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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식량으로 가득 차 빵빵한 배낭을 태연한 얼굴로 짊어진 채 그는 저 멀리서 보이는 목적지를 언덕 위에서 바라봤다.
청결한 하얀색 건물과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그 맨 위에는 멀리서도 읽을 수 있는 큰
글씨로 '부영 병원' 이라는 큰 간판이 달려 있었다.
그가 태양 교단 지부의 건물에서 봤던 자료와 일치하는 이름이었다.
그는 병원 입구를 찾은 뒤 언덕 위에서 보이는 입구까지의 최단 루트를 기억한 뒤 그대
로 언덕을 내려와 병원의 입구로 향했다.
그가 약 병원의 입구에서 10미터가량 떨어진 위치에 왔을 때쯤 모래주머니를 쌓아만든
1.5미정도 높이의 벽 위로 사람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쏜다!"
경고의 말과 함께 남자가 몸을 반쯤 세워 그를 향해 무엇인가를 겨누었고 그와 동시에
다른 모래주머니 벽 위에서 다른 남자들이 일어나 똑같이 그를 겨누었다.
그들이 그를 향해 겨누고 있는 것은 슬링이라고 하는 무기였다.
일명 새총이라고 불리는 무기였다.
다 큰 어른들이 새총으로 위협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웃기기도 했지만 그 위력 자체는 웃을만한 것은 아니었다.
좀비를 상대로 하기에는 그다지 효율적인 무기는 아니었지만 대인전에 있어서는 날리는
물건이나 부위에 따라 살상도 가능한 무기였고 휴대성이나 총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받
지 않아도 어느 정도 연습을 하면 가까운 거리에서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은.. 제법 효
율적인 무기라고 볼 수 있었다.
그는 남자의 말에 따라 걸음을 멈춘 채 다음의 행동에 대한 양식에 대해 재촉하듯 남자
를 바라봤다.
"이곳을 찾은 목적은 뭐지!?"
남자의 말에 그는 잠깐 생각했다.
솔직하게 이곳에서 살기 위해 왔다고 말하는 것도 상관은 없었지만..
보안이 철저하고 삼엄해 보이는 것을 보니 그 과정이 몹시 번거로울 것 같았다.
거기에 이 생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아직 잘 모르기에..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식량을 다른 물건과 교환하고 싶어! 그리고 1주일의 휴식!"
그는 자신이 등에 맨 배낭을 가리키며 말했다.
1주일이라고 말한 것은 그가 이 구역에 사는 사람들을 알아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
다.
"배낭의 내용물을 털어놔봐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배낭을 벗고 바닥에 안에 있는 내용물들을 전부 털어놓았고.. 털
어놓아진 대량의 식량을 보자 경고한 남자를 제외한 다른 남자들이 감탄의 소리를 내뱉
었다.
"좋아..! 배낭에 다시 집어넣어라!"
남자는 배낭 안의 내용물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고 명령했고 그도 조용히 바닥에 널린
물건들을 잽싸게 배낭 안에 쑤셔 넣었다.
"무기가 있다면 그것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네 발자국 물러나라!"
잠자코 따르던 그였지만.. 무기를 내놓는다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물론 남자들이 공격을 할 거였다면 진작에 문답 무용으로 공격을 했을 것이고 이렇게 번
거로운 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기를 내려놓는
다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뭘 하는 거지! 어서 무기가 있다면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라!"
그가 가만히 서있자 남자는 재촉하듯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코트를 벗은 뒤 그것을 펼쳐 바닥에 두었고 펼쳐진
코트의 안감 안에는 식칼 과도 포크 등이 빼곡히 끼워져 있었다.
코트를 내려 두고 그는 자신의 허리와 등 팔에 장착된 가죽 홀더에서 중 식칼과 미트
해머 식칼 회칼 등을 홀더에서 뽑아 코트 위에 던져 놓은 뒤 뒤로 물러났다.
"좋아! 그럼 머리를 손위로 든 채 무릎을 꿇어라!"
그가 남자의 명령에 따라 자세를 취하자 모래주머니 뒤에서 그에게 지시한 남자를 필두
로 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쇠 파이프나 쇠지렛대 등을 든 채 우르르 그의 무기가
있는 곳에 몰려들었다.
