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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얼론 (Zombie Alone)-15화 (1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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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공포의 주사 사건 이후 이틀째의 날

그와 그녀 2명은 현재 사생대회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래 대로였다면 어제 했어야 했지만.. 그 전날 그녀의 주사로 인해 그가 많이 지치고 피로한 상태였기에 쉬지 않으면 안 될 판국이었고.. 그러는 김에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지기로 하며 그날 하루는 둘 다 아지트 밖으로 나가지 않은 채 자신의 방에서 휴식과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겨우 예정대로의 사생대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림 도구들은 상당히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녀가 주장하는 아파트 상가 만물 설다 게 상가에는 미술학원도 존재하고 있었다.

단지.. 전문적인 것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니라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지도하는 학원인 탓에...

이젤이나 4B연필 종이들의 기본적인 물품은 있었지만 채색 도구는 아크릴 크레파스 색연필 수채화 정도뿐이었지만 어차피 그들이 시상식에 낼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이 세계에 공식 대회 따위는 더 이상 운영할리도 없기에 그들은 그 도구들에 만족하고 그것을 가지고 아지트로 돌아왔다.

일단은 그림을 그릴 기본 도구들의 준비는 끝 맞추기는 했지만 그가 그림을 그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말에 그녀는 본 그림을 그리기 전에 연습 삼아 정물화를 그려보기로 했다.

"무엇을 숨기랴! 나는 이래 봬도 미대.. 입시에 떨어진 여자야.. 젠장..!"

그녀는 자신이 말하고도 분한 듯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갈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술에 흥미를 가진 그녀는 대학을 미술 관련으로 가고 싶었기에 부모님에게 사정해.. 공부와 미술 두 개다 하라는 조건으로 미술학원과 수능학원 2개를 동시에 다닌다는 엄청나게 하드한 스케줄을 고3 말까지 치렀다.

하지만 그녀는 미대입시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우습게 보고 있었다.

그림 하나에만 모든 것을 쏟아 넣음에도 떨어지는 이들이 부지기수인데 공부와 양립을 하면서 붙는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녀는 결국 미대입시 시험에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재능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분한 마음에.. 하루에 2~3시간 정도씩만 수면을 취하며 미칠 듯이 공부한 탓에 수능은 생각 이상으로 좋은 점수가 나와 4년제인 서울의 대학에 합격은 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분한 마음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인연으로 미술과 관련된 학과는 가지 못했지만 간간이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간간이 하고 있었다.

물론.. 좀비 사태가 퍼진 다음에는 식량을 구하거나 살아남기 바빴기 때문에 전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미미쨔응은 그림 그릴 수 있어?"

"떄려죽어도 존잘.. 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걸 가르쳐줄 정도는 되니까 걱

정마!"

"알았어! 히히히!"

그는 이젤을 흔들거리며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럼 가르쳐주기 앞서.. 이 컵을 그려보도록 하자."

그녀는 테이블 위에 머그컵 하나를 탁하고 올려뒀다.

별다른 큰 특징이 없는 하얀색 머그컵이었다.

그나마 포인트를 꼽자면 컵 주둥이의 이가 살짝 나간 정도가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다 그리면 말해줘."

"응!"

그는 힘차게 대답하고 4B연필을 주먹으로 쥔 채 하얀 종이에 선을 그으려고 했다.

"잠깐.. 잠깐.. 연필은 그렇게 쥐는 게 아니야. 이렇게..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

로.."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연필을 쥐는 기본적인 손 모양을 만들어 고정시켰다.

"이렇게 잡고 옆선을 그릴 때는 이런 식으로..

그녀는 그리는 위치에 따른 연필 잡는 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자신의 손을 이용하여 그에게 가르쳤다.

"어때? 다 외웠어?"

"........................"

그녀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자신의 손과 그녀의 겹쳐진 손을 멍하니 주시했다.

"야? 미도? 미친도라이?"

"응! 응! 외웠어! 히히히히!"

그녀가 몇 번씩 말을 걸어서야 그는 겨우 대답을 함과 동시에 웃음을 흘렸다.

평소라면 즉각 즉각 반응하는 주제에 이상하게 반응이 늦었기에 그녀는 그가 다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럼 알려준 거 다 해봐."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그는 그녀가 알려준 모든 연필 쥐는 법을 그녀에게 피로했다.

그녀의 움직임을 트레이싱 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가 알려준 동작과 완전하게 일치했다.

그가 손재주도 있고 머리도 비상하게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그럼에도 조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럼 한번 그려봐."

"응! 히히히히!"

그는 힘차게 대답한 뒤 그녀가 알려준 대로 연필을 쥔 채 종이와 테이블 위의 머그컵을 번갈아가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도 자신의 이젤로 돌아가 근 1년 만에 잡는 연필을 감회가 새롭다는 듯 한번 바라본 뒤 그것을 꽉 쥐어 본 뒤 힘을 빼고 드로잉 작업을 시작했다.

