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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에필로그
일자가 지난 시각
그녀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알람 삼아 그는 눈을 떴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가장 처음 그녀의 잠자는 얼굴에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곱게 자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동안 감상한 뒤 미소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깨지 않게 소리를 내지 않고 몸을 일으킨 그는 옆에 널브러진 자신의 바지를 챙겨 입은 뒤 조용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 뒤 단단하게 닫힌 베란다의 창 앞에 서 하
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에 가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밤 하늘에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만월이 그
의 시선을 빼앗았다.
조용히 만월을 바라보며 그는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베란다 창가의 앞에 앉아 하염없이
그 달을 올려다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는 방금 전.. 그녀와 몸을 겹친 일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겪는 쾌락과 절정은 굉장히 신선하고 그리고 마음이 가득 차는 신기한 감각이었고.. 그 여운이 아직도 그의 몸에는 남아있었다.
분명 이것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아닐까 하고 그는 추측했다.
하지만 동시에 가까운 미래.. 혹은 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겨났다.
자신과 그녀와 한 몸을 섞는 행위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하거나 쾌락을 나누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태초의 인류에서부터 내려오는 행위의 본질은 자손을 남기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아이를 남기기 위한 행위라는 것이다.
그도 그녀도 거기까지의 의미를 두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계속 몸을 섞다 보면 언젠가 그녀의 뱃속에 자신의 아이가 생길 확률이 몹시 높았다.
그는 그것이 걱정됐다.
그녀의 출산에 관한 이유로 걱정이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 세계에서는 제대로 된 굴러가는 병원이 있을 리가 없고 의사라는 존재는 이런 세계여서야말로 굉장히 귀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기에 도움을 받는 것도 꿈같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쪽은 자신이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으니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도 전문적인 의사가 아니기에 그의 손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불의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게 따지면 끝이 없었다.
그리고.. 정 불안하다면.. 협박하든 납치를 하든 거래를 하든 의사를 미리 데려오면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가 진심으로 걱정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였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정체를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그녀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배우고 생활하며 간간이 자신의 정체
에 대한 의문을 떠올렸다.
좀비들이 기피하는 체질과 남들의 몇 배나 빠른 치유력
그 이외에도 좀비에게 감염되지 않는 체질과... 그 '능력'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점을 제외한다고 쳐도 그는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보통 사람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이질적인 존재였다.
인간이면서도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자신을 그는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은 과연 생물학적으로 '인간' 이 맞는가?
여러 가지 요소를 조합해보면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아닐 확률이 높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그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이질의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존재를 '괴물' 이라고 불렀다.
즉 자신은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괴물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 정신적으로 다른 이들과 달랐던 이유는 자신이 애초에 괴물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 그의 아이를 가진다면..?
물론 자신과 그녀가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라면 임신이 되지 않을 확률도 있었다..
하지만 이종교배에 의해 태어나는 동물도 없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질 확률은 낮든 높든 존재한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다면 과연 그 아이는 인간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
과 같은 괴물일까? 혹은 인간도 괴물도 아닌 다른 무엇인가 일까?
인간이라면 괜찮다.
그녀와 닮은 굉장한 인간이 인류에 추가된다는 인류에게 있어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
자신과 같은 괴물이라도 괜찮다.
감정을 가지지 않고 태어난다면 자신처럼 그것을 알려주면 되는 일이었고 육체적인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인간과 다를 바 없으니 자신과 그녀가 죽더라도 특성을 숨긴다면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도 괴물도 아닌..
그녀도 자신도 아닌 그야말로 이질적인 것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정신적으로도 외형도 자신과 그녀와 같지 않은 '무엇인가' 가 태어난다면?
세계를 방황하는 흉측한 외모의 좀비들보다 더 괴물 같고 흉측한 존재가 나온다면..?
자신은 그래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외형을 하고 어떤 존재이던 두 명의 결실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그런 존재가 태어난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외형도 정신도 괴물인 그것을 그녀는 수용하고 포용해줄 수 있을까?
만약.. 그로 인해 정신이 부서지거나 괴물의 씨를 제공한 자신을 증오하고 원망한다면..
