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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54화 (5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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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다음날 아침..

그는 병실의 환자용 침대 위에서 눈을 떴고 몹시 낯선 천장과 가장 먼저 마주쳤다.

잠이 순식간에 달아남과 동시에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를 자각한 그는 조용히 상체를 일

으킨 뒤 주변을 돌아봤다.

특이할 것 없는 극히 흔한 병실이었다.

단지 특이하다고 하면 특이한 점은.. 자신의 옆.. 정확히는 중앙에 있는 커튼 너머에

다른 한 명.. 그녀가 자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할 것이었다.

12명의 남녀 그룹과 같이 생활할 때도 잠은 다들 각자의 방에서 따로 잤기에.. 비론 커

튼을 쳐 나누고 있다는 그는 하지만 누군가와 한방에서 잔다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의 일

인 것 같았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수면으로 인해 굳어진 근육과 뼈를 움직여 몸 상태를 체크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 근육이나 뼈의 상태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몸 상태를 체크한 뒤 그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6시 15분 아직 이른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밖에서는 벌써부터 사람들의 말소리와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지.. 이 병실의 안에는 부지런하지 않은 한 명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그 부지런하지 않은 한 명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앙에 쳐진 커튼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그의 눈에 자신이 사용한 환자용 침대와 별반 다르지 않는 침대 위에 짧은 반바

지와 기장이 긴 티셔츠가 말려 올라가 배를 들어낸 채 반쯤 입을 벌리며 자고 있는 그

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색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동안과 성장이

멈춰버린 듯한 체형의 탓에 그 모습은 귀여운 잠꾸러기 아이와 같이 느껴졌다.

"히히히"

그는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 간 뒤.. 한 손을 조용히 그녀에게 뻗어....

평범하게 기상시키기 위해 어깨를 흔들었다,

"신나! 신나! 신나라! 신나! 아침이야! 히히히!"

그는 마음에 든 그녀의 호칭을 신명 나게 흘리며 그녀의 어깨를 격하게 흔들었다.

처음에는 그의 시끄러운 소리와 격한 움직임에도 꿋꿋이 입을 벌리며 자고 있던 그녀였

지만 계속 반복되는 그의 행동에는 더 이상 자고 있을 수가 없던 건지 몸을 움찔하고

한번 떨더니 뜬 건지 감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눈을 뜬 채 자신의 어깨를 흔들

고 있는 그를 바라봤다.

"어응..? 으으응.,?"

그녀는 아직 잠에 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소리로 웅얼거리며 자신의 졸린 눈을 비비

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으....음? 음? 음음음!? 아아아!?"

눈을 비벼 겨우 반 정도 뜬 눈으로 그를 얼마 정도 바라본 그녀는 점차 의식이 또렷하

게 각성됨에 따라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빈병실은 가득 찬 탓에 그의 숙소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경철을 찾은 그녀였지만..

경철은 쿨하게 '당신 방 2인실이잖아? 거기서 재우면 되겠군' 라는 말로 그녀를 경악시

키게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인간.. 그것도 남자와 동침하라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반론했지만.. '그럼 대충 복도에서라도 재워!' 라는 말로 더 이상의

논쟁을 이어지지 않게 끊어버렸다.

결국 그에게 돌아가 방이 없어 복도에 자야 된다는 말을 전했고.. 그는 별달리 불평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유쾌하게 웃으며 복도의 한편에서 쪼그린 채 익숙한 동작으로

코트를 머리부터 뒤집어쓰고는 그대로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은 굉장히 안쓰럽고.. 그 익숙한 자세 자체에서 애잔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식량까지 지불한 손님의 입장인 그를 저런 식으로 방치한다는 것이 그녀의 양

심을 사정없이 찔렀고.. 결국 그녀는 오늘 하루만 재워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를 자신

의 방까지 데려왔다.

