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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36화 (3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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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여행

그날 밤 그녀는 캔에든 햄을 먹을까 말까의 심각한 딜레마 속에서 고민했고..

결국에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 채  탐색해서 발견한 빈(강낭콩) 통조림을 아쉬

운 듯이 먹었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일 없이 목적지인 산을 향해 탐색을 병행하며 진행했다.

다른 생존자들은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고 그저 수없이 퍼진 좀비들을 실컷 구경하며 때

로는 죽이고 때로는 피해 다니며 멀쩡해 보이는 집들을 여기저기 털며 앞으로 나아가며

그날 발견한 새로운 식료품들을 먹고 마시고 즐기며 안전해 보이는 집에서 자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길을 나선지 5일째.. 12월 31일 오후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돼서 산 입구의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단지 그들의 목적이 새해의 일출을 산의 제일 높은 위치에서 본다는 것이었기에 적어도

15~16시간의 비는 시간이 생겨버렸다.

근처를 탐색해 볼까도 싶었지만 탐색해볼 만한 민가는 근처에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기에 결국 그들은 할 일도 없는데 산책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하는 김에 좀비가 있다면 일출을 쾌적하게 보기 위한 정리도 겸할 생각이었다.

"내 옆에서 너무 떨어지면 안 돼? 히히히!"

"뭐야? 때어놓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내가 좋냐?

"응! 히히히히!"

농담..이라고 쓰고 닭살 돋는 애정행각을 펼치며.. 어디서 나타날 좀비에 대비해 손을

잡지는 않아 닿을 듯 말듯한 아슬아슬할 거리를 유지한 채 그와 그녀는 산길을 걸어 나

갔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풋풋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커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들의 앞에

눈치가 너무도 없는 좀비 한 마리가 빨리도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히히히!"

그는 웃음과 함께 품에서 과도 하나를 꺼내 그것을 어깨의 힘을 이용해 좀비를 향해 던

졌다.

고기를 꿰뚫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좀비의 왼쪽 눈에 풀스로우로 던진 과도가 박혔고 그 충격으로 좀비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하지만 눈 사이로 빨려 들어가듯 들어간 과도는 뇌에까지 그 칼날이 닿지 않은 것인지

비틀거리면서도 앞으로 걸어 오려고 했다.

여벌 코트가 더 이상 없는 그였기에 최대한 원거리에서 쓰러트릴 작정으로 과도를 던진

것이었으나.. 아무리 그가 날카롭게 갈아놓았다고는 하지만 과도의 길이로는 안구를 꿰

뚫고 뼈 사이로 뇌까지 도달하기에는 모자란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들 쪽으로 향해오는 좀비에게 쏜살같이 달려가 과도가 박힌 왼쪽 눈

부분을 신발 바닥을 이용해 차버렸다.

아까보다 더욱 기괴하고 섬뜩한 소리를 울려 퍼지며 과도는 좀비의 머릿속에 빨려 들듯

이 사라졌다 그때가 돼서야 좀비는 지면을 향해 쓰러진 뒤 그 흉측한 몸을 얼마 동안

지면에서 꿈틀 거리더니 이내 그 움직임을 멈췄다.

"오! 멋있다!"

그녀는 일련의 액션 영화 같은 움직임을 보며 감탄했다.

정확하게 과도를 눈에 꽂아 넣은 것도 굉장하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신발 바닥으로 가격

해 뇌에까지 보낸다는 대담한 기술은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히히히!"

그리고 그녀의 칭찬이 그의 의욕을 높이는 특효약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 나타나는 좀비 때마다 그는 그녀에게 칭찬받을 수 있을 만한 액션들을 취했다.

미트 해머를 투척해 그대로 두개골과 뇌를 피떡으로 만들어 좀비를 쓰러트린다거나..

중 식칼을 투척하여 두개골과 뇌를 같이 반쪽으로 쪼갠다던가..  등의  묘기를 아낌없

이 발휘했다.

그때마다 그녀가 옹호해주고 칭찬해준 덕분에.. 의욕 만만히 된 그는 있는 좀비 없는

좀비 싹싹들이 탐색하여 좀비를 발견했다.

물론 그때마다 코트를 더럽히지 않는 선에서 진귀한 기술들을 여럿 선보이며 좀비들을

처리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산이었기에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서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단

한 마리의 좀비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뭐 하지?

그의 의욕을 너무 북돋은 탓에 생각 이상으로 산책은 물론이고 좀비의 구제도 너무나 빨

리 끝났기에 남아도는 시간을 사용할 방도가 없는지 그에게 의견을 구했다.

"누가 다가오지 못하게 해둘까 꺼야! 히히히!

그는 정상으로 이어지는 단 하나의 길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미 산에 있는 좀비들은 그녀의 행동 탓에 의욕을 낸 그가 전부 정리 한 상태였지만

혹시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거나 숨어있는 좀비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가장 큰 위협

인 무법자들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제안했다.

"어떻게 하려고?"

"트랩! 히히히!"

자신과 그녀의 시간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불청객들을 저지하기 위한 그의 방책이었다.

물론 저지가.. 처치로 바뀔 수도 있는 몹시 흉흉한 트랩이었지만 말이다..

"나도 도와줄까?"

