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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4화 (2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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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그와 그녀의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그날 밤으로부터 3일이 지났다.

만신창이였던 그는 놀랄 만큼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긁히거나 쓸린 상처는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지금은 거의 아물어 있는 상태였고..

탈구된 어깨는 그가 그녀의 도움을 받아 자력을 맞추는데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움직이려면 더 걸릴 법도 한데에 비해 그는 별다른 아픔도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는지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거기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내지르며 발광할 만큼 혹사 시킨 데에 비해 3일 만에 회복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회복력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기분 나쁠 정도의 자연치유력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그런 비상적인 치유능력에 놀라면서도 그것을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의 치유능력에 당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예정'이 너무 앞당겨진 이유에서 당황한 것이었다.

그날의 늦은 밤..

그녀는 자신의 방 전신거울의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윤기나는 흑발은 평소의 뒤로 묶은 젊은 무사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

일이 아닌 그 흑발을 가지런하게 내려 청초한 여성의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겠지?"

잘 때나 머리를 감을 때 이외에는 언제나 머리를 묶고 있던 탓에 이런 식으로 머리를 내린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니 너무 어색해 보였기에 불안감을 감추고자 구태여 입으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어색한 부분이 있기에 그녀는 거울이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시선

을 내려 하체 쪽을 바라봤다.

바지만을 고집하던 그녀의 하의는 놀랍게도 바지가 아니라 스커트였다.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그다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의 레이스가 첨부된 검은색의 치마였다.

그녀는 그 치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내린 머리카락을 보는 것의 몇 배 이상으로 치마를 입은 자신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바지 쪽이 움직이기 편하기에 선호하는 편인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치마를 아예 입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좀비들이 발생하기 전의 평화로웠던 세계에서 그녀 역시 가끔씩 치마를 입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기도 하는 등 평범하게 치마도 입고 다녔다.

물건이었다.

물론 그들에게 바지든 치마든 괜찮은 여자가 있다면 덮치고 보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바지든 치마든 상관이 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치마는 여성상을 나타내는 복장이라고 생각기에 그녀는 좀비 사태가 터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치마를 입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1년 만에 입은 치마는 굉장히 어색해 보이며 동시에 불안했다.

외부의 바람이 치마 안쪽으로 숭숭 들어와 추웠고.. 조금만 움직여도 속옷이 보일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예전의 자신은 어떻게 이런 걸 잘도 입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거울에 비춘 자신의 전신 모습을 둘러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어색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치마에

주름이 가지 않게 조심하며 침대의 모서리 부분에 앉았다.

어째서 그녀가 평소와 다른 머리 스타일과 평소에는 입지도 않는 치마를 입은 이유..

그것은 그녀가 그날 밤 이후 계속해서 품은 결심의 탓이었다.

계기는 자신의 처녀가 상실되기 직전..

이런 남자에게 뺏길 줄 알았으면 진작에 그에게 줘버렸을 좋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물론 이건은 그저 결심의 계기가 된 시초에 불과했다.

그녀는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받았음에도 자신이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은 절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테지만.. 그의 속마음을 들여다 본적 없는 그녀는 알지 못했기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게 뭔지를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자신..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여성의 부분.. 자신이 가진 것 중 그에게 있어 가치가 있을만한 것은 그 정도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몸.. 자신의 처녀를 그에게 주자는 생각을 했다.

물론 위의 요소만으로 결심을 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마지막 이유가 그녀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그를 이성으로서.. 한 명의 남자로서 완전하게 자각해버리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날 밤..

그의 말 그의 행동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끄러웠다.

동시에 기분이 고조되며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는 정말 반칙이었다.

자신의 기운을 차리게 하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면서까지 노력한 모습에 안 그래도 가슴이 술렁이는데.. 평소와 다른 분위기와 목소리로 그런 대사를 말하는데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지금의 그녀에게 그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지금의 그녀는 망

설임 없이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결심했다.

자신의 처음을 그에게 바치기로..

물론 그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모른다.

그녀가 예전에 느꼈던 것처럼 여자가 아니라 가족 혹은 친구 같은 느낌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과 같이 한 명의 이성으로서도 볼 수 있고 아니면 지금의 자신처럼 둘 다 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후회할 바에는 부딪칠 뿐! 그것이 그녀가 이번 일로 배운 소중한 교훈이었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그가 몸을 회복하면 바로 자신의 결심을 실행하기로 했다.

