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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65화 (6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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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그가 병원에 온 지 4주째..

그리고 그가 보금자리에서 떠난 지 2개월째가 되던 날의 늦은 밤..

깊은 잠에 빠져든 그는 꿈을 꾸었다.

자신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꿈이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아 몹시 어두웠고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으면.. 산소가 별로

없는 것인지 호흡하는 것이 몹시 괴로웠다

이 괴로운 공간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봤다.

눈앞에 바로 있는 낮은 목재의 천장과 사각형으로 된 좁은 목재의 벽..

그는 문뜩 이 공간을 자신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공간이 무엇인지를 자각할 수 있었다.

이 좁은 공간은 '관' 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아파트에서 가장 좋은 원목의 가구를 뜯어 만든.. 자신의 나약함 탓

에 죽어 버린 '그녀'를 위한.. '미미'를 위해 만든 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미미를 위해 만든 관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혼란스러운 그

의 눈에 하얗고 긴 손가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자신의 손이 아니었다.

자신의 손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누구의 손인지는 생각할 시간조차 필요 없을 정도

로.. 단박에 알 수가 있었다.

그 아름다운 손을 자신이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그 손은 바로.. '미미'의 손이었다.

자신을 어루만지던 사랑스러운 존재의 손이었다.

그 손은 관의 뚜껑을 열기 위해 손을 뻗어 밀어냈다.

하지만 위에는 두껍게 흙이 덥혀져 있기에 관의 뚜껑은 '평범한 인간'인  이상 자력으

로 열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과도 닮은듯한 '미미'의 외치는 소리가 관안에 울려 퍼졌고.. 그것과 동시에 그는

꿈치고는 너무나도 생생했던 감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그는 눈을 뜬 채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기성을 울렸다.

이미 그 괴로웠던 감각은 사라졌지만 머릿속에는 아직도 방금 전의 기억이 혼란스럽게

떠돌아다녔다.

"가,가야돼..! 가야 돼! 가야 돼!! 가야 돼.. 가야 돼!!

평소와 같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으로 침대에서 상반신을 벌떡 일으킨 그는 미친 사람처

럼 울부짖었다.

그런 그의 울부짖는 소리는 옆에서 자고 있던 그녀의 잠을 단번에 깨웠고..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가 다급하게 커튼을 열어젖혔다.

"가야돼..나 가야 돼... 가야 돼 가서 도와야 돼...

이성이 없는 몽유병 환자처럼 중얼거리며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초점이 없는 두 눈

으로 병실의 문을 향해 맨발로 걸어나가려고 했고 그의 모습이 명백하게 이상하다고 판

단한 그녀는 허겁지겁 그에게 다가가 그의 허리를 부여잡아 그의 발걸음을 막았다.

"갑자기 어딜 가는 건가요!?

그녀가 외치자 그는 눈물이 흐르는 공허한 눈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가야돼.. 미미가.. 관안에서 괴로워하고... 있어.. 난 가야 돼.. 내가 꺼내주지 않으

면.. 빨리.. 빨리 가야 돼!!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중얼거리던 그가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이며 허리에 매달린 그

녀를 뿌리치기 위해 몸을 틀며 소리쳤다.

"진정하세요. 미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살아있단말이야! 미미가! 미미쨔응이! 관에서! 관에서! 괴로워해! 가야 돼! 내가 가

서 꺼내 줘야 돼!!

더욱 격하게 몸을 움직이며 그는 소리쳤다.

그녀는 어째서 그가 갑자기 이런 이상한 상태가 됐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의 과거

에 대한 편린을 알고 있던 그녀로서는.. 적어도 그가 내뱉는 말이 현실은 아니라고 생

각하며..

아마도 그를 이런 상태로 만들 만큼 괴로운 악몽을 꾼 것이 아닐까 하고 그녀는 추측했

다.

"당신이 본 것은 꿈이에요. 현실이 아니라고요! 진정해요! 괴로운 것은 알겠지만 제발

진정하세요!"

그녀가 그를 안정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말을 걸었지만 그녀의 말은 그의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인지 계속해서 자신이 가야 된다는 말만을 중얼거리며 문을 향해 나아가려고 했

다.

그때..

병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경철이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왔다.

"무슨일이야!?"

잠이 오지 않아 그녀에게 또다시 수면제를 부탁하기 위해 방문길에 오른 경철은 울부짖

는 그의 목소리와 급박한 듯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무엇인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기에 단숨에 달려온 거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평범한 사태는 아니라는 것은 금

방 파악할 수 있었다.

"대,대장님! 미도를 막아주세요!"

병실로 들어온 경철을 발견한 그녀가 외치자 경철은 대답 대신 그대로 자신의 두꺼운 팔

로 그의 몸을 잡았다.

"놔! 놔아아아아아아! 가야돼! 가야된다고! 아아아아아! 놔아아아아아!!"

그가 경철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며 울부짖었고.. 그때마다 그의 뺨을 내려오

는 눈물이 허공에 힘없이 흐 뿌려졌다.

"이녀석 왜 이래!?

"아,아무래도.. 심한 악몽을 꿔서 패닉 상태인 것 같아요."

경철이 그를 붙잡아준 덕에 겨우 자신의 팔을 그에게서 때어낼 수 있었다.

