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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57화 (5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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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하지만 그 교차점은 복잡하게 얽힌 그녀의 감정에 불을 붙히는 계기가 됐다.

"지금 날 놀리는건가요!?"

여지껏 들은 그녀의 목소리중 가장 크고.. 격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어떻게든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그녀였지만..

현재 그녀의 표정은 명백하게 적의와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그는 어리둥절 했다.

어째서 눈앞에 있는 그녀가 자신을 그런눈으로 쳐다보지는지도..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알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평소와 같이 웃었다.

그것이 불타고 았는 그녀의 분노를 잠재우는것이 아니라.. 더욱더 발화시키는 어리석은짓이라는것을 자각하지 못한채..

"큭..!?"

그녀는 말대신 눈물이 맺힌 눈동자로  그를 노려봤다.

굴욕과 분함으로 인해 그녀의 양손은 피가 날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분노를 삭히듯 그녀는 강하게 이를 씹어 참으며 몸을 부들부들 떤 뒤.. 그대로 등을 돌려 건물안으로 달려 나갔다.

"아.."

달려가는 그녀를 잡으려는듯 그가 손을 뻗었지만 이미 그녀는 건물안으로 들어가며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남겨진 의문투성이의 그는 뻗었던 손을 조용히 자신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가져갔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심장이 흥분한듯 빨리 뛰고 있다는것이 느껴졌다.

흡사.. 분노의 감정을 느꼈을떄와 비슷한 흥분감..

하지만 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분노란 감정은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할떄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분노를 닮은듯한 감정이 어째서 그녀에 의해 일어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2가지 의문으로 가득찼다.

어째서 자신이 분노와 닮은 감정을 그녀에게 품게 됐는지..

그녀가 어쨰서 자신에게 적의와 분노를 들어냈는지..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수도 답을 낼수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그는 다른 이에게 그것을 묻기로 했다.

"신나는 왜 나한테 분노했을까? 어떻게 생각해 아저씨? 히히히"

그는 기분나쁠정도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칫! 누가 짐승새끼 아니랄까봐..."

굵고 거친 목소리와 마른 잔디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그 인물은 그가 앉아있는 벤치의 빈자리에 엉덩이를 깔았다.

그탓에 벤치가 잠시 삐걱 거렸지만 이내 그 움직임은 조용하게 멈췄다.

"너희 새끼들이 싸우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쉬지도 못하겠다!"

퉷! 하고 바닥에 침을 내뱉은 경철은 가죽자켓의 앞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담배..라고 하기보다는 꽁초에 가까운 물건을 꺼내 그것을 입에 문 뒤 상처투성이의 낡은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푸른하늘을 향해 내뱉자.

연기는 하늘로 빨려들어가듯 올라간 뒤.. 작게 분 바람으로 인해 그야말로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져갔다.

10초 정도의 시간동안 경철과 그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고.. 이내 그 침묵을 그가 깼다.

"나랑 신나는 싸운거야?"

그가 방금전 경철이 내뱉은 말을 되새기며 물었다.

"그럼 너희 새끼들이 친목이라도 다졌다는거냐?"

꽁초를 문채로 경철은 질문이 어이가 없다는듯 한쪽입가를 비틀며 그를 비웃었다.

그는 싸웠다 라는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싸운다 라는 행위는 죽느냐 죽이느냐 라는 의미였다.

그 기준에 있어 방금전 자신과 그녀의 상태는 싸웠다 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랑 신나랑은 서로 찌르고 찌르지 않았어?  히히히"

"이 새끼 상식을 어디에다 팔아 쳐먹은거냐? 그랬으면 인간은 이미 다 쳐죽었을꺼다."

필터의부분까지 깔끔하게 핀 꽁초를 바닥에 내버리며 경철은 마지막으로 폐에 모아둔 연기를 그의 얼굴에 전부 뿜어냈다.

그다지 좋다고 할수 없는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지만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그저 경철의 다음말을 가만히 기다렸다.

그가 어떤 리액션을 취하길 바라던 경쳘은 그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재미없다는듯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거둔 뒤 정면을 바라봤다.

