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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76화 (7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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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나선지 1주일 째

드디어 생존자 구역이라고 생각되는 목적지에 도착한 그녀였지만..

"뭐야 이건..?"

건물 안의 모습과 그 안에서 풍겨오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는 코를 막았다.

안은 그야말로 살육의 현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잔혹하게 살해된 상태의 시체

여러 구가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상태였다.

썩은 시체는 과거에서부터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별로 상관이 없었지만.. 역시 이

구토를 유발하는 냄새만큼은 익숙해질 수가 없던 그녀는 입과 코를 틀어막은 채 시체들

을 살폈다.

팔이나 다리가 잘리거나 피부가 벗겨진 듯 보이거나 여러 곳을 날붙이로 찔리거나 베인

듯한 흔적들을 관찰한 그녀는 상처에 쓰인 날붙이의 크기나 종류 등을 추측할 수 있었

고 단번에.. 이 살육 현장의 지배자가 누구였는지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여기에 왔었나!"

아지트를 떠나 처음으로 발견한 그의 흔적.. 그것이 비록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몹시 기뻤고.. 솔직히 말해 이 시체들이 어째서 이런 상태가 됐는지

는.. 그들의 복장을 보면 일목요연한 일이었기에 동정심 따위는 손톱의 때조차 들지 않

았다.

오히려 꼴좋다!라는 속 시원한 기분이었다.

"병신들"

그녀는 가까이에 있는 시체의 머리를 가볍게 툭하고 다리로 찼고.. 가볍게 쳤는데도 불구하고 머리는 축구공처럼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흘리며 짓뭉개졌다.

그것을 통쾌하다는 듯 웃으며 바라본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체들을 밟지 않게 조심하며

앞으로 나아가며 그의 단서에 대해 찾아 헤맸다.

대략 1시간쯤을 소비하여 건물 안을 탐방하던 그녀는 회의실이라고 생각되는 커다란 방

에서 칠판 크기의 지도에 이곳저곳에 빨간색과 검은색 그리고 노란색의 동그라미가 마킹

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표시인가 어리둥절했던 그녀지만..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종이 다

발을 보고 노란색이 아군의 아지트.. 빨간색이 생존자 집단의 아지트 그리고 검은색이

습격하여 사라진 생존자 집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도 한번 데인 탓에 태양 교단의 쓰레기 같은 행동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재차 확

인하니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구역질이 나는 인간들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쓰레기들의 소굴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지도를 적당한 크기로

접어 그것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온 뒤 악취가 흘러나오지 않는 거리까지 떨어졌다.

"쓰레기새끼들이라 그런지 냄새도 더 심하네..!"

방금 전 자신을 고생을 시킨 악취의 중심지인 건물을 바라보며 그녀는 욕설을 내뱉고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신선한 공기를 폐 속에 가득 담았다.

그제야 기분이 한껏 나아진 그녀는 지도를 든 채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방

금 전 가져온 지도를 바닥에 펼친 뒤 세심하게 마킹된 위치들을 확인했다.

"여기가 위치상으로는 가까우려나.."

그녀는 손가락으로 붉은색 마킹을 가리킨 뒤 손을 벌려 현재의 위치를 다른 손가락을 집

어 손으로 거리를 쟀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그저 눈대중으로 측정하는 애매한 방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감이 좋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운이 좋다고 말해야 좋을지 그녀가 말하는 대

로 그쪽이 현재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가 맞았다.

다음 목적지를 체크한 뒤 그녀는 지도를 꾸깃꾸깃 접어 자신의 옷 속안에 집어넣은 뒤

건물에서 나와 자신의 짐을 숨겨둔 장소로 향했다.

과거의 일로 인해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추악한지 알고 있던 그녀로서는 자신의 식량을

노리고 덤벼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미리 짐을 숨겨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세계라고 해도 꼭 그런 추악한 본성을 가진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

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죽기 직전 그가 혼자 외롭고 슬프게 살아가지 않게 그를 받아

줄 수 있는 인간들이 어딘가에 있을 테니 찾으라는 유연을 남기기까지 했던 그녀지만..

