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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55화 (5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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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겨우 안정됐는지 원래의 안색과 상태를 회복한 그녀와 급하게 건물의 밖으로 나온 그의 눈앞에 많은 사람들이 열과 오를 맞춰 나란히 서있었다.

그리고 그 열이 맞춰진 앞에 철재로 된 테이블과 그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경철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에게 이끌려 그는 경철이 서있는 철제 테이블의 옆에까지 이동했고 옆쪽으로 이동한 그를 보며 경철은 작게 코웃음치고는 시선을 거둬 열을 맞춰 서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아침 조회를 시작하겠다! 먼저 인원 점검!"

병원 부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게 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가장 앞줄에 서있

는 사람들이  손을 들어올리며 인원에 대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1조 총 9명 현 9명 이상 무!"

"2조 총 11명 현 11명 이상 무!"

그것을 마지막에 있는 13번째 조가 끝내자 철제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경철이 고개를 끄

덕였다.

"환자 혹은 상처를 입은 자가 있다면 거수하도록!"

그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 조용히 경철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업무에 대한 특별한 지시는 없다! 그 대신 네놈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과 기뻐할만한

소식을 전달하겠다."

경철은 파이프같이 굵은 손가락으로 그녀와 같이 서있는 그를 손가락으로 척! 하고 가리

켰다.

"이미 다들 소식은 알고 있겠지만! 이 짐승새끼는 일주일간 우리 구역에 체제한다! 위

험성이 다분한 짐승 새끼니까. 함부로 자극하지 말도록!"

경철의 말에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웅성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건대 그다지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

다.

그럼에도 그는 활짝 웃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양손을 크게 흔들며 반응했

다.

"마지막으로... 기뻐할 사항이다! 오늘 아침의 배급은 평소의 2배다! 잘 처먹고! 그만큼 힘내서 일해라! 이상!"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경철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철제 책상 밑으로 내려온 뒤 그 큰 거 체를 움직여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죽고싶지 않으면.. 부디 사고 치지 마라 짐승새끼"

경철은 그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린 채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그대로 어깨에서 손을 땐 뒤 건물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거대한 등짝이 병원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본 그는 방긋하고 작게 웃은

뒤..

"부지런한 아저씨네.. 히히히"

"뭐라고 했나요?"

점점 커져가는 환호소리에 묻혀 그가 입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말했다는 것 밖에는 알

수 없던 그녀가 그에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어넘겼다.

그 이후 그는 그녀가 식사의 배급을 받는 것을 기다렸고 그녀가 배급을 받고 나서 그와 같이 방으로 돌아갔다.

그가 배급을 받지 않은 이유는 어제저녁 돌려받은 배낭에 아직 많은 식량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지금 배급하는 식량도 애초에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니 자신이 배급을 받는 것

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걸로 돼?"

둘이 마주 본 채 앉아 식사를 하려던 찰나 그가 그녀의 식판 위에 담긴 음식의 양을 보

고 물었다.

딱 봐도 다른 사람들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양이었다.

"보시는대로.. 몸집이 작으니까요."

"많이 먹지 않으면 키 안 커?

아무리 그녀가 몸집이 작다고는 해도 식판 위에 담긴 음식의 양은 공복을 겨우 누르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성장통은 이미 중학교 때 닫혔습니다만.."

그녀는 눈가를 씰룩거릴 뿐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목소리 자체에 이미 깊은 원한이 담겨 있는듯했다.

"내꺼 먹을래?"

그가 자신의 배낭에 있는 통조림 하나를 꺼내 그녀의 앞에 내밀며 말했다.

그녀는 잠시 그 통조림을 지긋이 바라본 뒤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걸로 괜찮습니다."

거절의 말을 내뱉은 뒤 '별로하는일도 없으니까요.' 라고 자신에게만 들릴 정도의 아

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식판 위의 음식을 스푼으로 떠 입에 가져갔다.

그것을 별말 없이 지켜보던 그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음식을 섭취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별다른 말도 없이 조용히 식사를 끝 맞췄다.

"이 후.. 병원 안을 안내하면 되는 건가요?

자신의 식판을 정리하며 그녀가 물어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먹은 뒤처리를 하던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3층인 이곳에서부터 안내를 하도록 하죠."

정리를 끝낸 그녀가 벗어두었던 백의를 걸치며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고 그도 자신의 코트를 걸친 채 그녀의 뒤 를 따랐다.

그녀는 안내..라고는 했지만 안내를 할 만큼 특별한 곳이나 물건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mri 같은 초 고가의 장비들이 있기는 했지만 보통 그런 것에 관심을 두는 인간은 자신과 같은 의사 정도뿐이 없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특별할 것도 없는 병원의 어디를 안내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안내해줄 말 한 장소는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솔직히 묻겠습니다. 이런 평범한 병원의 무엇을 구경하고 싶은 건가요..?

"전부! 병원 오는 건 처음이니까! 히히히!"

"있는거라고는 검사기기들이 있는 검사실이나  병실 진료실 정도밖에는 없습니다만..?"

"전부 볼래! 히히히!"

"알겠습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언동이나 행동도 이상하지만.. 병원에 처음 온다고 하는 말도 이상했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병원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병원 이곳저곳을 둘러 보고 싶어 했기에 그녀는 그를 3층에

있는 끝방에서부터  안내했다.

하지만 3층에는 다른 사람들의 방으로 사용되는 병실과 그녀가 진료할 때 사용하는 진료

실 외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기에 거의 지나치다 싶이 돌아봤고 그대로 2층으로 내려갔다.