얼마나 힘을 줬던 것인지 심한 운동을 한 것 마냥 팔이 부들부들 떨리며 그녀를 괴롭혔

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패닉 상태인 그를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자신의 고통을 뒤

로 한채 그의 울부짖고 있는 얼굴을 아직도 떨리는 팔로 붙잡았다.

"미도.. 진정하세요. 당신이 무엇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꿈이에요. 몹시 무서

운.. 악몽이에요.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그녀는 눈물로 젖은 그의 뺨을 잡은 채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미가.. 그 '괴물'한테 죽지 않고 살아있단 말이야! 살아있다고...! 관 안에서 울

고 있단 말이야! 내가 가서 구해줘야 돼..! 내가... 내가!

"괴물..."

그가 내뱉은 하나의 단어에 반응한 경철이 미간을 찡그렸다.

"진정해요..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그녀는 계속해서 그가 차분해지기를 바라며 조용한 목소리로 그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

다.

처음에는 계속 발광하고 난리를 피우던 그였지만.. 그것을 30분가량 반복하자 서서히

그의 초점 없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경철에게서 저항하려고 몸부림치

던 행동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꿈... "

그는 허무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하얀 천장을 올려다봤다.

경철은 그가 더 이상 발광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에 그를 속박하던 팔에서 천천히 힘

을 빼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언제라도 그를 속박할 수 있게 신경을 곤두세우

며 그에게서 천천히 떨어졌다.

"그건..꿈..이었던거야?"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방금 전 봤던 손과는 다른.. 자신의 손이 있었다.

"아..."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물로 엉망이 된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안도감과 함께 전에 느꼈던 상실감이 그를 덮치며 머릿속을 복잡하게 흐트러 트렸다.

그는 조용히 웅크려 앉은 채 한동안 복잡한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저씨.. 신나 미안.."

어느 정도 자신의 머리를 정리한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두 사람에게 사과했다.

"이제 좀 진정이 됐나요?"

"응.. 이제 괜찮아."

그는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조용히 자리에 일어섰다.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는 그대로 등을 돌려 방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그..."

아직 혼자 놔두기에는 그의 상태가 불안했던 그녀가 만류하려고 했지만.. 그런 그녀를

경철이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진로를 막은 채 고개를 저었고.. 그녀는 병실을 나가는

그의 등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병실을 나와 계단을 올라 병원의 옥상에 도착했다.

코트 한 장 걸치지 않아 얇은 옷감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그의 체온을 앗아갔지만 그

는 신경 쓰지 않고 옥상에 쳐진 펜스를 향해 다가가 그 펜스를 강하게 쥐고는 어느 한

방향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자신과 미미의 보금자리였던 아파트 단지가 있는 방향이었다.

물론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그 아파트가 보일 리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쪽 방향

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얀 숨을 토해냈다.

그렇게 1시간을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옥상의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를 내며 열렸고.. 기척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듯한 묵직한 발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

왔다.

"설마 뛰어내릴 생각은 아니겠지?"

그의 등을 향해 경철이 물었다.

"그럴리가 없잖아? "

약속이 있는 한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을 리가 없었기에 그는 자조적인 미소

를 띤 채 답했다.

경철은 그런 그의 옆으로 와 어느새 꺼낸 담배를 입에 문채 불을 붙였다.

두 사람은 그저 아무 말 없이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곳을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고..

얼마 동안 그렇게 시간을 죽이던 중.. 경철이 2개째의 담배를 다 핀 뒤 조용히 입을 열

어 두 사람의 침묵을 깼다.

"그 괴물은 죽었냐?"

"죽었어"

자신의 질문에 답한 그의 말에 경철은 얼굴을 일그러 트렸다.

"미도.. 너는 '영웅' 인 거냐?

생소한 단어가 경철의 입에서 나오자 그는 어리둥절했다.

그것이 어떤 의미로 물어본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의문을 눈치챈 것인지 경철은 3번째의 담배를 입에 문채 입을 열었다.

"괴물을 죽인 존재를 '영웅' 이라고 부른다더군."

"괴물은 미미쨔응이 죽였으니까.. 나는 영웅이 아니야.."

결국 자신은 패배했고.. 자신을 죽이려는 괴물의 심장을 찔러 죽인 것은 미미였기에 그

는 그렇게 답했다.

"아저씨는 괴물에 대해 잘 알아?"

"잘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는 잘 알고 있지...

깊게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뱉어내며 경철은 이것이 증거라는 듯 자신의 눈가를 가로지르

는 3줄기의 상처를 가리켰다.

"괴물은.. 죽였어?"

"죽였지. 내가 아니라 또 다른 괴물이..!"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지 경철은 다 핀 담배를 군화로 거칠게 짓밟었다.

또 다른 괴물.. 영웅에 대해서도 그는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는지

그 눈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아저씨는.. 괴물이나.. 그 영웅이라는 게 싫어..?"

"싫다! "

단호하게 외친 경철의 말에 그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고통을 느꼈다..

그 말은 인간이 아닌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려 자신이 방금 전까지 바라본 곳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

다.

오늘따라 예전의 행복했던 기억이 몹시 그리워지는 밤이라고.. 그는 깊게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에피3도 끝나가네요.. 슬슬 본격적으로 스토리 진행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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