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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2층에서 단숨에 지상을 향해 뛰어내린 그녀는 사뿐히 지면에 착지 한 뒤 그대로 달려오
는 좀비들을 향해 쇠 파이프 다발을 적당하게 휘둘렀고 그와 함께 범위 안에 있는 좀비
들이 만화에 나오는 것 마냥 공중에서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뒤에 오던 좀비들을 말려들
게 해 날아갔다.
"누.누구..!?"
죽을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갑자기 튀어나와 좀비들을 날려버린 정체불명의 여성
의 등장에 남녀 집단은 당혹감을 드러냈고 그 와중에 대표격인 듯 보이는 남자가 그녀
의 정체를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딱히 그들과 대화를 할 생각도 없고 크게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대답하
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변덕으로 구해주는 것뿐 없었기에 그저 묵묵히 좀비들을 해치우고 떠날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기를 적당하게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수십 마리의 좀비들을 너무나도 쉽
게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무지막지한 완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일반적인 좀 비 정도는 어린아이 손목
을 비트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적당하게 무기를 휘둘러 순식간에 좀비들을 전멸 시킨 그녀는 쇠 파이프 다발에 묻은 피
를 허공에 휘두름으로써 털어 내고 그들에게는 눈빛 하나 주지 않은 채 방금 전 자신
이 뛰어내린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난간을 붙잡았다.
"자,잠깐만요!"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올라가려고 하자 리더 격인 남자가 급하게 소리치며 달려와 그녀
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고..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 등을 돌렸다.
"건들면 죽인다."
그녀는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몸에 손이 닿기 전 남자에게 경고했고 남자
는 그 기백에 압도된 듯 움찔하고 움직임을 멈춘 채 주춤주춤 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죄,죄송합니다.. 그.. 그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요...
그녀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피하듯 아래를 내려다보며 남자가 말했다.
"필요없어. 단순한 변덕이었으니까."
그녀는 짧게 자신의 의사를 내뱉은 뒤 난간을 탄 채 2층으로 단숨에 올라라 밑에 있는
인간들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남자들도 그 뒤쪽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거기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그
녀가 들어간 2층 베란다를 멍하니 올려다볼 뿐이었다.
"저,저기.. 적어도 감사의 표시로.. 식량이라도 받아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남자는 양손을 확성기처럼 만들어 그녀가 있는 2층을 향해 외쳤다.
남자의 그 소리에 식사의 뒷정리를 하려던 그녀가 우뚝하고 멈췄고.. 동시에 머릿속으
로 남자의 말에 생각했다.
확실히 식량은 필요했다.
목에서 손이 나올 만큼 필요했다.
다만 이것이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가장 먼저 들었기에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었
지만..
이내.. 함정이라면 전부 죽이고 식량을 빼앗으면 되겠네?라는 잔혹한 생각이 떠올랐다.
좀비들에게 쫓기는 정도의 인간들이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기에.. 그녀 자
신에게 있어 리스크는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방금 전 세워둔 쇠 파이프 다발을 다시 들어 올려 어깨에 맨 채 그대로 2층에
서 뛰어내려 남자의 앞쪽에 사뿐히 착지한 뒤 쇠 파이프 다발을 남자를 향해 들어 올렸
다.
"준다면 받을게."
"그,그렇다면.. 저희들의 아지트로 안내하겠습니다!"
방금 전 좀비들을 때려잡은 무기가 자신의 얼굴 앞에 들이밀어지자 얼굴을 새파랗게 질
린 마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녀를 아지트로 안내했다.
아지트에 가는 와중에.. 리더 격인 남자는 그녀보다 약간 앞을 걸으며 입에 모터라도 단것처럼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는 여러 가지 말을 그녀에게 건넸지만.. 그녀가 요약하자면.. '헌팅' 이었다.
남녀 사이의 그런 헌팅이 아니라 동료로서 꼬신다는 의미의.. 일종의 헤드헌팅이라고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그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 외의 다른 인간들은 전혀 믿지 않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
들의 동료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남자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묵
묵히 입을 다문 채 뒤를 따라갈 뿐이었다.
