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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7화 (17/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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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적한 가을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추위의 시작을 알리는 11월이 시작됐다.

자연의 섭리대로 떨어진 기온에 맞춰 그와 그녀의 옷도 가을의 얇은 긴팔에서 두꺼운 복장으로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추위에 떨어야만 하는 정원에서 따뜻한 거실로 주 활동 장소를 옮겼다.

단지 그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옷이 조금 두꺼워진 것 외에는 평소와 같이 자주 야외에 나가 뛰어다니기 일쑤였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아침식사를 끝 맞추자마자 기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밖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단지 내가 아니라 외부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온다고 하고 나갔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거실에 있는 것은 그녀 한 명뿐이었다.

"아 씨.. 또 꼬였네!"

그녀는 화를 내며 손에 있던 것을 테이블 위에 던져버렸다.

그녀가 홧김에 던진 것은 털실로 만들어진 듯 보이는 손바닥 크기의 천 조각이었다.

그녀는 뜨개질 용의 대 바늘을 탁! 하고 강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자신이 방금 전까지 작업하던 물건을 지긋이 노려봤다.

중간에 몇 개 정도 올이 풀려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나 끝부분이 삐뚫빼뚫 한.. 그야말로 실패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조잡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가 이틀간의 뜨개질 작업을 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괜히 말 한번 잘못했다가.. 이게 무슨 고생이야..

그녀는 자신의 결과물에서 눈을 떼고는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애초에 그녀는 뜨개질에는 전혀 아무런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 별일 없었으면 그녀가 이 대바늘을 잡아보는 일은 평생 가도 없었을지도 몰랐을 일이었지만..

그날.. 아직 11월이 오기전 가을의 끝자락에 그는 어디선가 가져온 털실과 대바늘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뜨개질 자체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무엇을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던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

그는 웃으며 그녀와 자신의 목도리와 장갑을 만들 거라고 답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농담 삼아 [너건 내가 만들어줄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가 웃으며 [진짜?]라고 묻는다면 [농담이지!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하냐!]라는 대답을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은 그의 반응이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진..짜?"

크리스마스 날 상상도 하지 못 했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을 한채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이 예상한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으,응.. 그 뭐냐..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만들어줄게."

너무나도 기뻐 보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의 그에게 차마 농담이야라고 말해 그 동심 어린 모습을 더럽히는 것이 너무나도 양심에 찔릴 것 같았던 그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런 약속을 해버렸다.

그리고 현재의 결과를 말해주는 것이 방금 전 내던진 조잡한 실패작이었다.

"역시 그냥 못하겠다고 말해버릴까."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소파 위에 일어난 뒤 거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에게는 미안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자신의 이 조잡한 실력으로는 목도리는커녕 장갑도 무리일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실망하는 얼굴을 생각하니 양심에 수십 개의 바늘이 날아와 박힌 것 같이 따끔따끔 거렸다.

"으음.."

그녀는 고민의 신음을 흘리며 조용히 소파의 뒤쪽에 있는 벽면..

정확히는 그 벽면에 걸린 액자에 장식된 2개의 그림을 바라봤다.

한쪽은 절망과 희망이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들을 동시에 그려낸 그림이었고.. 다른 한쪽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배경과 2명의 남녀.. 그와 그녀가 웃으며 보내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녀는 그림 속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얼마 동안 조용히 바라본 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성큼성큼 소파로 걸어가 그대로 엉덩이를 붙이고 자신이 내던진 조잡품 쪼가리와 대바늘을 들어 올려 묵묵히 그에게서 배운 손동작을 반복했다.

그렇게.. 그녀가 털실과 옥신각신 사투를 벌이던 그때..

요란한 방울 소리가 그녀의 귀에 포착됐다.

이곳에 살면서 여태껏 딱 한번 들어왔던 소리.. 그리고 이번에 두 번째로 듣는 소리였지만 그녀는 이 소리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불청객이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섰다는 경고음..

그녀는 뜨개질을 테이블 위에 둔 뒤 잽싸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벽 구석에 놓인 쇠 파이프 다발 중 하나를 뽑아 거실로 나갔다.

그리고 겨울용의 두꺼운 커튼을 베란다의 창에 친 후 그 천의 작은 틈 사이로 눈만을 내밀어 밖의 상황을 살폈다.

