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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61화 (6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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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그날 저녁 조그마한 연회가 열렸다.

사실 연회라고 하기에는 몹시 조촐한..

그저 그가 가진 음식을 전부 기부해 그것을 다 함께 모여 먹는 정도의.. 술도 노래도

춤도 없는 연회라고 하기에는 조촐한 식사회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해

있었다.

생명의 위협에서 살아난 데다가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

행복이자 삶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웃음 속의 중심에는 '그'와 '그녀'가 있었다.

차량을 이용했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그 많은 수의 좀비들을 도륙하는 그 모습은 전투조

뿐만이 아니라 2층에 있던 그녀를 포함한 비전투조 역시 모두 보고 있었고 그가 이번

사건을 해결한 장본인이라는 것과 많은 수의 식량을 기부한 탓에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

다.

그리고 그의 옆에 앉아있는 그녀는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꺼져가던 생명을

살린 유능한 의사로서 사람들은 그녀를  칭송했다.

"형씨! 이참에 선생이랑 결혼해서 여기 눌러 사는 건 어때!?

중년 남자가 친한 척 그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치며 말했다.

"그거 괜찮네! 여기는 다 늙어빠진 사람들밖에 없으니까!"

맞장구치듯 중년 여성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러자 다른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같이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중년 여성의 말대로 이 병원 내에서 가장 어린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녀였다.

모두 그녀보다 10살 이상은 연상인 사람들이 대 부분이었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

었다.

"무,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얼굴을 붉게 물든 채 그녀가 소리쳤다.

"으음..?"

그리고 그런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뭐,뭔가요..?"

그녀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 만난 지 며칠도 되지 않았고 감정의 골이 풀린지도 막 된 상태에서 그를

연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무리 그래도 무리였지만 그의 대답이나 반응이 궁금하지 않

은 것은 아니었었다.

그러나..

"신나는 역시 내 취향이 전혀 아니야! 히히히!"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직설적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울컥한 그녀는 도끼눈을 뜬

채 그를 노려봤다.

"하하하하! 그럼 형씨 취향은 어떤 여자야?"

"으음.. 신장 167에 체중은 52kg 위에서부터 35 26 34에 검은색의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조금 날카로운 눈매에 운동신경이 좋고 조금 다혈질이지만 남을 잘 챙겨주고 가슴

이 바다처럼 넓은 사람! 히히히"

그는 이상형이 아닌..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의 특징을 떠올리며 그것을 입

으로 옮겼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것을 알리가 없었기에 그의 너무나도 구체적인 이상형에 애매한

반응을 보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만 들으면.. 어딘가의 망상 속에 밖에 살지 않을 것 같은 여성상이라고 다들 생

각했지만 굳이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런 여성이 진짜..."

"서,선생! 거기까지!?"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듯 주변의 남자들이 큰 소리로 떠들썩하게 소리치며 그녀의 말을

막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그는 작게 미소 지으며 '실재로 있었지만..' 이라고 중얼거

렸다.

허나 그 소리는 남자들의 큰 소리에 묻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단지.. 바로 옆에 있던 그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사람들은 식사와 그리고 웃음꽃 피는 대화를 늦음 밤까지 나누다.. 내일의 일과

를 위해 해산했다.

모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그와 그녀는 아직 볼일이 남았기에 방으로 돌아가지 않

고 그대로 약하게 비추어지는 병원의 로비를 가로질러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저기.. 미도"

친구가 된 기념으로 그의 이름을 그냥 부르게 된 그녀가 그를 불렀고 그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방금전 말한 그 이상형의 사람.. 진짜로 있는 사람인 거죠?

"히히히"

그는 평소와 다른.. 힘없는 웃음을 흘리며 언제나 몸에 지니고 있는 사진 한 장을 꺼

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얼굴로 가져갔다.

"진짜다.."

그녀는 사진 속에 찍힌 그와 그의 옆에 있는 여성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방금 전 말한 인상과 매우 흡사한.. 여성이 찍혀져 있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측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예쁘다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멋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의 여성

이었다.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네요."

"응! 히히히!"

자신을 칭찬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는 몹시 기뻐 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사진 속의 여성에게 깊은 애정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조금 더 사진 속의 여성에 대해 묻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그가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사진 속의 여성이 지금은 그의 옆에 없다는 사실은 비극

적.. 적어도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 생겼기에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상처를 굳이 자신의 호기심으로 파고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의 질문은 삼간 채 그에게 사진을 되돌려 줬다.

