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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다음날 아침..
그녀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그가 사용하던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쓴채 일어났다.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는 시각이었던지라 창사이로 쨍쨍한 태양빛이 그녀에게 비추어졌다.
"흐아아암~"
그녀는 큰 하품을 토해낸 뒤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2개월이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용하던 이불에서는 아직까지 그의 좋은 냄새가 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냄새를 한동안 잔뜩 즐긴 뒤 그대로 이블에서 나왔다.
이불에서 나온 그녀는 어제밤 입고있던 옷이 아닌.. 반 나체의 상태였다.
상체는 붕대가 감겨져 있던 탓에 가려져 있었지만 하반신은 아무것도 입지않은 상태였기에 여러가지가 훤히 보이는.. 어떤의미로 알몸보다도 선정적인 상태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녀도 좋아서 이런 꼴이 된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기 위해 옷을 벗을 생각이었던 그녀였지만.. 벗는것이 실패해 입고있던 옷은 걸래조각이 되어버렸기에 옷을입는 씨름을 하는것도 귀찮았던 그녀는 그대로 그의 침대에서 그의 냄새를 맡으며 잠들어버렸기에 현재의 상태가 된것이었다.
"으으음~!"
그녀는 침대 위에 내려와 거울앞에 서서 기지개를 펼며 뭉친 근육을 푼 뒤 거울에 비추어지는 자신을 바라봤다.
"무슨 옛날 락스타도 아니고.."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다.
큰 변화라고 할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생전의 모습에서 세세한 변화가 있었다.
그녀의 자랑거리중 하나였던 풍성한 흑발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얼룩덜룩하게 백발이 섞여 있는 상태였다.
차라리 전부 백발이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수도 있었을것 같았지만 달마시안의 얼룩무늬 마냥 흑과 백이 뒤 섞여 그녀의 눈으로 보기에는 몹시 조잡한 느낌을 주었다.
거기에.. 그녀의 왼쪽눈 밑에는 의미를 알수없는 꼬부랑 글자로 이루어진 십자가모양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어째서 자신의 머리카락에 군데군데 하얗게 변한것도 모자라 얼굴에 이런 유치한 문양이 새겨져 인것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이왕 변화할것이었다면 좀더 세련되게 변화하지! 라며 불만가득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미 이렇게 변화해 버린것은 어쩔수가 없었기에 그저.. 한숨이 나올 따름이었다.
그녀는 거울에서 시선을 떄 자신의 선정적인 모습을 바라봤다.
붕대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지 않는.. 이 날씨에는 추울수밖에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전혀 느끼지 않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이 꼴로 돌아다닐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녀는 옷을 입기로 했다.
그리고 5분 뒤..
그녀는 좌절 할수밖에 없었다.
"입을수가 없냐!"
그녀의 주위에는 옷 이라고 생각되는 여러 색색의 천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주채할수없는 괴력으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말할수도 있는 찢겨진 천 쪼가리들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바지는 커녕 속옷조차 제대로 입을수가 없는 자신의 컨트롤불가능한 괴력을 저주하며 그녀는.. 그나마 걸치는것까지 가능했던.. 하지만 단추를 채우려던 과정에서 갈기갈기 찢긴 셔츠를 생각하며 일단은 위에 무엇인가 걸치기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새로운 셔츠를 조심스럽게 꺼내 어꺠에 걸쳤다.
그러나 셔츠를 하나 걸쳤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벗고있었을때보다 더 선정적인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변태인가.."
거울속에 비추어지는 셔츠를 걸친채 하바신을 훤히 들어낸 자신을 바라보며 경멸의 눈초리로 바라보고는 그대로 셔츠를 잡고 바닥에 내팽겨쳤다.
그 와중에도 괴력은 여과없이 발휘되어 셔츠를 갈기갈기 찢어놨다.
씩씩 거리며 폐기물이 된 셔츠조각을 짖밞은 그녀는 자신의 옷장을 닥치는대로 뒤져봤지만 입을만한 물건은 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옷장을 뒤지는 처지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입을만한 코트 하나를 발견할수 있었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데다가 단추역시 자석방식이 었기에 팔을 집어넣기만 하면 단추를 채우는것까지 문제 없을것같은 옷이었다.
그녀는 폭탄물을 처리하는 처리반 마냥 정말 조심스럽고 세심한 움직임으로 코트자락에 팔을 하나 하나 넣어가며.. 겨우 양쪽팔을 소매자락에 통과 시킬수 있었다.
그 후에는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며 자석으로된 단추를 채워 알몸에서 탈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바바리우먼인가.."
코트 아래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여고앞에 출몰하는 변태 바바리맨을 떠올리며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알몸으로 밖을 돌아다니는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했기에 타협하기로 마음먹고는.. 어제 자신이 구멍울 뚫어놓은 곳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어제 저녁 비치되어있던 식량은 전부 먹어치운 상태였기에 보충하기 위해서는 지하주차장의 식량창고로 갈수밖에는 없었기에 그녀는 그곳을 향했다.
그러다가 잊고싶어도 잊을수 없는 장소와 맞딱 트렸다.
그 장소는 바로.. 자신이 한번 죽었던 장소.. 괴물의 팔에 오른쪽가슴을 꿰뚫렸던 장소였다.
이미 상처는 회복되어 매꿔져 있었지만 그 장소를 보자 가슴이 꿰뚫렸던 그때의 고통이 되살아나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아팠던것은.. 죽기직전 마지막에 본..