얼마 후 아파트 상가 내의 입구에서 파카 같은 두꺼운 잠바와 큰 배낭을 멘 3명의 남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그 모습을 숨죽이며 계속 주시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무엇인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명백하게 자신들의 아지트 쪽을 가리키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베란다에서 몸을 땐 채 쇠 파이프를 강하게 꽉 쥐었다.

하지만 꽉 쥔 그녀의 손은 작지만 확실하게 떨리고 있었고 손에는 땀이 물 흐르듯 쏟아져 강하게 쥔 쇠 파이프를 놓칠 것만 같았고.. 그것이 그녀를 더욱더 긴장시키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온몸이 땀에 젖는 것 같은 질척한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녀는 미칠 듯이 뛰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그에 의해 너무 평온한 생활을 한 탓에.. 긴장감과는 거의 무연한 평온하고 안락한 삶을 산 탓에 그가 없는 상태에서 출현한 이방인들의 공포에 냉정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쇠 파이프를 강하게 잡은 채 그가 어서 돌아오기를 간절히 빔과 동시에 그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쳐 다른 곳으로 가기를 간절히 바랬다.

터벅 터벅 터벅

남자들의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긴장되어 오감이 날카로운 그녀의 귀에 너무나도 뚜렷하게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심장은 더욱더 세차게 요동쳤고 그녀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밖에 있는 이방인들에게까지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에 안 그래도 빠른 심장은 그녀의 몸밖으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뛰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그녀의 귀에 포착되던 이방인들의 발자국 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림과 동시에 발걸음은 멈췄다.

그녀는 바싹 말라 비틀어질 것 같은 목구멍에 마른침을 조용히 삼킨 뒤 베란다 쪽을 노려본 채 쇠 파이프로 검도의 기본 형을 취했다.

이곳으로 침입을 하려고 한다면 그대로 머리든 팔이든 어디든 내려칠 작정으로 그녀는 땀으로 인해 미끄러질 것 같은 쇠 파이프를 강하게 고쳐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방인들.. 남자들은 다른 행동을 취했다.

"저희는 수상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가 외쳤다.

그러나 수상한 사람이 자신을 수상한 사람이라고 소개할 리가 만무했기에 그녀는 절대로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한쪽 귀로 들으며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노란머리를 하신 분이 여기에 오면 식량을 나눠준다고 하셔서 온 겁니다!

노란 머리.. 금발

그 단어에 바로 떠오른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그' 였다.

그가 거론된 탓에 그녀는 조금이지만 긴장이 느슨해짐과 동시에 심장소리도 조금은 가라앉게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들을 완전하게 믿지 않았다.

지금 이 세상에서 자신이 의심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것은 단 한 명뿐이었어 때문이었다.

남자의 외침에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자세를 유지한 채 기다렸다.

"저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식량만 나눠주신다면 조용히 물러가겠습니다!"

"아빠.. 그만해요. 내가 뭐랬어요. 이런 개 같은 세상에서 바보같이 믿고 살지 말랬잖아요."

걸걸한 남자가 그렇게 말한 뒤.. 곧이어 남자와 나이가 많이 떨어진 듯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이 말했다.

아빠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과는 부자 관계인 모양이었다.

"시끄러! 임마! 밥 먹을 수 있다고  달려가다가 다친 놈이..

"아 쪽팔리게 그런 소리 남들 앞에서 좀 하지 마요!

부자 두 명은 티격태격하며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형님도 민기도 그만하고.. 그냥 갑시다. 여기서 떠들어대다가 녀석들이 몰려오면 어쩔 겁니까.

이번에는 나긋한 목소리의 남성이 부자를 타이르듯 두 부자를 말렸다.

"작은아빠가 아빠한테 좀 잘 알아듣게 말 좀 해줘요. 벌써 몇 번을 속았는데.."

"민기야.. 아빠가 다 너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네가 이틀째 굶고 있는 게 가슴이 아프니까 다 너 생각해서 그

런 거지..

"그런거.."

나긋한 남자의 말에 아들은 우물쭈물하며 더 이상 마을 잇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어쩔수없네.. 그냥 가자.."

걸걸한 남자는 명확하게 실망이 담긴 목소리를 흘리며 부스럭부스럭하고 짐을 챙기는 소리를 흘린 뒤 곧이어 지면을 밟은 소리가 흘렀다.

아무래도 그들이 떠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떠나는 소리를 듣고 고민했다.

이대로 그들을 그대로 떠나보내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방인들.. 저 가족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은혜를 베푼 이들을 자신이 마음대로 버려도 되는 것일까?

