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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결국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는 진행됐다.
은야가 온 목적은 지도를 돌려주러 온 것도 있었지만 그 이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다음으로 향할 생존자 구역이 병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병원을 아지트로 삼기에 의사가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다른 곳보다는
생존자 중 의사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에 혹시 그곳에 의사가 있다면 교섭을 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이쪽으로 데려와 주는 거였지만.. 그녀에게도 그녀의 사정이 있다는 것
을 숙지하고 있었기에 거기까지는 크게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교섭으로 자신들의 진료
를 봐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을 전해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대신의 보수로.. 식량을 100인분가량 더 지급하겠다는 내용과.. 혹시나 시간이 돼
서 데리고 와준다면 1000인분을 추가로 내주겠다는 의뢰였다.
데리고 오는 것 자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그가 그곳에도 없었다면 계속해
서 돌아다녀야 하기에 무리였지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다지 시간을 쓰는 일도 아
니었기에 그녀는 시원스럽게 그 의뢰를 받기로 했다.
그렇게 의뢰를 받기로 한 뒤 은야는 추가 식량을 가지러 아지트로 돌아갔고 그녀는 그동
안 떠나기 직전의 식사를 잽싸게 준비해 오랜만에 대량의 식사를 포식할 수 있었다.
그녀가 식사를 끝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 중 100인분의 식량을 낑낑대며 들고 온 은야
가 도착했다.
"잠시만 기다려!"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 은야에게 말한 그녀는 후다닥 뒷정리를 끝낸 뒤 방금 전 식량소
비를 해 조금 가벼워진 자신의 짐을 거침없이 든 채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의뢰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녀는 은야가 가지고온 배낭을 가볍게 들어 올려 비어있는 어깨에 들춰 맸다.
"남편분을 찾으실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떠날 준비를 끝낸 그녀에게 정중한 자세로 은야는 말했다.
그 말에 그녀는 피식하고 웃어 보이고는 작은 목소리로 '찾아야지' 라고 중얼거리며 등
에 맨 배낭을 재차 들춰 맸다.
"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있어!
그녀는 손을 들어 올려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등을 돌려 쇼핑몰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그녀는 생존자 구역을 뒤로 한채 다음 장소인 병원을 향해 여행을 떠났다.
대략 5시간 정도를 간간이 지도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며 걷던 그녀는.. 지도에 집중한
탓인지 숨어있던 좀비 무리와 맞닥뜨리게 됐다.
예전이라면 식겁할 상황이었지만.. 현재의 그녀에게 있어 좀비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
았다.
단지..
"아.. 그러고 보니 무기 박살 났었지..
그녀는 지도를 가슴팍에 쑤셔 넣으며 자신들을 향해 추잡한 입을 벌리며 달려오는 좀비
들을 바라봤다.
사실상 주먹이나 다리를 이용한다면 좀비들을 박살내는 것은 그녀의 신체능력으로 어려
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럴 시에 좀비들이 박살 나며 나오는 피 나 내장 같은 것들이 자신의 손과 신
발이나 옷에 튈 수밖에 없었고.. 반쯤 썩어 있는 좀비들의 그 체액이나 기타 고기들을
심하게 냄새가 나기 마련이었다.
"쓸만한 무기 없나?"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달려오는 좀비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무
기로 사용할만한 것을 찾았다.
자신의 근력을 버텨낼 수 있을 정도의 강도 높고 적당한 길이의 물건이라는 어찌 보면
간단해 보이면서도 엄청나게 높은 커트라인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근처에 그리 쉽게 있
을 리가 없었지만..
"찾았다!"
그녀는 씩 하고 웃고는 목적의 물건이 있는 곳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그녀가 달려간 곳은 공사 도중이었던 것인지 철골과 철심 등으로 뼈대를 세우고 있던 공
사 중인 건물로.. 그 뼈대 이외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휑한.. 그녀가 무기로 사용
할만한 물건들은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적은 바로 건물의 기초 뼈대로 사용된 철골과 철심이었다.
그녀는 가장 처음 땅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철심을 가볍게 뽑아냈고 약 3미터가 넘는
철심을 앞으로 세운 채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투창 선수가 창을 내던지
는 듯한 기세로 던졌다.