"식칼에 사시미..과도..포크.."
지시한 남자가 그의 무기를 살피며 중얼거리고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방긋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태양교 새끼가 말하던 '요리사' 가 너냐?"
남자는 며칠 전 붙잡은 태양교 단원을 고문해 얻은 정보중 하나를 떠올리며 그것이 눈앞
에 있는 그의 인상착의와 사용하는 무기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확인차 물었다.
"맞아! 히히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소리를 흘렸다.
자신보다 10살 이상은 어릴 것 같은 그가 반말로 대답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한 남자
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쳤다.
원래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참지 않았을 일이었지만.. 이런 세계에서 나이 따위는 숫자
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기에 남자는 개인감정을 배제했다.
하지만 남자에게 있어 그의 첫인상은 최악으로 선정됐다.
"그대로 일어서 손을 뒤로해라
남자는 감정을 죽인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이번에도 그는 그 말에 따라 손을 뒤로했다.
그러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금속으로 된 수갑이 그의 양손을 구속했고 다른 남자들이
그의 몸을 수색해 무기가 있는지 없는지의 확인 작업을 한 뒤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는 사인을 남자에게 전했다.
지금부터 감염 됐는지 안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널 6시간 동안 가두겠다. 그 후 인
간인 상태라면 풀어주겠다."
그렇게 그는 다른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병원 부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그에게 집중됐고 그는 눈만을 움
직여 부지 내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확인했다.
부지 내에 있는 인간 수만 106명.. 병원 건물 안에도 있을 사람의 수를 생각한다면 제
법 많은 인원수였다.
그는 남자들에게 이끌려 병원 건물과는 조금 떨어진 창고로 사용하는 건물 안으로 끌려
들어 간 뒤 그대로 그 안에 갇히게 됐다.
남자들이 전부 사라지자 그는 자신을 묶은 수갑을 한번 바라본 뒤
손목의 관절과 손가락 관절을 빼버린 뒤 여유로운 동작으로 수갑에서 손을 빼낸 뒤 관절
을 원래대로 돌려놓고는 양쪽 소매를 털어 안에서 과도 2개를 꺼내 확인했다.
무기를 내버려 둘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빼둔 물건이었다.
과도 2개면 조금 귀찮기는 해도 방금 전의 인수 라면 30초도 안 걸려서 죽일 수가 있었
다.
물론 지금의 상황으로 자신을 무턱대고 해코지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지만.. 만반의 준
비를 해놓아서 손해를 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시 옷소매에 과도를 돌려놓은 뒤 창고 벽에 등을 맡긴 채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여행 때 우연히 발견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딱 한 장밖에 없는 그와 미미의 유
일한 사진이었다.
"히히히"
그는 그 사진을 보며 자연스럽게 웃었다.
머릿속으로 미미의 모습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는 그였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과 나란
히 있는 모습을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이 따끔거리는 고통을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는.. 있을까? 괴물인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그는 사진 속의 인물에게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한 뒤 잠시 동안 그 사진을 멍하
니 바라본 뒤.. 꺼냈던 장소에 도로 집어넣은 뒤 사진을 본 여운을 수면제 삼아 그대
로 잠에 떨어졌다.
그리고.. 정확히 6시간 후..
그의 양눈이 번쩍하고 뜨였다,
이쪽으로 향하는 성인 남자 5명의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풀어뒀던 수갑을 아까와 마찬가지의 방법을 이용해 수갑에 손목을 넣어 원래대로
돌렸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방금 전 자신을 안내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6시간이 지났다. 아직 인간인가?"
"인간은 아니지만 말이야! 히히히!"
"칫.. 까불기는.."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한말이었지만 그것을 알리가 없는 남자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그대로 창고의 문을 열었다.
"나와라! 대장님과 선생과의 면담이다."
그는 남자들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6시간이 지난 탓에 이미 하늘은 어둑어둑 해진 상태였다.
"내 무기랑 짐은?"
"짐은 면담이 끝나고 돌려주지.. 하지만 무기는 밖으로 나갈 때 돌려주겠다."
