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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4 발자취
새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자리에 일어난 그녀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소생했다는 것
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소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단지 아직까지 머리는 복잡하고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무엇인가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사명감을 가슴속에 품고 있던 그녀는 그것을 위해 움직이기로 했
다.
그녀는 눈 감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아파트 단지 내를 걸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사용하던 아지트에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그녀는 베란다의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사다리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난간을 붙잡고 올라가기로 마음먹고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잡은 난간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꺾인 채 그녀의 손에 의해 뽑혀졌다.
녹이 슬었던 것일까?라고 생각한 그녀는 다른 난간을 잡고 힘을 주어 위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방금 전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그녀는 비틀린 채 자신의 손에 들려진 난간을 아무 말 없이 힘을 주어 비틀었다.
그러자 난간은 엿가락을 휜 것처럼 너무나도 쉽게 비틀어지며 2조각으로 나누어졌다.
난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완력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두 토막 난 난간을 바닥에 버린 뒤 자신의 양손바닥과 손등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평범한 자신의 손.. 평범한 인간의 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관찰하던 그녀는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돌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린 뒤 그것을 쥔 채 힘을 주었고.. 돌은 그녀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남과 동시에 그 부스러진 잔해들이 손바닥에서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나갔다.
"하.. 이건 완전 그.. 괴물인데..?"
말라버린 목에서 자조하는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신을 죽이고.. 자신이 죽인.. 엄청난 괴력과 괴상한 날개를 등에서 뽑아내 날아다니는 괴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날개도 나오는 거냐..?"
반 농담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그녀는 자신의 어깨너머로 등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불타는 것 같은 감각이 그녀의 등을 스치듯 지나갔다.
"큭..!?"
그 짧지만 강렬한 고통에 놀란 그녀가 신음을 흘려내며 눈을 질끈 감았고.. 어느새 거짓말처럼 사라진 고통에 눈을 뜬 그녀의 눈에는.. 아니나 다를까 그 괴물이 꺼낸 날개와 비슷한 날개가 돋아나있었다.
박쥐의 날개를 닮은 기묘한 모양의 날개.. 죽었다 살아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자신의 등에서 그 괴물과 같은 날개가 돋아났다는 사실 역시 그녀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하..하하.. 미친.."
너무나도 당혹스럽고 충격적인 사실에 그녀는 마른 웃음을 흩뿌린 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았고.. 동시에 날개는 소리 없이 그녀의 등 뒤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진짜 뭐야..?"
방금 전까지 날개가 돋아나 있었던 자신의 등에 손을 뻗어 어루만져 봤다.
날개는 만져지지 않았지만.... 그 자취라도 되는 듯 날개뼈 근처의 부분이 세로로 찢어져 있었다.
그것이 방금 전 날개의 존재를 증명하듯 느껴진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변화에 적잖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당초의 목적을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완련 조절은 힘들기에 난간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현재 상태로는 무리일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 아파트 현관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열쇠는커녕 비밀번호도 알리가 없던 그녀였기에 평범한 방법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이 수상한 육체 능력을 마음껏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흡!”
그녀는 주먹을 적당하게 쥔 채 문을 형해 있는 힘껏 내질렀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문은 명백한 대미지를 입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음 푹 들어갔다.
그런 데에 반해 그녀의 주먹은 멀쩡한 상태였고 딱히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괴감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쿨하게 뒤로 미룬 뒤 다시 한번 움픅들어간 부분을 있는 힘껏 쳤고.. 2번의 펀치에 그녀의 팔이 반쯤 문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손으로 더듬어 도어록을 확인한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돌렸다.
단지.. 그녀의 완력이 현재 무지막지한 상태였던 것까지 생각을 못한 탓에 너무나도 쉽게 망가져 버렸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구멍에서 팔을 빼낸 뒤.. 양손으로 구멍을 잡은 뒤.. 그대로 힘을 주어 구멍을 점차 넓혀갔고.. 이내 그녀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넓이까지 넓힐 수 있었다.
그녀는 넓힌 구멍으로 몸을 넣어 집안으로 들어간 뒤 날짜와 시간이 표시되는 전자시계를 먼저 확인했다.
아직까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현재의 날짜와 시간을 알 수 있었다.
“2개월 정도인가..”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등을 돌린 뒤 부엌으로 향했다.
다행히 식량이 남아있었기에 그녀는 그것을 데워 먹기로 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문조차 보 제대로 못 여는 상태인데 버너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굳어진 덩어리 상태의 비상식량의 맛이 제대로 돼있을 것 같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최우선 사항이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상태 그대로 먹기로 마음먹고 비상식량봉지를 들어 입구를 뜯었다.
그러나 여기서 또다시 제어불가능한 완력을 간과해 버린 탓에..
비상식량의 봉지는 너무나도 쉽게 찢어져 그 내용물을 먼지투성이의 바닥에 낙하시켰다.
“칫..!”
그녀는 힘 조절이 안되는 자신의 양손을 내려보며 혀를 친 뒤 바닥에 떨어진 고체 덩어리의 식량을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틀어올린 뒤 세차게 불어 먼지를 털어낸 뒤 거침없이 그 덩어리를 씹어 삼켰다.
