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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그는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대한 호기심.. 혹은 의문이 생겼다.
별달리 자신의 구체적인 정체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단지 기억을 잃은채 눈을 뜨고 얼마지나지 않아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자각은
하고 있었다.
겉에서 보이는 신체구조는 인간과 동일하지만 좀비기 기피하는 체질이나.. 완벽하게 인간을 상회하는 치유능력 보통 인간이라면 몇 달이나 걸려야 할 상처를 며칠 만에 치유하는 육체 자체가 가장 큰 증거이기도 했다.
그가 가장 처음 자신의 명확한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은 미미와의 첫경험후 자신의 아이에 대한 걱정의 탓에 의문을 품었었지만.. 뭐라도 상관없다는 미미의 말에 그는 그 의문을 깔끔하게 접어버렸다.
그러나 미미가 죽고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이 괴물이라고 기피당하는 경험을 한번 겪으며 잊고 있던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확인할 방도가 그에게는 없었다.
여러 가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지식은 없었고..
자신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 없었기에 자신의 머릿속에서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다른 요인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검사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몸을 검사한다는 방법이었다;
단지.. 전력 부족으로 인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방법으로 혈액을 조사해본다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방금전 그것도 무산되어 버렸다.
그는 경철의 말을 되짚어 보며 하나의 단어를 떠올렸다.
'외부인'
경쳘이 그런 의도로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말은 어째서인지 자신의 마음을 흔들었다.
외부인.. 그 말대로 자신은 이곳 사람도 괴물도 아닌 그저 밖에서 떠돌아 다니는 괴물이었다.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저 혼자 떠돌며 살아야 하는 괴물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굳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 따위는 알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괴물인지 알아봤자 괴물은 괴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존재를 캐내려던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저기.. 아픈 곳이 있다면 봐 드릴게요. 이래 봬도 의사니까요."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그의 아래에서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태도에서 하루 밖에 같이 지내지 않은 낯선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다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혹시 아파지게 되면 말할게! 히히히!"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는 그 자리에서 떠나기 위해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
그때가 돼서야.. 그녀는 아직 그와 자신의 손이 연결됐다는것을 깨달았다.
"자,잠깐만요. 그전에 손 좀 놓아주시겠어요?"
"안 넘어질 수 있어? 히히히"
"큭..! 저,절 뭐라고 생각하는겁니까. 천천히 걸으면 아무것도 없는곳에서 넘어질일은 없습니다."
"빨리 걸으면?"
"............"
그의 물음에.. 안 넘어질 자신이 없다고 생각됐기에 그녀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린 채 대답을 회피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그녀가 굉장히 흥미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무법자들과 좀비들이 들끓는 세상에서 저런 약한 몸으로 무사하게 살아있다는 엄청난 악운 혹은 기적에 가까운 확률 이었다는 점이 가장 처음으로 그의 흥미를 돋았고..
남자인 자신과 여자인 그녀
괴물인 자신과 인간인 그녀
혼자서도 얼마든지 살아갈수 있는 자신과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갈수 없는 그녀
사람에게도 좀비에게도 기피당하는 자신과 사람도 좀비도 끌어당기는 그녀
많은 사람을 죽인 자신과 사람을 살리는 그녀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공통점을 찾는것이 더 빠를정도로 다른점이 한가득한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것 자체가 몹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뚝한 표정을 입을 다무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뭐.뭔가요..?"
그가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히히히!"
그는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마음속으로 남은 6일의 시간 동안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그녀를 관찰 하기로 마음먹었다.
"갈까? 히히히!"
그 말을 시작으로 그와 그녀는 훈련장을 떠나 병원건물 앞에 있는 부지로 돌아왔다.
아까 전에는 보지 못했었지만 한쪽 구석에서 열명정도의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목재에 톱질과 못질을 하며 무엇인가를 만들고있었다.
"아 젠장! 이거 지탱이 안되는데!?"
30대 중반의 남자가 짜증 난다는 소리로 외쳤다.
그와 그녀는 남자의 소리에 이끌려 한참 작업 중인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일 이신가요?"
작업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방해되지 않는 위치에선 그녀가 짜증을 내고 있는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소리에 남자는 고개만을 돌린 채 그녀를 확인하고는 구겼던 인상을 활짝 폈다.
"오! 선생!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요. 지나가는길에 소리를 들어서.. 무슨일인가 해서요."
"아..."
방금전 자신이 짜증탓에 외친 소리를 들은것이라는것을 알게된 남자가 머쑥한지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등뒤를 가리켜 방금전까지 자신이 손대고 있던 물건을 가리켰다.
"바리케이트를 만들고 있는데 똑바로 서있질 못해서...."
목재로 만들어진것 뺴고는 특이할것 없는 바리케이트.. 라고 하기에는 그 앞에 굉장히 흉흉한 말뚝들이 잔뜩 달려 있는 몹시 위험해보이는 물건이었다.
아마도 좀비들이 다가올때 그 말뚝에 찔리게 해 움직임을 막거나 사망시키게 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인듯 보였다.
단지 남자가 말한대로 그 바리케이트의 다리가 그 위의 상판을 지탱하지 못하는것인지 한쪽 다리가 주저 앉아 있었다.
"기둥을 하나 더 보강하면 되지 않을까요?"