"미미쨔응은 텐트 쳐줘!"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배낭에서 인용 소형 텐트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고 다시 배낭을 뒤

져 야전삽을 하나 꺼낸 뒤  코트와 배낭을 벗어던지고는 그대로 야전삽을 이용해 하나밖

에 없는 길목의 얼어붙은 땅을 거침없이 파 내려갔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그녀도 그가 부탁한 텐트를 치기로 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단지 한 사람이 누울 정도.. 꽉 붙는다면 겨우 2명이 붙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텐트였기 때문에 그녀는 생각보다 빨리 텐트를 완성시켜버릴 수 있었다.

텐트를 완성시킨 덕분에 할 일이 없는 그녀는 텐트를 뒤로 한 채 그가 트랩을 만드는

현장 근처의 바위 위에 앉아 턱을 괸 채 그의 모습을 관찰했다.

"히히히?"

계속해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삽질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

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도와줄까?"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활짝 웃고는 다시 삽질에 집중했다.

그녀도 별말 없이 그것을 조용히 지켜봤다.

얼마 동안 그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관찰하던 그녀는..

규칙적으로 들리는 땅을 파는 소리와 그의 조금 거친 숨소리를 계속해서 들은 탓인지 그

녀는 그것이 마음 편한 자장가처럼 들리기 시작했고 이내 그녀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눈에 그의 모습을 넣고 싶었던 그녀는 억지로 눈을 열어 그를 바라봤지

만 오히려 그의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반복적인 동작들조차 그녀의 수면을 요구하는 요소

가 되었고.. 결국 그 마음이 편해지는 수면의 유혹에 져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져버려 주변은 어둠으로 물들어있었다.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그녀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작게 불타

며 작은 빛과 열기를 전해주고 있는 듯 보이는 모닥불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이 모포와 함께 따뜻한 온기에 감싸져 있다는 것을 느낀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돌아봤다.

"잘잤어? 히히히"

거기에는 언제 나와 같이 웃고 있는.. 그녀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그가 있었다.

자신이 그의 무릎 위에 앉은 채 그의 단단한 팔에 안겨 있다는 것을 자각한 그녀는 자

신의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듯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댔다.

"몇시야?"

"8시! 히히히"

"낮잠이라고 할 시간이 아니네.."

자신이 잠든 시각을 대충 계산한 그녀는 자신이 5시간 이상을 잤다는 답이 나왔기에 그

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렇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체온에 감싸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시 그녀에게 수

마의 유혹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은 하품을 씹어 삼키며 나온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낸 뒤 그의 위에 앉은 상

태로 자세를 바꾸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의 등 뒤에 손을 넣어 그의 몸을 꼬옥

껴안았다.

그러자 규칙적인 그의 심장소리와 함께 그의 체온과 그의 냄새를 좀 더 확실하게 느껴졌

다.

아지트도 아닌 이런 야외 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집 같은 편안함을 그의 품 안에서 느

낄 수 있었다.

"아직 시간 많으니까 더 자도 돼? 히히히!"

"그럼.. 좀만 더 잘게.. 요즘 들어.. 이상하게 잠이 많아졌네..."

그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고 얼마 후 그녀는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

다.

그것을 지켜본 그는 모포를 재차 고쳐 덮은 채 그녀가 최대한 춥지 않게 하기 위해 자

신의 체온을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고쳐 안았다.

5~6시간을 같은 자세 그대로 그녀를 안고 있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 했던 그는

또다시 그녀에 의해 구속되는 형태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그는 지루하다거나 힘들다거나 짜증 난다거나 하는 그 어떤 마이너스적 사고도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니고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닌 그저 아무

말없이 이렇게 두 명이 붙어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나고 기쁘고 즐거웠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그는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이번 여행은 그에게 있어서 즐거운 일 투성이었다.

좀비들을 피해 몰래몰래 숨어 다니는 일도 즐거웠고

좀비들을 둘이 같이 처리하는 일도 즐거웠고

다른 집들에 무단 침입하여 탐색하는 것도 즐거웠고

그 집에서 좋은 물건을 발견해 기뻐하는 그녀를 보는 것도 즐거웠고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을 그녀와 둘이 같이 나누어 먹는 일도 즐거웠고

별거 아닌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도 그는 즐거웠다.

물론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가 그녀를 모욕했을 때는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고 있던 분노의 불꽃이 다시 활활

불타올라 그의 머리를 뜨겁게 만들었지만.. 그녀를 모욕한 인간에게 확실한 심판을 내

린 일 자체는 즐거웠다.

당연히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당연하게 즐거웠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일출을 보는 것도 즐거울 테고 그 이후 아지트로 돌아가는 길도

올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울 것이고 아지트로 돌아가서도 이 즐거움이.. 며칠 몇 개월

몇 년 몇십 년 가까이 이어질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했다.

자신과 그녀의 길에는 오직 이와 같은 행복만이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동시에 다른 한 가지의 생각이 떠올랐다..

슬슬 다리를 포함한 몸 이곳저곳이 저리기 시작하는 자신의 몸 상태는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듯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슬슬 에피소드2 중반 시작이네요.

염장 힐링 파트는 다음화에서 끝나고 슬슬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p.s

역시 누구나 인정하는 갓스팸님 ㅠㅠ 먹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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