그리고는 그에게 몇 번이고 아침까지 이 커튼을 넘어오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몇 번씩

그에게 건넸고 그는 웃으며 그 지긋지긋한 당부에 몇 번씩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커튼을 치고 자신의 구역에 혼자 남게 된 그녀는 커튼 너머를 계속해서 경계하

며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지만.. 역시나 옆에 있는 그가 걱정되어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보기에는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이란 것이 겉과 속이 다른 존

재라는 것을 그녀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에 밤을 지새우겠다는 일념으로 커튼 너머를

노려봤다.

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잠의 유혹에 이기지 못한 채 골아 떨어졌다.

라는 것이 일어나기 전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일이었고.. 그 기억과 함께

눈앞에 그의 얼굴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 그녀가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지

만..

기상한 직후인 탓에 그녀의 약한 근육은 그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했고.. 그녀는 일어나

는 대신 침대 밑으로 낙하했다.

"아우..!?"

콰당!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침대 아래로 떨어진 그녀는 귀여운 소리를 내지르며 낙

하의 충격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괜찮아?"

등에 느껴지는 아픔을 순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등을 문지르고 있던 그녀는 그의 목소리

에 움찔하고 반응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그

를 바라봤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녀는 사무적인 어조로 표정을 지운 채 고개만을 숙여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등 괜찮아?"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

".... 아무 일도 없었으니 괜찮고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만..?"

그녀는 자신이 당황해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없었다는 투로 말했지만.. 그녀

의 눈가에는 방금 전 낙하의 고통에 의해 나온 눈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눈물 나왔어? 히히히!"

그는 그녀의 눈가를 가리키며 웃었다.

"읏..!?"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소매로 자신의 눈가를 거칠게 닦아 내고는 짧은 심호흡

을 한 뒤 다시 표정이 없는 얼굴로 돌아왔지만.. 빨개진 얼굴만큼은 그대로 남아 있었

기에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을 반복하며 방금 전의 과거를 덮어 버

리려는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그도 더 이상은 그 주제에 대해 건드리지 않았다.

"노파심에.. 묻습니다만.. 제게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죠?"

그녀는 자신이 봐도 한숨 나오는 빈약한 몸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상한짓? 이상한 짓은 뭐야?"

그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이상한짓은.. 그.. 야 한 짓..? 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던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당황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

듯 말했다.

"야한짓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잖아? 나랑 신나 랑은 사랑하는 사이가 아

닌데?"

"큭.. 너무 순수한 정론..!"

그의 진심 어린 순수한 발언에 그녀는 자신이 너무 더러움에 물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

며 순수함에 물든 그의 따가운 시선을 조용히 피했다.

"그러고보니 지금 몇 시죠?

"6시30분! 히히히"

그는 자신의 시계를 확인한 뒤 그녀에게 현재 시각을 전했다.

"아침 조회까지 20분밖에 남지 않았네요.. 준비를 하게 잠시 나가주시겠어요?"

"응! 히히히!"

그녀의 말에 그는 종종걸음으로 방 밖으로 나가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약 5분 뒤

"미도씨 끝났으니 들어오셔도 됩니다."

준비를 끝낸 그녀가 그를 불렀고 방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는 몸을 일으켜 방안으

로 들어갔다.

"자,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버릇만 고치면..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복장을 입은 그녀가 침대에 걸터앉아 좋지 않은 잠버릇 탓

에 뻗친 머리카락과 씨름하는 중이었다.

빗이 머리카락에 자꾸 엉키는 것인지 빗질을 할 때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빗에

끌려 빠지고 있었고.. 그때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고통에 그녀의 입가가 움찔움찔하고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과 빗으로 사투를 벌이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가 들고 있는 빗을

조용하 낚아챘다.

"무슨..?"

그녀가 고개를 돌려 무엇인가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그녀의 고개를 원상 복귀 시킨 뒤

침대 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은 채 그녀에게서 뺏은 빗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방금 전 그녀가 그렇게도 고생했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내려가며 엉킨 머리카락

을 풀어갔다.

처음에는 부끄러워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그 부드럽고 세심한 손놀림

이 몹시 기분이 좋아졌기에 저항을 포기한 채 몸에서 힘을 빼 그의 빗질에 몸을 맡겼

다.

