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62화 (62/269)

0062 / 0269 ----------------------------------------------

Ep 3 만남

그가 정식으로 생존자 무리에 합류 한지 1주일 째

5시 정각에 병실의 침대에서 눈을 뜬 그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 한 뒤..

침대의 옆에 쳐져 있는 커튼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자.. 자신의 침대와 같은 환자용 침대 위에서 이불을 반쯤 걷어찬 채 기묘한 자세

로 수면 중인 그녀를 바라봤다.

왜인지 알수 없었지만 그녀는 卍자를 닮은.. 기묘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도통 일어날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반쯤 열린 입 사이로 입맛을 다시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잠꼬대를 흘렸다.

"신나! 일어나! 신나! 신나! 히히히!"

그는 그런 그녀의 몸을 탈곡기처럼 탈탈 털며 그녀를 깨웠다.

굉장히 격렬하게 흔든 탓에 그녀의 목이 보블 헤드 인형(머리만 움직이는 인형) 마냥

이리저리 움직였고 그 격렬한 목의 움직임에 괴로운지 신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누구.. 나는..어디.."

아직 반쯤 잠에 취한 탓인지 그녀는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헛소리를 흘렸다.

찰싹!

그런 그녀의 이마를 그는 손바닥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아으!?"

그 고통에 눈을 번쩍 뜬 채 방금 전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싼 그녀는 정신을 차린듯 자

신을 내려다보는 그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봤다.

"아.. 벌써 아침인가요?"

머리의 부팅이 완료된 그녀가 물었다.

"응! 운동하러 갈 시간이야!"

"하아.."

그의 말에 그녀는 아직 태양이 제대로 뜨지 않은 어둑한 창 밖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직 무거운

눈 거플을 거칠게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할게요."

"응! 히히히!"

힘차게 대답하며 그는 중앙의 커튼을 친 뒤 그대로 옷걸이 걸린 자신의 코트를 꺼내 밖으로 나갔다.

10분 후..

"추, 추워..

아직도 날은 2월의 추운 날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바람이 부는 순간 살갗을 베는듯한 추위

가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두꺼운 점퍼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냉기에 자신의 몸을 껴안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운동하면 따뜻해져! 히히히!"

그러나 그에 반해 그다지 두꺼워 보이지 않는 코트 한 장뿐인 그는 추위를 못 느끼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태도였다.

"대신.. 다른 데가 쑤시지만요."

그녀는 하얀 입김을 작게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일단 달려!"

그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그 등을 밀며 재촉했고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달려나갔

다.

..라고는 하지만 달리는 것에 비교하면 몹시 느린 속도.. 달린 다기보다는 빨리 걷는다

라는 쪽이 어울릴 정도의 속도였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서는 현재 이 속도가 안정적이고 최대한 오래 달릴 수 있는 속도였

다.

1주일 전까지는 오히려 이것보다 더 느렸으니.. 어떤 면으로 보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도 할 수 있었다.

현재 그들이 이런 이른 새벽부터 병원을 달리는 것은.. 그녀의 목표.. 즉 그처럼 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저질인 자신의 몸을 단련하여 평균치 까지 올려놓는 것이 목표였다.

일단 1주일 동안의 단련으로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

었다.

그렇게 그와 그녀가 병원의 부지 내를 빠른 걸음으로 30분을 걸었을 때쯤..

"오늘도 하고 있는 거냐?

병원의 입구에서 짧은 꽁초의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경철이 말을 걸었다.

"흐아..하아...하아..흐으으.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

30분의 운동으로 이미 한계가 온 듯 보이는 그녀와 아직도 쌩쌩하기만 한.. 대조되는

두 사람이 인사를 건넸다.

"카하하!! 벌써 한계냐!"

경철은 호쾌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폐 속에 든 연기를 허공에 내뿜었다.

"미도!"

