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9 / 0269 ----------------------------------------------
Ep 4 발자취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에 시간을 할애한 덕분에 그녀는 3일째가 되는 오후에 목적지까지 도착할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좀더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 였지만..
식량이 정말로 아슬아슬한 수준에 도달했기에 뱃속의 아이에게는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수없이 수면조차 재외하고 하염없이 목적지를 향했고 마지막 식량을 먹어 치워 배낭이 텅텅 비어 버린 3일쨰가 되서야 겨우 목적지인 아파트에 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분명히.. 처음 출발했을떄는 식량이 빵빵하게 틀어찬 몇개의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지금은 딱 한개의 배낭밖에 매고있지 않은.. 처음과는 몹시나 비교되는 가벼운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도착할수 있던 목적지를 바라봤다.
자신들이 있던 아파트보다 훨씬 크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한것 이상으로 규모가 컸고..
그것보다 놀라운것은 단순하게 큰 아파트라고 생각했었지만.. 근래에 유행하던 주상복합상가식의 아파트인지 뒤로 우뚝선 고층 아파트의 앞쪽이 식당은 물론 의복이나 화장품 가구 등의 여러 가게들이 즐비 되어 있는.. 쇼핑몰 같은 느낌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가게는 이미 생존자들.. 혹은 다른 사고가 있었던것인지 유리는 산산조각 깨지고 바닥은 박살나 있었고 물건다운 물건은 보이지 않는 등 제대로된 상태의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가게들의 상태가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는것 치고는.. 다른곳에서는 보고싶지 않아도 흔하게 볼수 있는 썩어문드러진 시체들이 단 한구도 보이지 않을정도로 깔끔하다는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그녀는 유리조각과 석재의 파편들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고 그런 와중에도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피는것과 동시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사람의 기척이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기에 이곳에는 사람이 없는것 같다는 판단을 내릴수 있었다.
애초에 대부분의 문이나 창이 유리로 되어져 있어 공격에 취약하고 사방이 뚫려 있는 이곳에서 외적의 공격에 안전할리가 없는 장소를 아지트로 사용할리가 없었다.
"아파트인가.."
그녀는 쇼핑몰 뒤에 웅장하게 치솟은 고층의 아파트를 올려다 봤다.
좀비나 무법자들에게서 몸을 안전하게 지킬수 있는 목적만 생각한다면 입구도 한정되어 있고 튼튼하기에 이 구역에서 아지트로서 사용하기 가장 좋은 건물은 역시나 아파트였다.
물론 반대로 고립되기 쉽다는 단점도 존재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습격당해 물어뜯겨 죽거나 좀비가 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라리 난 편이었다.
쇼핑몰을 지나 그녀는 사람의 모습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살폈고 이내 다른 아파트들과는 확연하게 모습이 다른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파트의 입구라고 보이는 곳을 다량의 찌그러진 차량으로 3~4미터정도의을 만들어 둘러 싼 곳이었다.
어떻게 차량을 저런식으로 끌어 모아다가 벽을 쌓을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 그녀였지만.. 일단은 자신의 의문을 뒤로 미루고 차량의 벽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차량의 벽 앞쪽에 다가서자 아파트의 2층 창문들이 활짝 열리며 이십명 가량의 남자들이 석궁을 내밀며 나타났고.. 그 중에는 군대에서나 볼법한 총기를 든 남자도 있었다.
언제나 보던 일상생활에서나 쉽게 볼수있을만한 물건들이 아닌.. 높은 살상력을 전재로 만들어진 무기다운 무기를.. 심지어 소총까지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조금 놀랄수밖에 없었다.
소총은 물론이고 석궁같은 물건도 살아오면서 직접 보는것은 처음이었던것도 있고 이런 난장판인 상황에서 잘도 저만한 수를 갖추었다는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더이상 다가오지 마라."
