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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75화 (7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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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겨우 자신의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그녀는 이대로 그의 뒤를 쫓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등 뒤에 나있는 이 날개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보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괴물 같은 신체능력도 조금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이 날개는

그 이상으로 더욱더 꺼림칙했고.. 자신을 죽인 그 괴물이 떠올라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

푸려지기까지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꺼내고 싶지도 않고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도 싫었다.

하지만 그를 찾기 위한 여행에 있어 이 능력은 확실하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

다.

그녀는 자신의 등 뒤에 나온 날개를 펄럭거리며 움직여 봤다.

강한 풍압에 의해 주변의 흙먼지가 그 주변에 휘날렸다.

의외로 움직이는 것 자체는 완력을 조절하는 것보다 난도가 낮았다.

"할까.."

비록 그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괴물의 날개였지만.. 그녀는 그와 재회

하기 위하여 이 증오스러운 괴물의 날개를 재회의 도구로써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그녀는 날개를 이용한 비행 연습을 시작했다.

공중에 뜨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게 뜰 수 있었다.

그저 날아라라고 명령하듯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날개를 펄럭이며 자신

의 몸을 공중에 띄워 주었기 때문에 그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뜨고 나서부터였다.

당연히 공중에 뜬 채 움직여 본 적이 있을 리가 없던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공중

에서 허우적 거리기 일수였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운동신경도 좋은 편에 속했기에 중심을 잡으며 똑바로 선

채 공중에 뜨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정말로 그것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면 균형을 잃고 다시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기 일

수였고 심지어 약 1시간가량을 공중에 떠 있자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날개가 등으

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그대로 지면에 엉덩방아를 찌었다.

다행히 연습 겸 2~3미터가량의 높이 정도에서 있던 탓에 강화된 육체에는 별다른 충격

은 없었다.

다만 더 높은 높이.. 아파트의 최상층 높이 정도에서 떨어졌다면 아마 이 정도로 끝날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조금 오싹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더 오싹하는 부분은 한가지 더 있었다.

1시간을 날고 나니 미칠듯한 공복이 그녀를 방문했고 배에서 밥을 달라고 난리치는 소리

가 주변에 울려 퍼질 정도였다.

그녀가 식사를 한지 2시간도 지나지 않은데다 혼자서 식량을 3박스 넘게 먹어 치웠는데

도 불구하고 그녀는 참기 힘든 공복이 덮쳐왔고.. 그녀는 서둘러 지하주차장으로 향해

비상식량을 데울 생각도 하지 못하고 힘 조절을 못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덩어리째 씹

어 생수와 함께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대략 2박스 정도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을 때쯤이 돼서야 미칠듯한 공복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겨우 몸이 안정을 찾은 탓에 냉정해진 그녀는 1시간 정도 나는데 소비하는 에너지(식

사) 양이 어마 무시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대가로서 싼 것인지 비싼 것인지는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여행길에 자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길에 도움이 되는 능력임에는 틀림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기에 창고에 있는

식량을 다 소비하는 한이 있더라도 비행능력을 마스터하기로 마음먹고 창고에 있는 식량

을 밖으로 날라다 자신이 연습하는 장소에 차곡차곡 쌓아.. 약 40박스 가량을 쌓아뒀

다.

끊임없이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식량은 필수였고.. 뱃속의 아이에게 영향이 가지 않기

위해 먹기 위해서도 필수였기에 필요시 바로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1시간을 날고 식량을 뜯어 먹고를 반복하며.. 쌓아뒀던 40개의 박스를

전부 먹어치우는.. 기염을 토해냈다.

대식가..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양... 한 박스당 30개의 식량이 들어있기에

40박스면 총 1200인분의 식량.. 식량 하나 당 대략 500칼로리로 계산한다고 쳐도  하

루에 600000칼로리를 섭취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만큼의 식사를 소비함으로써 비행 상태에서 움직이면서도 허우적거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일정 속도 이상을 내면 그대로 다시 허우적거리는 상황에 빠져버렸기

에.. 어찌 보면 소비한 식량에 비교해 그다지 좋은 성과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식량을 소비하면서 여러 가지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1시간을 나는데 필요한 식량의 양이 약 90개 칼로리로 따지자면 45000칼로리라는 것

그 이상을 먹어도 결국 한 번에 날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라는 것

그 이후 45000칼로리의 식량을 섭취하면 다시 날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이론상으로는 1시간에 한 번씩 식량만 보충해준다면 만 하루를 날 수도 있는 능력이라

고 할 수 있었다.

단지.. 약 90인분의 식량을 그때그때 섭취하는 것은 무리인 일이었기에 그저 이론상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10시간 이상을 날아다닌 탓에 이미 해가 져 어둑어둑해진 상태였기에 그녀

는 훈련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3일 밤낮을 먹고 날고 먹고 날고를 쉬지 않고 반복했고 그 노력의 결실

을 맺을 수 있었다.

이제는 최대의 속도를 내도 자세는 안정적이었고 원하는 때에 멈추거나 방향 전환을 하

는 것도 용의하게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파트 꼭대기 층보다 더욱 높게 올라간 채 파란색 캔버스를 연상케하는 푸른 하

늘을 빠른 속도로 하얀 궤적을 남기며 날아다녔고 이내.. 선회하여 천천히 지면을 향

해 낙하해갔다.

그녀는 천천히 낙하해가는 상태에서 아래를 바라봤다.

"사람이 날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역시 난 괴물인가.."