예전 어린아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한 탓에 험한 꼴을 당할뻔한 탓에 원래부터 사람을 의

심하고 잘 믿지 않는 성격이 더 악화되어.. 그 이외의 다른 인간들에게 마음을 허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턱대고 적대할 마음은 없지만 두 번 다시 그런 일

을 당하지 않기 위해.. 뱃속에 있는 아이를 무사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다

른 인간들에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자신을 방해하거나 공격하는 적이

라면 설령 그것이 여자든 노인이든 어린이든 임산부든 가차 없이 죽여버리겠다는 결심까

지 서 있는 상태였다.

단지 이번에 한해서는 그 마음가짐이나 결심이 별달리 필요 없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어느 5층짜리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 뒤.. 그곳의 난간을 붙잡은

뒤 창문이 활짝 열려있는 5층까지 단숨에 올라간 뒤 구석에 놓인 짐을 눈으로 확인했

다.

짐의 상태는 나왔을 때와 별반 차이도 없었고 누군가 집안에 있는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

기에 배낭에서 식량을 잔뜩 꺼낸 뒤 곧이어 냄비와 가스버너.. 그리고 생수 한 통을 꺼

내 따뜻하게 데워진 식량을 먹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냄비에 한가득 들어간 식량 봉지를 바라보며 그녀는 머릿속으로 남은 식량의 계산을 했

다.

출발하기 전 가지고 있던 식량은 이제 반도 남지 않았다.

일단 아지트에 있을 때처럼은 90인분의 식량을 먹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에 식사의

섭취량을 제법 줄였지만.. 그럼에도 1박스.. 즉 30인분을 하루에 섭취하는 탓에 1주일

이 지난 지금은 식량은 며칠 분의 식량밖에는 남지 않았다.

"줄여야하나.."

식사량을 줄이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문제였다.

탈 인간 상태가 된 그녀도 날개를 쓰지만 않는다면 일반적인 식사량보다 조금 더 많이

먹는 정도면 충분히 신체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뱃속의 아이였다.

안 그래도 그녀를 소생시킨 일 탓에 성장이 더딘 상태에.. 식사량을 줄이고 있는 상태

인데 여기서 식사량을 더 줄인다면 아이의 성장이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었기에.. 쉽

게 결정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식사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식량을 보충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어서 빨리 그를 쫓아야 하는 상황에서 빈집들을 탐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렸다.

아무리 그녀가 괴물과 같은 신체능력을 손에 넣었다고는 해도 탐색시간에 걸리는 시간

은 별반 다를 바가 없었고.. 그녀가 소비하는 양을 탐색으로 보충하는 것은 무리인 일

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하나.. '약탈' 이었다.

이것도 시간은 걸리지만 일일이 집안을 뒤지며 탐색하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단지.. 태양 교단과 같은 무법자들이나 할법한 짓을 해야 한다는 게 꺼림칙했다.

"아니지.. 나쁜 놈들한테서 뻇는거면 꺼릴 이유가 없나!"

아무 짓도 하지 않은 무고한 인간들의 식량을 뻇는것은 꺼림칙했지만 자신을 노리는 인

간들을 죽이고 뻇는거라면 죄책감도 꺼릴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기분 좋게 쳐죽이고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때 마침 지도에는 태양 교단이 있는 곳도 아주 친절하게 마킹되어 있었고.. 그 외에 다

른 생존자들이 자신을 공격한다면 역관광 시켜 식량을 빼앗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앞으로의 식량 보충에 대한 대책이 정리되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마침 다 데

워진 식사를 맛있게 먹어 치웠다..

그리고 5일 후...

"젠장..."

가장 가까운 생존자 구역으로 향하던 그녀는 식사를 하기 들어간 빌라 2층 방에서 머리

를 쥐어뜯었다.

