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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여행
주택에서 하루 동안 피로가 축적된 몸을 쉰 그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주택에서 나왔다.
그녀의 임신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탐색은 그만두고 최대한 좀비와의 전투를 피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아지트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며 그와 그녀는 아지트의 방향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좀비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올 때의 루트와 비교하면 그 수가 몹시 적은데다가 큰길
쪽에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좀비가 너무 없지 않아..?
없는 것이 자신들에게 형편상 좋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좀비들이 없는 것을 보니 오
히려 불안한 감정이 피어올랐기에 그녀는 주변을 경계하며 그에게 물었다.
"너무 없네."
그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다.
지금 이 세계에는 인간의 수 보다 좀비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인구 밀집 지역.. 즉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는 당연히 그와 비례해 좀비들이 많
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지역은 몇백 채가 넘는 주택들이 있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그 수에 비교
해 좀비들의 수가 너무나 적었다.
명백하게 이상 사태인 지금 현재의 상황을 좀비가 없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좋아
할 수는 없었다.
"기분이 싸한데.."
그녀는 기분 나쁠 정도 조용한 텅 빈 거리를 둘러보며 자신의 어깨를 감싼 채 안정감
을 찾기라도 하듯 그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다른 손은 무기를 꽉 쥐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여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지만.. 단 하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사태가 적어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평소 이상으로 감을 날카롭게 하며 언제라도 주위의 소리 나 기척 냄새
를 포착하고 반응할 수 있게 몸을 긴장시켰다.
그도 그녀도 자신의 무기를 든 채로 주위를 잔뜩 경계한 채 발소리를 내지 않으면 조용
하게 주택의 길목 사이를 나아가다..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미미쨔응 멈춰"
그녀보다 앞서 나아가던 그가 손을 들어 올렸고 그의 말에 따라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
다.
그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무기를 쥐어 상태를 확인하고 담벼락의 뒤에 몸을 바짝 붙였
다.
살과 내장이 썩는 악취가 차가운 바람을 타고 그의 후각에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뒤를 경계하면서 내 뒤에 바싹 쫓아와야 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무기를 꽉 쥐어 수긍의 표시를 했다.
그는 냄새의 근원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자신이 애용하
는 부엌용 칼들을 양손에 쥐고는 천천히 악취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악취는 코를 마비시킬 정도로 심해졌다.
그제야 그녀도 헬멧의 틈 사이로 그 악취가 느껴졌다.
급하게 코로 하는 호흡을 막고 입으로 숨을 내쉬려고 했지만 한번 들어온 악취가 그렇
게 빨리 사라질 리가 없었고.. 그녀의 구역감을 자극했다.
오늘 아침 먹은 물건들이 입 밖으로 토해내질 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억지로 목구멍
으로 삼킨 채 거칠게 입으로 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
이렇게 심한 악취가 풍겨지고 있는데도 그는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태연한 모습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
그렇기에 자신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한 그녀는 미칠 것 같은 냄새
를 참아내며 그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점점 강해지는 악취 속에서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려 그녀에게 스톱 사인을 날
린 뒤 벽의 코너 부분에 붙어 눈가만을 내밀어 반대편의 상향을 살폈다.
시체의 산..
그가 가장 처음 머릿속에 떠올린 단어는 그거 있었다.
그가 있던 코너와 반대편의 광경은 너무나도 큰 차이였다.
아무것도 없었던 텅텅 빈 길목과는 다르게 반대편의 길목은 수많은 시체들이 그 길목을
막고 있었다.
목이 잘리고 내장이 튀어나오고 팔다리가 널브러져 있는 얼핏 봐도 백 마리는 훌쩍 넘
을 것 같은.. 활동을 멈춘 듯 보이는 좀비들의 잔해들이 길가에 가득 들어 차 있었다.
그는 숨을 죽인 채 좀 더 몸을 내밀어 더 자세하게 시체 밭이 된 길목의 멀리까지 관찰
했다.
