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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83화 (83/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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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결국 그가 어떤 종류의 괴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의문만 더 늘어나게 된 상태..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지만.. 결국 그의 정체가

뭐든 그녀가 할 일은 변함없었기에 풀리지 않는 의문에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

만 결국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쿨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어찌 됐든 그녀와 실베른은 지도의 정보를 식량 500인분 혈액 팩 10개라는 분량으로 거

래를 성사 시킬 수 있었지만.. 원본 지도의 경우 그녀 역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됐기

에 사본을 제작하지 않으면 안 됐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어가기

로 했다.

단지 그들의 아지트 내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올바를 것이었다.

은아와 실베른을 제외한 다른 생존자들이 그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보였기 때

문이었다.

지금은 휴전을 했다고는 해도.. 자신들의 리더이자 자신들보다 월등하게 강한 실베른을

걸레짝으로 만든 탓에 다른 생존자들은 그녀에게 적의나 공포 등을 안고 있었고 그녀 역

시 그것을 인지하면서도.. 그들과 딱히 친하게 지낼 시간도 이유도 없었기에 괜한 시비

에 엮이지 않기 위해 아지트가 아닌 적당히 비어있는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기로

했다.

날개를 이용한다면 고층의 빈집에 출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에 그녀는 적당하게 비어있는 1층의 아파트 베란다 쇠창살들을 단번에 박살낸 뒤

그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쇼핑몰이 딸려있는 아파트인 만큼 자신이 있던 아파트와 비교해 넓이도 크고..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아 먼지는 조금 쌓여있었지만 그럭저럭 깔끔한 집이었다.

그녀는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흙 발로 거침없이 거실의 대리석 바닥을 밟으며 먼지 쌓

인 소파 위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힘 조절을 하며 소파 위의 먼지를 털어 낸 뒤 방금

전 지도와 교환하여 받은 500인분의 식량과 10개의 혈액 팩이든 배낭들을 바닥에 내려

둔 뒤 그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먼지 냄새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비싸 보이는 집인 만큼 소파도 제법 푹신했기

에 그녀는 몸에서 힘을 뺸 채 그 푹 심함에 몸을 맡기며 두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했

다.

대략 그렇게 1시간 정도 선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던 그녀는 문뜩 먼지 냄새 외에 느껴

지는 옅은 피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며 눈을 뜬 뒤 소파에 기댄 상태로 자신의 몸을 내

려다봤다.

검은색인지라 티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검붉은 피가 말라붙은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즉.. 피 냄새의 근원지는 자기 자신.. 정확히는 이 옷이었다.

"세탁해야하는건가"

식량을 대량으로 운반하지 않으면 안 됐기에.. 속옷은 몇 장 정도 챙긴 상태였지만 그

녀의 의복은 라이더 슈트 한 벌뿐이었다.

몹시 귀찮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듯한 태도로 소파 위에서 몸을 일으 킨 뒤 거침

없이 지퍼를 내려 단숨에 옷을 벗어던진 뒤 쉴 베른의 피 말뚝에 꿰뚫린 상처에서 나

온 피의 탓에 살갗에 붙은 붕대..라고 할까 이제는 넝마 조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천

을 벗겨냈다.

그 탓에 피로 얼룩덜룩한 상태의 가슴이 거침없이 흔들리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그녀는

동시에 압박된 붕대가 풀려 기분 좋은 개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이참에..라고 하듯 실크로 된 검은색 팬티도 단번에 벗어던져 완전한 나체가 됐

다.

"샤워라도 할까."

어차피 빨래를 하지 않으면 안 됐고.. 수도가 끊긴 현재의 세계에서 그녀가 세탁을 하

기 위해서는 식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안 그래도 짐이 많아 최소한의 물만 가지고 다니는 그녀에게 있어 낭비라고 밖

에 말할 수 없었기에 세탁을 하는 김에 샤워..라고 해도 적당하게 물을 몸에 뿌리는 것

뿐이었지만.. 적어도 몸과 옷을 동시에 씻어 물의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가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옷과 생수 2통을 챙겨 욕실로 들어온 그녀는 욕조의 구멍을 막고 차가운 생수

를 거침없이 머리에서부터 뿌려 몸을 적시며 굳어진 피들을 씻겨 내리며 동시에 자신의

라이더 슈트를 욕실에 비치된 비누로 거품을 낸 뒤 그것을 발로 밟으며 핏물을 빼내는

작업을 병행했다.

라이더 슈트가 어느 정도 깨끗해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힘 조절을 하여 탈수

기급으로 라이더 슈트에 머금어진 물을 가득 짜 낸 뒤 마찬가지로 욕실에 비치되어있

는.. 목욕 타월의 먼지를 적당하게 털어 낸 뒤 그것을 새하얗게 표백된 듯 깨끗해진 자

신의 나신에 둘둘 감은 뒤 라이더 슈트를 들고 욕실 밖으로 나와 그것을 베란다에 걸

어 놨다.

"후우.."

그녀는 타월하나 두른 상태로 다시 소파 위에 몸을 눕힌 채 조용히 두 눈을 감자.. 자

연스럽게 그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까까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인지..  아니면 괴물이면서도 평범한 인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채 살아가는 실베른을 봐서인지.. 혹은 둘 다 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잘있으려나..."

그녀는 자신의 무릎을 껴안아 몸을 둥글게 말며 중얼거렸다.

3월 말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영하의 날씨로 떨어질 정도로 추운 날씨에.. 알몸 상

태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추위를 느끼지 않았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몸이 차갑게 식어가

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옆에 그가 없다는 현실에서 오는 고독감이라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젠장..."

