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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64화 (6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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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그가 병원에서 생활 한지 3주가 지났다.

그는 여러 곳을 돌며 사람들을 돕거나 지식을 전파하거나 여러 대화들을 나누거나 하며

생존자들과 나름의 우호적인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단지.. 200명이 좀 안되는 사람들과 전부 친목이 깊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

를 별로 좋게 보지 않는 무리도 역시 존재하기는 했지만.. 경철과 그녀의 도움으로 골

이 깊어지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그녀와 경철과의 관계도 점점 깊어졌다.

그녀와는 서로가 목표로 하는 자신이 되기 위해 돕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며 조금

씩 조금씩 서로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어.. 친구이자 라이벌 같은 관계로서 발전해가

고 있었다.

경철에게는 육체적인 기술.. 자신의 움직임을 읽었던 방법에 대해 가르침을 받거나..

자신이 자각하지 못 했던 기분들을 일깨워주기도 하며 그에게 있어 의지할 수 있는 스

승 같은 존재가 됐다.

그렇게 그는 사람들과 연을 깊이 하며 오늘도 자신의 하루 일과를 끝마칠 수 있었다.

일과가 끝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초 저녁의 시간

일과를 끝낸 그와 경철은 병원 부지 내의 공터에 마주 본 채 서 있었다.

오늘은 일주일에 딱 2번 있는 경철의 강의 시간..

정확히는 내기 대련에서 그를 패배시킨 기술을 배우기 위한 시간이었다.

"내가 지시한 대로 해봤냐?"

경철은 주머니에서 평소의 꽁초가 아닌.. 조금 구깃 해진 담뱃갑.. 그가 1주일 전 다녀

온 탐색에서 찾아 그에게 건네준 담뱃갑을 꺼낸 뒤 그 안에서 기다란 새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응! 근데.. 잘 모르겠어!"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거 아니냐?"

경철은 쓴웃음을 지으며 낡은 지포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뭐 1~2주 만에 배우면 이쪽이 울어버릴 일이기는 하지만.."

경철은 폐에 담긴 회색  연기를 밖으로 내뿜으며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얼마나 걸렸어?"

"대충 2년 정도 걸렸나?"

그의 질문에 경철은 벌써 몇십 년이 지난 일을 회상하며 석양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

시 한번 회색 연기를 내뿜었다.

"너라면 나보다 훨씬 빨리 익히겠지만..

타버린 담뱃재를 바닥에 털어 낸 경철은 그를 한번 흟어보고는 웃었다.

그와 같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간이 자신과 같은 범재도 배운 것을 못 배울 리는

없거니와.. 자신보다 훨씬 빠르게 습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아직도 잘 모르겠어!"

"타인의 호흡이란 걸 머리로 이해하기는 힘드니까.. 결국 익숙해질 수밖에 없지."

경철은 담배를 끝까지 다 펴 필터밖에 남지 않은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말했다.

경철이 그를 패배시킨..

그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근육의 움직임도 시선도 아닌 그의 '호흡' 을 읽었

던 것이었다.

호흡..

즉 숨소리였다.

경철은 이 소리를 구분해낼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어떤 액션을 취할 때마다 숨을 들이마시거나 내뱉는다.

그것이 육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근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소리는 미묘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팔을 움직일 때 나는 호흡소리 다리를 움직일 때 나는 소리 몸을 비틀 때 나는 소리

그 모두가 미묘하기는 하지만 각자가 다른 소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경철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그

것을 구분해 낼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그와 대련을 하는 와중에  그의 호흡소리를 분석하여 그가 어떤 움직임

을 할 때 어떤 호흡소리가 나는지를 분류했고 그가 공격을 하려고 할 때 내는 소리를

듣고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었다.

근육이나 시선의 경우에는 페인트를 섞는다면 속일 수가 있었지만.. 호흡의 경우에는 속

이는 것이 힘들기에 높은 확률로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할 수가 있는 몹시 유용한 기술이

었다.

물론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 역시 존재했다.

예측한다고 해도 빠르게 공격에 반응할 수 있는 반사 신경이 없다면 의미가 없었고..

다수의 싸움에서는 다른 존재들의 호흡이 섞여 예측을 할 수가 없기에.. 다수전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건 머리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익숙해질 수밖에 없지.. 결국에는 반복적 훈련으로 몸

에 때려 박아라!

그 말과 동시에 경철은 그에게 로우킥을 날렸다.

그렇게 그의 호흡을 분류하기 위한 훈련이 시작됐다.

그리고 2시간 후..

"하아..! 하아... 후우..."

땀 범벅이 된 그는 어깨로 숨을 들이 마시며 바닥에 대 자로 뻗었다.

방금 전까지 그의 호흡소리의 차이를 알기 위해 집중한 상태에서 경철이 퍼붓는 육중한

공격들을 피하는 작업을 계속한 탓에 녹초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로 해둘까."

경철 역시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공격을 날린 탓에 상처투성이의 민머리와 얼굴

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경철은 소매로 자신의 얼굴에 난 땀을 적당하게 훔쳐낸 뒤 대자로 뻗어있는 그에게 다가

갔다.

"살아있냐?"

"흐으..히히히!"

그는 땀투성이의 얼굴로 씩 하고 웃었다.

"다 죽어가는 꼴로 뭘 쪼개고 앉았냐."

