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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여행
다음날 아침 일찍 그와 그녀는 하룻밤 묵었던 맨션을 뒤로 한 채 귀갓길에 나섰다.
거리상으로 약 4~6시간 정도의 거리였기에 빠르면 오전 중에 늦어도 이른 오후의 시간쯤에는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짐과 장비를 챙긴 그와 그녀는 손을 맞잡은 채 좀비들이 없는 텅 빈 거리를 여유롭게
걸으며 행복했던 어제의 여운을 곱씹었다.
약 1시간을 그렇게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풍기며 거리를 걷던 중 그녀가 걸음을 멈춘
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하아.. 만약 임신이라면..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헬멧 안에서 심호흡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뱃속에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가 곧
결정된다는 사실을 자각한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아무리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해도..
그녀가 포용력과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나이는 부모가 되기에는 몹시 어린 나이였다.
세상이 미쳐버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은 수모와 고통을 견뎌냈던 그녀라도 자
신이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녀와 같은 젊은 나이의 여성이 견디
기에는 몹시 무거운 현실이었다.
"아직 불안해?"
그는 그녀의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는 듯 연결된 손의 손등을 엄지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의 행동에 마음이 조금이지만 편해진 그녀는 그의 행동에 보답하듯 그와 똑같이 그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히히히"
헬멧의 바이저 사이로 그의 해바라기 같은 미소가 들어오자 그녀도 헬멧 안에서 똑같이
미소 지었다.
"분명 잘 키울 수 있을 거야! 나도 많이 도와줄게!
그의 활기찬 목소리가 그녀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와 그녀의 불안감을 잠식 시켰다.
아직 마음속에 일말의 불안감은 남아 있었지만 그의 덕분에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헬멧의 바이저를 위로 올려 뚜렷하게 보이는 그의 믿음직스러운 얼굴을 바라봤
다.
그 사랑스럽고 믿음직한 얼굴을 보니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랑해!"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말을 붉어진 얼굴로 힘차게 내뱉은 그녀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바이저를 급하게 내린 뒤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굳게 잡고 있는 손만큼은 놓지 않았다.
"히히히"
애교도 그렇다고 무드도 없는 사랑의 말을 내뱉은 그녀였지만 그에게 있어서 그녀의 행
동은 그 어떤 존재보다도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꽈악하고 잡은 채 그녀를 이끌고 무인의 거리를 걸었다.
중간에 약 10분 정도의 휴식을 가진 것을 제외하고 그와 그녀는 약 3시간 정도를 걸
어..
드디어 익숙한 거리의 풍경을 볼 수가 있었다.
아지트의 근처는 아니었지만 약 2~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그녀를 위한 비밀 아지트
가 있는 구역이었다.
"미미쨔응 좀 쉬다 가?"
"아니! 괜히 쉬면 괜히 잡생각이 날것 같으니까 그냥 빨리 가자."
지금은 그다지 불안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불안해질 것 같았기에 그전에 빨리 자
신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기에 진행을 재촉했다.
"여기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좀비가 없는 안전한 길을 이용했기에 좀비와 마주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자
리를 며칠 비운 사이 어떻게 됐을지 알 수가 없었기에 그는 그녀와 연결된 손을 놓으려
고 했다.
"아.."
그가 조용히 손에서 힘을 빼는 순간 그녀의 손이 스르륵하고 미끄러져 내려감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아쉬운듯한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그 순간.. 미끄러져 내려가던 손끝을 그의 긴 손가락이 붙잡고는.. 풀리려던 손을 다
시 제대로 잡아 연결했다.
"이번뿐이야? 히히히!"
그는 연결된 손을 그녀에게 강조하듯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신의 허세가 들킨 것을 깨달은 그녀는 헬멧 속에 숨겨진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수즙
은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는 만족한 듯 미소 지은 뒤 품에서 중 식칼을 꺼내 그녀를 지키는 기사와 같이 손을
연결한 채 앞을 걸어 나갔다.
장갑의 탓에 온기를 느낄 수 없었지만 그와 연결된 손에서 그의 존재를 확인하며 안도감
을 느낀 그녀는 믿음직 한 기사의 등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좀비들이 없는 안전한 길을 따라 걸은 두 명은 아지트의 근처에 도달할 때까지
단 한 마리의 좀비와도 마주치지 않은 채 별다른 일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제 곧이네.."