그렇게 대략 1시간 정도를 걸어 그들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고 남
자를 제외한 나머지의 인물들은 아무것도 없는 휑한 공간에 자리를 잡은 채 잡담을 시작
했고 그녀는 남자의 안내에 따라 자물쇠가 달린 방의 앞으로 이동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한 남자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외부 자물쇠의 해제를 한 뒤 이번에는 문
에 달린 자물쇠를 열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안에는 각각 종류의 식량이 선반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자신들의 아지트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런 소규모 집단
이 모았다고 하기에는 제법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상자에 드시고 싶으신 걸 채워주세요."
남자는 골판지 박스를 하나 꺼내 그것을 접어 그녀에게 넘겼다.
상자를 넘겨받은 그녀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선반을 흟어보며 종류별로 상자에 넣어갔
다.
맨날 같은 종류의 음식만 먹던 탓에 새로운 맛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혹시 저희들의 동료가 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여기라면 식량은 충분하니 배고픔에 허
덕일 일도 없을 겁니다.
그녀는 어째서 남자가 자신을 식량창고로 데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식량사정을 공개하고 그것을 빌미로 자신을 꼬시려고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거절할게. 이쪽도 중요한 목적이 있거든."
"그렇습니까.. 아쉽네요."
그녀의 단호한 거절에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더 이상의 강요는 하지 않았다.
남자가 조용해진 김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러 가지 음식을 박스
가 가득 담아 나갔고.. 그러다가 문뜩 선반의 옆 구석에 박혀 있는 이질적인 위치에 놓
여 있는 박스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째서 저 박스만 덩그러니 저기 있는가?라는 호기심이 생긴 그녀는 그 박스에 손을 뻗
어 안의 내용물을 살폈고.. 그 내용물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안의 내용물 하나를 집어 든 뒤 그것을 든 채 남자의 앞까지 다가가 그것을 내
밀었다.
"당신 이거 어디서 났어!?"
그녀는 들고 있는 물건을 남자의 앞에서 흔들며 외쳤다.
그녀가 흔들고 있는 물건... 은색의 봉지에 쌓여있는 그 물건은 너무나도 눈에 익은..
1년 가까이 먹고 있던 식량과 동일한 물건이었다.
물론 그런 타입의 물건이 그 아파트에만 있을 리가 없었기에 난리 칠만한 일이 아니었을
지도 몰랐지만.. 그것이 아파트에서 나온 동일 물건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아파트 이
름이 적힌 손톱 크기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기에.. 자신이 아는 한 그것이 외부로 유출
된 이유는 '그'가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아니 그건.."
남자는 그녀의 박력에 주눅이 든 듯 움찔움찔 거리며 말을 더듬었고 그런 남자의 행동
이 답답했는지 대뜸 남자의 멱살을 잡고 몸을 거칠게 흔들었다.
"자,잠깐만요!? 흔들.. 흔들지 말아주세요!"
그녀와 남자의 소리가 컸던 탓인지 밖에서 쉬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무기를 든 채 우르
르 창고 안으로 밀고 들어왔고 멱살을 잡고 있는 그녀와 잡히고 있는 남자를 확인하고
어떤 상황인지 감을 못 잡은 채 우왕좌왕했다.
"이 비상식량 어디서 났어! 혹시 노란 머리의 평범하게 생긴 남자가 가지고 온 거 아니
야!?"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든 말든 그녀는 식량을 들어 올리며 그의 인상착의를 말했다.
"그.. 괴물.. 아..!?
그 인상착의를 들은 여성 한 명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문뜩 깨닫고 급하게 자신
의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이 말한 인상착의와 괴물이라는 반응을 들은 그녀는 그가 이곳 인간들과 관련이 있
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잡고 있던 멱살을 놓은 뒤 작게 심호흡을 했다.
"좀 격해졌던 모양이야.. 미안.."
그녀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사과의 표시를 하고는 고개를 들어 올려 방금 전 반응
을 보인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괜찮다면 그 괴물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지 않을래? 내게 있어서는 목숨보다 소중한
일이거든..
