은 큰 부

상을 입고 있다는 것을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거체를 단번에 들어 올려 어깨에 맨 뒤 당황해하는

소녀의 손을 강제로 잡은 채 뚫린 구멍을 통해 밖으로 뛰어 내림과 동시에 커다란 날개

를 순식간에 꺼냈다.

딱 봐도 제법 무게가 나갈 것 같은 남자와 소녀의 무게가 합해진 탓에 평소처럼 가볍

게 날지 못하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추락할뻔한 그녀였지만.. 평소 이상으로 날개를 움

직여지면을 향해 추락하는 일은 가까스로 막은 채 괴물 무리의 공격이 닿지 않을 높이에

까지 날아오를 수 있었다.

[크르르르!]

그녀가 뚫어놓은 구멍에서 괴물과 인 외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에 떠있는..

자신들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그녀에게 이를 드러내며.. 분

한 듯 격하게 으르렁거렸다.

"똥개새끼! 목씻고 기다리고 있어. 정리되면 쳐 죽여줄 테니까!

그녀는 적의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괴물에게 자신의 분노를 토해낸

뒤 등을 돌린 뒤 날갯짓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제대로 된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안전한 곳에서 그에 대한 단서를 캐묻

고 싶었던 그녀는 괜찮은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자신을 쏜살같은 속도로 쫓아오는 이형의 존재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그녀

는.. 짜증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고.. 추격을 떨쳐내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2명분의 체중을 지탱하고 있던 탓에 평소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장애물이 없는 탁 트

인 하늘이라는 유리한 곳에 위치해 있었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추적을 따돌릴 수가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얼마 정도를 더 날아간 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물의 옥상을 향해 천천

히 낙하한 뒤 어깨에 메고 있던 거구의 남자와.. 자신의 팔에 나무늘보 마냥 꽉 붙어있

는 소녀를 강제로 때어냈다.

"여,여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소녀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중얼거렸고..

이 내 거친 숨을 몰아내쉬며 괴로워하는 거구의 남자에게 허겁지겁 달려갔다.

"응급처치를..!"

소녀는 왼쪽 팔이 반 이상 날아가 출혈을 일으키고 있는 남자의 팔을 살피며 지혈을 위

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대신하듯 거친 숨과 식은땀을 가득 흘리고 있는 창백한 얼굴을

들어 올려 거대한 날개를 펼친 채 이쪽을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

다.

"넌..누구지?"

그녀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 묻고 싶었던 질문을 약해져 가는 목소리로 물었

다.

"질문은 이쪽이 먼저야."

그러나 그녀는 남자의 말을 가로막듯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방금전에 '미도' 라고 말했지? 그 '미도'가 혹시 금발에 평범한 얼굴을 한.. 히히 라

고 기묘하게 웃는 20대 초반의 남자.. 가 맞아?"

"누구냐..넌?"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는.. 이 와중에도 오른손에 쥐고 있던 마체테의 칼날

을 그녀 쪽으로 들이민 채 물었다.

"그러지마세요. 대장님.."

남자의 상처 단면을 묵어 지혈 작업을 하고 있던 소녀가 조심스럽게 남자의 팔을 내리

며 고개를 저으며 남자를 달래듯 말했고.. 남자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소녀의

말대로 조용히 무기를 내려놓았다.

"실례했습니다.. 저는 신나라.. 이쪽은.."

"오..경철이다.."

자기소개를 한두 사람은 재촉하듯 그녀를 바라봤고..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거칠게 긁

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로 했다.

"미미.. 윤미미다."

"미미..?"

"미미라고..?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나라도 경철도 믿을 수 없다는듯한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처음에 또 자신의 이름을 놀림감으로 쓰려는 건가 싶어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

내 두 명의 반응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진짜로 그 '미미'인거냐?"

경철은 흐르는 식은땀을 힘없이 닦아내며 의심 어린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반응으로 보건대 확실하게 미미라는 존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자신이 그 미미라고 하는 수상한 인물이 나타났으니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

다.

"그,그렇지만.. 사진에 찍혀있던 인물이랑 닮았어요."

나라는 예전에 보여줬던 사진에 찍힌 그녀의 모습을 떠올림과 동시에 지금 그녀의 모습

을 비교했고.. 머리색과 뺨에 새겨진 문양 이외에는 자신이 봤던 사진의 인물과 다르

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녀석.. 미도는 어디에 있어!?"

두 명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그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었던 그녀는 방금 전의

못마땅한 표정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 마냥 몹시 밝은 얼굴로 바뀐 채 이야기를 재촉했

다.

"그 녀석은..큭..!"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던 경철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 트렸

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의식을 잃은 듯 그 거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대장님!?"

경철이 쓰러지는 것을 본 나라는 허겁지겁 그의 상태를 살폈고.. 그것이 과다 출혈로

인한 증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어서 빨리 수혈을.."

