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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7화 (2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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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여행

11월의 초겨울이 지나고 진정한 겨울의 진가를 알리는 매서운 추위가 시작되는 12월이 왔다.

그와 그녀의 사이가 남녀 사이로 발전한지 약 한 달가량이 됐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행동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가 바보 같은 짓을 하거나 기행을 벌이면 그것을 보고 그녀가 웃거나 화내거나 하며 연인 같은 모습을 별반 보이지 않았다.

단지.. 매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간간이 해가 지고 나서부터는 연인으로서의 여러 일

을 벌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늘도 그와 그녀들은 변함없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밖에서 웃음소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고 날이 추워 나가고 싶지 않은 그녀는 그가

어디선가 주워온 석유스토브로 인해 따뜻함이 감도는 거실의 소파에 앉아 하나의 작업

에 몰두하고 있었다.

대 바늘과 털실을 이용한 작업.. 뜨개질이었다.

그리고 만드는 물품은 그와 약속했던 목도리와 장갑 중 목도리였다.

사실 그와 이어지고 난 이후 의욕을 분발 시킨 그녀는 목도리 대신 좀 더 부피가 작은 털 장갑에 도전했다.

그리고 몇 주 정도의 시간이 걸려 완성시킨.. 입이 찢어져도 잘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는 조잡한 털 장갑을 그에게 선물로 줬다.

자신이 생각해도 부끄러울 정도의 퀄리티였지만 그것을 받은 그는 뛸 뜻이 기뻐하며 그녀에게 무한의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자신이 만든 장갑을 그렇게나 기뻐해 주니 그녀도 몹시 기뻤기에 이번에는 좀 더 난이도가 있는 목도리를 크리스마스 전까지 완성시 키로 마음먹었고 현재 진행형으로 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완성하기 위해 분투 중이었다.

현재 진행한 상태로는 남은 것은 약 3분의 1 가량 정도 크리스마스가 2주 정도 남아있으니 시간은 그럭저럭 널찍한 편이었다.

"처음이랑 비교하면 괜찮긴 한데..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들어 올려 확인했다.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여러 곳 보이지만 장갑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느껴졌

다.

완성되어가는 자신 작을 흐뭇하게 내려다보며 그녀는 다시 작업을 재개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베란다의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는 작업물에서 베란다로 시선을 이동시켰다.

그곳에는 베란다의 유리에 얼굴을 딱 붙은 채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의 바보 같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작업물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베란다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

"미미쨔응! 미미쨔응! 눈 와!"

문을 열자마자 그는 들뜬 목소리로 외치며 하늘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기자 그의 말대로 하얀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년도의 첫눈인가..."

그녀는 감회에 젖은 눈으로 그 눈을 바라봤다.

"눈 쌓였으면 좋겠다! 히히히!"

그는 눈을 양손으로 잡으며 웃었다.

"그건 시간이 지나봐야 아니까.. 그것보다 너.."

그녀는 그의 뺨에 손을 가져가 댔다.

따뜻한 난로 앞에서 있던 그녀의 손에 오싹할 정도의 냉기가 느껴졌다.

그가 밖에서 돌아다닌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눈 쌓일 때까진 시간이 걸리니까. 일단 들어와서 몸 좀 녹여."

"히히히! 난 괜찮아?"

"시끄럽고 얼른 들어와서 난로 앞으로 가!"

싱글벙글 웃는 그에게 그녀는 소리 높여 말했다.

그제야 밖에 있던 그는 베란다의 난간을 넘어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잽싸게 창문을 닫

은 뒤 난로 앞에서 쭈구려 손을 녹이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그대로 부엌으로 향해 가스버너로 물을 끓인 뒤 익숙한 손놀림으로 2잔의 커피를 탔다.

자신은 블랙으로 마시는 파지만 그는 설탕을 넣지 않으면 잘 마시지 않기에 설탕 2스푼을 추가로 넣고 잘 저어 완성된 커피와 순정인 자신의 것을 가지고 난로 앞에서 늘어진 그의 옆으로 갔다.

"설탕넣었으니까 마셔."

"고마워! 히히!"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을 양손으로 받은 뒤 그 온도를 손으로 잠시 즐긴 뒤 입가에 가져가 안의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마셨다.

"맛있어! 히히히히!"

그는 다시 안의 내용물을 후후 불어 가며 마셨다.

그녀도 그의 옆에 앉아 자신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보니.."

커피를 한잔 마신 그녀가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어린아이같이 후후 불며 커피를 마시는 그를 바라봤다.

"요즘 밖에서 뭐 하는 거야?

최근 들어 자주 밖을 들락날락하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의 행적에 대해 그녀는 물었다.

평소에도 자주 밖에서 움직이는 그였지만 요즘 들어 유독 자주 나가기도 하고

평소라면 그녀의 시야에 닿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데에 반해 대략 1주일 전부터는 2~3시간 정도씩 모습이 안 보일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그것이 1주일 정도 반복되니 의문..이라기보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비밀! 히히히!"

그의 말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마셨다.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보통 이런 대답을 할 때에 그는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을 때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캐묻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머지않아 그가 신나하며 공개할 일이기에 그때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흐아아아아암~"

"졸리면 들어가서 좀 자는 건 어때?

그의 커다란 하품 소리에 그녀가 물었다.

그는 씩 하고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1시간 정도만 자. 내가 깨워줄게.

"괜찮아! 히히히!"

"아니면 내가 옆에서 같이 자줄까?

".............."

그는 웃는 얼굴 그대로 입을 다문 채 시선을 슬그머니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이 너무나도 명백한 반응의 차이에 그녀의 눈가가 움찔하고 떨렸다.

"내가 같이 자 준다고 하는데.. 그 반응은 뭐야!?"