콰직!
고기를 꿰뚫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그녀가 던진 철심은 좀비들을 꼬치구이처럼 5마리의
좀비를 단숨에 꿰뚫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를 죽이지 못한 채 꿰뚫린 좀비들을 말려
들게 한채 몇 미터나 떨어진 벽에 꿰뚫렸다.
그 결과에 만족한 듯 그녀는 씩 하고 웃으며 다른 철골도 바닥에서 뽑아 마찬가지로 나
머지의 좀비들에게 내지르듯 던졌고 방금 전과 마찬가지의 흡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좀비들이 꼬치구이가 된 상태로 버둥거리는 것을 떨어진 곳에서 확인한 그녀는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이번에는 철심이 아닌 그녀의 양쪽 팔을 합친 것보다 두꺼운 철골
을 힘차게 발로 차 부러 느리고 그것도 모자라 수도로 윗부분을 내리쳐 휘두르기 좋은
길이에까지 깎아 낸 뒤..
그대로 그것을 버둥거리는 좀비들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고 좀비들의 머리는 펑 소리를
내며 수박보다 더 간단하게 터져 버렸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풍압 소리와 함께 4 번 정도 철골을 휘둘렀고 그 이후 더 이상 움직이는 좀비는 한 마리도 남게 되지 않았다.
"이거 좋은데?"
피와 뇌수에 젖은 철골을 털어내며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기 딱 좋은 무기라고 생각했다.
집의 뼈대를 구성하는 만큼 제법 힘을 줘서 공격해도 휘거나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
했다.
"예비로 하나 정도 더 가져갈까."
그녀는 머리가 사라진 좀비들을 뒤로 한채 비슷한 길이의 철골을 하나 더 생산한 뒤 철
골 다발을 고정시키기 위해 썼던 홀더에 고정시킨 뒤 나머지 하나의 철골은 손에 든 채
로 그 장소를 떠났다.
그렇게 그녀는 좀비들의 습격 외의 긴장감도 특별성도 없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식사
와 이틀에 한 번꼴의 수면 외에는 좀비들을 쓰러트리며 목적지인 병원을 향해 걷고 걸으
며 대략 5일 정도의 시간을 지나 보냈다.
"내일쯤이면 도착하려나"
한 손에는 통조림 캔을 든 채로 다른 한 손에는 꾸깃꾸깃 접힌 지도를 든 채 현재 남
은 거리를 확인하며 그녀는 통조림의 캔에든 내용물을 우물우물 거리며 먹었다.
한 달간의 여행 탓에 이제는 대충 눈대중으로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었던 그녀는
식사 후 곧바로 향한다면 내일의 오후쯤에는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곳에 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괜스레 설레는 기분과 함께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기대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두근두근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듯 통조림의 내용물을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 넣어
게걸스럽게 씹어 삼켰다.
"....사람소리..?"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넘긴 그녀는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인지 아니면 작은 목소리인 탓인지 뭐라고 말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좀비들의 울음소리와는 다른.. 사람의 소리라는 것을 인식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다 먹은 빈 캔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벽에 세워둔 철골을 소리 없이 들어
올린 뒤 소리의 근원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소리를 죽인 채 살금살금 걸으며 대화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어
렵지 않게 대화의 주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무리를 발견한 그녀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 졌다.
붉은 태양의 문양을 가슴과 등에 박혀있는 재킷을 입은 남자들의 무리.. 잊으려야 잊
을 수 없고 자신과 그를 갈라놓게 한 원흉일지도 모르는.. 이 세계 생존자들에게 있어
최악의 적인 태양 교단의 인간들이었다.
태양 교단의 인간들의 수는 대략 20명 정도로 그 손에는 각각 둔기나 석궁 등의 무기
로 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적당하게 이 근처에 은신처를 만들고 대기한다!
리더처럼 보이는 남자가 외치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적당하게 대답한 뒤 그룹을 이루
어 근처의 건물로 들어갔고 나머지 인원은 그 근처에서 무기를 든 채 주변을 경계하는
태세를 취했다.
"이번 일은 제법 편하네. 그냥 '괴물' 하나 던져주고 오면 되는 일이니"
"나는 솔직히.. 그 괴물 새끼 땜에 졸았는데..