한번 소생한 것도 모자라 이런 괴력과 비행능력을 얻은 자신을 역시 인간이라고 칭하기

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괴물의 신부가 괴물인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녀는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킥킥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미녀와 야수라는 타이틀보다는 야수와 야수라는 타이틀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보호받아야 하는 입장이 아닌 동등한 입장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지면에 사뿐하게 착지한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날고 있던 푸른 하늘을 올려 본 뒤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식량 상자가 쌓인 곳으로 가 순식간에 식량들을 전부 먹어치웠다.

식사를 끝낸 그녀는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눕힌 채 내일에 대해 떠올렸다.

주체할 수 없었던 완력도 이제는 자신의 의지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됐고 비행능력 역시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남은 것은.. 여행의 준비를 한 뒤 당당하게 그를 찾기 위한 여행길에 나설 뿐..

단지 그의 행적에 대한 단서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어디부터 가야 할지가 막막

했다.

자신의 마지막 말을 실행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장소라고 해봤자.. 그 지옥 같았

던.. 홍대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인간들이 바글바글이 있는지는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그쪽으로 갔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자신이 목숨을 걸고 떠나왔던 홍대 이외에 사람이 모여있는 곳은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

였지만.. 한 군데가 더 생각났다.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자 통제된 생존자 구역이 이쪽 구에 있다는 정보..  만약 그

를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향했을 장소..

그와의 생활이 너무 행복했던 탓에 머릿속에서 아예 잊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과거의 일

을 생각하다가 문뜩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현재 자신이 가진 정보중 유일하기도 하고 이쪽에서는 거리상으로도 그리 멀지 않

았다.

첫 목표로 잡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손을 바닥에도 대

지 않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아스팔트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목적은 내일의 여행에 대한 준비

그렇게 그녀는 밤늦게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를 찾기 위한 여행 준비를 끝마친 뒤 두

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몇백 킬로는 족히 될 것 같은.. 터질듯한 여러 개의 배낭을 등 뒤에 단채 정원으로 나

온 그녀는 그것을 바닥에 늘어놓아 마지막 확인 작업을 끝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짐의 양이 너무 많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식량이라는 것과 그녀

의 식량 소비량을 생각하면.. 필요하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질 짐이기도 했다.

배낭의 내용물과 수를 확인한 그녀는 자신이 어제 만든 무기를 허리춤에서 빼내 들어 올

렸다.

만들었다고는 해도.. 쇠 파이프 다발을 테이프와 줄로 감싼 조잡한 방법으로 만든 물건

이었지만.. 쇠 파이프 하나만으로는 그녀의 힘을 버틸 수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여

러 개의 쇠 파이를 한대 묶어 만든 물건이었다.

물론 조잡하다고는 해도 그녀의 힘을 어느 정도 버틸 수도 있고 강도도 충분했기에 그녀

가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위력적인 무기였다.

그녀는 쇠 파이프 다발을 허공에 힘차게 몇 번 휘두른 뒤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바닥에 세워 둔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복장을 확인했다.

"구멍이 애매한가..?"

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가슴 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현재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그가 그녀를 위해 만든.. 흑색의 라이더 슈트로.. 오른

쪽 가슴을 꿰뚫릴 때 입고 있던 옷이기도 했다.

그 탓에 라이더 슈트의 오른쪽 가슴팍은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였다.

물론 안에 붕대를 감고 있었기에 가슴의 노출은 없었지만.. 뚫린 구멍 사이로 붕대에

감긴 가슴이 튀어나오는 탓에.. 굉장히 전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뭐 어쩔 수 없나"

그녀는 자신의 튀어나오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린 뒤 자신의 짐을 뒤로한 채 어

디론가 걸어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너진 흙더미와 아파트의 높게 치솟은 벽이 있는 장소..

바로 그녀 자신이 2개월간 묻혀 있었던.. 자신의 무덤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무덤에는 관심도 없는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그 뒤에 있는 아

파트의 벽면..

그가 비석으로 사용한 아파트의 벽면 한쪽을 올려다보던 그녀는.. 순식간에 등에서 날개

를 뽑아낸 뒤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가 벽면에 적힌 문구를 내려다봤다.

[나의 사랑하는 미미 그리고 미레 여기에 잠들다.]

그가 새긴 문구..

그 문구를 쓸 때 그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상상하니.. 가슴이 조이는듯한 아픔이 느껴졌

다.

하지만 그녀는 그 아픔을 털어 내듯 씩 하고 웃은 뒤 벽면을 향해 날아간 뒤 글자가 써

진 부분을 미끄러지듯 손으로 거칠게 긁어내며 새겨진 글자를 파괴하고는 그대로 벽에

서 조금 떨어진 포인트로 이동한 뒤 새겨진 문구를 재차 확인했다.

"좋아!"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새겨진 문구를 확인했다.

[나의 사랑하는 미미 그리고 미레]

'여기에 잠들다'라는 문구를 자신의 손으로 지워버린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는 그

대로 활공하듯 짐을 내려놓았던 지면을 향해 내려온 뒤 다수의 배낭을 거침없이 등에 매

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무기를 허리춤에 있는 홀더에 껴 넣었다.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내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챙긴 그녀에게 있어 이제 남은 것은

그의 발자취를 뒤쫓는 일뿐이었다.

"가자 미레야! 아빠를 만나러..!"

그녀는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말하며 자신의 배를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은 후..

미련 없이 그를 찾기 위한 여행길에 나섰다.

============================ 작품 후기 ============================

원래 초기 설정때는 비행능력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다 싶이 했었습니다만..

플롯 짜면서 보니 비행능력은 여러모로 ship사기 능력이었기에 제약을 만든게.. 식사!

그탓에 미미h버전(음탕한 h가 아니라 히어로의 h입니다!?)에서는 대식가 속성이 붙어버렸네요.

미안하다 미미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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