역시나 다를 바 없이 좀비들의 잔해로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다시 코너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경계하듯 고개와 시선만을 움직여 주위를 살폈
고 위협적인 요소는 없다고 판단됐을 때쯤 그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일이야..?"
그의 태도가 너무 신중했기에 그녀는 긴장된 얼굴을 더욱더 굳히며 물었다.
"좀비들이 죽어있어."
그는 시선만으로 코너의 반대편을 주시하며 말했다.
"봐도 돼?"
그녀의 물음에 그는 그녀에게 손짓하고 그녀를 감싸 지키듯한 자세를 유지하며 그녀가
반대편을 안전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의 배려로 반대편을 본 그녀는 두 눈을 토끼와 같이 크게 뜨며 코너에 내민 고개를
순식간에 집어넣고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저건 뭐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왜 저기서 죽어있는 거야?
그녀의 의문은 그도 품고 있었지만.. 정보가 부족한 탓에 알지 못했기에 고개를 저었
다.
좀비의 대량학살..
자신도 시간과 충분한 무기가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것은 그가 좀비들에
게 공격당하지 않는다는 체질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녀와 같은 일반인도 저 인원 수의 좀비를 학살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대량학살이 가능한 화기와 탄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방금 전 본 그 참상에서 총기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화약 냄새는 물론이고.. 시체들의 상태 역시 화기에 의한 상태는 아니었다.
거기에.. 날붙이에 의한 것도 아니라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잘린 단면들은 깔끔하
지 못하고 몹시 더러웠다.
흡사 종이를 손으로 찢어발긴 것 같이 시체들의 단면은 규칙적이지 못하게 살점이 뜯어
져나가거나 붙어 있는 상태였다.
사람이 도구를 사용했다고 쳐도 저런 단면을 만들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저 단면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만들기 쉬운 것은.. 정말로 좀비들의 동체를 손으
로 찢어 버린다면 가능할 것 같기는 했지만.. 아무리 썩어 보통 인간보다 무른 상태라
고는 해도 저런 식으로 손으로 찢어발기기 위해서 필요한 완력은 굉장히 높았다.
일반적인 인간이 가진 완력의 몇 배는 필요할 정도이기에 인간으로서는 무리이고 인간보
다 완력이 강화되는 좀비에게 조차 저런 식으로 찢어발긴다는 것은 무리였다.
가능하다고 하면.. 곰같이 인간을 뛰어넘는 완력을 가진 짐승들 정도였다.
그러나 곰이 이런 도시에 있을 리도 없고.. 만약 있었다고 쳐도 곰 혼자서 이 수의 좀
비들을 해치울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자신들 이외에 움직이는 것은 물건조
차도 공격하는 좀비들이 곰을 무시할리도 없고.. 그 곰이 무사할리도 없다.
만약 곰이 했다고 친다면 그 거구의 시체가 눈에 안 뛸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본 바로 곰이나 그 외의 야생동물의 잔해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안전한 곳을 찾자."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 그녀를 데리고 돌아다니기에는 좀비들을 도륙 한 정체불명의 무엇
인가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그는 일단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왔던 길을 돌아 그 참상의 자리에서 500미터 떨어진 맨션의 2층에 들어온 그들은 평소
처럼 긴장을 풀지 않고 장비와 옷은 그대로 입은 채 자리에 앉아 방금 전의 상황에 대
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가 좀비들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방금 전 자신이 본 시체의 산을 떠올리며 그녀가 말했다.
"적어도 인간이나 좀비는 아닐 거 같아! 히히히!"
자신이 아는 선에서의 대답을 말하며 그는 웃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아까 본 광경에 나온 정보를 재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
인간도 좀비도 동물도 아닌 무엇인가..
