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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밖으로 뛰쳐나오다 싶이 나온 그녀는 자신의 등 뒤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제는 몹시도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듯 거대한 날개가 튀어나
왔다.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고 그 상태에서 날개가 펄럭이며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제법 높은 위치의 고도까지 도달한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신 뒤 곧바로 속력을 내
어 이동을 개시하며 점차 가속하여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녀가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 때문이었다.
대화를 통해 태양 교단이 괴물과 관련 있다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괴물이 병원을 습격한다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이었
다.
물론 습격당하는 장소가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면 그녀도 그러려니 하고 심드렁하
게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적어도 현재의 상태로 그 병원은 그녀.. 정확하게
는 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였다.
그가 그곳에 없었다면.. 그녀의 현재 심정으로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
다.
자신과 그를 찢어놓은 계기가 된 그 괴물과 같은 존재라면.. 아무리 강한 그래도 쉽게
쓰러트릴 수는 없을 터였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그 괴물의 힘을 이어받았기에 확실하게 알 수가 있었다.
그가 뛰어난 재생력과 비상하게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의 신체
능력은 단련된 인간의 신체를 우스울 정도로 압도하는 괴물의 힘 앞에서는 평범하다 못
해 나약하게 보일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초조함에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자신이 낼 수 있는 최
대의 속도를 유지한 채 목적지의 방향을 향해 날았다.
1시간이 경과한 것인지.. 아니면 최대 속도를 유지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힘이 떨어
지는 신호를 예민해진 감각으로 캐치할 수 있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젠장.. 가성비 한번 구리네!"
그녀는 거친 말을 내뱉으며 가슴팍에 담아뒀던 혈액 팩을 꺼내 입구 전체를 뜯어낸 뒤
입을 벌려 단숨에 자신의 입안으로 혈액을 털어냈다.
비릿하며 역한 맛에 구토감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혈액을 전부 꿀
꺽하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얼마 후 혈액 팩의 효과가 증명되듯 격하게 느껴지던 공복감은 씻은 듯이 사라졌
지만 그녀에게 그것을 감탄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날개를 펄럭이며 습격당하고 있을 병원의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대략 30분 정도를 최고속력으로 날고 날아 겨우 목적지의 간판을 멀리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날아간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의 상공까지 도착할 수 있었
다.
하지만..
"늦었나.."
그녀는 지상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얼굴을 찌푸렸다.
지상은 연회가 한창 벌어지는 중이었다.
단지.. 그 연회의 주역은 인간이.. 아닌 이형의 존재들이었을 뿐이었다..
이형의 존재들은.. 생김새 자체는 인간과 흡사했다.
옷조차 입고 있어 뒷모습만 보면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정면을 보
는 순간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쭉 찢어진 입과 그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
빨과 흰 자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눈동자를 가진 그 모습은 평범한 인간이라고
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인간과 가장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그것이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건물 안은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밖에 펼쳐진 상황.. 원형은 인간이라고 생
각되는 처참하게 갈려진 듯한 살덩어리들이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건대 내
부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고도를 낮춰 건물의 위치까지 이동했다.
그러자 이형의 존재들이 그녀를 발견하고 비유가 아닌 진짜로 개가 짖는듯한 소리를 내
며 그녀에게 적의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그녀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지면에서 그녀
를 노려보며 짖어 보일뿐이었다.
그 이형의 존재들에게서는 괴물과 대치했을 때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에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혹시나 모르는 사항에 대비하기 위해
그녀는 고도를 유지한 채 유리 너머로 건물의 내부를 살폈다.
그리고 그때..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향해 이형의 존재 하나가 피를 흘리며 날아왔고 얼떨
결에 날아오는 그 존재의 머리를 붙잡았다.
[크르르르르르!!]