그녀는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약해져 가는 자신을 북돋듯 거친 말을 내뱉었다.

아직이다.. 아직은 약해질 수 없다.

여행을 한지 이제 한 달째 밖에 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약해지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생각했다.

그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절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숨을 쉬는 것 같을

정도로 당연하게 드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약해져서도 꺾여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위해서도 그를 위해서도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도.. 멈춰 서있을 수는 없었다.

"후우!"

그녀는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서 생겨나는 부정적인 마음을 몰아내듯 무릎에 묻고 있던

얼굴을 당당하게 들어 올린 뒤 힘차게 자신의 뺨을 때렸다.

웬만한 공격으로는 상처조차 주지 못하는 그녀라도 자신의 공격에는 대미지를 입는 탓

에 뺨이 붉게 부어올랐고.. 양 뺨에 얼얼한 고통이 좋지 않은 생각을 단번에 날려 버렸

다.

"자자! 자고 다 잊어버리자!"

그녀는 큰 소리로 외치며 먼지 구덩이의 소파 위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그 탓에 소파 전체에 쌓인 먼지가 단번에 폭발하듯 일으켜 방안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대로 두 눈을 질근 감고 양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

를 감싸는 자세를 취했다.

"미레도 잘 자.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건넨 뒤 그녀는 천천히 머릿속을 비우듯 심호흡을 반복했

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꿈을 꿨다.

되살아 난 뒤 거의 꾸지 않았기에 정말 오랜만에 꾸는 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꿈속에서.. 그녀는 몹시 반갑고.. 몹시 만나고 싶고.. 몹시 사랑하는 그

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꿈속의 그는 밝은 미소를 띤 채 웃고 있었고.. 그런 그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와 비슷한 웃음을 띤 채 그에게 농담을 건네거나 말을 걸거나 하며 친근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단지.. 가끔씩 사람들 사이에서 웃으면서도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

는 것이 보였지만.. 그것은 정말 가끔 보이는 모습이었고.. 평소의 그는 사람들과 즐겁

게 웃고 서로 도우며 떠들썩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비록 그 옆에 자신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즐겁게 웃는 그 모습에 그녀는 마냥 기

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기쁨을 품은 채.. 그녀는 눈을 떠 현실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방금 전 본 광경이 머릿속에 확연하게 떠오르며 그녀는 소파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탓에 몸에 감고 있던 타월이 스르륵 바닥에 흘러내려 그녀의 전신을 빠짐없이 드러내

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그대로 베란다의 창 너머를 바라봤다.

어느새 해가 뜨는 시간인 것인지.. 태양이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어두운 아파트 구

역들을 서서히 밝혀 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발가벗은 채의 상태로 얼마 동안 태양이 뜨는 것을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어느새 완전하게 뜬 태양은 어둠을 완전하게 날리며 아침의 시작을 알렸다.

"좋아.. 갈까!"

자신의 허리에 손을 두른 채 가슴을 당당하게 펼친 그녀는 호쾌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행의 재개를 알리듯 외쳤다.

"저기..."

기분 좋은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아침 공기를 폐 속에 잔뜩 들이키며 심신을 정화하던

그녀를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그녀는 움찔하고 놀라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략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잔뜩 얼굴을 붉힌 상태의 은야가 그녀를 힐끌힐끔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현재의 모습..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여러 가지를 당당하게 드

러내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방이 남자였다면.. 화를 나거나 잽싸게 가리거나 했을지도 몰랐지만.. 같은 여

자.. 그것도 자신보다 상대방 쪽이 더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탓이.. 어떻게 행동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기본적인 인사를 해보기로 했다.

"좋은아침이네"

"네.. 저기.. 조, 좋은 아침이네요."

그녀의 인사에 은야는 예의 바른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쭈빗쭈빗 거리

며 그녀의 눈치를 살피듯 조심스럽게 베란다에 서있는 그녀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지도의 원본.. 돌려드리게..습니다.

은야는 그녀의 알몸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듯 최대한 고개를 돌리며 지도를 베란다 위

에 있는 그녀에게 내밀었고 그것을 조용히 받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자신이 건넨 지도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녀는 다시 지도를 꾸깃꾸깃 접었

다.

"사본은 다 완성한 거야?

"네.. 완성했습니다."

대답하면서도 은야는 힐끔힐끔 학고 그녀의 몸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같은 여자였기에 그다지 수치심은 느끼지 않았지만.. 과연 저렇게 힐끔힐끔 보니 수치심

을 느끼지 않던 그녀도 괜시래 신경이 쓰였다.

"같은 여자니까.. 그냥 볼 거면 당당히 봐도 상관없지 않아..?"

"아니요.. 저기.. 그 알몸을 보니.. 어제 봤던 장면이 떠올라서요.."

아까 저보다 더욱더 얼굴을 붉히며 은야가 말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하던 그녀였지만.. 잠시 생각하고 나서야 은

야가 어제 자신의 생각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야외에서 그와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했던 야외 섹..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러니까 그건.. 제발 잊어달라고!"

알몸 자체로는 별다른 수치심을 느끼지 않던 그녀였지만 그 건에 관해서는 엄청나게 수

치심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녀는 은야의 몇 배는 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속

옷을 챙겨 입을 생각도 못하고 베란다 위에 걸어둔 자신의 라이더 슈트를 그대로 허겁지

겁 주워 입었고.. 둘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어색하고 미묘한 공기가 감돌게 됐다.

============================ 작품 후기 ============================

미미 하드카운터 은야

이제 좀 지루했던 설명충 스토리는 지났고 다음화부터는 다시 메인 시나리오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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