그 생각을 하자 그는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거실의 낮은 온도에 의한.. 추위로 인한 떨림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공포.. 혹은 두려움에 의한 떨림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떨리는 것을 억누르기 위해 힘을 줬다,
그제야 몸의 떨림은 멈췄다.
하지만 몸의 떨림은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릿속에서는 흉측한 모습의 존재가 머릿
속에 계속해서 어른 거렸다.
그때..
끼이이익
목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고 그는 고개만을 돌려 뒤편을 바라봤다.
"뭐해..?"
알몸인 상태에서 이불을 어깨에 두른 채로 거실에 나온 그녀는 어색한 움직임으로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달구경! 히히!"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던 그 상상을 한구석에 옮겨놓은 채 평소와 같이 밝게 웃었다.
"달구경?"
그녀는 어색한 발걸음으로 이불을 질질 끌며 그가 앉아있는 베란다를 향해 걸었다.
"아직 아파?"
그녀의 움직임이 어색한 이유가 파괴에 의한 후유증이라고 생각한 그가 물었다.
"솔직히..아직도 안에 들어가 있는 거 같아."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며 그녀는 자신의 배 밑부분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그의 옆까지 걸어와 그가 바라보고 있던 하늘을 올려다봤다.
"둥글둥글하네."
그녀는 성의 없는 감상평을 적당하게 내뱉으며 달에서 눈을 떼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그의 상체를 바라봤다.
"그렇게 추우면 옷 좀 입지.."
그가 자신의 어깨를 감싼 채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그것이 추운 날씨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서라고 착각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를 따뜻하게 해주고자 조금 대담한 행동을 했다.
"웃차!"
앉아있는 그의 무릎 위에 앉아 2명이 감쌀 수 있게 이불을 둘러맸고 그와 그녀는 흡사
설산에 고립된 남녀와 같은 모습이 됐다.
"이제 따뜻하지?"
"응! 히히히!"
무릎에 앉은 그녀의 몸을 뒤에서부터 꽉 껴안아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대답했다.
두 명은 한동안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하늘에 뜬 달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조용한 침묵을 그녀가 조심스럽게 깨버렸다.
"근데..너 진짜로 처음이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끼눈을 뜬 채 그를 바라봤다.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뭐라고 할까.. 그.. 그! 괴, 굉장히 능숙.. 했던 거 같은데..?
아까 침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그가 몹시 능숙하게 자신을 리드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맨심에서 본 걸 따라 한 거야.
"젠장..! 나는 그런 이상한 잡지에 나온 테크닉에 농락된 거냐..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양손을 치우고 고개를 벌떡 들어 올려 고개를 틀어 그의 얼굴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여자잡지.. 그런 거 나온 여자 잡지는 없어!?"
"창고에가면 있어."
"내놔! 젠장,.다음번에는 내가 농락해 주겠어."
자신이 리드한다고 해놓고 그에게.. 그것도 잡지에서 본 기술로 농락당한 자신이..
물론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그럼에도 말을 꺼낸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것이 분했던 그녀는 재차 반대로 그가 힉힉 되게 만들겠다는 복수심을 활활 불태웠다.
"............"
그러나 그녀의 말에 그는 흘려내던 웃음소리를 주워 담은 뒤 입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꽈악 하고 강하게 껴안았다.
"미미쨔응 늦었지만.. 할 말이 있어.
"뭔데?"
그녀는 자신을 감싼 그의 팔 근육을 찔러 탄력을 즐기는 와중에 답했다.
"나.. 나는.. 나는...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말을 할까 말까 계속해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그 진실을 그녀에게 고했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숨기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버리니 차마 그것을 계속해서 말
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녀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을 하면서도 고심 끝에 진실을 내뱉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는데?"
그녀는 무엇을 새삼스럽게 말하냐는 둥 별다른 리액션도 없이 그의 팔근육을 즐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어?"
그녀의 너무나 담담한 태도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흘려냈다.
좀 더 다른 반응이 와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있어 그녀의 너무나 덤덤한 반응을 예상외였다.
