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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60화 (60/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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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경철이 문에서 떨어지라고 명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 승용차는 클락션의 소

리 대신.. 짐승의 울음 같은 엔진 소리를 우렁차게 뽑아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승용차는 앞을 향해 나아갔고 계속하여 가속해.. 투우사를 향

해 돌진하는 투우 소같이 맹렬한 기세로 좀비들을 향해 돌진했다.

시속 100km는 넘을 것 같은 속력으로 돌진한 승용차는 눈 깜짝할 사이에 좀비 무리의

최후방까지 도달해있었다.

그러나 승용차는 속도를 줄일 생각은 전혀 없는지 오히려 더 맹렬한 기세로 속도를 내

어 후방의 좀비 무리를 그대로 쓸어 밀듯이 치어 버렸다.

둔탁한 음과 함께 후방의 좀비들이 볼링공 마냥 앞에 있는 좀비들에 날아가 전열을 흐트

러 놓았고 승용차는 그런 좀비들을 육중한 몸체로 깔아뭉개 짓이기며 소름 끼치는 소리

를 피로했다.

살이 으깨찌고 머리가 박살 나고 팔다리가 허공에 휘날리는 등의 그야말로 스플래터의

진수를 보여주며 질주 선상에 있는 좀비들을 도륙 내던 승용차는 이내 약해질 대로 약해

진 철문을 들이박아 철문을 박살내며 병원의 분지 안으로 들어왔다.

피와 내장 살로 물든 파란색의 승용차는 속도를 줄이려는 듯 그대로 자체를 회전 시키

며 부지 내를 빙글빙글 돌았고 이내 속도를 줄여가며 경철과 전투 조가 있는 바로 앞에

서 그 움직임을 깔끔하게 멈춘 뒤 운전석의 문이 덜컥! 하며 열렸다.

운전석의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핸들을 한 손으로 잡고 있는 '그'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차를 몰고 와 반 수 이상의 좀비를 갈아버린 것도 놀라웠는데 이 상황을 만

든 장본인이 '그' 라는 사실에 경철은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 그 칼 빌려줘!"

그는 경철이 가지고 있는 마테체를 가리키며 외쳤고 경철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자

신의 마테체를 한번 바라본 뒤 얼떨결에 그것을 그에게 건네줬다,

"고마워!"

그 말과 함께 그는 마테체를 왼손에 쥔 채 오른손으로는 핸들을 유연하게 돌려 차를 회

전시켜 아직 반수 정도가 남아있는 좀비들의 정면으로 돌렸다.

철문이 파괴된 탓에 아직 남아있는 좀비들은 장애물이 없어진 정문을 향해 부지 내로 들

어오려 하고 있었다.

그는 엑셀에서 발을 뗀 채 온몸의 무게를 양쪽 발에 집중해 운전석의 문을 발로 찼고

그 충격으로 인해 둔탁한 음과 함께 운전석의 문이 시원하게 날아갔다.

"히히히!"

그는 결과에 만족한 듯 다시 발을 엑셀로 가져가 그것을 사뿐히 밟아 엔진을 우렁차게

울린 뒤 다시 한번 차량의 엑셀을 강하게 누르며 정문을 향해 기어들어오려는 좀비들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이미 한번 진형이 흐트러져 로드킬로 좀비들을 전부 해치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

태.. 였지만..

그런 그것을 보충하려는 듯 그는 차량을 조작하며 마테체를 든 반신을 뻥 뚫린 문쪽으

로 내밀어 두껍고 무거운 마테체로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는 좀비들의 머리를 박살냄과

동시에 자동차의 핸들과 엑셀을 조작하여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의 좀비들을 깔

아 뭉개 갔다.

그야말로 그 모습은 인마일체의 무장을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차량을 자신의 몸과 같이 조작하며 마테체로 좀비들의 머리를 베어버리던 작업

을 하던 중..

결국 차량의 바퀴에 낀 좀비들의 수많은 잔해들로 인해 차량은 더 이상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 차량의 키를 뽑은 뒤 느긋하게

뻥 뚫린 운전석에서 나와 자신이 지나온 길을 산책하듯 느긋한 발걸음으로 되돌아갔다.

깔아뭉개진 시체.. 목이 잘린 시체.. 팔다리가 날아간 시체.. 등등

수많은 시체들의 잔해로 이루어진 길을 오르며 그는 운이 좋았던 것인지 로드킬에도 그

의 마테체에도 당하지 않아 사지 멀쩡한 상태의 좀비가 정문을 통과해 안쪽에 있는 전투

조에게 달려가려는 것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그는 느긋한 발걸음에서 속도를 올린 뒤 바닥에 널브러진 사체들을 짓밟으며 달려 한 마

리 남은 좀비를 향해 도약해 그대로 양손으로 마테체를 꽉 잡아 좀비의 정수리 쪽을 향

해 내리쳤고.. 그 강력한 일격은 좀비의 머리에서부터 몸통까지 단숨에 내리쳐져.. 그

몸을 두 쪽으로 나누었다.

마지막 좀비가 힘없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며 지면에 힘없이 내리 앉는 것을 보며 그는

유연한 손놀림으로 마테체에 묻은 액체와 파편들을 깔끔하게 털어 낸 뒤 이쪽을 놀란 눈

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철에게 다가가 마테체의 손잡이 부분을 경철에게 내밀었다.

"너... 어디서 차를..?"

경철은 마테체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카센터인데?"

그의 말대로.. 좀비들로 인해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된 파란색 승용차는 그가 카센터에

서 몰고 온 물건이었다.

