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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80화 (8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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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그녀는 양손으로 쇠 파이프 다발을 쥔 채 은발 청년을 압살할 기세로 내리쳤다.

괴물 같은 신체능력이 되고 나서..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의 힘이 담긴 일격이었다.

근접해 일격 박살을 시전하려는 그녀와는 다르게 은발 청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선채 자

신의 엄지손가락 끝을 물어뜯었고 그곳에서 흐르는 한줄기의 선혈을 허공에 튀겨내듯 흩

뿌렸다.

그러자 허공에 튀겨진 선혈들이 모양을 변화 시키더니 이내 이십 개 정도 되는.. 꼬챙

이 크기의 날카로운 모습으로 변화했고 쇠 파이프 다발을 있는 힘껏 내리치는 그녀에게

거침없이 날아갔다.

그리고 동시에 서로가 내지른 살의에 찬 공격들이 각자의 몸에 닿았다.

가장 처음 살을 꿰뚫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를 집어삼키듯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지며

흙먼지를 피워냈고 그 근원지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은 순식간에 회색의 흙먼지에 가려

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흙먼지 속에서 튕겨 나가듯 은발 청년의

몸이 허공에 붕 뜬 채 수 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아슬아슬한 자세로 지면에 착지

한 채 아직 흙먼지 속안에 있는 그녀를 노려봤다.

"깜짝 놀랐네.."

바람에 휘날려 흙먼지가 점차 사방에 퍼져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회색 가루에 머리와 옷이 더러워진 것 이외에.. 그녀의 왼쪽 팔에는 은발 청년이 날린

피로 만든 기묘한 피가 챙이 몇 개가 박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꿰뚫린 상처 부분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소생하고 난 뒤 처음으로 느끼는.. 정말 오랜만이라고 생각되는 육체적인 고통과 상처였

었기에 그녀는 놀라움과 함께 눈앞에 있는 존재가 자신에게 있어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

을 새삼스럽게 재인식할 수 있었다.

"괴물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괴물 같은 년일세.."

은발 청년은 방금 전 당한 공격을 막기 위해 들어 올렸던 왼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청년의 팔은 그 힘을 잃은 채 덜렁거리는 상태였다.

그녀가 내리친 일격과.. 그 이후 청년을 날려버린 이격쨰의 공격에 의해 웬만한 철골보

다 튼튼해야 하는 자신의 뼈가 박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청년도 그녀의 완력이 이 정도 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놀라우면서도 자

신의 안일함을 반성했다.

그리고.. 그녀를 확실하게 죽이기로 재차 마음먹었다.

은발 청년은 멀쩡한 오른팔의 손목을 입술 사이로 드러난 송곳니로 거칠게 물어뜯었고

그곳에서는 아까와 비교도 되지 않는 많은 양의 혈액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 혈액들은 바닥에 흐르는 것이 아닌 허공의 한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모여갔

고 이내 농구공 정도 크기의.. 피로 형성된 구체를 순식간에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허공에 뜬 그 구체를 본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했

고.. 은발 청년의 다음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쇠 파이프 다발을 청년에게 겨눈 채 보

도 블록이 박살 날 정도로 거칠게 지면을 차며 달려 나갔다.

"늦어!"

은발 청년은 외치며 자신의 바로 앞에 불길한 색을 띄운 채 떠있는 붉은 구체를 주먹으

로 후려쳤고.. 혈구체는 그 형태를 잃으며.. 대신 총알 크기 정도의 수백 개 구체로 변

화하고는 달려오는 그녀를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그야말로 산탄.. 아니 피의 클레이모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무자비한 공격이었다.

"칫..!"

날아오는 속도와 크기로 인해 제대로 피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달리는 것

을 멈추고 손에 들고 있는 쇠 파이프 다발을 이용해 날아오는 구체들을 털어내듯 엄청

난 풍압을 뿜어내며 휘둘렀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한 효과를 보이듯 그녀의 쇠 파이프 다발의 풍압과 본체로 인해 일종

의 탄막 효과를 내며 많은 수의 구체들을 그녀의 몸에 닿기 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단지 수가 수였기에 전부 막지는 못한 채 몇 십 발 정도는 그 몸에 닿을 수밖에 없었

다.