"좀비를 쫓아내는 체질에다가 말도 안 되는 전투능력이랑 더럽게 똑똑한 머리에.. 상처
도 엄청나게 빨리 완치되고.. 딱 봐도 인간을 초월한 존잰데 뭘 새삼스럽게 고백하는 거야? 내가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아도 그 정도는 눈치챌 만큼의 머리는 있거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팔뚝을 꽉 하고 꼬집었다.
팔뚝을 강하게 꼬집혀 아플 법도 하지만 그는 고통을 느끼는 것보다 먼저 당황해하며 말
을 이었다.
"그.그치만.. 나 남들이랑 달라?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몇개월동안 같이 살았는데 그걸 모르겠냐! 이 자식..! 날 뭘로 보는 거야!
그녀는 노기를 담은 목소리로 말하며 몸을 돌려 바로 앞에 나타난 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하고 내리쳤다.
그녀도 그가 정신적으로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내면에 대한 진실에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 개월간 그를 보고 그와 같이 행동을 해온 그녀는 그가 정신적으로
무엇인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는 그를 언제나 보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건데?
이곳저곳에 붉은 손바닥 자국이 남은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그녀는 물었다.
그는 어찌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자신이 상상한 미래를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의 그 말들을 조용히 듣고 있던 그녀는..
"에라이!"
찰싹! 하고 다시 그의 얼굴을 때렸다.
"어떻게하면 그런 상상을 하는 거야? 생물학은 잘 모르지만 문과인 나라도 그런 모습
을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거든? 이상한 만화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냐? 응? 응?"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찰싹찰싹하고 내리쳤다.
"애초에 네가 인간이든 괴물이든 좀비든 유령이든 예수님이든 부처님이든 어떤 거라도
딱히 상관없거든? 거기에.. 인간이 태어나든 널 닮은 존재가 태어나든.. 네가 상상했던 그런 괴물이 태어나도 훌륭하게 키울 거 거든! 어차피 밖에는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인데 거기에 좀 이상하게 생긴 애가 하나 추가되는 게 뭐 어때서? 이 미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최강의 존재로 내가 키워줄 테니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애초에 하지 마! 그냥 너는 웃으면서 좀비랑 놀던가 아파트를 뛰어다니던가 책을 읽던가 이상한 물건을 만든다던가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일하면서 평소처럼 행동하기나 해!"
그녀는 척하고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그
끝에는 놀란 듯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있었다.
"그..뭐냐.. 가끔 정도는.. 이런저런 일.. 도.. 좀 하고..."
기세 좋게 외치던 그녀가 마지막 말이 큼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 죽어가는 목
소리로 얼굴을 붉힌 채 그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리듯이 내뱉었다.
그리고는 그의 상태를 살피듯 힐끔하고 눈을 치켜세워 바라봤다.
그 순간..
"히히히히히히!"
그의 고정됐던 표정이 단숨에 풀리며 평소와 같은 해맑은 미소와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녀를 벌떡 안고 안아 들어 올렸다.
"야,야!? 뭐, 뭐 하는 거야 인마!
갑자기 자신의 몸이 높이 들어 올려 진대다 이불이 바닥에 낙하하는 바람에 자신의 알몸이 훤하게 다 들어내자 그녀는 당황해하며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바둥바둥 거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지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린 채로 꽉 껴안고
는 기쁜 듯이 거실 이곳저곳을 방방 거리며 뛰어다녔다.
"히히히!"
"너가 기뻐하는 건 알겠는데! 좀 내려놔! 춥고 부끄럽다고!"
그녀의 절실한 부탁에도 그는 듣는 귀를 가지지 않았다는 듯 그녀를 그 상태 그대로 유지시킨 채 자신이 원하는 선물을 받은 아이 마냥 신나하며 뛰어다녔다.
"지,진짜로 좀..헤..헷취!"
무엇을 외치려고 했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나온 재채기에 의해 실패했고 코를 훌쩍였다.
"미안! 히히!"
그대서야 움직임을 멈춘 그는 훌쩍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씩 웃었다.
"감기걸리면 네가 책임지고 간호해라.."
"응! 히히히!"
거실에서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한채 그와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갔고..
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했던 거실이 거짓말처럼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 작품 후기 ============================
저걸봐 굉장한 염장이야...
-Juk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