만약 그들을 버린다면 그는 자신에게 뭐라고 할까?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웃어줄까?

아니면.. 마음속으로 자신의 도움을 받으며 평온하고 느긋한 삶을 사는 주제에 남에게는 베풀지도 않는 차가운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녀는 여러 가지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에 맴돌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던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는

자세를 푼 뒤 부엌으로 달려가 비상식량이 가득 차있는 식량에서 식량을 3봉지 꺼낸 뒤 그것을 들고 허겁지겁

베란다로 가 커튼을 젖힌 뒤 베란다 창은  자신의 몸이 들어갈 정도만 열어 반쯤 몸을 창밖으로 빼냈다.

"잠깐 기다려요!"

그녀는 힘없이 터덜터덜 걷는 남자들.. 가족들의 뒷모습에 소리쳤다.

그녀의 소리에 가족들은 뒤를 돌아 소리를 친 그녀에게 시선을 보내고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졌다.

그녀는 그들의 반응을 뒤로한 채 손에든 3개의 식량을 차례차례 보도블록 쪽으로 포물선을 그리게 던졌다.

툭 하는 소리를 내며 3개의 비상식량은 바닥에 낙하했다.

"완전하게 믿지는 않지만.. 식량은 드릴게요. 저희도 양이 그리 많은 게 아니니까. 이 정도밖에는 못 줘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유통기한 내에 먹지 못할 만큼의 식량이 지하주차장에 비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만약 그들이 이쪽 식량사정을 알아채고 나쁜 마음을 품어 해코지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됐기 때문에 구태여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아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는 남산만 하게 나온 배를 거칠게 흔들어 식량이 있는 쪽으로 달려와 그것을 가슴에 품은 채 베란다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는 그녀에게 애처로울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아,아빠! 쪽팔리게 뭐 하는 거야!

그녀를 향해 굽신 거리는 뚱뚱한 남자를 향해 아들인 듯 보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다리를

절뚝절뚝 거리며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뭐가 쪽팔린 일이야! 귀한 식량을 나눠준 사람한테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되는 거야! 인마! 너도 빨리 저분한테 감사하다고 해!

그렇게 말한 뚱뚱한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온 소년의 머리를 잡고 강제로 고개를 숙이게 하려고 했다.

당연하게도 소년은 그것에 저항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틀어 움직이며 그녀가 보고 있든 말든 간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투닥투닥 거리며 몸싸움을 버렸다.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 두 사람은 평소에도 이러니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어안이 벙벙해지는 부자의 몸싸움을 눈이 점이 된듯한 상태로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그들의 뒤에 다가와 있던.. 말끔하게 생긴 중년 남자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네.."

긴장을 유지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던 그녀도 그 어이없는 부자의 싸움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녀는  한 손에 꽉 쥐고 있는 쇠 파이프만은 놓지 않았다.

다행히도.. 어제 낮에 언제나 애용하던 사다리가 낡고 녹슨 탓에 부서져 버렸기에 현재 베란다와 정원을 연결하는 사다리는 없는 상태였다.

만약 그들이 이상한 마음을 먹고 자신을 해코지하려고 한다면 이 베란다를 오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1층이라고 해도 지면에서 그리 낮지 않은 위치에 존재하는 베란다를 타고 넘어오려면 약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 약간의 시간이라면 쇠 파이프로 내리쳐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생각에 긴장감을 많이 날려 버린 채 아까와 비교해 매우 차분해질 수가 있었다.

"아 그만 좀 해요! 다리 아파 죽겠는데..!"

말끔한 남자의 앞에서 티격태격하며 싸우던 부자 중 아들이 자신의 다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제야 뚱뚱한 남자는 헛! 하고 숨을 삼키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베란다 위의 그녀를 바라본 뒤 아스팔트의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그대로 머리를 숙였다.

"식량도 나눠주셨는데..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의약품이 있으면 조금.. 아주 조금만 나눠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뚱뚱한 남자는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의 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발목 쪽이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것인지 찢어진 양말 사이로 붉은 피가 조금씩 흐르며 하얀 양말을 적시고 있었다.

"별거 아니니까! 남들 앞에서 고개 좀 그만 숙여요!

"뭐가 별거 아니야 임마!  너희 엄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기억 안 나? 너희 엄마도 별거 아니라고 상처를 내버려 뒀다가...

"..........."

두 부자는 서로 침통한 표정을 하고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떨궜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염치 불고하지만.. 이 아이를 치료할 수 있게 보탬을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두 부자 대신 말끔한 남자가 예의 바르게 그녀에게 부탁했다.