그렇기에 그녀는 가장 중요한 급소이자.. 생명보다 소중한 아이가 있는 배만큼은 확실하

게 지키기 위해 몸을 수그린 채 다른 부위에 그 탄환을 받아 냈고.. 동시에 몸을 꿰뚫

리는.. 극심한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이 아닌 반격을 선택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쇠 파이프 다발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은발 청년을 향해 거침없

이 내던져버렸고.. 설마 자신의 무기를 내던지는 행동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

던 은발 청년은 그 무지막지한 힘에 내던져진 쇠 파이프 다발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온

몸으로 맞으며 그 충격을 다 이겨내지 못하고.. 쇠 파이프와 함께 몇십 미터나 날아가

건물의 벽에 처박혔다.

"아프잖아..! 빌어먹을 새끼가!"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는 거친 숨을 내뱉고는 이곳저곳이 꿰뚫려 피로 얼룩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다행히 치명상이나 아이가 있는 복부만큼은 확실하게 지켜내 무상처 였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날아가 벽에 박혀 있는

은발 청년을 한번 노려보고 그대로 청년의 숨통을 끊기 위해 주먹을 쥔 채 달렸다.

은발 청년은 그녀의 쇠 파이프 다발이 복부에 꽂힌 채 벽에 박힌 상태로 제법 상처가

큰 탓인지.. 바닥에 커다란 피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 상태였다.

보통이라면 즉사.. 살아있다고 해도 내버려 두면 곧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

처..

하지만 청년이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 역시 비슷한 존재라는 것

을 자각하고 있는 그녀는 심장을 꿰뚫거나 머리를 박살내도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없었

다.

애초에 심장을 꿰뚫리고서도 반격을 당해 어이없이 죽어버린 그녀이기에 더욱더 그러했

다.

그렇기에 그녀는 쇠 파이프에 꿰뚫려 벽에 고정된 청년을 가루가 될 때까지 박살낼 생각

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먹이 닿을 거리까지 접근한 그녀는 청년이 흘린 질척한 피 웅덩이

를 밟으며 머리를 박살내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빙고.."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청년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발을 들여놓은 피 웅덩이에서 팔뚝만 한 굵기의 말뚝 몇 개가

그녀의 복부를 꿰뚫기 위해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공격..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가장 중요시해야 할 복부를 다이렉트로 노리

고 들어오는 말뚝에 그녀는 급하게 몸의 궤도를 수정해 복부가 꿰뚫리는 일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 대신 상체 부분이 말뚝에 의해 사정없이 꿰뚫려버렸다.

"크으으윽!!!"

청년은 피로 얼룩진 얼굴을 들어 올려 오른팔로 복부를 꿰뚫고 있는 쇠 파이프를 거칠

게 빼낸 뒤 불안정한 발걸음으로 말뚝에 꿰뚫린 그녀에게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로 이

동하고는 그곳에 털썩하고 주저앉아 말뚝에 꿰뚫려 움직이지 않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

며 어디선가 꺼낸 것인지 알 수 없는 혈액 팩을 주스라도 먹는 것 마냥 꿀꺽꿀꺽하고

마시며 작은 숨을 토해냈고... 이내 한 팩을 더 꺼내 단숨에 비웠다.

그러자 놀랍게도 파이프에 꿰뚫려 구멍이 나있던 상처 부위가 꾸물꾸물 거리기 시작하더

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새하얀 피부가 돋아나며 구멍을 막았다.

"예상대로.. 복부를 노린 게 정답이었나.."

공격을 할 때마다 유독 다른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는데에 비해 복부만큼은 그녀가 어떻

게 해서든 안전하게 지키려는 행동을 하는 것을.. 청년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함정을 팠다..라고는 해도 그 무지막지한 공격에 복부를 꿰뚫려 버려 급하게

짜 낸 것이었지만.. 어찌 됐든 예정대로 그녀는 청년에게 마무리 일격을 날리기 위해

자신이 파 둔 함정으로 다가왔고.. 복부를 단숨에 꿰뚫수있는 각도에서 함정을 발동시켰

다.