경철은 그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치고는 통나무 같은 팔을 뻗어 그의 코트 목깃을 잡아 그

대로 그를 들어 올렸고 그는 목덜미를 잡힌 고양이 마냥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

가 됐다.

"나 아직 좀 더 할 수 있어?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라는 너무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태로 말했다.

"이상태로 잘도 입을 나 불되는군.

경철은 그를 더욱더 높은 곳으로 들어 올리며 꼴사나운 모습으로 허공에 떠있는 그를 비

웃으며 말했다.

"슬슬 밥시간인가."

경철은 시간을 확인하며 중얼거린 뒤 그대로 그를 대롱대롱 매단 상태로 건물 안에 들어

갔다.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기묘한 상태의 두 사람이 병원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사

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들 말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가운데.. 계단에서 내려오던 그녀가 그 기묘한 모습

을 포착하고는 그대로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온 뒤 경철과 그의 손에 의해 허공에 떠있

는 그를 번갈아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이 기묘한 2인조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지만 상황을 도저히 파악

할 수가 없었다.

"뭐하는건가요..?"

그렇기에 그녀는 솔직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경철은 그녀의 말에 자신의 손에 들려진 그의 옆얼굴을 한번 바라본 뒤 조용히 입을 열

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걸 주웠는데?"

손에 든 그를 정말로 물건 취급하듯 흔들어 보이며 씩 하고 웃었다.

"필요하냐?"

"필요없어요."

경철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은 채 즉답한 뒤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것보다.. 이거 기절한 건 아니죠?"

"음..?"

그녀의 말에 팔을 움직여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정면으로 이동시킨 경철은.. 그가

두 눈을 감은 채 평온한 표정으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이!? 뭘 쳐 자빠져 자고 있냐!?

경철은 매달린 채 잠든 그를 깨우기 위해 모포를 터는 것 마냥 강력하게 털어 냈다.

"어..?"

그때가 돼서야 그는 졸린 눈을 반쯤 뜬 채 자신을 열심히 흔들고 있는 경철을 바라본

뒤 조용히 오른손을 들어 올려 경철의 상처투성이 민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아저씨"

"왜..?"

"자라나라.. 머리 머리...

아주 잠깐 잠든 사이에 본 꿈에 나온.. 대머리인 그와는 다르게 몹시 풍성하고 굵직한

모발을 자랑하던 경철의 모습이 나온 꿈이었기에 현실의.. 털이라고는 한올도 나지 않

는 경철의 민머리가 애초로워 보였던 그는 그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리면 경철의 민머리

를 어루만졌다.

"풉!?"

그녀를 시작으로 주변에 그것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자신의 입가를 양손으로 틀어먹은 채 몸을 부들부들하고 떨었다.

그리고.. 경철은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의미로 몸을 부들부들하고 떨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철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문을 중얼거리던 그는 전원이 끊

긴 기계처럼 서서히 그 움직임이 느려지더니 이내 그 움직임이 정말 멎어버렸고.. 그대

로 양눈을 감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버렸다.

그가 잠드는 것과 동시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경철은 그 상태 그대로 조용히 자신의 허

리 츰에 있는 검집에서 나이프를 하나 뽑아 들었다.

"좋아. 죽일까?"

경철이 날카로운 나이프의 날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진심 아닌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차,참으세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녀가 경철을 말리기 위해 그 팔을 잡았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그것에 반응하듯 안색을 새파랗게 한채 모두뛰어왔다.

"대,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이거놔! 이 자식의 머리털을 벗겨서 내 가발로 써주마아아아아아!!"

경철은 정말로 그의 머리가죽을 벗길 기세로 날뛰었고.. 그런 거체의 경철을 막기 위

해 주변에 있던 몇 명의 남자가 그의 몸에 달려들었다.

"대,대장님! 미도 녀석이 잠꼬대 한 거니까! 참으세요!"

"대머리를 우습게 보지마라아아아아아!!"

"대장님은 대머리인 게 더 멋지시니까! 진정하세요!"

"닥쳐!! 나도 좋아서 대머리가 된 건 아니란 말이다!!

성인 남자 5명이 경철의 팔과 몸을 붙잡은 채 말려보려고 했지만 경철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 움직임을 완벽하게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남자들은 주변에 구경 중이던 다른 남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요청을 받은

남자들을 럭비 선수 마냥 우르르 경철에게 몰려와 그의 몸을 붙잡았다.

"대,대장님! 머리가 나는데 미역이 좋답니다! 이번 탐색 때 발견한 게 있으니 그

걸..."

한 명의 남자가 이번 탐색 때 발견한 미역을 떠올려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타오르는 불에 석유를 끼얹는 꼴이었다.

"10년동안 먹어도 효과 따위는 없다아아아아아!!"

좀비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시험해보고 실패한 전적이 있던 경철에게 있어 그 말

은 분노를 부추기는 것 밖에는 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아!!"

경철은 대머리의 원한과 분노를 담아 절규를 토해내며 다른 남자들과 옥신각신 되며 시

끄러운 소리를 로비 안에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시끄럽고 난장판인 와중에도 경철의 손에 들려있는 그는 그런 외부의 상황

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작은 숨소리를 흘리며 깨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잘

도 자고 있었다.

"저런 얼굴로 잘도 자네요."

남자들의 출현으로 이미 경철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그녀가..

난장판의 중심지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밖에 나온 상태인데.. 주변에 피씨방이 없어서 못올리다가.. 겨우 이동한곳에 있어서

올려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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