하지만 이 건물의 옥상에 수혈을 할 수 있는 도구나 시설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혈액 자체는 자신과 경철이 같은 혈액형이기에 보충할 수 있다고 쳐도.. 호스도 바늘

도 아무것도 없는 이 상태에서 수혈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병원..! 작은 개인병원이라도!"

이대로 경철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던 나라는 서둘러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병원

이 있기를 신에게 빌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찾았다..!"

그 기원이 통한 것인지.. 이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외과라고 써진 병원의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구가 있을만한 곳.. 병원을 발견한 것은 좋았지만 이 옥상에서 거구의 경철을 운반하

는 것은 나라 자신에게는 어떻게 해도 무리인 상황이었기에.. 이곳에서 부탁할 수 있

는 유일한 존재인 그녀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알았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그녀는 쓰러진 경철의 몸을 아까와 같이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쳐 맨 뒤 나라에게로 다가

가 비어있는 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몸을 낚아채듯 다른 쪽 옆구리에 낀 채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평소였다면 이대로 지면에 착지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2명의 인간

을 운반하는 상태.. 심지어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였기에 부담을 줄 수가 없

었던 그녀는 지면에 착지하기 직전 날개를 움직여 저공비행을 하며 순식간에 목적지인

병원의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지면에 내려진 나라는 허겁지겁 문을 당겼지만 아무래도 열쇠가 걸려있는 것인지 꿈쩍

도 하지 않았다.

"비켜봐"

나라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 올려 자신의 뒤로 옮겨놓은 뒤 그녀는 가볍게 발 차기를 날

렸고 강화유리로 된 문은 단숨에 박살 났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라는 그 무지막지함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현재의 급박

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했기에 서둘러 그녀를 지나쳐 병원 안으로 들어가 수혈에 필요한

도구들을 찾기 시작했다.

"있어!"

다행히도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 눕혀주세요!"

나라는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 말대로 그녀는 조심스럽게 어깨에 들쳐 맨 경철을 바

닥에 눕혔다.

나라는 가지고온 수혈용 도구들을 이용하여 능숙한 손놀림으로 경철의 정맥에 바늘을 꽂

은 뒤 호수로 연결된 반대편의 바늘을 자신의 정맥에 꽂고는 그대로 경철의 옆에 누웠

다.

"제법 익숙해 보이네?

이래보여도.. 일단 의사니까요."

"너..가?"

"네 그리고 당신보다 연상이기도 하고요."

예전부터 많이 겪어왔던 반응이었던지라 나라는 쓴웃음을 흘리고는 수혈에 지장이 가지

않게 고개만을 살짝 돌려 경철의 상태를 살폈다.

"하아.."

여러 가지 듣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그녀였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재촉할 정도로 냉

혹한 인간은 아니었고 두람의 대화를 들었을 때 적어도 두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알

고 있다는 것으로 봤을 때 친밀한 관계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와 친밀한 사람을 매몰차게 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녀는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

기로 마음먹은 채 혹시나 모를.. 자신들을 추격하려 했던 그인 외의 존재들에 대한 습

격을 대비하기 위해.. 예비 용의 철골을 허리춤에서 빼내어 쥔 채 수혈 중인 두 사람

을 경호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있던 나라가 상반신을 조심스럽게 일으켰고 그와 함께 자

신에게 꽂은 바늘을 빼냈고 바로 경철의 바늘 역시 뽑아낸 뒤.. 소독액을 묻힌 솜으로

지혈을 시킴으로서 수혈 작업을 완전하게 마무리했다.

"고비는..넘겼네요."

경철의 동맥에 손을 대 맥박을 잰 나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맥박도 안정적이었고.. 수혈을 하기 전 새하얗게 질려있던 혈색에 붉은빛이 돌 정도로

회복한 듯 보이는 상태였다.

하지만..

"괜찮은거야?"

수혈이 끝났다는 것을 짐작하고 다가온 그녀가 나라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수혈을 하기 전과 비교해 몹시 안정적인 상태의 경철과는 반대로 나라의 상태는 명백하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조금 쉬면.."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하던 나라는 그 순간 실이 끊긴 꼭두각시 인형과 같이 힘없

이 앞으로 쓰러졌다.

다행히도 다가온 그녀가 그 작은 몸을 재빨리 받쳐준 덕분에 바닥과 충돌하는 것을 막

을 수 있었다.

"기절한건가.."

나라의 상태를 확인하며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계속해서 붙잡고 있던 팽팽한 긴장의 실이 경철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단번에 끊어져 버렸고.. 한계를 맞은 육체와 정신으로 인해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하아..

죽다 살아난 경철이나.. 무리한 덕분에 기절한 나라를 억지로 깨워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커다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어제 업로드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갑작스러운 기온의 변화떄문인지 심한 몸살에 시달리다가 죽다 살아났습니다.

진짜 좀 추워졌다고.. 바로 감기에 걸릴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