"히히히히!"

그는 말 대신 그저 평소와 같이 웃었다.

"웃음으로 얼버부릴 생각하지 마!

그가 얼버부린다는것을 바로 파악한 그녀가 외쳤다.

벌써 근 반년을 그와 같이 살아온 그녀다.

그가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는 회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본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미쨔응 잠버릇 엄청 심해!"

결국 그는 그녀의 잠버릇에 대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녀가 자면서 옆에 있는 자신을 주먹으로 내리친다거나 발로 찬다거나 팔꿈치로 찍는다거나 하는 행동을 그녀가 자면서 펼친다는 것을 알려줬다.

가장 처음에 그것을 겪은 것이 침대를 방에 옮기고 나서 둘이 지쳐쓰러져 잠들었을 때.. 그 이후 그와 그녀가 그런 관계가 됐기에 정사를 펼치고 자연스럽게 같이 자는 시간이 많게 됐고 대부분 자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자신이 꽉 껴안은 채 잠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는 했지만 안고 있는 힘이 조금 느슨해지는 순간 그녀는 그 구속을 풀고 자신을 잠결에 엉망진창으로 구타했다.

"내 잠버릇이 진짜로 그렇게 심해?"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에게 물어봤다.

21년간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이야기였기에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도 맞았어? 히히히!"

그는 자신의 옷을 걷어 올려 그 증거인 등짝에 난 손바닥 자국을 보여줬다.

"내가 그런 거야?

"응! 손바닥 맞춰봐?"

그녀는 그의 말에 따라 조심스럽게 그의 등에 손을 뻗어 손자국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결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자신의 손바닥 사이즈와 딱 맞았다.

"나는 신데렐라 인가!?"

하지만 유리구두를 무도회장에 놓고 간 것이 아니라 왕자님의 등짝에 스매시를 달린 신데렐라였지만 말이다.

"내 잠버릇이 그렇게 안 좋았다니.. 충격인데."

그녀는 미지근해진 커피를 목으로 넘기며 중얼거렸다.

자신으로서는 전혀 자각이 없었지만 그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의 등 뒤에 있는 손바닥 자국은 확실히 자신의 것이라는 증거도 있기에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그와 그녀는 각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둘 다 자제를 못하고 이런저런 일을 매일 밤 벌인다면 체력이 남아 나질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몸을 섞은 날 정도만 같은 침대에서 같이 자는 정도였다.

"미미쨔응! 미미쨔응! 잠버릇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무슨 방법?"

그녀의 물음에 그는 거의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목으로 넘긴 뒤 빈 잔을 그녀에게 넘기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부스럭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그의 방에서 흐르더니 이내 우당탕탕 거리며 방에서 뛰쳐나왔다.

"이거야! 히히히!"

그는 방에서 가져온 물건을 그녀의 앞에 내밀었다.

손에 들려진 것은 검지 정도 굵기의 밧줄 묶음이었다.

"밧줄? 이걸로 어떻게 고쳐?"

그녀는 밧줄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묶어! 히히히!"

"..............."

그녀는 입을 다문 채 밧줄과 그의 얼굴을 교대로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저 밧줄로 그가 자신을 묶는다는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생성됐고 그와 함께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너,너!? 그런 취향이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그에게서 뒷걸음질 쳤다.

그와 자신이 그렇고 그런 사이이고 주에 2~3번 정도는 그렇고 그런 짓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플레이는 너무 위험하다고 할까.. 아직 그런 플레이를 할 정도로 레벨을 올리지 못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나중이라면 시도해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멘틀이 강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극구 그를 말리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있잖아.. 이런 건 좀 더 시간이 지나서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우리 아직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이런 건 좀 더 차분히 레벨을 올려가면서.. 마지막쯤에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녀는 그의 안색과 밧줄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미쨔응! 미미쨔응! 속박 플레이 때문에 묶는다는 거 아니야!"

"어..? 아니야..?"

"자세 교정을 위해서 잘 때 묶어 두는 교정 법이 있어!"

그가 말한 대로 오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다리를 묶어 고정시킨다거나 잠버릇으로 손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다치는 사람들을 위한 교정 방법 중 하나였다.

"그,그런 플레이가 아니야..?"

"아니야!"

그의 부정에 그녀는 움찔하고 몸을 반응 시켰다.

잠시 동안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고 이내 그녀는 조용히 방금 전의 자리에 돌아가 엉덩이를 깔고 앉은 뒤 이미 다식 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누,눈이 많이 내리네?"

그녀는 태연한 척 베란다의 창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이미 얼굴을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화산같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이유는 자신이 야한 착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 버리자는 생각으로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연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미쨔응은 야하네!"

그는 그녀의 한계에 가까운 수치심 게이지에 쐐기를 박아 넣었고 결국 그녀의 수치심은

폭발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미 얼굴은 한계의 수치심으로 인해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빨개진 상태

그녀는 화려한 손놀림을 발휘하여 그의 손에서 밧줄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그리고 그 밧줄을 꽈악! 하고 쥐었다.

"그래! 나 야한 년이다! 어디 한번 밧줄로 묶여봐라 이 자식아! 오늘부터 나를 여왕님이라고 불러라!"

그녀는 밧줄 묶음을 풀어 해치고 그대로 그에게 달려나갔고 그는 웃으며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거실을 뛰어다녔다.

"히히히! 미미쨔응 야해! 야해!"

"거기 가만히 있어! 오늘 묶어놓고 온종일 패 주마!

밧줄을 든 여왕님(?)과 그는 집안에서 약 30분가량의 추격전을 펼치게 됐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시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에피소드2의 주제는 여행입니다!

무슨 여행이냐고요? 신혼여행..? 혹은 저승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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