경철은 건빵 바지의 옆 주머니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듯한 나이프를 꺼내 그것을 그에게

휙 하고 던졌다.

"응?"

자신에게 던져진 물건을 가볍게 손으로 받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목재의 나이프와

경철을 교대로 바라봤다.

"오랜만에 몸 좀 풀게 내 상대를 해줘라."

씩 하고 호전적인 미소를 띠며 경철은 다 핀 꽁초를 바닥에 버린 뒤 군화로 그것을 짓

이기고는 반대편의 주머니에서

그에게 넘겨준 나이프와 비슷한 물건을 꺼내 손에 쥐었다.

"좋아! 신나는 여기서 쉬고 있어!

"하으...네..."

그 말에 그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열심히 숨을 들

이 내 마시며 목재의 나이프를 들고 중앙으로 가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

그의 경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지만.. 경철의 표정은 평소 이상으로 활력

이 넘쳐 보였다.

"그냥 하는 것도 재미가 없으니.. 내기라도 할까?"

"난 걸만한 게 없는데?"

가지고 있던 식량도 전부 나눠준데다.. 그의 개인적 물품이라고 해봤자 식칼이나 회칼

등의 주방용품 정도와.. 10개 정도 되는 알파벳 초콜릿 정도 였다.

경철에게는 마테체와 컴뱃 나이프 등의 훨씬 좋은 물건이 있었기에 식칼 같은 것은 필

요 없었을 터이고.. 초콜릿의 경우에는 내기의 판돈으로는 절대 쓰고 싶지 않았기에 목

록에서는 제외됐다.

"다음 탐색 때 담배나 술을 찾으면 나한테 넘기는 건 어때?"

식량만큼은 아니지만 기호식품인 그 물건들도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것은 경철이 꽁초를 필터 끝부분까지 남김없이 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었

다.

보통은 탐색에서 찾은 물건들은 공유재산이 되기는 하지만.. 기호품의 경우 찾은 사람

이 2할의 몫을 가질 수가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즉 경철이 말하는 말은 그 2할을 자신에게 넘겨라라고 하는 말이었다.

"그런 걸로 괜찮아?"

자신이 발견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애매한 판돈이었기에 그는 확인하듯이 물었

다.

"상관없다!"

"그럼 아저씨는 뭘 걸 거야?

"재미있는 기술을 알려주지! 아주.. 재미있는 기술을!"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는 듯 경철은 나이프를 역수로 쥔 채 자세를 잡았다.

판돈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내기였지만 그도 딱히 질 생각은 없었기에 칼을 쥔

채 경철과

약 3미터 정도 떨어지는 거리에 선 뒤 언제라도 튀어 나갈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이 동전이 떨어지는 순간 시작하는 거다.

경철은 나이프를 쥐고 있는 반대 손의 손바닥을 펼쳐 반쯤 녹슨 100원짜리 동전을 보이

며 말했고 그도 별다른 이견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경철은 엄지손가락 위에 동전을 태운 뒤 그것을 위로 튕겼다.

녹슨 동전은 그 동체를 빙글빙글 회전 시키며 하늘을 향해 올라갔고 이내 중력에 끌려지

면을 향해 낙하했다.

짤랑

동전이 지면에 떨어진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그와 경철은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나이프를 겨눈 채 서로에게

달려갔다.

경철은 자신의 거체에 대한 장점을 살려 무게를 실어 담은 일격을 그에게 날렸다.

몸의 크기에 비해 생각 이상으로 빠른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그에게 막지 못할 정도

의 속도는 아니었기에 그는 자신의 나이프로 그것을 맞받았다.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는 뒤로 잽싸게 뛰어 거리를 벌렸다.

경철과의 근력 싸움에서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일반적인 성인 남성과 비교해 몹시 높은 근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경철의 묵직

한 근육에서 나오는 힘에 비교하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힘이 아닌 속도로 승부하기로 마음먹고 나이프를 경철과 같이 역수로 바

꿔 잡은 뒤  경철의 근육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시선 등을 관찰하며 움직임을 예측했다.