처절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그' 의 모습이었다.
가슴을 꿰뚫린 고통보다도 그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는것이 더욱더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흐를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약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떄문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어떻게든 그를 만나지 않으면 안된다.
슬퍼도 괴로워도 그것을 참아내며 강한 마음과 의지를 품은채가 아니면 어디에있는지 모르는 그의 뒤를 쫒을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를 만나기전까지 자신은 절대 약해져서는 안됐다.
자신을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그리고.. 여기에 없는 그를 위해서도..
"................."
그녀는 아무말없이 괴로움을 상기시키는 장소에서 등을 돌린채 목적지인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한번도 가본적은 없었지만 대략적인 위치는 그에게서 들었기에 문제가 아니었지만 좀비들이 들끊는다는것 역시 들었던 그녀는 몸을 긴장시킨채 지하 주차장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현재 자신의 완련이라면 좀비정도는 맨손으로 찢어 죽이는것은 일도 아니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기에 주늑이 들었다.
그러나.. 그 감정이 무색하게도 지하 주차장에는 단 한마리의 좀비도 없었다.
있는것은 썩은냄새를 풍기며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고깃덩어리들 뿐이었다.
고기 덩어리를 밟지 않게 피해가며 그녀는 썩은 냄새를 맡지 않기 위해 호흡을 멈춘채 벽을 따라 이동했고.. 이내 식량창고라고 생각되는 장소를 깔끄하게 발견할수 있었다.
다만.. 문이 닫혀진 탓에 들어갈떄는 문을 완전하게 박살내버리고 들어갈수밖에 없었기에 마무리는 깔끔하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목적의 식량을 발견할수 있었던 그녀는 그자리에서 거침없이 상자를 찢어 발겨 안에있는 식량덩어리들을 순식간에 갉아먹기 시작했고 한박스..는 커녕 두 박스를 2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먹어치웠다.
어제의 2배나 되는 식량을 섭취한 그녀였지만.. 역시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괴로워보이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더 먹어야하나?"
그녀는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듯 말했다.
그만큼이나 섭취했지만 배가 부르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물론 배가 고픈것도 아니었지만.. 먹는다면 더 먹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것 같은 상태였다.
결국 한박스를 더 먹어 치우고나서야 그녀는 지하주차장에서 벗어나 아지트의 정원앞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정원으로 온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컨트롤 불가능한 완력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 였다.
솔직히 말해 어떻게 해야할지는 몰랐다.
그것도 그럴것이 보통은 힘이 쌔든 약하든 자신의 완력정도는 적당히 조절할수있는것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다지 머리가 좋거나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녀는 자신과 반대로 머리가 좋고 특출난 재능을 가진 그라면 알고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붕붕 휘둘러 그 생각을 날려 버렸다.
효율좋은 훈련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닥치는대로 해볼수밖에 없을뿐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일단 눈에 보이는 돌을 조심스럽게 손바닥위에 올려놓은 뒤 천천히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어느정도까지는 돌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지만 조금 힘을 더 넣는 순간 돌은 산산조각이 나며 그녀의 손가락사이로 흘러 내렸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던지라 그녀는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은채 재차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돌들로 연습을 시작했고 더이상 주울 돌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아지트 외의 다른 동에 있는 1층 난간들을 돌아다니며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1층 베란다의 난간을 파괴(?)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아지트 이외에는 전부 난간을 파괴한 뒤.. 이번에는 아파트 상가의 계단 난간들을 차례차례 흟듯이 쥐며(파괴하며) 돌아다녔다.
그녀는 손으로 쥘수 있는 물건들이란 물건들을 파괴하며 돌아다녔고.. 그 모습은 그야말로 파괴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반나절동안 이곳저곳을 파괴한 성과인것인지... 아직 완벽하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쇠나 돌정도라면 파괴하지 않고 쥘수 있는 정도의 수준까지 올수 있었다.
단지.. 그것보다 강도가 아래인 물건들은 아직 부수지 않고 손에 쥘수가 없었다.
그것은 즉.. 옷을 입을수 없다는 뜻이었고.. 지금의 상태.. 바바리우먼의 모습으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시간을 보낼수밖에 없다는 일이기도 했다.
"내일은 꼭..!"
그녀는 자신의 주먹을 꽉 쥐며 내일이야말로 이 빌어먹을 변태상태에서 벗어날것은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도 손에 쥘수 있는 물건이란 물건을 부수며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제로 였고..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 였다.
결국 아파트 단지내에 부술수.. 아니 연습할수 있는 물건이 남아나지 않는 상태였기에.. 어쩔수없이 그녀는 아파트 단지내를 벗어나 외부에 있는 물건들을 손에 쥐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것인지.. 자신의 완력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겨우 익힐수가 있었다.
다만 집중하지 않으면 컨트롤이 불가능했기에 조금더 연습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날밤 알몸의 바바리우먼에서 탈출하여 평범한 옷을 입을수 있었고.. 딱딱하고 역한 맛의 식량덩어리대신 음식다운 형태의 따뜻한 음식을 마음껏 먹을수 있었다.
그녀는 인간의 필수 요소라고 할수 있는 의식주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깨달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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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에어컨 한대만 있었으면 더 빨리 쓸수 있을것 같은데..
이 더위가 진짜 밉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