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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만남
그가 아지트를 떠난 지 벌써 1개월이 지났다.
미미의 유언대로 그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가장 처음 간 곳은 미미가 원래 가려고 했던 생존자 구역이었다.
머릿속에 있는 지도를 떠올리며 식사와 수면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걷고 걸어 3일 정
도가 걸려 그녀가 가려고 했던 생존자 구역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생존자 구역이 아니라 태양 교단의 지부였다.
잘 통제되고 있는 생존자 구역이라는 정보를 흘려 그것을 듣고 온 자들을 유인하기 위
한 트랩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그는.. 몹시 분노했다.
미미가 자신의 옆에 남아 이곳으로 오지는 않았지만.. 만약 오게 됐을 때 겪게 될 상황
을 생각하니 머릿속에 불이 끓어올랐다.
그래서 그는 그 안에 있는 태양 교단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 이후에는 내부를 뒤져 다른 생존자 구역에 대한 정보와 비축해둔 식량들을 전부 챙
겨 다시 다른 곳으로 길을 떠났다.
그 후 그는 수십 명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났을 때 만난 남자처럼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다른 생존자들을 사냥하는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은 사냥하려던 그에게 되려 당해 잔인하게 살해되고 가지고 있는 식량도
전부 뺏겼다.
그 외에도 몇몇의 자칭 사냥꾼들이 그를 노렸지만 앞의 인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최후
를 맞이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공격해오는 인간들만 만난 것은 아니었다.
경계는 했지만 다른 이들처럼 무턱대고 공격하지 않는 인간들도 있었다.
12명으로 구성된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그룹으로 약탈이 아니라 탐색으로서 식량과 도
구들을 모으는 다른 이들에 비교하면 몹시 착실한 인간들이었다.
여행을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공격이 아닌 대화를 건 존재들.. 그는 미미 때를 떠올리
며 그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는 우호의 증표로 가지고 있는 식량 반을 그들에게 넘겼고.. 처음에는 의심하며 꺼리
던 그들이었지만 많은 식량이 생겼다는 것에 환호하며 그를 반겼다.
자신이 사랑했던 미미의 온기는 아니었지만 그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온기에 조
금 기분이 좋았다.
처음 며칠간은 그들과 사이가 좋아졌다.
그의 언동이나 행동이 조금 이상하고 기묘했지만 그 자체는 몹시 능력 있고 뛰어난 인간이
었다.
여러 가지 생존에 필요한 지식에서부터 전문적인 기술의 지식까지.. 심지어 취미의 영역
에 관련된 지식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 지식들은 그들의 생활기반을 안정시키고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몹시 유용한 지식들이
었다.
물론 그의 뛰어난 신체능력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근력이나 지구력은 물론이고 유연함까지 갖춘 그는 탐색하기 어려운 고층을 어렵지 않
게 올라가 탐색을 할 수 있었고.. 높은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한 전투능력까지 몹시 뛰
어났다.
그 의 신체능력으로 인한 탐색으로 그들은 삼시 세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그의 뛰어난 전투능력으로 인해 그들을 덮쳐오는 좀비들을 단숨에 도륙 내는 그로 인해
안전할 수 있었다.
당연히 신의 축복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그의 존재를 그들이 마다할 리도 싫어할
리도 없었다.
단지.. 그중 몇 명은 좀비들과의 전투 중.. 좀비들이 그를 보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의심을 가지게 됐지만..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생각했기에 입 밖으로 꺼
내지 않고 그대로 마음속 한구석에 내버려 두었다.
보통 이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 있으면 시기나 질투를 받기도 마련이었지만.. 그는 그것
을 무기로 자만하지도 생색을 내지도 않고 언제나 밝게 웃으며 기묘한 언동과 우스꽝스
러운 행동들 그리고 가끔씩 혼자 멍하니 어느 한쪽을 바라보며 슬픈 듯 바라보는.. 연
민을 느끼는 그 모습 탓에 그들은 그에게 시기나 질투를 품지 않고 한 명의 인간으로
서 그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들의 사이에서는 그의 뛰어난 능력과 언제나 밝게 웃
는 그의 모습에 호의를 품는 여성도 있을 정도였다.
그도 그들과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미미와의 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지만.. 외롭게 그녀와의 추억만을 곱씹으며 차가
운 몸을 홀로 감싸 안았을 때의 생활과 비교하면 몹시 즐겁다고 생각했다.