"굉장히 능숙하네요? 헤어 쪽 관련 직업에 종사했나요?"

스윽스윽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풀려가는 머리카락의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물었다.

"아니! 히히히!"

그는 세심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은 채 답했다.

"그럼 전에는 무슨 직종에 근무했나요?"

"굳이 꼽자면 괴물? 히히히!"

그의 대답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뻔했지만 어떻게든 참아냈다.

머리를 관리해주는 괴물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올뻔한 그녀였지만.. 그와 함께 예전에 봤

던 영화가 생각났다.

가위손이라고 하는.. 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였다.

인간을 닮았지만 양손에 칼날을 달고 있는 괴물 같은 존재가 사람들과 만나고 한 명의

여성을 사랑하면서 여러 감정들을 얻어 가는 내용의 영화로 그 영화에서도 괴물이 사람

들의 머리를 잘라주는 장면이 나오기에 이 영화를 떠올렸다.

그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것인 십몇 년 전인 탓에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괴물

이 칼날 손으로 얼음을 깎아 만든 눈을 여주인공이 맞으며 춤추는 장면을 상당히 인상

깊게 봤기에 그 장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굉장히 재밌게 봤던 영화라 2번 정도 더 돌려 봤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영화가 생각나자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녀였지만.. 지금의 세계에서

는 무리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잘 생각나지 않는 기억을 더듬으며 영화의 결말을 떠올

렸다.

그러나 너무 오래된 탓에 영화의 결말 부분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어떻게 됐더라.."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궁금해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그것

을 중얼거렸다.

"뭐라고 했어?"

"아,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의 말에 자신이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얼버무리며 대답했

다.

"끝났어! 히히히!"

그리고 바로 이어진 그의 말에 영화에 대한 기억은 머리 한구석으로 밀려나갔다.

그녀는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확인했다.

완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머리카락이 깔끔하게 빗어져 있었다.

자신이 억지로 머리카락을 뜯어가면 했던 때와 비교하자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굉장히 능숙하네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어본 그녀는 부드러워진 자신의 머리에 놀라운 마음

과.. 여자인 자신조차 머리카락을 빗는 것이 곤욕인데.. 남자인 그가 이런 식으로 완벽

하게 빗어내리는 것을 보니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익숙..하니까! 히히히!"

그녀는 아주 잠깐의 순간 그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을 본듯했지만.. 다시 확인했을

때 그의 모습은 아까와 같이 해맑게 웃고 있는 상태였다.

"시간은 괜찮아? 6시 45분인데? 히히히!"

그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당신도 빨리 따라오세요!"

그녀는 허겁지겁 침대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걸린 의사 가운을 낚아채듯이 꺼내 허겁지

겁 그것을 입은 뒤 거의 달리다 싶이 방 밖을 향해 나갔다.

"뭐하는겁니까? 어서 따라오.. 아아아!?

달려 나가는 도중 그가 따라올 기색을 보이지 않자 고개만을 돌려 그에게 지시하려던 그

녀였지만.. 그 탓에 다리가 꼬여 버렸고.. 그대로 철퍼덕 하고 엎어지면 복도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그는 침대에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가 그 작은 몸을 별다른 힘들이지 않고 일

으켜 세웠다.

"................"

그녀의 얼굴을 보자 당장이라도 수치심에 폭발할 것 같이 붉어진 상태였다.

"괜찮아?"

그는 그녀의 상태를 살피며 물었다.

".....아무런..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까. 괜찮은 게 당연한 겁니다.

얼굴도 새빨갛게 변해 있었고 아픔을 참고 있는 탓에 그녀의 양쪽 볼이 씰룩씰룩 거리

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방금 전 자신의 추태를 애써 스킵 했다.

"히히히"

그는 눈앞에 있는.. 얼굴을 빨갛게 만들고 아픔을 억지로 참으며 시치미를 떼고 있는

그녀가 제법 재밌다고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다음화가 아직 쓰는중이라.. 다 쓰게 되면 업로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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