그녀가 이렇게 좌절하고 있는 이유.. '식량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자신을 습격하는 무법자들이 있다면 그대로 역관광해서 식량을 뜯어낼 생각이었

는데..

자신을 습격하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가는 길목에서 사람의 기척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가장 처음으로 방문한 생존자 구역.. 실제는 태양 교도들의 아지트였지만..

그곳에 갈 당시에는 일부로 뒷골목을 골라 최대한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은밀하게 행동

했기에 습격을 안 받았다고 치지만.. 이번에는 일부로 자신을 미끼로 해서 역관광을 시

킬 목적으로 큰길을 지나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마주친 것은 시끄럽게 소리지는 좀비들뿐

이었다.

심지어 너무 쉽게 해치우면 다가오지 않을까 봐.. 일부로 연약한 척 피해 다니거나 슬

금슬금 수를 줄여나가거나 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접근하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탓에 식량 보충은커녕 계속해서 가벼워지는 배낭의 무게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미레야.. 쓸모없는 엄마라서.."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한숨과 한탄을 내뱉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있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마음

이 약해질 것 같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양쪽 볼을 강하게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쌔게 쳐 약해지는 자

신의 마음을 바로잡았다.

"일단 먹자..!"

양쪽 볼이 빨개진 그녀는 억지로 의욕 있는 목소리를 흘리며 데운 식량들을 입안에 쑤

셔 넣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의 빠른 식사 속도로 인해 30인분은 눈 깜빡할 사이에 먹

어치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식사를 끝내는 그 타이밍에.. 밖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의 뒷정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는 그 소리에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창문

의 가장자리에 붙어 밖의 모습을 살폈다.

밖에는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10명 정도의 남녀혼합 집단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얼

마 지나지 않아 그 집단을 쫓아온 듯 보이는 좀비들의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다.

그 집단들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좀비들에게서 도망갔고.. 이내 그녀가 있는 건물

의 앞까지 도달했다.

단지.. 그 앞은 커다란 벽으로 막혀 있는 막다른 길이었기에 그들은 급하게 방향을 바

꿔 도망가려고 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입구에 좀비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유일한 도주로

가 사라져버렸다.

남녀 집단은 불안한 얼굴을 한채 각자가 손에든 무기를 꽉 쥔 채 자신들을 향해 당도하

려는 좀비들을 바라봤다.

이렇게 구석에 포위된 상태로 좁은 공간에서 싸우기에는 남녀집단쪽이 단연코 불리한 상태였기에.. 그들의 얼굴에 불안이 피어오르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도 여기서 끝인가 보네..]

한 명의 여성이 반쯤 포기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포기하지 마!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그런 여자를 감싸듯 한 명의 남자가 그녀의 앞에 선채 굳은 표정으로 무기를 들어 올렸

다.

그런 남자의 등을 보며 여자는 얼굴을 붉힌 채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고 말한 뒤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런 대화를 창문 앞에서 듣고 있던 그녀는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딱히 도울 의리도 없고 엮일 생각도 없었지만.. 방금 전 남녀가 교환했던 유치한 사랑

의 교환이 그녀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 모습에 자신과 그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저 남자와는 다르게 진짜로 믿음직스럽지만!이라는 생각하면 남자와 그를 비교하

며 그가 단연 위라는 생각까지 했다.

"도와주도록 할까."

결극.. 그가 생각나 버린 탓에 마음이 약해진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벽에 세워둔 자신의 무기를 든 채 창문을 향해 뛰어내렸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미미가 여행을 하면서 습격을 한번도 받지 않은 이유는..

이미 미도가 싹 다 털어먹었기 때문입니다!?

p.s

먹은건 어디로 가냐는 질문의 답입니다만.. 소화기관이 아닌 오컬트적인 변화에 의해

힘으로 변환된다..라는 설정입니다.

그게 아니면 미미쨔응은 대식가 속성뿐만 아니라 똥쟁이 속성까지 붙어서 불쌍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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