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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22화 (2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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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생각을 정리한 뒤 그는 백팩을 맨 채 아파트의 베란다를 올랐다.

1층에서 3층까지는 전부 싹싹 뒤져본 기억이 있기에 그의 목표는 그 위층이었다.

그녀와의 약속으로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그 이상 오르지 않기로 약속을 나누었지만..

그에게 있어 이 일은 몹시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그 위층을 목표로 나아갔다.

그가 목적으로 하는 물건은 오직 하나.. 초콜릿이었다.

그의 마음으로서는 손수 만든 케이크를 그녀에게 선물하여 그녀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기본적으로 재료가 없었다.

케이크의 기본적 재료는 밀가루(소맥분)와 설탕 그리고 우유와 버터 달걀이 보통 필수로 들어가는 재료였다.

밀가루와 설탕 정도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구할 수 우유 버터 달걀 의 유제품은 지금의 상황에서 있었을 테지만.. 없는 물건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구하는 것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기가 끊긴지 몇 개월씩이나 되는 마당에 그것들이 변질되지 않을 리가 없었기에 찾는다 해도 이미 그건 음식재료의 영역이 아니라 음식 쓰레기로서의 영역이었다.

그러한지라 그는 가공품인 초콜릿을 목표로 했다.

초콜릿이라면 수분이 적어 부패의 영향도 낮고 밀봉만 제대로 되어있다면 표기된 유통기한 보다 몇 개월 더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단지 어딘가의 집에 초콜릿이 있다면의 가정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단지 내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큰 마트가 있어 그곳이라면 혹시 어딘가 구석에 하나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짐작한 그였지만..

며칠 전 있었던 일의 탓에 그녀와 멀리 떨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혹시나 무슨 일이 있을 때 바로 대비할 수 있는 단지 내를 돌아보기로 한 것이었다.

그는 4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의 찬장과 서랍장을 샅샅이 뒤지며 조사했다.

하지만 조미료 등의 물건들은 있었지만 그가 찾는 물건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나머지 가능성이 있을 냉장고를 찾았다.

냉장고를 여는 순간 수십수백의 벌레들이 냉장고 안에서 뛰쳐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소름 끼치는 모습에 비명을 내지르거나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을 갔을 법도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냉장고 안을 살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원형을 알 수 없는 야채나 과일들에서 썩은 내가 그의 코를 자극했지만 그는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 그 안을 살폈다.

하지만 역시 목적인 초콜릿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바로 다음 층으로 향했다.

단 하나의 안전장치가 없음에도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몸만을 이용해 위층으로 거침없이 올라 가 아래층에서의 했던 작업을 반복했다.

그렇게 그는 그 라인의 23층까지 똑같은 작업을 4시간 정도 반복하며 수색했다.

하지만 결국 초콜릿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는 차가운 날씨임에도 땀을 흠뻑 흘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도 다음 라인을 가기 위해 준비했다.

그는 베란다에 있는 철제의 난간에 가지고온 밧줄을 꽉 하고 묶은 뒤 강도를 확인했다.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박혀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밧줄을 밖으로 빼낸 뒤 그것을 잡고 천천히.. 하지만 올라갈 때보다 훨씬 빠르게 아래층을 향해 내려갔고 그러다가 밧줄의 길이가 부족하면 근처에 있는 베란다 안으로 들어가 다시 똑같이 밧줄을 묶어 그것을 타고 지면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그는 이마에서 얼굴 아래로 쏟아지는 땀을 옷깃으로 대충 닦아 낸 뒤 방금 전 올라간 라인의 옆 라인을 바라봤다.

"히히히!"

그는 웃으며 다음 라인의 베란다를 타고 올라갔다.

그가 옆 라인의 23층까지 올라가 부엌을 뒤집을 때쯤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도 목적인 초콜릿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원래대로 였다면 그는 여기서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새벽에 가 뜨고 날이 밝아졌을 때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었다.

아무리 그가 밤눈이 좋고 후레쉬가 있다고는 하지만 비효율적인 일이었고 무엇보다 그의 체력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제보다는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재 지금의 그는 평소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 탓에 그의 체력은 물론이고 온몸의 근육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실태였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미 기절해도 좋을 레벨의 피로가 그의 온몸을 덮치고 있었음에도 그는 피로의 기색 하나 없이 자리에 일어나 베란다의 난간에 밧줄을 묶은 뒤 난간의 상태를 확인 한 뒤..그대로 밧줄을 잡고 뛰어내렸다.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짐과 동시에 그의 근육도 팽팽하게 당겨지며 욱신거리는 통증을 선사했다.

그래도 그는 묵묵히 밧줄을 타고 계속해서 지면을 향했다.

그가 3층의 높이 정도까지 내려왔을 때쯤이었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러운 강풍이 그를 덮쳤고 그 탓에 그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 충격으로 그는 밧줄을 놓치고 그대로 추락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몸의 중심을 잡아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고 다리부터 지면에 착지할 수 있게 자세를 잡아 낙하했다.

그리고 다리가 지면에 닿아 충격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그 순간.. 움찔하며 그의 다리가 힘을 잃은 채 무너져 내렸다.