단지.. 즐거울 때마다 그녀와의 추억이 떠오른 탓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
았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기 위해 그는 눈물을 참으며 언제 나
와 같이 지금의 즐거운 시간을 웃으며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그들과 그는 웃고 떠들며 2주라는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됐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12명의 남녀들과는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고.. 좀 더 오랜 시간을 그들과 이렇게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와 그들의 사이에 균열이 가는 사건이 생기게 됐다.
평소처럼 탐색을 하던 그들을 태양 교단의 인간들이 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급하게 전원이 건물 안으로 도망갈 수 있었지만.. 30명이 되는 태양 교단의 인간들은
건물을 둘러싸 그들을 포위한 뒤.. 나오지 않으면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협박과 함께 석
유를 건물 주변에 뿌리기 시작했다.
건물 안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그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나간다면.. 남자들은 모두 죽거나 샌드백 신세.. 여자들은 그들의 성 노예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했고.. 만약 나가지 않는다면 이 건물과 함께 타 죽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가 자
리에서 일어나더니 2층의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건물 안에 있던 그들은 물론이고 건물을 포위하고 있던 태양 교
단의 인간들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양손에 각각 식칼을 한정씩 든 그가 포위한 태양 교단원들 2명의 목을 눈 깜빡할 사이
의 찰나에 베어버린 것이었다.
그 이후의 전개는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과도 식칼 중 식칼 회칼 포크 등 각종 주방용품들이 그의 몸 어딘가에서 튀어나와 포위
하고 있는 태양 교단원들의 생명을 앗아 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한 명의 인간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압도적인 전투능력이었다.
단지.. 그의 무쌍으로 인해 당황한 태양 교도원이 뿌려진 석유에 불을 붙이려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를 한 탓에 다른 인간들의 칼날에 팔과 등을 찔리는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등과 팔에 칼을 꽂은 채 나머지의 태양 교단원들을 전멸 시켰다.
건물의 2층에서 그것을 지켜본 그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좀비들을 상대하는 것을 봤기에 그들도 그가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전투능력이 좀비라는 괴물이 아닌 인간에게 향해지는 것을 처
음 본 그들은.. 좀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박력과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그가 지킨 12명 모두가 느낀 공통의 감정이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들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방금 전 본 그의 모습은 괴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공포를 느끼게 했지만 그럼에도 그
가 자신들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거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칼에 찔린 그의 상처를 살피기 위해 우르르 몰려 나가 평소와 같이 그
를 대했다.
단지.. 그들의 마음속에 생겨난 공포의 감정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그들의 마음을
잠식해 갔다.
그리고 3일 후.. 그와 그들이 완전하게 틀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상처..
팔과 등을 칼에 찔렸던 상처가 완벽하게 완치된 것이었다.
치명상은 아니라고 해도 칼에 찔린 상처가 3일 만에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었다.
심지어 작은 커터 칼에 빈다고 해도 그 상처가 치료되는 시간은 3일의 몇 배 이상은 걸
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처는 단 3일 만에 상처를 입었다는 흔적이나 자국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인간을 뛰어넘는 치유능력.. 그것이 그들의 마음속을 조금씩 잠식해가던 공포를 단
번에 부풀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가 좀비에게 습격 당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심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으로 인해 그들에게 그의 인상은 인간이 아닌 '괴물' 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굳건한 신뢰를 맺고 있던 그들은..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함으로써 그 신뢰를 산산조각으로 깨트렸다.
그들은 무장을 한 채 그의 반대편에 서서 무기를 들이밀며 이곳에서 나가달라는 협박..
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으며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무장을 한채 위협하는 것은 그들 쪽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가만히 서있는 그가 위협하는
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별말 하지 않고 자신의 배낭을 챙긴 뒤 안에 들어있는 식량들 전부를 바닥에 털어
놓고는..
'선물이야! 히히히'
평소와 같이 밝은 목소리로 웃으며 그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려 떠났다.
물론..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미미를 만나기 전이라면 아무런 감정도 못 느꼈겠지만.. 그는 이미 기본적인 감정은 모
두 느낄 수 있었다.
희로애락..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모두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잘 지내던 동료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는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단지.. 언젠가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은밀하게 하고 있었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배제한다..
그것은 일종의 생존본능에 의한 행동이었다.
자신들의 몸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위..