저 멀리서 그와 그녀의 아지트인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기에 그녀는 우뚝 서있는 아파
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비록 며칠 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온듯한 그리운 감각이 들었
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정말로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올 것 같았던 그녀는 불안감을 날리기 위해 그의 손을 재차 꽉 잡
으며 작게 심호흡했다.
"가자!"
그녀는 기합을 넣듯 외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한척하는 그녀의 모습이 몹시 귀여웠던 그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로 웃고는 그
녀의 요청에 따라 앞으로 걸어나갔다.
"괜찮다. 나는 괜찮다. 멀쩡하다. 나는 강하다. 나는 쌔다. 아무렇지도 않다."
그의 뒤에서 걷고 있던 그녀가 자기암시를 거는 듯 주문과도 같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
했다.
그는 그런 행동을 하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 날카롭게 세운 감각들이 무디어져 가는 것
을 느끼며.. 그녀를 당장이라도 꽉 안아주고 싶은 충동감을 느꼈지만 그녀를 지켜야 하
는 입장이었기에 어떻게든 자신의 욕망을 깊숙한 곳에 밀어 넣은 뒤 그녀를 제대로 보
호하기 위해 다시 한번 감각을 날카롭게 세운 채 걸으려던 순간..
그와 그녀를 향해 냉기를 품은 한줄기의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바람은 노출된 피부를 차갑게 때림과 동시에 그의 후각에 옅은 악취를 선사한 채 떠
나갔다.
그는 걸음을 멈춘 채 바람이 지나온 길을 조용히 바라본 뒤 코를 세워 냄새를 맡았다.
방금 전의 바람에 섞인 악취..
그것은 익히 얼마 전에 맡아본 냄새였다.
바로 어제 코가 마비될 정도로 맡았던 살과 내장이 섞는 냄새였다.
그의 머릿속에 미라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미도..?"
그가 갑작스럽게 멈춰 서 냄새를 맡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본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의 이
름을 불렀다.
"녀석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는 자신의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시늉을 하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녀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는 자신의 의도를 인식한 그녀의 손을 잡아 가까운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 쭈구리고 앉아 밖을 살폈다.
근처에는 없는 듯 보였지만.. 방금 전 아파트가 있는 방향에서 바람을 타고 온 악취로
보아 녀석들이 있을 확률은 높다고 생각됐다.
자신의 추측이 빗나간 것은 뼈아팠지만..
그것보다 문제인 것은..
이대로 그녀를 데리고 아파트 단지 내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였다.
아파트 단지 내라면 트랩과 장비들 그리고 200마리에 달하는 좀비들이 있기에 그녀를
지키는 것이 몹시 수월했다.
하지만 아지트..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가기 전에 공격을 당하면 그녀가 위험해 질지
도 몰랐다.
그렇다고 어디에 미라들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를 홀로 다른 곳에 두는 것 역
시 위험했다.
그는 어떤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그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를 저울질하며 고
민했고..
결국은 그녀를 자신의 옆에 두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지금부터 미라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길을 통과해서 아파트까지 들어가야 돼.. 혹
시 그 녀석들에게 발각되면 미미쨔응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아지트까지 달려야 돼?
미라들이 몇 마리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제와 같은 숫자 정도라면 시간을 버는
것 정도는 어떻게든 될 것이었다.
"널 버리고 갈수 있을 리가 없잔... 읍!?
그녀가 반박하는 순간 그는 어느새 그녀의 헬멧을 벗겨버린 후 드러난 그녀의 맨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 말을 하는 그녀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았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그녀가 당황하며 손을 허우적 걸렸지만 이내 그녀는 얌전해졌다.
그녀가 잠잠해진 것을 가늠한 그는 조용히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 낸 뒤 그
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니까. 히히히"
"믿어도되지?"
그는 대답 대신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의 얼굴에 이번에는 그녀가 얼굴
을 가져가 그 입술을 빼앗았다
몇십 초간의 농후한 키스 후.. 입술을 땐 그녀는 그의 가슴을 주먹을 툭 하고 가볍게
쳤다.