그 덕분에 대체적으로 경철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가 나이프로 어디를 베어 와도 어렵

지 않게 회피를 하며 그와 동시에 카운터의 공격을 퍼부었지만 재빠르게 베어진 나이프

를 방어로 전환시켜 그의 공격을 막아냈고.. 그 과정을 몇 번씩 반복했을 때쯤.. 그는

이대로는 영원히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경철과 거리를 벌려 다른 계책

을 강구하기로 했다.

"아저씨! 나이프 말고 주먹이나 발을 사용해도 괜찮아?"

"당연하지!"

수긍의 말과 동시에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기둥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

은 경철의 굵은 다리가 그의 몸 중심을 노리며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기습이었기에 피하기는 무리라고 생각한 그는 양팔을 교차시켜 경철의 미들

킥을 막아냈다.

묵직하고 우직한 그 일격에 그의 몸이 충격을 다 분산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허공에 몸

이 뜬 채 뒤를 향해 날아갔고 그것을 추적하기 위해 경철은 전차같은 기세로 그를 추격

해 역수로 쥔 나이프를 찌르기에 적합하게 쥔 채 불안정한 자세로 공중에 떠있는 그를

향해 찔렀다.

하지만 그는 불안정한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찔러오는 나이프를 위에서 아래로 후려쳐

그 궤도와 속도를 격감 시킨 뒤 깔끔하게 지면에 착지

그대로 무릎을 구부려 돌격에 필요한 추진력을 모아 그것을 폭발시키기라도 한 듯 무서

운 기세로 무방비한 자세가 된 경철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이프를 내밀며 돌격했

다.

"오랜만에 재밌어졌네!!"

그러나 무방비한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경철은 역습으로 찔러들러오는 그의 손목을 타이

밍에 맞게 낚아채듯 잡은 뒤 그의 돌진력을 반대로 이용해 반대편으로 던져버렸지

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고양이 마냥 공중에서 중심을 잡아지면에 사뿐히 착지 해

버렸다.

"아저씨 진짜로 강하네!"

그는 진심 어린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인간이면서 자신과 여기까지 겨룬 것은 눈앞에 있는 경철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나이프와 체술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정적인 상황이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경

철의 전투력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말을 들었는데 지면 엄청 쪽팔리겠군."

경철은 큭큭 하고 어깨를 떨어 웃어 보이고는 자신의 목을 두득두득 거리며 풀었다.

"그러니까 이겨주마."

경철은 자신만만하게 외친 뒤 그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했다.

무엇을 할 생각인가?라고 그는 생각했지만.. 그 이후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그저 그의

얼굴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경철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이 먼저 공격에 나서기로 마음먹고 나이프를 역수로 쥔 채 경철에게 접

근해 복싱의 잽과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나이프를 휘둘렀다.

예상대로 나이프는 너무나도 쉽게 경철의 방어에 막혀 버렸다.

애초에 막힐 것을 예상하고 한 공격이었기에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나이프를 휘두

르거나 찌르거나 주먹과 다리를 이용한 체술을 펼쳤다.

하지만 단 하나의 유효 타도 경철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쪽이 공격한 횟수만 해도 50번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쯤 되니 그도 어떤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행동이 경철에게 전부 읽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처럼 근육이나 시선을 관찰해서 예측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것

은 말이 되지 않았다.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일부로 시선이나 근육을 이용해 페인트를 섞어 가며 공격했

다.

하지만 단 한 번도 통하지 않았다.

그런 사실로 보아 경철은 자신과 같이 근육이나 시선으로 움직임을 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그였지만...

"내 승리인가?"

어느새 그의 목에는 경철의 나이프가 들이밀어져 있었다.

즉.. 그의 패배였다.

============================ 작품 후기 ============================

아.. 정말 날씨가..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