" 너 새끼들 처럼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해 감정적 충돌이 일어나는것도 싸움이라고 하는거다."

"싸움.."

경철의 그말이 가슴에 꽂히며 이 일렬의 의문이 점차 해석되어갔다.

자신이 그녀에게 느꼈던.. 분노와 닮은 감정..

닮은것이 아니라 그것은 분노였다.

살의에 대한 분노가 아닌 질투에 의한 분노

자신이 원하는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되고싶어하는 그녀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분노한 원인도 자신과 마찬가라는것 도 깨달았다.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었던 자신과 그녀가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원한다는....

서로가 이해할수 없는 공통점으로 인한것이라는것을 알아 차렸다.

분명 이것은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목숨을 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건 싸움..

"이 싸움은 어떻게하면 끝나는거야? 죽고 죽일수 없는 싸움은 어떻게하면 끝낼수 있는거야?"

"하아? 그딴건 니가 알아서해! 너 새끼가 생각을 접든 그녀석이 생각을 접게 하든 서로가 납득을 하든! 그딴건 너 새끼들이 알아서 생각해야할 문제지. 내가 생각해야할 문제가 아니야! 끝내고 싶으면 너 새끼들이 알아서 생각해!"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벤치 에서 벌떡 일어난 뒤 그에게는 단 한번의 시선도 주지 않은채 그대로 등올 돌려 걸어나갔다.

"가지고 있는 식량 다줄게. 방법을 알려줘!"

그는 떠나가는 경철에에게 매달리듯 외쳤고.. 그 소리에 잠시 경철의 걸음이 멈췄다.

"사람이 되고싶으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져라."

고개 조차 돌리지 않은채 경철은 마지막 말을 그에게 내뱉은 뒤 그의 대답도 반응도 알 필요가 없다는듯 아무런 미련도 없이 건물안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새로운 의문과 함께 남겨진 그는.. 아무도 없는 병원의 정문을 허망하게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 날 늦은 저녁..

그녀는 자신의 병실 침대 위에 이불을 뒤집어 쓴채 몸을 둥글게 말고있었다.

이미 밤은 깊었지만 잠은 자고 있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잠들수가 없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오늘 낮에 있었던.. 감정이 격해지게 됐던 그 일 때문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자났기에 그 떄만큼의 격한 감정을 느끼는것은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그떄 폭발했던 감정의 응어리가 그녀의 마음속에 크게 꿈틀 되고있었다.

완벽하고 무결한 존재이며.. 보잘것 없는 자신을 부럽다고 말하는 그..

그야말로 자신을 조롱하는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그 모습과.. 자신을 비웃는듯한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됐다.

"큭...!"

그녀는 침대의 시트를 작은 손으로 꽉 쥔채 이를 갈았다.

감정의 정리를 하려고 노력할때마다 그 모습이 떠올라 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떠올랐고..

이성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나약하고 감정적인 어린 자신에 대해 화가났다.

자신의 안에 있는 2개의 분노가 춤을 추며 그녀를 괴롭히던 중.. 그녀의 병실 문을 두드리는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거칠고 굵은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선생 있나?]

그 목소리에 그녀는 이불에서 기어 나와 침대 놓여진 슬리퍼를 신은채 그대로 문을 향했다.

드르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꼐 목소리의 주인.. 거구의 중년남자 경철의 모습이 들어났다.

"대장님? 이 늦은 저녁에 무슨일이세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잠이 안와서 말이야.. 수면제 하나 부탁해도 될까?"

멋쩍은듯 한 웃음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으며 경철은 말했다.

평소의 난폭하고 거친 모습으로는 상상할수도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호들갑 하나 떨지 않고 익숙한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5일전에도 드셨잖아요?"

"그렇긴 한데.."

경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변명을 찾듯 경철은 우물쭈물 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아.. 어쩔수 없네요. 이번 한번뿐이에요?"

"아아.. 미안하군."

그녀는 자신의 침대옆에 있는 서랍장으로 다가가 열쇠 하나를 꺼내 온 뒤 경철을 지나쳐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진료실의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경철이 따라 들어왔다.