저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존재.. 그건 바로 자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자신이 일반인에 비교해 신체능력이 높다고는 해도 결국 그것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도구를 쓴다면 모를까 적어도 자신은 맨손으로 좀비의 팔을 뜯어 낸다거나 허리를 반으
로 갈라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인간도 좀비도 동물도 자신도 아닌 존재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어제 있
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수분이 증발된 듯 삐쩍 말라비틀어진 미라 같은 모습의 좀비..
자신을 명백하게 노리고 공격하려고 했던 그 존재가 떠올랐다.
보통의 좀비라면 자신을 공격한다는 일을 절대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공격했다
는 것은 그 미라는 좀비의 카테고리를 벗어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미라가 좀비도 인간도 짐승도 자신도 아닌 새로운 종이라고 친다면 이야기는 얼추 맞
아떨어졌다.
단지.. 어제 그가 벤 미라는 일반적인 좀비와 비교해 훨씬 더 쉽게 벨 수가 있었다.
근력이나 각력 등의 힘을 보기도 전에 죽여버렸기에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맷집 자
체는 몹시 취약하다고 생각했다.
육체 능력이 좀비를 찢을 정도의 능력이 된다고 쳐도 그 맷집이라면 주위에 몰려든 좀비
에게 공격당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이 좀비들이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구역에 있는 좀비들이 다 그쪽으로 몰려 있었다는 것으로 추측하면 그 존재를 따라
이동한 것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수는 1~2마리가 아닌 그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1~2마리의 수를 따라왔다고 하기에는 좀비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옳다면 약 6~8 마리의 사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좀비를 찢어발기는 힘을 가진 존재가 그 정도의 수에 자신을 공격하기 하는 존재
라고 친다면.. 당연하게도 그녀에게는 몹시 해롭고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할 수가 있었
다.
자신 혼자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의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녀를 지키
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적어도 그 존재들에 대한 정보가 가지고 싶었다.
단지 오랫동안 그녀를 혼자 방치하는 것은 불안했기에.. 그는 별로 사용하고 싶지 않
은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미미쨔응! 5분만 혼자 있을 수 있어?"
"왜..?"
그녀가 불안한 듯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멀쩡한 좀비 한 마리를 조종해서 데려오려고 하는 거니까! 히히
히!"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어리둥절하던 그녀였지만.. 그에게 무엇인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그를 가볍게 껴안고 입술에 얕은 키스를 했다.
"히히! 다녀올게!"
교차했던 입술이 떨어져 그녀의 얼굴이 보이자 그는 활짝 웃으며 말하고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아까 본 좀비들의 위치를 떠올리고 양손에 무기를 각각 꺼낸 채 질주했
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기억한 위치에 있는 좀비를 본 그는 그대로 그쪽으로 달려갔
고 그를 인식한 좀비가 소리를 내지르며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의 속도가 좀비보다
더 빨랐다.
도망 가려는 좀비의 머리에 손을 올려 좀비의 조종권을 손에 넣자 좀비는 거짓말처럼 조
용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대기했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자 좀비는 그 뒤를 조금 느린 속도로 쫓아왔다.
잠시 후 그가 그녀가 있는 맨션 앞에 움직임을 멈추고 서있자 그 좀비도 조용히 그의
바로 뒤에 서서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동시에 드르륵하며 그녀가 있는 2층 맨션의 창이 열리고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5분도 아직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문틈 사이로 밖을 살피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정
말 몇 시간같이 느껴진 시간이었지만.. 그의 무사한 모습을 보자 안도할 수가 있었다.
그는 손을 가볍게 흔들고는 벽을 타고 2층 맨션의 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미미쨔응.. 지금부터 나는 못 움직이니까. 혹시 이상이 생기면 날 흔들어서 깨워줘!"
"왜? 뭘 할 거야?
"의식을 좀비한테 옮길 거야! 히히!"
그는 아래에 묵묵히 바닥을 바라보며 대기하고 있는 좀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큭..소설 캐릭터에게 인기로 밀리다니..!
이 무슨 굴욕..! 하지만 그 굴욕이 싫지 않군요.
허윿허윿허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