그녀의 무게감 있는 말에 여성을 포함한 다른 이들도 서로의 눈치를 보며 말하기를 꺼려
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어쩔 수 없이 괴물.. '그' 에 대
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이나 같이 생활했던 일.. 그리고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를 내쫓은 일 그리고 그가 자신들에게 식량을 두고 간 일.. 그것을 먹는
게 꺼림칙해서 박스에 넣어 구석에 박아둔 일들까지 해서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
다.
그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입다물고 참기
로 했다.
그러나..
"그러고보니 너 그 괴물 좋아하지 않았었냐?"
"그.그런 괴물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
이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한 것인지 남자 한 명이 이야기를 한 여자에게 농담조
로 말했고 여자는 손사래를 치며 명백하게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한채 부정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덩달아 그에 대한 험담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대로 내버려 뒀으면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거나 연기에 속아넘어갈뻔했다거
나.. 상처가 순식간에 낫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거나 하는 등의.. 험담들이 각각
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근데 너 진짜로 좋아했었잖아?"
"그,그건.. 괴물이라는 걸 몰랐...윽!?"
그녀는 뭐라고 말을 하려던 여자의 얼굴을 낚아채듯이 잡아 그대로 공중을 향해 들어 올
렸고 얼굴을 붙잡힌 여자는 얼굴에 파고드는 손가락의 힘에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놀란 남자들이 여자의 얼굴에서 손을 때어 놓기 위해 그녀의
몸을 잡았지만.. 그녀가 가볍게 몸을 틀어 흔들자 남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벽
을 향해 날아갔다.
"너같은년이 두 번째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냐.. 아니면 너 같은 년이
그 녀석을 거절했다고 화를 내야 할까? 아니.. 잘 생각하니 둘 다 화나니까 이대로 대
가리를 터트려 죽여줄까?"
그녀는 차갑고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으며 얼굴이 붙잡힌 채 괴로워하는 여성을 향해 중
얼거렸다.
지금 그녀의 가슴 안에는 분노라는 흉악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괴물이어서 쫓겨났다는 것은.. 보통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기에.. 화
는 났지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온 험담들까지 봐줄 정도로 그녀는 착하지도 않고 인내심이 좋지도 않
았다.
"너희들 나한테 무기를 휘두르는 순간.."
현재의 상태를 파악한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그녀를 둘러 싸자.. 그녀는 지면을 강하
게 내리 찼다.
그러자..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그녀가 내리친 바닥에 축구공만 한 크리에이터가 생겼
고.. 주변의 인간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가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며 여자가 고통에 몸서리치는 것을 떨어진 곳에
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애 아빠를 아주 줄곧 나게 씹은 너희 새끼들.. 전부 쳐 죽이고 싶은 기분이
야..!"
이런 뒷담이나 까는 쓰레기들 때문에 상처 입었을 그를 생각하니 가슴속에 타오르던 불
꽃이 머리끝까지 옮겨붙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쓰레기들이 죽으면 그가 슬퍼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차마 죽일 수
는 없었기에 그녀는 여성을 인형을 내던지는 것 마냥 바닥에 내팽겨지고는 그가 남겨두
고 간 식량이 든 박스로 향해 그것을 한 손으로 어렵지 않게 들어 올리고는 밖으로 향
하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녀의 동선 위에 있던 인간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그 앞에서 이동
했다.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변덕 따위는 부리지 말걸..
그녀는 으득 하고 이를 꽉 깨문 채 닫힌 문을 힘껏 걷어찼고.. 문은 스티로폼 마냥 박
살 나며 날아갔다.
"다,당신은..도대체...?"
그녀의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본 리더 격 남자가 그녀의 등에 물었다.
"너희들이 더럽게 까던 괴물의 부인인 괴물이다. 엿 같은 새끼들아"
등을 돌리기는커녕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는 거친 말을 내뱉고는 그대로 걸어나
갔다.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정말로 전원 찢어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2연참!
원래대로라면 그냥 생존자집단을 죽여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미미쨔응은 배드애스 느낌을 추구하는지라 죽이지 않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