오랜만의 작업이라 조금 어색하지 않는 감이 있었지만.. 몸이 기억하는 듯 연필은 매끄럽게 컵의 모양을 백색의 종이 위에 채워 넣었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그림 역시 반복작업으로 인해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에 공백의 시간이 있었에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연필이 움직여 줬다.

단지.. 한참 그리던 때와 비교하면 딱딱하고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둘은 이젤 앞에서 말 대신 서로의 연필 소리를 흘리며 조용하게 그림에 집중했고.. 그 정적이

깨진 것은 약 30분 뒤였다.

"다그렸어!"

완성을 알리는 그의 소리에 그녀는 연필의 움직임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이젤로 다가가 백색의 종이에 채워진 그림을 감평 했다.

"처음 그린 것치고는 제법인데?"

"히히히!"

그녀의 칭찬에 그는 해맑게 웃으며 기쁨을 표출했다.

음영이나 명암등의 기술적인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지만 테이블 위의 머그컵이라는 물건을 확실하게 종이 위에 옮겨 내고 있었다.

여기에 기법을 알려줘서 그것을 적용시킨다면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그림을 그릴지도 모르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인간의 능력을 분류한다면 그는 두말할 것도 없이 천재의 영역이다.

기억력도 물론 뛰어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무엇을 가르쳐 주면 그것을 단 기간 내에 그럴싸한 수준으로 습득한다는 것이었다.

그 예로 그녀가 그에게 검도를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실력이 녹슬지 않기 위해 그녀는 간간이 검도의 본을 하고 있었다.

검도의 본 이란 검도의 기법 중 기본적인 자세와 공격 법 등을 정립한 것으로 7가지의 본이 존재하며 가장 기초 중의 기초이자 핵심인 이 동작들은 초보든 고수든 누구나가 꾸준히 반복해서 수련하는 기법이었다.

그녀가 그것을 수련하고 있던 와중 그가 관심을 표하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그를 지도했고..몇 시간도 안돼서 초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형을 보여줬다.

몇 년을 수련한 자기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지만 조금만 더 수련한다면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말도 안돼게 빠른 괴물 수준의 습득력이 있다.

오히려 그 탓인지.. 아니면 그이기 때문에 납득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력을 부정하는듯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하는 감정이나 질투하는 감정은 별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녀석이라면 당연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그에게 마이너스적 감정을 품는 일은 없었다.

어찌 됐든.. 그러한 재능의 덩어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그이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검도 때와 마찬가지로 금방 습득할 것이는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예술이라는 영역은 손놀림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하건 예술적인 센스가 필요했기에 그가 거기까지의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럼 이제 기법들을 알려줄게"

그녀는 자신이 그리고 있던 그림을 참고삼아 그에게 자신이 알고 가르쳐줄 수 있는 기법들을 모두 주입시킬 수 있었다.

그 후에 완성된 그림은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몹시 뛰어난 그림이었다.

물론 그녀가 남의 그림을 평가할 만큼 그림에 조예가 깊다고는 할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기술적인 부분만 봤을 때 손색이 없는 그림이었다.

"이정도면 웬만한 건 그릴 수 있겠네! 그럼 이것저것 마구 그리면서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업을 노려!"

"OH! YES! HIHIHIHI!"

그는 유창한 영어로 대답하고는 이젤을 가지고 달려 나갔다.

남겨진 그녀는 아직 컵의 그림이 덜 완성됐기에 일단은 이것을 연습 삼아 완성시키고 다른 것을 그리기로 하고 혼자서 계속 그림의 완성을 향해 연필을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머그컵의 드로잉이 끝났고 그녀는 그것을 들어 올려 살폈다.

근 1년 만에 그리는 것치고 나쁘지 않은 완성도였다.

물론 여기저기 마음에 안 드는 곳은 보였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그럼 워밍업은 끝났고 본격적으로 그려볼까.."

그녀는 완성된 머그컵의 종이를 테이블 위에 날아가지 않게 컵으로 고정시켜 둔 뒤 새 종이를 이젤에 끼우고 무엇을 그릴까 찾아 헤맸다.

혹시 지하주차장이나 상가에서 좀비들이 튀어나올 경우도 있기에 아지트 내에서 멀리까지는 갈수 없는 그녀로서는 결국 그릴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이 풍경을 그려볼까.."

그녀는 자신의 손을 이용해 파인더를 만들어 아파트 단지 내의 풍경을 그 안에 담았다.