그들은 다시 걸음을 옮겨 목적으로 하는 장소.. 경철의 방 앞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문을 노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방주인의 수락에 따라 두 명은 방안으로 들어갔고 경철은 무엇인가 서류를 작성하고 있

던 것인지 책상 위에는 몇 장의 종이가 손에는 볼펜 한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선생에.. 상놈 새끼.. 무슨 일이지?

경철은 책상 위에 볼펜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봤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녀의 말에 그는 말 대신 다음 말을 재촉하듯 턱을 작게 움직였다.

"미도의.. 그의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세요."

"안된다. 더 이상 외부인의 체류를 인정할 수는 없다."

단칼에 거절의 말을 내뱉고 흥미를 잃은 듯 경철은 다시 펜을 들어 올려 종이에 무엇인

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런 경철에게 반발하듯 그녀가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했지만 그의 손이 그녀의 움직임

을 제지했다고 그는 그녀의 대신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 경철이 앉은 책상의 앞까지 이동

했다.

"외부인이 아니라.. 여기의 일원이 되는 건 괜찮은 거지? 히히히!"

경철은 펜의 움직임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올려 그의 웃고 있는 얼굴을 지긋이 바라

본 뒤 펜을 책상 위에 두고 뒤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라."

경철의 명령에 따라 그는 종종걸음으로 의자를 경철의 책상 바로 앞에 배치 시킨 뒤 그

곳에 엉덩이를 깔고 앉고는 웃었다.

"선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도록."

"네..? 아.. 음? 어... 네..."

경철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이상한 소리를 흘리던 그녀는 겨우 상황을 파악하고는 조

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밖으로 나간 뒤 문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경철도 그도 그녀가 나간 문을 지긋이 바라봤다.

"선생.. 이쪽은 감지에 뛰어난 인간이 2명이나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몰래 방에 귀를 대고 안의 내용을 엿들으려던 그녀였지만 경철도 그녀 같은 아마추어의

기척을 감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에 그녀가 문 앞에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파악

할 수가 있었다.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들으며 경철은 문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그에게로 시

선을 돌렸다.

"우리의 일원이 되려는 이유는 뭐지?"

"친구..때문이라는건 안돼?"

그는 방금 전 그녀가 있던 자리를 흘깃 바라보며 말했다.

"나쁘지는않지만..그것으론 부족하군.. 다른 이유는?"

"...................."

경철의 질문에 그는 입을 다 물 채 슬픈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는 그대로 굳어졌다.

경철은 그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기라도 하는 듯 주머니에서 장초 하나를 꺼내 물

고는 불을 붙인 뒤 조용히 묵직한 연기의 맛을 음미하며 방안을 연기로 채워갔다.

경철이 문 담배가 거의 사라지 때쯤.. 그는 생각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

"미미..미미쨔응이 말했어. 언제나.. 즐겁게 웃으며 살라고.."

욱신거리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그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 사람이 너의 '신'인가?"

경철의 말에 그는 생각했다.

자신은 특정한 종교나 신을 믿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신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역시.. 너도 신을 잃어버린 사람인가.."

경철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경철은 알아차렸다.

그가 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존재라는 것을.. 옛날의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이 자신의 부끄럽고 괴로웠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올랐기에 경철은 그를 매도하고 도발하고 매몰차게 대했고 한편으로는 동질감을 느껴 작

은 조언을 해주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경철은 자신의 옛날처럼 정체되어 있는 그가

싫었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되어가고 있는.. 성장하고 있는 그는 싫지 않았다.

"너의 목적은 그 말대로 웃으며 즐겁게 사는 건가?

"신나를 보고 배운다면 분명 웃으며 살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는 올곧은 눈으로 자신의 진심을 토해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은 평생을 가도 마음속에 남아있겠지만

비록 가슴 안의 뻥 뚫린 구멍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 슬픔과 공허함을 가슴에 품은 채 즐겁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경철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입가를 느슨하게 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경철이 처음으로 보여주는 호의적인 미소였다.

경철은 미소를 지은 채 감았던 눈을 열어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큰 몸을 이끌고 자신

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그에게 다가가 통나무 같은 팔을 그에게 내밀어 악수를 권했다.

처음에는 그의 미소와 행동에 당황하던 그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알고 활

짝 웃은 뒤 그의 커다란 손을 꽉 잡았다.

"우리들의 동료가 된 것을 환영한다! 미도!"

경철은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저녁 그는 그들의 정식적인 동료가 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진짜 미칠듯이 덥네요..

여러분도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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