날아온 이형의 존재는 날아온 충격에 정신없어하더니 이내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짐승 같은 소리를 울리며 그녀를 물어뜯으려는 기색을 보였으
나.. 그전에 그녀가 잡고 있는 머리에 힘을 주었고.. 별다른 저항 없이 그 머리는 산산
조각이 나며 여러 가지 액체를 흩뿌리며 지면에 힘없이 낙하했다.
방금 전 저 이형의 존재가 피를 흩뿌리며 날아온 것을 보고 내부에 아직 저항하는 인간
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내부에서는 커다란 자신의 날개가 방해가 됐기에 바로 접어 안을 살핀 그녀는..
자신의 예상대로 안쪽도 밖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시체들의 향연.. 그 탓에 예민한 그녀의 후각을 능욕할 정도의 강렬한 피비린
내였다.
그러나 방금 전의 상황으로 아직 생존자가 남아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서둘러 주위
를 둘러봤다.
저런 이형의 존재와 상대할 수 있다는 건 적어도 일반인은 아니었기에.. 혹시 안에 그
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위에는 이형의 존재도 사람도 보이지는 않았다.
그 대신.. 어디론가 이어진 듯 보이는 핏자국이 선명하게 바닥에 나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무기인 철골을 재차 고쳐 잡은 뒤 서둘러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혹시나 그가 아닐까 하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 피의 주인은 거구의 중년 남자였다.
그리고.. 어째서 인지 그 뒤에는 백의를 입은 자그마한 몸집의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겁먹은 얼굴로 서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인간 이외의 존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약해 보이는 이형의 존재와는 확연하게 다른 존재..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서 죽이라고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존재..
그곳에 있는 것은 바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괴물' 이었다.
늑대의 얼굴과 인간의 몸.. 거기에 전신이 털로 뒤덮여진 그 모습은... 곧바로 머릿속
에 늑대인간이라는 단어를 연상케 하는 외형을 하고 있었다.
단지 얼굴과 몸 곳곳이 화상을 입은 듯 살갗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안 그래도 기괴한 모
습을 더욱더 기괴하게 보이게 하는 모습으로.. 한쪽 눈에는 누군가에 당한 것인지 나이
프 한 자루가 꽂혀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자신의 안에 끓어오르는 살의의 고삐를 아예 놔버리고는 흉측한 모습의 괴물을
향해 달려가며 들고 있는 철골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 상단에서 하단으로 힘차게 내리쳤
다.
하지만 그 바로 직전 괴물의 쫑긋 서있는 귀가 움찔움찔 걸렸고 괴물은 천장을 향해 단
숨에 도약하여 날카로운 손톱을 천장에 박아 넣은 뒤 그대로 매달려 그녀의 내려치기를
피해냈다.
방금 전까지 괴물이 있던..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바닥은 그녀의 공격에 아래층이 보
일 정도로 파괴됐고.. 그 직후 천장에 매달린 괴물은 천장에서 바닥을 향해 내려오는
것과 동시에 그 날카로운 손톱을 무방비한 그녀의 등 뒤를 향해 휘둘렀다.
괴물의 날카로운 손톱 끝이 그녀의 등 뒤에 박혀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거칠게 몸을 틀어 손톱이 등 뒤에 먹혀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다행히
도 손톱 끝에 긁히는 정도의 찰과상으로 끝날 수 있었다.
"괴물새끼가..!"
치명상을 피한 그녀는 불안정한 자세에서 괴물의 머리를 박살내기 위해 철골을 휘둘렀지
만.. 괴물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어렵지 않게 그녀의 공격을 피해 냄과 동시에 그녀를
발로 참과 동시에 그 힘을 이용하여 공중제비를 돌며 그녀와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
에 가볍게 착지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녀는 혀를 치며 괴물의 정면에 위치한 곳에서 철골을 겨눈 채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
는 자세를 유지했다.
괴물의 근력 자체는 그녀보다 확실히 떨어졌지만.. 속도나 반사 신경 등의 민첩함에 있
어 그녀보다 위였다.