그가 병원 부지 내를 탈출해 밖으로 나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가 카센터의 위치를 알고 있고.. 그곳에 차가 있는지 알고 있는가?

그것은 실로 간단했다.

병원으로 오는 길에 카센터와 카센터 안에 주차된 차량이 있던 것을 '기억' 하고 있었

다.

심지어.. 그 차량에 키가 꽂혀있는 것조차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건물에서 뛰쳐나갔다.

자신이 처음으로 살린 생명.. 비록 실제로 살린 것은 그가 아닌 그녀였지만.. 그럼에

도 그는 자신의 능력이 생명을 구원하는데 사용됐다는 사실에 작은 흥분감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다는 따뜻한 온기와 감정이 전해지는 감사의 한마디.. 미미

이외의 사람에게 처음 받아보는 그 감정은 자신의 상처 입은 마음을 조금이지만.. 치료

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 감정을 가슴속에 품은 그는  좀비들이 생명을 유린하려는 이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

었기에.. 현재 상황에서 좀비들을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도구.. 카센터에 주차된 키

가 꽂혀있던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자신 혼자였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맨몸으로도 좀비들을 전멸 시키는 것은 별일

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얼마나 많은 생명이 없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시동을 오랫동안 걸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된 차량의 배터리를 살려 낸

뒤 시동을 걸어 좀비들의 무리에게 덮쳐지고 있는 병원의 앞까지 차량을 운전했고.. 그

전에 전투 조가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 클랙슨을 이용해 모스부호를 전달했다.

경철이 군인 혹은 그에 준하는 일을 하던 인물이라고 생각했기에 모스 부호를 알고 있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경철은 그 신호를 이해한 것인지 문에서 떨어져 건물의 입구까지

이동했고.. 그 이후에는 어렵지 않게 좀비들을 전부 처리할 수가 있었다.

"우리를 왜 도왔지?"

어느새 냉정함을 찾은 경철이 진지한 얼굴을 한채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살린 날인데 누군가 죽는 건 싫으니까."

그는 생명을 구하는데 공헌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말한 뒤..

"그리고.. 아직 이야기를 못했어."

2층의 창문.. 놀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경철도 그의 시선을 따라 그녀가 있는 곳을 한번 바라본 뒤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그럼 마저 대화를 끝내도록 해라 '상놈 새끼' "

경철은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 하고 친 뒤 그를 지나쳐 갔다.

"확인사살 작업을 하며 시체를 한 곳에 모은다! 서둘러라!"

그를 지나치며 그는 주변에 있는 전투 존에게 외쳤고 그 소리에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

고 있던 전투 조가 정신을 차리고 빠릿한 움직임으로 사체들을 향해 우르르 몰려 나갔

다.

그런 남자들의 모습을 잠깐 지켜본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얼굴이 달려온 것인지 상기된 채 숨을 헐떡이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하아..! 하아! 후우... 대답... 대답을 들려주세요!"

숨을 다 정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진지한 얼굴로 그

에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랑받는 신나가 부러워."

"저는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그녀는 자신을 부정하려던 말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이내 그 말을 삼켰다.

"저는 어떤 일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완벽한 당신이 부럽습니다."

그녀는 부정의 말 대신 자신이 그의 어떤 것을 부러워하는지 전했다.

"나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 나는 불완전한 존재야."

그의 말에 그녀는 깨달았다.

그와 자신의 생각은 일치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자신이 원하는 요소를 부정하는 그와 그가 원하는 요소를 부정하는 자신

그 혹은 자신이 나르시스트라도 되지 않는 이상에는 자신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자신들은 영원히 평행선을 다릴 수밖에 없는 운명..

하지만 서로의 생각을 납득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부정하는 자신을 그가 부러워하고 있다면 마음대로 자신을 목표로 하면 된다.

그가 부정하는 그를 자신이 부러워하고 있더면 마음대로 그를 목표로 하면 된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자신 따위는 어찌되도 좋았다.

교차하지 않는 평행선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을 목표로 달려가면 되는 것..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얼굴을 직시하며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을 천천히 입 밖으로 꺼냈

다.

"친구.. 친구가 됩시다."

"친구?"

그녀의 말에 그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은 제가 부럽다고 했죠? 솔직히 당신이 말하는 만큼 저 자신이 그렇게 잘난 인간

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만.. 당신은 저처럼 될 수 있게 노력하세요! 그리고 저

는.. 비록 당신이 자신을 완벽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처럼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서로 동등한 관계로서 서로 똑같은 위치에서 출발합시다."

그녀는 조용히 자신을  손을.. 친구라는 존재가 되기 위한 계약서와도 같은.. 조그마

한 손을 당당하게 내밀었다.

"친구...."

그는 그녀의 말을 되새기듯 중얼거리며 내밀어진 그녀의 손을 바라봤다.

그것이 어떤 관계인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단어로서의 의미로는 알고 있었지만.. 감각적으로 그것이 어떤 관계고 어떤 존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단어의 울림은 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행위와 마찬가지인 행동을 했다.

"잘부탁드려요."

"잘부탁해. 히히히!"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채 웃었다.

내밀어진 그녀의 손과 그의 손이 겹쳐지며 새로운 관계가 생성됐다.

그에게 있어서는 연상의.. 첫 친구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연하의.. 첫 친구가..

그와 그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친구라는 관계가 됐다.

============================ 작품 후기 ============================

에피소드3도 중반..!

조금만더 가면 끝입니다!

코멘트와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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