남자의 말에 그는 꽤나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과도를 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병원의 부지를 가로질러 드디어 병원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던 그는 아까 전과 마찬가지
로 눈만을 이용해 병원을 살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병원의 내부 지도를 머릿속에 암기하고 복도의 길이 방의 위치와 수
를 계속해서 머릿속에 기억했다.
그렇게 계단을 2번 올라 병원의 최상층인 3층에 도달한 그와 남자들은 그대로 내과 진
료실이라고 써진 방앞에서 멈춰 섰고 가장 선두에 섰던 남자는 노크를 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려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때..
[가장 고생하는 인간들에게 식량을 많이 배급한다는 것이 뭐가 나쁜 거냐!]
[그들이 고생을 하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많습니다.]
문 안에서 굵은 중년 남자의 화난 목소리와 그와 반대로 굉장히 맑고 어린 여자의 냉정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병사의 배가 고파서 전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건 전쟁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또다시 화가 난 목소리와 냉정한 목소리가 교차했고.. 선두에선 남자는 손을 문에 올려
놓은 채 노크를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듯 작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결국 노크를 하기로 결정한 것인지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제야 대립하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멈출 수 있었다.
"들어와라"
굵은 목소리의 남자가 허가를 내자 남자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대장님 데려왔습니다."
남자는 속박된 그를 끌고 들어오며 말했다.
그는 남자에 의해 안으로 끌려들어 와 안에 있는 2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 쪽은.. 그야말로 거대했다.
신장은 180이 조금 넘을 것 같았지만 부풀어 오른 근육과 넓은 어깨에 의해 얼핏 보면
2미터가 넘는 거구였다.
나이는 4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며.. 머리카락은 한올도 보이지 않는 스킨헤드와..
거 친일에 종사하는 것을 알리듯 그 민머리와 얼굴에는 여러 종류의 상처들이 눈에 띄었
다.
그와 반대로 여자 쪽은 거구의 남자와 비교하지 않아도.. 그야말로 아담했다.
신장은 150이 조금 넘을까 말까 하는 작은 키와 작은 가슴 그리고 아담한 체형과 인형
을 연상케하는 이쁘장한 얼굴과 갈색으로 염색한.. 반쯤 풀린 컬링 퍼머를 하고 있는
1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그야말로 극과 극을 연상케하는 두 명이었다.
그 두 명은 대립을 멈춘 채 동시에 그의 얼굴을 바라봤고.. 가장 먼저 그에게 말을 건
것은 거구의 남자였다.
"식품을 잔뜩 가지고 왔다는 놈이 너 인가?"
"맞아! 히히히!"
그가 힘차게 반말로 대답하자.. 옆에 있던 남자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주먹을 꽉 쥐며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기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그런 남자를 말리듯 거구의 남자
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때가 돼서야 남자는 어깨에 힘을 빼고는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자기 소개를 하기 전에 두 가지 물어봐도 될까?"
그는 거구의 남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고개를 두어 번 끄덕여 승낙했다.
"우리와 적대할 의지를 가지고 있나?"
"나를 노리는 게 아니라면 안 해? 히히히"
"그런가.. 그럼 두 번째 질문을 하지."
거구의 남자는 그 큰 몸집을 느긋하게 움직이며 그에게 다가왔다.
체구의 탓인지.. 그야말로 산이 앞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위압감이 있었다.
"너새끼가 여태껏 몇 명이나 죽였는지 말해봐라!"
그 말과 함께 거구의 남자는 어느새인가 뽑은 것인지 모를 두꺼운 나이프를 그의 경동
맥을 향해 찔러들어갔지만 살가죽의 바로 앞에서 그 칼날을 멈췄다.
"287명! 아저씨로 288명이 될지도 모르겠네! 히히히히!"
하지만 동시에..
어느새 수갑을 풀어 탈출한 그도 소매 속에서 숨겨둔 과도 2개를 꺼내 거구의 두꺼운
목에 2개의 칼날을 들이민 채 웃었다.
============================ 작품 후기 ============================
미미가 그렇게 되어버렸지만.. 마지막에는 계속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실수 있게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지금 회사에서 올리는 중인데.. usb에 다음편이 안들어있네요..
다음편은 있다가 집에 들어가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