"드릴테니까. 거기서 움직이지 마세요."

붕대와 소독 약도 썩을 만큼..이라고 할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평생 써도 못 쓸 정도의 양 정도는 있었고.. 두 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금 딱하기도 했기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내주기로 했다.

그녀는 거실의 서랍에서 붕대와 솜 그리고 소독약을 검은 봉지에 넣은 뒤 그것을 마른 남자에게 던져줬다.

불안한 움직임으로 당황해하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받은 마른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녀를 향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뚱뚱한 남자는 조금 오버가 심할 정도로 연신 고개를 내리며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가장 그것이 필요한 본인 역시 쑥스러워하듯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게 하고는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양말 벗어봐!"

뚱뚱한 남자가 소리치자 소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남자의 말에 따라 조심스럽게 양말을 벗었다.

중간에 상처가 스친 것인지 소년의 얼굴이 잠깐 고통에 일그러졌지만 애써 아프지 않은 듯 태연한 척을 하며 발을 내밀었다.

"그,그러니까.. 이거 소독약 뿌리면 되는 거지?

"형님.. 그 솜에다 소독약을 뭍여서 하는 거 아닙니까?"

말끔한 남자와 뚱뚱한 남자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의견을 교환하며 매우 어설픈 손놀림으로 마른 솜에 소독약을 뭍인 듯 그것을 강하게 소년의 상처에 갖다 됐다.

"아!?"

당연히 가감을 하지 않고 솜을 들이민 탓에 소년은 고통의 소리를 내뱉었다.

"남자놈이 뭔 엄살이야!"

라고 소리를 치는 남자였지만 그 얼굴은 몹시 불안해 보였고 그의 반대편에 있는 마른 남자 역시 몹시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제 붕대를 묶으면 되는 거야..?

"근데.. 어떻게 묶어야 합니까..?

아이를 사이에 둔 어른 두 명은 붕대를 바라보며 상당히 미덥잖은 모습으로 우물쭈물 거리더니.. 결국 조용히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아? 아니 왜 내가.. 싫어요."

자신에게 당연하게 눈길이 쏠리자 당황하면서도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들이 하는 콩트 같은 모습을 보고 독기가 많이 빠지기도 했고.. 아이도 있으니 이상한 짓을 태연하게 저지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됐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완전하게 믿지 않았기에 내려가는 것을 극구 거부했다.

"그걸 좀 어떻게든..!"

"저희 때문이시라면 저희는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겠습니다."

전혀 닮지 않은 듯한 형제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고개를 내린 채 부탁했다.

그녀는 그럼에도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 들의 뒤에 있는  소년이 상처가 아픈지 찡그리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성인 남자 2명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 한구석에서 떠오르며 그들이 해코지를 하기 위해 달려와도 그 틈에 베란다 위로 도망가면 될 일이라고 생각됐다.

거기에.. 이제 곧 있으면 그가 돌아올 시간이기도 했다.

1시간 이상 자리를 비운적이 없는 그는 분명 1시간 이내에 돌아올 것이고 1시간이 될 때까지는 5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마루에 있는 시계를 보고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요소와 자신의 양심을 저울에 재던 그녀는 결국 그들의 부탁을 수락하기로 했고 뚱뚱한 남자와 마른

남자를 그녀가 잘 보이는 최대한 멀리 떨어진 위치를 가리켜 그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들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쇠 파이프를 든 채로 베란다에서 내려와 소년의 곁으로 향했다.

"바닥에 앉아볼래?"

그녀는 한쪽 다리로 지면에 서있는 그를 앉게 한 뒤 상처를 살피는 와중에도 남자 2명이 있는 곳을 계속해서 확인했다.

"우리 아빠랑 작은 아빠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면서도 계속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자 소년은 감정이 상했는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 그럴 거야. 그래도 이런 세상이다 보니까 누나가 의심이 좀 많아져서.. 미안해.. 자 다 됐다. 꽉 조이거나 아프지는 않니?"

소년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 테이프로 붕대를 완벽하게 고정시킨 후 손을 때며 소년에게 물었다.

"네.. 고맙습니다. 그리고.."

순간 소년은 주머니에 손을 뻗어 무엇인가를 꺼내 그것을 그녀의 목에 들이밀었다.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온몸을 전류의 충격이 덮쳤고 그 고통을 버텨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 작품 후기 ============================

크르르 미미쨔응 못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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