중앙 부분에 기둥을 하나 더 세울 공간은 있어 보였기에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해봤는데.. 의미가 없더라고.."
남자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뺨을 긁적이고는 바닥에 털푸덕 하고 앉아 자신의 실패작을 진지한 눈으로 살폈다.
"아! 역시 모르겠네..!"
남자는 벌러덩 대자로 바닥에 누우며 외쳤다.
"말뚝을 달떄 쓴 판자가 너무 치우쳐 있어서 그래! 히히히!"
가만히 바리케이트를 지켜보던 그가 한마디를 건넸다.
"엉? 너는..?"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모습을 시야에 넣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경철의 말과 생존자들에게 도는 그의 소문이 그다지 좋은 소문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말한 한마디에 흥미를 느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앞에 박아둔 말뚝을 자세하게 살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의 말대로 가까이 가서 보니 말뚝을 붙일 때 쓴 판자가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다리 쪽 방향에 쏠려 있었다.
"어!? 진짜네! 너 목수냐? 잘도 이걸 발견했네!"
남자는 드디어 문제점을 발견하자 어두웠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채 시끄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무튼 고맙다! 선생도 고마워!"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굴러다니던 공구들을 주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뚝제거작업에 돌입했다.
"목수였나요?"
집중해 작업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아니! 히히히"
그녀는 자신의 질문에 부정하는 대답과 함께 웃고있는 그를 바라봤다.
의학적인 분야에서 밖에는 힘을 못 쓰는 자신과는 다르게 의학 관련 지식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는 데다가 보는것 만으로 바리케이트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한다거나.. 미용사 뺨치는 머리 만지는 실력이라던가.. 여러가지일이 가능한 그가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부러움은..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서 점차 커지게 됐다.
그는 그야말로 만능인 인간이었다.
그저 머리가 좋고 손재주가 조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 그는 히어로처럼 사람들의 문제점을 별다른 시간 들이지 않고 해결했다.
물품의 수량과 보고서에 적힌 수량이 틀려 쩔쩔매는 사람에게는 잠깐 본 것만으로도 계산의 오류에 대해 지적한다거나..
바느질에 익숙한 아주머니들 보다 더 능숙한 바느질 솜씨를 보인다거나..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효율적인 무기의 도면을 그려준다거나.. 훈련장에서 경철 조차 뭐라고 하지 못할만큼 묘기에 가까운 투척기술을 선보이단거나 하는 등..
몇시간만에 그는 이 병원부지내에서 누구보다도 다재다능한 인간임을 증명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재능에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바라는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 어떤일도 실수없이 해내고 어떤일이라도 완벽하게 해내는 존재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 존재
자신 혼자서도 살아갈수 있는 강인한 존재
그야말로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되기 위해 노력하려던 존재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부러움이 었지만 몇시간만에 그녀의 감정은.. 자신이 가질수 없었던 모든걸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질투로 바뀌었고 그와 동시에 그를 동경하게 된다는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됐다.
언젠자 자신도 그 처럼 되고싶다는 순수한 동경의 마음
자신은 그 처럼 될 수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의한 어두운 질투
비슷하면서도 상반되는 감정에 그녀 자신도 혼란스러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수가 없던 그녀는..
벤치에 앉아 기분나쁠정도로 새파랗게 물든 하늘을 보고 있는 그를 바라봤다.
그를 어떤 감정을 가지고 대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머릿속에 딱 하나 정리되 있는 말을 떠올렸다.
동경하는 자신도 질투하는 자신도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말하고 싶은 말..
"어떻게하면 당신처럼 될수 있죠?"
상반되는 자신들이 묻고 싶었던 말을 그녀는 입에 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녀의 질문을 받은 그의 얼굴에 미소는 사라진채 당혹감만이 남아있었다.
"내가 묻고싶어. 어떻게하면 신나 처럼 될수 있어?"
그녀의 질문에 그는 질문으로 답했다.
그녀와 같이 병원을 돌아니며 그는 그녀를 관찰했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해결 해주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적이 아닌.. 의무적인 감사의 인사였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예의상' 의 인사였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 있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자신떄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그녀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애정' 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때 무한하게 보내던 그 감정과는 조금 달랐지만.. 닮은 감정.. 그것은 틀림없이 애정이었다.
이 병원 부지내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녀를 존중하고 아끼고 있었다..
즉 그녀는.. 이 병원내 라는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존재였다.
그것이 그에게는 몹시 부럽기도 하면서 의문이었다.
의사.. 라는 존재는 확실히 이 세계에는 귀중한 존재이기는 했지만 그것만이라고 말하기에는 사람들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계속 생각했다.
그녀의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러던중 그녀가 그게 그런 질문을 해왔고.. 그 역시 자신이 품고있던 의문을 입에 담았다.
극과극으로 나뉠정도로 아무런 공통점도 없었던..
평행선과 같았던 그들은..
이때 만큼은.. '서로를 부러워 한다는 감정' 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이 생겨나며
만날리가 없는 2개의 선이 교차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작품 후기 ============================
퇴근하고 소설쓰다가 잠들어서 이제 일어났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겨우겨우 멘탈을 유지하며 어떻게든 쓰고있습니다..!
단지 연재속도가 늦어지게 되네요..
빨리 에피소드3를 끝내고 싶은데 말이죠..
그러니까 속도를 내기 위해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라는 각성제가 필요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