"죽으면 절대로 용서 안 할 거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자신의 헬멧을 머리에 썼다.
그것이 자신은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는 것을 안 그는 조용히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내밀
었다.
"에스코트 필요해? 히히히!"
"필요없어! 라고 하고 싶지만..
그녀는 틱틱 거리며 화를 냈지만 결국에는 내밀어진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럼 갈까!"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건물 밖으로 나간 뒤 벽에 달라붙어 이동을 개시했다.
아파트 단지 내로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그와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밀통로뿐이
었다.
그리고 그것에 가기 위해서는 살과 내장이 썩는 악취가 풍겨온 곳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
다.
발소리를 죽인 채 아파트와의 거리를 줄여가던 그와 그녀의 후각을 섞은 내가 덮쳤다.
어제와 비교해서는 오늘이 덜 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기뻐할 수 없는 냄새였다.
악취를 견뎌가며 벽에 붙어 전진하던 그들은 드디어 코너의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코너를 돌아 바로 30미터를 직진한 곳에 단지 내에 들어갈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움직이지 않고 일단 코너 반대편의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그가 아래를 그가 위를 점거해 두 명은 동시에 얼굴을 반쯤 내밀어 반대편의 상황을 주
시했다.
"뭐,.!?"
자신의 눈에 들어온 풍경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흘렸다.
그곳은 그야말로.. '지옥' 이었다.
어제 봤던 시체 밭은.. 차라리 봐줄만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지옥 같은 광경이었다.
전봇대의 줄.. 그곳에는 반 토막 나 장기들을 속속들이 노출시킨 시체들이.. 빨랫 대
아 널린 빨래 마냥 가득 널려져 있었고.. 우뚝 솟은 아파트의 하얀 벽면은.. 하얗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체들의 내장과 살점과 피로 얼룩져 있었으며.. 바닥에는 시체들
의 잘린 머리가 열을 맞춰 세워져 있었다.
그런 잘린 머리들이 잔뜩 세워진 그 뒤에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물건..
높이가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칙칙한 검붉은색의 고기 덩어리였다.
시체들을 뭉쳐 만든 것인 듯 그 고깃덩어리 사이에는 수십 개의 팔다리가 삐져나와 있었
다.
그리고.. 그런 시체들의 덩어리 위에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이라고 절대
로 말할 수 없는 존재가 당당하게 서있었다.
그 당당한 존재의 피부는.. 화상을 입은 듯 머리카락이 없는 두피에서부터 얼굴 목 팔
몸 다리 그 어느 곳도 빠짐없이 피부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그런 흉측한 얼굴
의 벌려진 입 사이로는 길고 두껍고 날카로워 보이는 하얀 송곳니가 드러나 있었으
며... 그 등 뒤에는 악마 혹은 흡혈귀를 연상시키게 하는 거대한 박쥐의 날개가 달려있
었다.
그야말로 인간의 형상을 하면서도 이형의 존재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그 존재는 고깃덩
어리의 위에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혹시 저것은 흉측한 조형물이 아닐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
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존재는 자신이 조형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듯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떠..
피의 바다를 연상케 하는.. 홍채도 동공도 그 어떤 부위도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붉
게 덧칠해진 소름 끼치는 눈을 그녀 쪽으로 향한 뒤.. 그 일그러진 피부의 얼굴을 씰
룩 거리더니 이내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그녀는 뱀 앞의 개구리와 같이 알 수 없는 공포에 지배되 심장이 멎는 것 같
았다.
동시에.. 저것이 '죽음' 을 부르는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먹이! 먹이! 먹이! 먹이!"
이형의 존재는 철을 긁는듯한 혹은 칠판이나 유리를 긁는듯한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소
리로 외치며 고깃덩어리 위에서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 존재는 지면에 착지하지 않고 그대로 활공하듯 날개를 펼쳐 무서운 속도로 굳
어진 상태의 그녀에게 날아갔다.
"도망가아아아아아!!"
그의 급박한 외침에 그녀의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비틀거리면서도 그의 명령에 따라 후들거리는 자신의 다리에 채찍질하며 달려 나갔고.. 동시에 그와 굳게 연결돼있던 손이 힘없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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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자랑 시간
누구의 장기를 자랑할까
장기장기장기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