단지 그녀의 예상보다 빠르게 그의 상처가 거진 완치된 탓에.. 준비의 시간이 턱없이 짧았다.

그가 회복할 사이에 좀 더 미용에 신경을 쓸 예정이었지만 그럴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그날 결심한 그녀였기에.. 최대한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기로 하고 어떻게든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도 트리트먼트를 해서 윤기나게 했고 몸도 깨끗하고 청결하게 씻었다.

눈썹도 정리했고 혹시나 있을 잔털도 확실하게 체크했다.

속옷도 상하의 세트의 상태가 좋은 아주 조금.. 야한 물건을 골라 그것을 입었다.

그리고.. 여성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 않기 위해 입지 않았던 귀여운 치마도 입었다.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준비로서는 완벽!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지만.. 역시나 자신의

모습을 보니 어색하기 짝이 없어 불안했다.

"후우..! 그래도 간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열의를 불태웠다.

열의를 불태우며 그녀는 성큼성큼 자신의 방문을 열어 거실을 지나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의 방문 앞까지 도달했다.

긴장감과 함께 머리가 한없이 뜨거워진 그녀는 거침없이 그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방문이 활짝 열리자 침대 위에 상반신만을 일으킨 채 램프에 흘러나는 빛을 이용하여 독서 중인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그녀가 노크도 없이 갑작스럽게 밀어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읽던 책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뒀다.

"미미쨔응 무슨 일이야?

그는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그 미소에 못 박힌 채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잘생긴 외모라고는 말할 수 없는 개성 없어 보이는 평범한 외모..

하지만 그의 얼굴을 잘 보면 잡티 하나 없이 하얀 눈밭을 연상케 할 정도로 깨끗해 보임과 동시에 밝은 금발과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 깨끗한 얼굴 아래에 이어진 목선과  깊게 파인 쇄골이 왠지 모르게 야하다고 생각됐다.

단추가 풀린 셔츠의 틈 사이로 보이는 그의 탄탄한 흉근과 모양 좋게 갈라진 복근이 몹시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남자.. 즉 이성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감과 동시에 그녀는 머리가 파열할 것 같이 몹시 뜨거워졌다.

어서 빨리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그에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열이 오른 머리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저기.. 그 뭐냐..."

"히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던 그녀는 적당하게 내뱉으며 계속해서 머리로 생각을 하며 해야 할 말을 찾았고..

그는 그런 그녀의 이상한 모습에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그런 모습이 흥분한 상태의 그녀에게는 몹시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동시에 복잡한 머리가 더욱더 복잡해지며 눈앞이 빙빙 돌 거 같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그만 머릿속에서 떠오른 가장 직접적인 말을 골라 버리고 말았다.

"세,섹스! 섹스하자!"

그녀는 거친 숨소리를 몰아 내쉬며 외쳤다.

"섹스?"

그는 되묻듯이 물었고.. 그 소리에 그녀는 자신이 너무 직설적인 말을 내뱉었다는 것

을 깨달음과 동시에 지금 자신의 꼬락서니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의 몸을 보며 헉헉거리는 상태에서.. 섹스를 외치는 자신..

아무리 생각해도 변태였다.

"아니,아니! 그, 그게 아니라! 아니 맞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라.. 아니 맞아.. 아

니!?

그녀는 수치심으로 물들어가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채 부정하다가 갑자기 긍정하다가를 반복하며 격하게 몸을 움직이다가.. 갑자기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뚝 하고 그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양손을 가리고 있는 얼굴을 천천히 내렸다.

아직도 얼굴을 삶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녀는 성큼성큼 침대 위로 다가가 그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갔다.

"내 처녀 줄게.. 그러니까.. 네 동정은 나 줘.

그녀는 새빨갛게 물든 얼굴로 힐끔 힐끔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그는 조금 놀란 듯 눈을 약간 크게 뜬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원한다면 다 준다고 했잖아? 히히"

그는 웃었고 그녀 역시 굳어진 얼굴을 풀며 환하게 웃었다.

============================ 작품 후기 ============================

때죽음 ㅋㅋㅋ

좀 끌리네요.

떄죽음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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