삐거나 부러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리한 운동과 3층이라는 높이에서 착지한 충격 등이 합쳐져 그의 다리는 한계에 봉착해 그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버렸고.. 그는 지면에 엎어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얼굴 채로 지면에 넘어진 탓에 그의 얼굴 반쪽은 쓸린 상처가 들어 차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처를 탁탁 손으로 두드리며 흙을 털어내는 정도의 조치만 취한 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 대신 아직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상체를 진동시켜 지면을 기어 다음 목표의 라인으로 향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상체를 이용해 온 것은 좋지만 베란다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난간에 손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위치까지는 가지 않으면 안 됐다.

하지만 그는 현재 지면 위에 딱 밀착해 있는 상태였다.

상체를 들어 올린다고 쳐도 베란다까지 가기 위해서는 높이가 턱없이 모자랐다.

그저 조금 뛰는 것만으로 닿았던 1층 베란다의 높이가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는 높은 성벽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보통은 여기서 포기를 할 법도 이 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리 상태를 체크했다.

약 1시간가량을 어쩔 수 없는 휴식을 취한 그는 양쪽 다리가 자신의 제어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기껏해야 잠시 동안 서있는 것이 고작인 상태였다..

하지만 단지 서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상태에서는 큰 도움이 됐기에.. 그는 더 이상의 휴식도 아깝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채찍질하며 다시 한번 아파트의 베란다를  올랐다.

과연 이 정도의 강행을 무리하게 펼친 탓일까?

태연했던 그의 얼굴에도 피로가 역력한 기색이 보이고 있었다.

얼굴은 물론이고 온몸은 이미 땀투성이에 그것을 머금은 옷은 강철 갑옷을 입은 것처럼 몹시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는 올라야 했다.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만약 그녀가 기운을 차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팔이나 다리 정도쯤은 희생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2층을 올라 3층을.. 그리고 4층에 올라 다음 측을 위해 힘을 아끼기 위해 다리를 쓰지 않고 상체만을 사용해 기어 다니며 뒤졌다.

그리고 5층 6층을 같은 반복을 하며 7층의 부엌에서 수색을 했을 때..

드디어 목적의 물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히..히히히히히히!"

그는 그것을 들어 올리고 기쁨의 웃음을 흘렸다.

알파벳이 새겨진.. 동네 슈퍼마켓에서 파는 싸구려 초콜릿 한 봉지..

하지만 그에게 있어 지금 이것은 그 어떤 금은보화 보다 값지고 귀중한 물건이었다.

그는  천고 만고 끝에 금은보화를 발견한 모험가를 연상케 하듯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얼굴을 한채 그것을 꽉 하고 끌어안았다.

이것을 받고 기운이 나는 그녀를 상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짐과 동시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자신의 입가에 번졌다.

그와 함께 밧줄을 꺼내 기어 왔던 길을 다시 기어 돌아가 밧줄을 난간에 묶은 뒤 1초라도 빨리 그녀에게 이것을 전해 주기 위해 급한 마음에 밧줄을 잡고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나.. 밧줄을 굳게 잡고 버텨야 했던 그의 손은 힘없이 밧줄을 놓쳐버렸고..

그는 그대로 중력에 빨려 들어가듯 어두운 지면을 향해 낙하했다.

밧줄을 놓친 순간 그는 생각했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니 이 정도 높이라고 한다면.. 아주 운이 좋으면 살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운이 좋으면의 경우였다.

운이 좋다고 해도 죽는 게 더 날지도 모르는 상태가 될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이대로 낙하한다면 제대로 된 결말은 맞이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배낭에 있는 초콜릿을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것을 먹고 기운을 차린 그녀가 평소와 같이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라면 그것을 보지 못한 채 자신은 죽을 것이었다.

만약 자신이 죽으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할까? 그는 문뜩 그런 의문이 들었고..

답은 곧바로 나올 수 있었다.

그녀라면 분명 자신의 죽음에 대해 슬퍼할 것이라고...

그의 머릿속에 그녀가 슬프게 우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참지 못하고 그는 소리를 질렀다.

참을 수없는 분노가 가슴속에 깃들었다.

그녀를 슬프게 해서는 안된다.

그녀를 슬프게 하는 것은 모두 배제해야 했다.

그것이 자신의 '죽음' 이라고 해도..

평소의 그라고 생각되지 않는 거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지면을 향해 낙하하는 와중에

그는 오른손을 뻗어 앞에 있는 것.. 베란다의 난간을 콱 하고 거칠게 잡았다.

"아아아아아아아!!"

그 충격으로 몸이 팍! 하고 튀며 그 충격이 온몸에 퍼져 나갔고 그와 함께 그의 어깨에서 으득 하는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간을 붙잡는데 성공하며 낙하의 충격을 줄일 수 있었던 그였지만 그 여파로 어깨의 관절이 나가버렸고.. 그로 인해 더 이상 난간을 붙잡고 지탱할 수 없던 그는 지면을 향해 낙하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등부터 지면에 낙하했다.

============================ 작품 후기 ============================

abc 쪼꼬를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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