"여기 있어요."

약을 모아두고 있는 장소를 열어 그가 원하던 수면제를 발견한 그녀가 그것을 경철의 거대한 손 앞으로 내밀었다.

"고맙군."

경철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어 그대로 입안에 털어넣은뒤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수통을 꺼내 안에있는 액체로 약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술이랑 같이 드시는건 삼가하라고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그녀가 눈꼬리를 올리며 술이 들어가 있는 수통을 가리켰다.

"이정도 하지 않으면 잘수가 없거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작고 큰 상처가 나있는 자신의 민머리를 거칠게 어루만지고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몸을 기댔다.

"그러고보니.. 오늘 낮에 짐승새끼랑 한판 붙었던 모양이지?"

경철의 말에 그녀는 표정을 굳힌채 피가 통하지 않을정도로 양손을 꽉 쥐었다.

"일방적으로..조롱당했을뿐이에요."

그녀는 거칠어질것 같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하게 분노의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그 짐승새끼가 그 정도로 할수 있었다면 나도 짐승새끼 취급은 안했을걸."

"무슨..소리에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혹시 테러리스트들이 양성하는 소년병들에 대해서 알고 있나?"

잘 모르는 주제였기에 그녀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광신교 새끼들은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시키지. 신이 얼마나 대단하고 굉장한 존재인지.. 그 신을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는 자신들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거룩하며 용맹한지 자신들의 신에게 칼날을 들이미는 적이 얼마나 악랄하고 사악한 존재인지 등을 주입시킨 소년병들은 그들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버리지. 물론 그 아이들이 정말 인형처럼 아무런 감정도 못느끼는것은 아니야.. 그 아이들에게 희노애락을 느끼지.. 단지 그 아이들은 그 한정된 상황에서 밖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 신을 위해 싸운다는 기쁨 신의 도움이 된다는 즐거움 신을 가로막는 존재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죽기직전.. 더이상 신에게 봉사를 할수 없다는 슬픔.. 감정은 있지만 그런 이유로 밖에 그 아이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지."

긴 말을 하던 도중 목이 탓는지 경철은 술이든 수통을 꺼내 그것을 한모금 마셔 입안을 적셨다.

"자신들의 신을 찾아 헤매게 돼.. 유일하게 자신들이 감정을 느낄수 있게 해주는 그 존재를 갈망하지. 그러다가 대부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거나 하지.. 그중에는 그래도 신의 주박에서 벗어나는 아이들도 있어.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평탄하지가 않아. 감정을 제대로 느낄수도.. 표출할수도 없고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그 아이들은 평범한 인간의 무리로는 돌아갈수 없지.."

"그 사람이.. 소년병이랑 같다는건가요..?"

조용히 경철의 명을 경청하고 있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경철은 절래절래 고개를 저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같지는 않아. 오히려 그 짐승새끼쪽이 질이 더 안좋겠지."

경철은 다시 한번 수통에 든 액체를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긴 뒤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슬슬 졸음이 몰려오니.. 나는 가봐야겠군."

무거워 지는 누꺼플을 누르며 경철은 진료실의 문으로 다가가 그대로 진료실의 문을 열었다.

"자,잠깐만요..! 어째서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신거죠!?"

경철의 말 뒤에 무엇인가 더 있다고 믿고 있던 그녀였지만 너무나도 허무하게 경철이 이야기를 끊고 나가려는것을 보고 당황하며 외쳤다.

경철은 조용히 고개만을 돌려 취기가 올라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별 이유없어. 그저.. 사람이 될수 있으면서도 되지 않으려는 짐승새끼를 보고 있으면.. 열이 뻗친다.. 는것 뿐이야. 그럼 잘자라~"

경철은 성의 없이 들어올린 손을 적당하게 팔락 거리며 진료실 밖으로 사라졌다.

============================ 작품 후기 ============================

usb 분실해서 눈물이 나올것 같네요.

거기에 미미 러프화도 있는데.. 아 ㅠㅠ

p.s

추천과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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