남자들중.. 소총을 들고 있는 스포츠머리의 청년이 그녀에게 경고하듯 주변에 있는 석궁으로 무장한 남자들을 턱으로 가리키며 다가오면 발사하겠다는 것을 알렸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위협에 오금이 저릴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괴물같은 신체능력을 가지고있는 그녀 자신은 저정도의 무기로 자신이 상처 입을리가가 없다는것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두려움은 커녕 위협적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적대할 생각은 없어."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듯 아무것도 들지 않은 양손을 펼친 뒤 그것을 높이 들어올렸다.
"이곳에는 왜 온거지?"
"사람을 찾고 있어. 이곳 사람들중에 화려한 금발이랑 어울리지 않는 평범하게 생긴 사람은 없어?"
그녀는 바로 자신의 주 목적인 그의 인상착의를 남자에게 전달했고.. 그 것을 들은 남자는 생각하듯 입을 다물더니 떠올리지 않는것인지 주변에 있는 다른 인물들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 역시 그런 특징을 가진 사람을 떠올리수 없던것인지 고개를 절래절래 젖거나 손을 흔들거나 하는 행동을 취했다.
"그런 인물은 이곳에 없다.
"진짜로? 진짜로 없어? 미도라는 이름에.. 히히 거리며 기묘하게 웃는게 특징인 20대 초반의 남자인데."
혹시나 자신이 무덤안에 있는 사이 머리색이 바뀌었을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다른 특징들을 남자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역시 반응은 아까와 마찬가지 였고.. 자신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이나 연기를 하는것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로? 진짜로 없어?"
그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매달리듯 남자에게 물었고.. 남자는 진지하게 '없다' 라고 답했다.
동시에 그녀의 어깨가 명백하게 실망하듯 축하고 처졌다.
"하아.. 꽝인가."
그녀는 뒤늦게 병원으로 갈걸! 이라고 중얼 거리며 자신의 선택미스에 대해 후회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후회나 반성은 나중에 하기로 마음먹고 현재 자신이 봉착해있는 문제.. 식량의 보충에 대한것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럼.. 내가 가진 정보와 식량을 교환하고 싶어."
"무슨 정보지?"
남자의 반응에 그녀는 지퍼를 살짝 내려 꾸깃꾸깃하게 접힌.. 각각의 아지트들이 마킹되어 있는 지도였다.
"태양교단이나 생존자들의 아지트가 표시된 지도야."
물론 이 지도가 없으면 자신의 여행에 지장이 있기에 원본을 넘겨즐 생각은 없었고 사본을 만들게 하여 넘길 생각이었다.
"태양교단의 위치인가.."
남자는 그녀가 들어올린 지도를 지긋히 바라봤다.
태양교단 이외의 인간들에게 있어 그 집단은 지긋지긋한 존재 였기에 위치를 알고 있다면 먼저 선수를 쳐 습격하는 일도 할수 있었기에.. 나쁘지 않은 정보였고.. 생존자들의 위치를 알수있다는것도 여러가지 면에서 나쁘지 않은 정보였다.
"식량은 얼마를 원하지?"
남자의 질문에 그녀는 생각했다.
진로를 바꿔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빨리 간다면 대략5일 그러나 아이를 위해 수면을 취한다고 치면 6~7일 정도는 걸릴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200인분 이상은 필요했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한 비축분까지 생각한다면 250~300인분 정도까지는 받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의 식량사정은 알수가 없었고 솔직하게 이 정보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지도 그녀는 확실하게 판단할수 없었다.
"얼마까지 낼수 있지?"
그렇기에 그녀는 일단 그들에게 제시를 하게 한 뒤 자신이 정한 양을 기준치로 잡고 더 뜯어낼수 있다면 더 뜯어내고 적당하게 조절해서 최대한 챙길수 있는 만큼 챙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의 말에 남자는 작은 신음을 흘려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옆에 있는 남자에게 무엇인가 작은목소리로 전달했고.. 옆에있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내 재량으로 판단할수가 없기에 책임자를 불러오도록 했다. 잠시만 그곳에서 대기해라."
가장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었기에.. 스포츠머리의 남자가 이 집단의 리더라고 생각한 그녀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태연한 얼굴로 팔짱을 낀채 여유로운 모습으로 책임자라는 자가 올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전 어디론가 사라졌던 남자가 모습을 들어냈고 그 뒤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낮에는 좀 재워줬으면 좋겠는데.."