사실상 복부를 좀 꿰뚫린다고 해서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 예로 쇠 파이프에 복부를 꿰뚫린 청년도 지금은 회복하고 있지만 그전까지도 죽지 않

고 잘 살아있던 것이 증거라면 증거였다.

그녀가 어째서 복부를 지키려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치명적인 약점이나

그 외의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약점이라면 그만큼 치명상을 입히거나 죽일 수

도 있었고 그게 아닌 다른 이유라고 한다면.. 복부를 지키기 위해 다른 부분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나 그 각도에서 복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윗부분.. 즉 심장

이 있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상체 부분으로 말뚝을 받아야 하는 확률이 몹시 높았기

에 청년으로서는 어떤 전개든 손해 보는 전개는 아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녀는 치명적인 급소가 꿰뚫린 것인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원수는 갚았나..?"

그녀가 죽였을 자신의 지인을 떠올리며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

켜.. 등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더럽게..끈질기네..."

은발 청년은 천천히 등을 돌려 미간을 찌푸리며 죽었다고 생각한.. 하지만 아직도 죽

지 않고 말뚝에 꿰뚫린 채 긴 머리카락 사이로 흉포한 빛을 내뿜으며 붉게 빛나고 있

는 눈동자를 노려봤다.

사실상 심장을 꿰뚫려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녀였지만.. 꿰뚫리기 이전에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기지를 발휘하여 아슬아슬하게 심장을 관통당하는 것만

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어차피 못 벗어나.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면 몸부림칠수록 상처 부위를 벌리는 행위밖에 되지 않았고.. 꿰

뚫린 저 자세에서 자신의 말뚝을 부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청년은 여유로

운 태도로.. 자신의 손끝을 물어뜯어 처음 때와 마찬가지로 피의 꼬챙이 몇 개를 만들

어 허공에 띄웠다.

어차피 피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이 정도의 공격이라면 심장을 꿰뚫어 죽일 수가 있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청년의 오만한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괴물새끼가... 내 아이한테.. 우리 아이한테... 잘도...! 죽인다... 절대로 찢어 죽

인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청년을 노려보던 그녀가 노기를 담아 외쳤고.. 동시에 그녀의 등

뒤에서 박쥐의 날개를 닮은 흑색의 흉측한 날개가 튀어나와 무시무시한 속도로 펄럭이

며 그녀를 꿰뚫고 있는 말뚝을 뿌리에서부터 박살냈다.

그 덕분에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던 그녀는 반쯤 부러진 말뚝들을 일그러진 얼굴로 전

부 뽑아내 바닥에 내쳤고.. 그와 함께 말뚝들은 가루가 되듯 붉은 입자를 남기며 사라

졌다.

"내 아이를 노린.. 너 새끼만큼은 죽인다.. 절대로 죽인다.."

물론.. 청년이 그런 이유로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청년이 자신의

복부를 명확하게 노렸다는 사실.. 아이가 자리 잡고 있는 자신의 복부를 노렸다는 사실

만이 그녀에게는 중요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분노는.. 개인적인 분노가 아닌.. 좀 더 다른.. 굳이 말

로 설명하자면.. 본능적 분노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와 눈앞의 존재는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

기에 느껴지는 분노.. 물론 자신을 죽인 존재와 같은 종이라는 것도 분노에 영향을 끼

친 것도 맞지만 그것보다 더욱더 큰 것은 자신과 청년의 관계성에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는 어떻게 되든 좋을 정도로 그녀의 분노는 몹시 개인적

이고..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녀는.. 그대로 날개를 움직여 순식간에 허공 위로.. 대략 아파트의 4층 정도 높이까

지 날아오른 뒤 입을 벌린 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청년을.. 이글거리는 분노

의 눈빛으로 노려본 뒤 손가락으로 청년을 가리켰다.

"꼬챙이형 이다."

그렇게 고한 그녀는.. 아파트 베란다에 달려있는 쇠난 간을 잡초라도 뽑는 것처럼 거침

없이 뽑아낸 뒤 그것을 아무런 주저도 없이 청년을 향해 내던졌다.

============================ 작품 후기 ============================

만랩전사 vs 만랩법사 !?

다음화에서는 괴물이랑 영웅관련된 이야기와 미도의 정체에 대한 떡밥이 조금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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