그나마 2층에는 검사실 위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3층보다는 볼 것은 조금 더 많았다.

"여..기는! MRI 검사실입니다."

그녀가 두꺼운 문을 작은 몸으로 힘들게 밀어내며 말했다.

힘들게 연 검사실의 문 사이로 그는 얼굴만을 내밀어 방안을 살폈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기계.. MRI 기계와 그것과 연결된 선 몇 가닥 그리고 그 반대편에

는 검사 기계를 볼 수 있게 해둔 투명한 창과 그 너머로 복잡해 보이는 조작패널들이 눈에 띄웠다.

"자기장을 발생시킨 통안에 들어간 인간에게 전자기파를 쏴 수소원자핵의 변화를 준 뒤

발생하는 자장의 변화를 측정해서  영상화하는 거지?

"잘..알고계시네요."

MRI가 대충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는 일반인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메커니즘

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 박식한 일반인은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조금 감탄했다.

"수소가 적거나 없는 부위를 뺀 다른 부위는 알 수 있지! 히히히!

"예외도 있습니다만.. 보통은 그렇죠."

"이거 사용할 수 있어? 히히히"

전력 소모가 엄청나니까 발전기로는 무리입니다."

발전기를 풀로 돌린다면 한 번 정도 검사는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이 세계에서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렇구나.. 아쉽네! 히히히!"

말은 아쉽다고 말했지만 그의 표정이나 행동에는 전혀 아쉬워 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혹시..어디 안 좋은 곳이라던가 병이 있나요?

"아니! 건강해! '특이한' 곳이라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히히히!"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것인지 그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방에서 나왔다.

"특이한?"

방에 나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지막 그가 말한 말을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

만 자신을 내버려 두고 혼자 어디론가 가려는 그의 행동에 그 생각은 바로 접은 채 그의 뒤를 허겁지겁 쫓았다.

이 이후 다른 기기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CT는 물론이고 초음파 영상진단기까지 몸 내부를 조사할 수 있는 기기에 대해 일반인..

아니 의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전문용어나 정보 등을 입에 담으며 그녀에게 여러 가

지 질문을 퍼부었고.. 언제나 마지막에는 '사용할수 있는가? 없는가?' 의 유무를 꼭 확인했다.

MRI 만큼은 아니었지만 두 기기 모두 많은 전력을 소모하기에 그녀는 사용할 수 없다

는 답을 줄 수밖에는 없었고 그때마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미련 없이 그 방을 뒤로했다.

그렇게 그들은 2층 마지막 검사실인 혈액검사실에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유감없이 그의 입에서 전문적 지식과 용어들이 튀어나오며 그녀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자동 혈액검사기는 있는가 없는가? 수동 혈액검사기는 있는가? 없는가? 혈구계로 세포의 이상까지 알아볼 수 있는가? 원심분리기를 이용하면 dna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가 없는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그녀에게 퍼부었고 그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의 대답에 일일이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른 검사실에서 물었던 것처럼..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물었다.

다른 곳에서는 고개를 저으며 불가하다는 말을 했던 그녀였지만.. 이번에만큼은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단지.. 사용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유와 대장님의 허가가 필요..."

"그런가! 그럼 아저씨한테 가자! 히히히!"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가 무섭게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하고 잡아 이끌었다.

"자,잠깐만요..!? 알았으니까! 손! 손!"

무표정함을 연기한 것도 잊은 채 그녀는 당황하며 소리쳤지만 그는 들리지 않는 듯 그

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끈 채 달렸다.

그다지 운동을 잘하는 편이 아닌 그녀는 몇 번씩이나 그 속도에 넘어질 뻔했지만.. 그때마다 그가 연결된 손을 컨트롤하여 방지했다.

두 명은 빠른 속도로 건물 밖으로 나왔고 그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건물의 뒤 공터로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이 그와 그녀를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애초에 그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는 인간은 아니었고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속도에 정신이 없어 시선을 살필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드디어 그와 그녀는 경철이 있는 장소..

사람의 형태와 비슷한 허수아비들이 늘어서 있는 장소였다.

아마도 훈련장으로 쓰이는 곳인 것인지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무기를 허수아비의 머리나 몸통에 내리치거나 찌르거나 하는 등의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조금 높은 단상 위에서 경철이 지켜보고 있었다.

훈련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던 경철은 그와 손이 연결된 채 숨을 헐떡이며 죽을 것 같아 보이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단상에서 내려와 그들의 근처로 이동했다.

"짐승새끼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

"아저씨! 전기 쓰게 해줘! 히히히!"

경철은 눈가를 일그러트리며 험악한 인상을 만든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채 호흡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단편적인 그의 말이 아니라 좀 더 자세한 설명을 그녀에게 듣기 위해서였다.

"하아...후우.. 피검사를 위해서 혈액검사기와 원심분리기를 사용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겨우 호흡이 안정된 그녀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그의 의도를 전달할 수가 있었다.

"거절한다. 소중한 전력을 너 같은 짐승새끼를 위해 쓸 생각은 없다."

경철은 코웃음치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라고 하는 듯 아무런 미련도 없이 등을 돌려 아까의 장소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머지 식량을 넘길게! 어때? 히히히!"

그 소리에 경철의 발걸음이 잠시 주춤하고 멈췄지만..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재개했다.

" '외부인' 따위에게 쓸 전력은 없다. 이상!"

그 말 한마디만을 남긴 채 경철은 원래의 장소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퇴근하고 와서 올립니다.

에피소드3가 얼른 끝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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