거기에.. 힘 자체는 대단하지 않지만.. 양손에 있는 손톱의 날카로움은 그녀의 단단함
을 파고들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것은 방금 전의 일로 확인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괴
물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눈에 새기며 언제라도 반격을 할 수 있게 긴장의
끈을 바짝 당겼다.
하지만 괴물 쪽도 본능적으로 그녀의 힘을 감지하고 있던 탓에 쉽사리 공격할 기세는 보
이지 않은 채 그녀의 틈을 노리듯 짐승과도 같은 네발 자세로 자세를 낮춘 채 그녀를
유일하게 멀쩡한 한쪽 눈으로 노려봤다.
서로의 틈을 찌르기 위한 견제의 자세를 취하며 서로를 노려보던 그때..
"대장..! 대장님!"
바닥에 무엇인가 넘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가녀린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그녀의 뒤
에서 울려 퍼졌고.. 순간적으로 난 소리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곁눈질로 뒤를 돌아봤
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을 괴물은 놓치지 않았다.
짐승과도 같은 네발 자세에서 무서운 속도로 튀어나가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의 목
을 찢어버리려는 행동을 취했다.
아주 잠깐.. 1초도 안되는 그 틈을 노린 괴물의 손톱은 어느새 그녀의 목가죽에 파고들
며 작은 출혈을 일으키며.. 그대로 목을 찢기 위해 파고들려 했지만.. 제정신을 차린
그녀가 늑대의 몸통을 향해 철골을 휘둘렀다.
아슬아슬하게 목이 꿰뚫리기 직전에 취한 반격으로 인해 늑대는 벽 끝까지 날아갔지만
그다지 대미지를 받은 흔적은 보이지 않은 채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그녀의 철골이 닿기 직전 괴물 스스로가 뒤로 날아간 덕분에.. 직격타의 공격을 피했
기 때문에.. 멀리 날아가기는 했으나.. 직접적인 대미지는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였다.
"똥개새끼가..!"
그녀는 자신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거칠게 닦아 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당장이라도
괴물에게 달려갈 자세를 취했다.
"대가리를 터트려주마.. 짐승새끼야..!"
안 그래도 들끓던 살의와 자신의 방심에 의한 상처로 인해 가슴속에 끓는 분노와 살의
는 한계를 뛰어넘듯 터져 나오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뒤에 있던 생존자들에게 여러 가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것
을 머릿속에 지워버리고..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괴물을
박살내기로 마음먹었다.
[가오오오오오오오오!!]
그녀가 적의를 드러내며 괴물을 박살내기 위해 행동을 취하려던 그때.. 갑작스럽게 괴물
이 늑대의 하울링 같은 느낌으로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울부짖기 시작했고.. 그것이 끝
남과 동시에.. 괴물이 있던 방향의 유리창을 깨며 방금 전 지상에서 봤던 인 외의 존재
들이 튀어나와 괴물을 지키듯한 진형을 유지하며 이쪽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
다.
순식간에 1:1의 상황에서 괴물 쪽이 수의 우위를 점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주눅 든 기세도 없이 입가를 비틀며 거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몇마리가 됐든 다 패 죽여주마!"
그녀는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철골을 바닥에 내리쳐 박살낸다는.. 자신의 위협적
인 모습을 거침없이 증명하며 중심을 낮춘 뒤 그대로 도약하여 잡병(인 외의 존재)을
단숨에 쓸어내려고 했지만..
"하,하필..미도가..없는사이에..."
호전적이고 잔혹한 미소를 띠며 살육의 준비를 하려던 그녀를 자극하는 이름이.. 굵고
거친 목소리에 의해 흘러나왔고.. 그 순간 들끓는 그녀의 전의는 한순간에 차갑게 식
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시즌2의 경우에는 미도 파티와 미미 파티가 따로따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며 큰 사건에서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어서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분들이 많겠지만.. 세계관의 확장을 위해는 어쩔수가 없기에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