"큭큭..!뭘 졸고 그러냐.. 어차피 우리말 잘 듣는 똥개인데"
"쒸벌.. 그러다가 갑자기 폭주하기로 하면 어쩌려고?"
보초를 서는 남자 2명이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그녀의 귀에도 들어왔다.
상당히 귀에 박히는 단어를 들은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그 2명을 주시하며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 병원도 제법 끈덕지게 버틴 모양인데.. 이번에는 정말로 끝이겠네."
"하긴.. 그 괴물한테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그리고.. 더욱더 신경 쓰이는 단어들이 튀어나왔고.. 그녀는 바로 반응하여 철골을 든
채 숨어있던 장소에서 튀어나와 달려 나가 그대로 도약해 손에든 철골을 보초 중인 남자
들에게 내리쳤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반응하는 것이 늦은 남자들은 그녀가 내리치는 철골의 압력
과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비명 하나 내지르지도 못한 채 토마토 터지듯이 피를 흩뿌리
며 허무하게 죽었다.
"이 씨 x 년은 뭐야!?"
철골로 남자 2명을 단숨에 피떡으로 만든 그녀를 발견하고 경악한 남자들이 소리쳤
고.. 그 소리에 탐색하고 있던 남자들이 건물 안에서 우르르 몰려나왔지만.. 그녀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들고 있는 철골을 남자들이 반격하던 말던 압
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며 좀비 때와 마찬가지로 그 머리나 몸통들을 가볍게 박살 내
며 도륙해 나갔다.
그래도 다른 어중이 떠중이들과는 다르게.. 괴물 같은 그녀의 힘을 보고도 남자들은 혼
란에 빠지지 않고 원거리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은 근접무기를 든 남자들의 뒤로 모여
정확하게 조준한 뒤 그녀를 노리고 발사했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 자체가 불합리한 무력.. 아니 폭력과 다름없었기에 그 공격은 휘
두른 철골에 무색하게 튕겨 나갔고.. 운 좋게 그녀의 몸에 닿았던 화살들은 허무하게
튕겨 나가며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한 채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근접 공격들은 말할 것도 없이 쇠지렛대나 금속 배트 등의 둔기는 물론이고 나이프나 식
칼 같은 날붙이류의 공격도 일절 통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머리
가 날아가 즉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처참하게 자신의 동료들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누구 하나 도망가지 않고 자리를 지킨
채 그녀에게 반격을 가하는 태양 교단의 인간들은 제법 잘 통제되고 있었다.
확실하게 양아치 같은 다른 태양 교단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압도적인 폭력을 자랑하는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별다른 효과도 의미도 없는
행동일 뿐이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그 자리에 제대로 서있는 것은 그들을 열심히 통
제하고 명령을 내린 리더의 남자 한 명뿐이었다.
"넌..누구지?"
리더인 남자는 자신들을 순식간에 피떡으로 만든 무시무시한 존재가 자신을 향해 그 무
서운 흉기를 든 채 다가오고 있음에도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괴물"
굳이 답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고..
철골을 휘둘러 리더인 남자의 머리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너희들 부영 병원인가 뭔가 하는 병원에 괴물을 풀어놨다는 게 사실이냐?"
"그렇다면.. 어쩔 거지?
리더는 겁 없이 웃으며 그녀를 도발하듯한 말투로 말했고.. 그 직후 그녀의 철골이 그
겁 없이 웃고 있는 안면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죽여야지."
그녀는 차갑게 중얼거리며 철골에 묻은 피를 털어냈고.. 그 풍압에 의해 머리를 잃은
시체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모든 태양 교단의 인간들을 정리한 그녀였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새끼들"
머리를 잃고 쓰러진 시체에 매도하듯 침을 내뱉은 그녀는 시체에서 등을 돌려 자신이 방
금 전 있던 곳으로 재빨리 돌아가 배낭을 뒤져 무엇인가를 꺼냈다.
꺼낸 것은 보수로 받은 혈액 팩..
그녀는 그 혈액 팩을 몸 안에 적당하게 쑤셔 넣고는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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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한달의 여정 끝에.. 드디어 병원에 도착한 미미
하지만 그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