반파된 보도블록 대파된 자동차 금이 간 아스팔트 사람의 냄새가 전혀 풍기지 않는 아파트 건물들은 그야말로 멸망 가도를 달리는 지금의 세계를 표현해주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와 동시에 이런 세기말적인 공간의 건너편은 나무에 매달아 건조대에 널린 빨래들과 해먹 그리고 여러 가지 도구들이 보이며 생활의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공간.. 아지트가 있는 베란다 아래의 정원을 보니 그녀의 머릿속에 예술적인 영감이 팍! 하고 떠올랐다.

"이거다!"

그녀는 잽싸게 이젤에 새로운 종이를 올리고 폐허 같은 공간과 자신들이 사는 주거공간을 번갈아가며 머릿속에서 두 개의 풍경이 대조되는 구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연필을 들어 올려 머릿속에 떠오른 풍경을 옮기기 위해 순백의 종이 위에 선을 긋는 것으로 시작으로.. 더럽혀 나갔다.

가장 처음은 암울한 세기말의 반대편 쪽을 그리기로 했다.

그냥 똑같이 그려도 암울한 느낌이 들것 같기는 했지만 좀 더 자신들의 공간과 대조되게 하기 위해 명암을 강하게 넣어 어두운 느낌을 더욱 강하게 부각 시켰다.

그 탓인지 그녀의 표정은 그녀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게 매울 침통하고 암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만으로 그녀가 어떤 느낌의 그림을 그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2시간을 그런 마이너적 요소를 박아 넣은듯한 얼굴로 그리던 그녀는 어느 정도의 기초적인 부분이 완성된 것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자신들의 공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금 전 세기말 풍경을 그리던 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을 몹시 따뜻하고 자상한 미소가 배어있었다.

그야말로 그녀가 그림과 자신의 마음을 일치 시킨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림만을 그리는 데에 몰두하며 그저 오른손의 4B연필을 움직이는 행동과 자신들의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에 집중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쪽의 부분도 기본적인 마무리까지 끝낼 수 있었다.

"후우.. 이제 세세한 디테일만 잡으면... 우왓!?"

연필을 놓은 뒤 굳은 어깨와 목을 풀기 위해 고개를 든 그녀의 앞에는 어느새 와있었던 것인지 자신의 바로 앞에 이젤을 놓은 채 그림을 그리고 있던 그가 있었다.

"히히히히!? 다 그렸어 미미쨔응?"

그녀가 소리를 높인 탓에 그림을 그리던 그도 연필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는 사실 그녀가 아지트를 그리고 있던 도중에 이미 와있었다.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녀가 너무 집중하고 있던 탓에 그녀의 집중이 끊어질 때까지 기다

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깜짝놀랐네.. 왔으면 부르지.. 근데 너 뭘 그리고 있었던 거야?

방금 전까지 그가 자신의 앞에서 무엇인가를 그리는 것을 목격한 그녀가 물었다.

"히히히! 비밀!"

"뭘 그리 대단한 걸 그리기에 비밀이야? 잠깐 좀 보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잽싸게 반대편에 있는 그의 이젤로 향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그가 이젤 위에 있던 종이를 낚아챈 뒤 그대로 달려나갔다.

"히히히히!"

"야!?"

그녀가 소리쳐 불렀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낚아챈 종이를 가진 채 잽싸게 아지트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나온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궁금하게.. 뭐야? 뭐 그렸어?"

"완성되면 보여줄게! 히히히히!"

"그럼 내 그림도 안 보여줄 거야!

그녀는 어린아이같이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의 이젤을 들어 그가 보지 못하게 몸으로 감

췄다.

"히히히! 미미쨔응도 완성되면 보여줄 거야?

"....좋아! 그럼 1주일 뒤 완성된 그림으로 사생대회의 최우수상이 누구 작품인지 가려보자!"

그래 봤자..

참가자는 그와 그녀 두 명뿐이었고 심사위원도 그와 그녀 두 명뿐이기에 자신이 그림이

최고라고 하면 전혀 승부가 날수 없는 대회였지만..

"히히히! 좋아! 우승한 사람은 라면 한 봉지 먹기!"

그는.. 그와 그녀 둘 다 미칠 듯이 좋아하는.. 라면을 상품으로 걸었다.

정말로 가끔씩 밖에 먹지 못하는.. 그들에게 있어 지고의 음식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라면이었기에 그는 물론이고 그녀도 의욕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의욕이 나오는데? 내가 국물 원샷 하는 걸 울면서 지켜보게 될 거야!

"한젓가락 달라고 해도 안 줄 거야? 히히히히!"

그렇게 그와 그녀 단둘뿐인..  라면이라는 지고의 음식을 상품으로 건 진짜 사생대회가 개최됐다.

============================ 작품 후기 ============================

전 그냥 미친도라이 정체를 슬슬 공개해버릴 떄라고 생각한것뿐인데..

무슨상상을 하셨을까요? 방긋!

p.s

다음편부터는 슬슬 주인공에 관한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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