"책임자시니까. 별수 없죠. 후후후"
의욕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남자를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성이 말했다.
나타난것은 남녀로 구성된 2인조였다.
여성쪽은 그녀와 같은 또래라고 생각되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깔끔하게 자른 흑발과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여성으로. 그녀와는 반대라고 생각되는 이미지의 청초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뽐내고 있는 여성이었다.
남성쪽은 그녀보다 연상인듯 보이는 20대 중후반정도에 흐트러진 은발을 가진 외국인으로 심하게 아프다고 해도 믿을수 있을정도로 안색이 창백했고 그 눈밑에는 뚜렷한 다크써클이 들어나 있어 몹시 허약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굉장히 미남이라고 말할수 있는 얼굴이었다.
"어쩔수없네.."
여성의 말에 은발청년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느긋한 움직임으로 창틀에 자신의 상반신을 걸친뒤 몸을 밖으로 빼내어 밑에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이 정보를 팔고싶다던 사...!?"
그리고 그 순간.. 창에 반신을 내민밀고 있던 의욕없는 은발청년이 미처 말을 잇지 못한채 경악에 찬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은..
"너..!"
그녀 역시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두 사람은 경악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뜬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고..
이내 두 사람의 얼굴은 상대방에 대한 적의와 살의로 물들어갔다.
"그 문양.. 진조 흡혈귀를 죽인거냐! 빌어처먹을 영웅년!"
은발청년은 격한 감정을 토해내듯 그녀에게 거친 말을 토해냈다.
"그 엿같은 괴물새끼랑 같은 종류냐!"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격한 감정을 토해냈고.. 적의에 물든 두사람의 눈동자는 방금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상태로.. 눈동의 색이 두 명다 공통적으로 붉게 물들어가며 섬뜻하면서도 이질적인 기운을 풍겨냈다.
"쳐죽인다..!"
그녀는 뒤에 맨 가방을 거칠게 뒤로 내던지고 자신의 허리춤에 찬 쇠파이프 다발을 뽑아낸 뒤 자신의 힘을 뽐내 듯.. 바닥을 향해 휘둘러 보도블럭으로 된 바닥을 엉망진창으로 박살냈다.
은발 청년을 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눈앞의 괴물이 자신을 한번 죽였던 존재라는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그 존재들은 죽여할 존재라고 속삭였고.. 그 속삭임을 들은 그녀의 가슴속에서 은발청년에 대한 살의와 분노가 끓어 올랐다.
"내려와라 괴물새끼"
그녀는 손을 까딱까닥 움직여 은발청년을 도발하는듯한 행동을 취했고 그 도발을 받아들이듯 은발청년은 창턱에 올라가 그녀를 일그러진 얼굴로 혐오스럽다는듯 바라봤다.
"내려가주마 영웅년아!"
방금전 의욕없던 병약해보이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투쟁에 목마른 전사와 같은 투지를 불태우며 은발청년은 창틀에서 도약하여 차량의 벽을 훌쩍 뛰어넘는것도 모자라 그녀가 서있는 위치에서 몇미터나 떨어진 거리에 사뿐하게 착지 한 뒤 그녀를 흘깃 하고 노려봤고 반대로 그녀 역시 은발청년을 흘깃하고 노려봤다.
갑작스러운 2명의 행동에 2층에 있던 단아한 여성과 그 이외의 무기를든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망설임을 보이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무말 없이 서로를 노려보는.. 숨이 턱하고 막힐것 같은 기백을 뿜어내던 인외의 존재 2명.
괴물인 흡혈귀와 영웅인 흡혈귀살해자는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동시에 살의를 내뿜으며 서로를 죽이기 위한 행동을 개시했다.
============================ 작품 후기 ============================
미미 캐릭터 자체가 좀 거친느낌이라 그런지 배틀문 주인공 같은 느낌이드네요.
진짜 히로인이 아니라 주인공.. ㄷㄷ
p.s
마지막 물리적 거리 문장은 제가 실수한게 맞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