때려 죽어도 맛있다고 할 수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맛이 없을 뿐 결과적으로 영양소는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 역한 맛을 참으며 단번에 고체 덩어리 식량을 다 먹어 치운 뒤 아직 뜯지 않은 식량에 손을 뻗었다.
이번에도 봉지를 뜯는 것에 실패해버렸지만 미리 대비하고 있던 탓에 땅에 떨어지는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던 그녀는 다시 고체 덩어리 식량을 거침없이 먹어 치웠다.
그 실패와 식사라는 반복 작업을 식량이 없어질 때까지 한 그녀의 주변에는 어느새 찢어진 봉지로 가득했다. 대략 30인분 이상을 단번에 먹어 치운 그녀는 그 후 1리터짜리 생수 4개를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만큼의 식량과 식수를 위안에 털어 넣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배가 불러 괴로워하는 기색도 없이 편안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맛없는걸 먹여서 미안”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자신의 은인이자 그와의 결실인.. 그와 그녀가 미레라고 이름을 지은 뱃속의 아이에게 말했다. 그녀.. 미미라는 인간은 한번 죽음을 경험했다. 오른쪽 가슴을 꿰뚫려 장기가 엉망진창이 된 치명상을 입어 그 심장을 멈췄다.
그러나.. 우연과 필연이 기적적으로 겹친 탓에 그녀는 2개월의 시간을 들여.. 이렇게 다시 소생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어떤 우연과 필연이 겹쳐 있는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소생의 중심에 있는 것이 뱃속에 있는 아이.. 미레의 영향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말을 그에게 남긴 뒤 의식이 블랙아웃된 그녀는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의식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시각 촉각 청각 미각 후각 그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몸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고 애초에 자신의 몸이 있는지조차 자각할 수 없었고 시간의 흐름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의식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괴롭고 두려운 일이었다.
괴롭고 두려운 이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그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생각해냈지만.. 오히려 그 행복한 기억과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절망적인 현재의 상태를 깨닫고 더 괴로워 질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 상태에서 영겁과도 같은 고통과 공포 그리고 절망이 섞인 영원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절망감에 고통받던 그녀의 머릿속에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정확하게는 말이나 언어가 아닌.. 굳이 표현하자면 의사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의사는 그녀에게 ‘살아줘’ 라는 의미를 전달했다.
동시에 아무것도 느낄 리 없었던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처음에는 자신의 육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팔과 다리 머리 몸이 확실하게 있다는 것을 자신 스스로가 느낄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자신의 배부분에 몹시 따스하고 힘찬.. 자신 이외의 다른 존재가 느껴졌고 그 존재의 의사가 머릿속에 흘러 들어왔다.
그 존재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을 자각하자.. 그녀는 왈칵하고 뜨거운 눈물이 자신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고마..고마워.. 미레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자신과 그의 아이에게 그녀는 감사의 인사를 말했고.. 그녀는 그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벗어나 소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생한 그녀가 무덤에서 빠져나와 다른 일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식사를 하려던 이유.. 그것은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그녀를 살리기 위해 가지고 있던 힘과 영양분을 모두 그녀에게 돌렸기 때문이었다.
그 탓인지.. 임신 개월 수로 보자면 3개월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배는 전혀 나오지 않은 상태로 아이가 전혀 성장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배가 나오지 않은 이유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무덤에서 나오자마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식사를 최우선의 행동으로 잡았다.
물론 영양을 받기는커녕 그녀에게 줘버린다는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아이가 살아있을 수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테지만.. 그녀는 뱃속에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고.. 아이가 무사하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영양소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자각하고 있는 상태였다.
“일단.. 힘 조절하는 법부터 연습해야겠네.”
목을 축인 탓에 갈라지고 마른 목소리에서 원래의 목소리로 돌라온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박차 나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미도..”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소파가 있는 뒤쪽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그리고 자신이 그를 그렸던 해맑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복해 보이는 그림.. 그림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찾아 그 품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의 기묘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마음이 편해지고 따스해지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런 기분의 탓에 그녀는 조용히 그림속의 그에게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내 그 움직임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힘 조절이 안되는 자신이 만진다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림에 손을 뻗는 대신 자신의 주먹을 꽉 하고 쥐었고.. 동시에 애처로워 보인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기다려.. 곧 만나러갈테니까!”
이곳에 없는 그에게 선언하듯 힘찬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그림 속의 그에게 외쳤다.
============================ 작품 후기 ============================
미미의 소생 소식에 좋아하시는것 같아 기쁘네요!
예상하신대로 미미의 소생에 중심에 있는것은 미레입니다!
그외에 미미의 변화에 대해서는.. 다들 대충 예상하실것 같지만 자세한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올 예정입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해주세요!
p.s
글 줄이 이상하다고 문의 주신분들이 몇분 계신데.. 글자 크기 조절하시면 제대로 나올겁니다!
일단 웹에서는 글자 크기 10으로 하면 딱 맞게 될겁니다.
모바일은.. 일단 앱깝고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