오히려 괴물인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인 미미 쪽이 인간의 입장에서는 이단 같은 존재
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2주간 친하게 지낸 그들에게 쫓겨난 채 다시 여행을 떠났고.. 약 1주일간
사람은 아무도 만날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심란한 마음 상태인 그에게 있어 잘 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단지 식량을 모두 놓고 온 탓에 탐색으로 얻은 식량이 모두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렇기에 그는.. 탐색보다 빠르게 그리고 많이 식량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것은 탐색이 아닌 약탈이었다.
그리고 때 마침 하루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자신이 약탈하기 최적화된 곳이 존재하고 있었
다.
그 장소는 바로 태양 교단의 지부였다.
그는 태양 교단이라는 존재 자체가 싫었다.
미미를 상처 입히고 강간하려던 것과 그 탓에 자신의 분노를 자각 시켜준 그들에 대해
그는 아직까지 분노하고 있었다.
거기에.. 만약 태양 교단이 습격해오지 않았다면 그들과 좀 더 오래 있었을지도 모르
고 시간을 들여 그들이 납득을 해주었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나가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첫 증오의 상
대로 각인된 태양 교단의 존재에 대한 감정은 이성으로는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식량을 빼앗는 김에 자신의 마음속에 쌓인 분노의 감정을 분노의 대상에
게 풀기로 한채 길을 나섰다...
그것이 현재 지하에서 숨을 거둔 여성의 무덤을 만들고 있는 그의 한 달간 행적이었다.
그는 열심히 땅을 판 뒤 고요하게 숨을 거둔 여성의 시신을 그곳에 넣었다.
마음 같아서는 관 정도는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재료도 도구도.. 없었기에 적어도 건
물 안에서 썩어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되는 간이 무덤을 만들었다.
여성의 간이 무덤을 완성한 그는 그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신이여 이 여성의 혼을 인도하소서.
그는 중얼거렸다.
물론 그는 신을 믿지 않았다.
단지 많은 인간들이 여러 신들을 섬기고 있다는 것은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여성이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지 그는 알 수 없었지만.. 많은 종교에 있어 혼이란 존재
가 명시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특정 신의 이름을 대지 않고 그저 공통되는 신과 혼을 넣어 추도문을 만
든 것이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의 말에 따라 여성의 혼을 좋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추도문을 간단하게 중얼거린 후 눈을 떠 무덤을 몇 초 정도 바라본 뒤 등을 돌
려.. 머릿속에 떠오르는 방향을 찾아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유언에 따라 자신이 있을 곳을 찾기 위해서..
============================ 작품 후기 ============================
저번화의 코멘트를 보고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개그소설만 쓰다가 처음으로 이런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쓰다보니 제가 분위기 파악을 못했던것 같습니다.
코멘트에도 달았지만 여기 후기에서 다시한번.. 후기를 보고 기분이 상하셨을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절대로 조롱하거나 도발하기 위해 그런식으로 쓴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와이프에게도 개그소설이 아니라 진지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소설이니 그런 가볍고 장난스러운 후기는 좀 아니라고 핀잔도 들어서 여러모로 반성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식으로 후기를 쓰는건 자제 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자란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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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라는 캐릭터가 죽는것에 대해 여러분이 이렇게 격렬하게 반응 하실줄은
짐작도 하고 있지 않았는데.. 코멘트들을 보고 걱정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만큼 캐릭터를 사랑해주시는것이 기쁘기도 하네요.
미미가 죽어서 그만 보신다고 하시는 분들께는..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행되는 플롯상 미미가 그렇게 되는것은 어떻게 바꿀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코멘트 달아주신 분의 말씀대로 좀더 빨리 그렇게 될 예정이긴 했습니다만..
일본에서 연재하는 현직 만화가인 친구에게 플롯을 보여주고 조언을 구했더니..
'이걸로는 독자들이 감정이입하기 모자랄것 같다' 는 소리를 들었기에 미도와 미미의 이벤트를 좀더 늘려본것인데.. 그게 오히려 여러분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됐던것 같네요.
이 후의 진행이 여러분의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여러분이 재밌게 보실수 있게 열심히 생각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 할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50화를 넘는 화수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추천이 50개 달린것도 있고 사과의 뜻으로 연참을 해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p.s
코멘트에 달아주신 태양교단 학살에대한 명분에 대해 적어주셔서 글에 추가를 했습니다.
굳이 학살하러 다니는것은 아니고.. 미도가 가는곳에 태양교단이 있어서 학살하고 다니는것을 추가로 집어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