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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라고 그는.. 그녀의 방문 문고리를 꽉 당긴 채 생각했다.
[하하하하하하핫!! 여러!! 안 열며 언 방에다 싸버릴끼야!! 아하하하하하하]
쾅! 쾅! 쾅! 쾅!
문을 부스는 게 아닐까 할 정도의 엄청난 강도로 문을 두드리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평소와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저음인 그녀와는 완전 반대적인 고음의 목소리에 아나운서 정도는 아니었지만 발음도 정확하고 또박또박 말을 하는 평소의 그녀와 다른 꼬이는 발음.. 무엇보다 그녀의 웃음소리.. 그를 연상케 하는..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기묘하다 못해 광기조차 느껴지는 웃음소리 이런 점을 조합하면 그녀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그녀가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누가 들어도 알 수가 있었다.
쾅! 쾅! 쾅! 쾅!
[싼다! 나 싸버린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그녀가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또다시 그녀 답지 않은.. 그보다 더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 소리에 그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그는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
베란다 아래..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외부 공간인 정원에서 수많음 그것들의 울음소리가 집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히히히히히히히히!]
[그어어어어어어어!]
뒤에는 좀비들의 울음소리 앞에는 그녀의 웃음소리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앞뒤로 그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히히히히"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려냈다.
단지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땀 범벅이었고 왠지 알수없었지만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체에는 알수없는 손톱자국이 여러개가 그어져 있었으며.. 바지는 여기저기가 찢겨 있는 상태였다.
다시 한번 그는 생각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시간은 거슬러 해가 막 진 이른 저녁의 시간
그와 그녀는 예정대로 오늘의 저녁식사는 바비큐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번개탄을 사용하는 바비큐 그릴과 그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번개탄은 아파트의 창고 내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기에 그것을 사용하기로 했고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할 집게도 완벽하게 구비하여 바비큐를 해 먹을 기
본적인 준비는 다 갖추어 놓은 참이었다.
고기도 토끼 고기뿐이지만.. 2명이서 구워 먹기에는 충분한 양에 야채도 수확한 경수채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빠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술' 또한 확실하게 발견하여 가지고온 상태였다.
"와.. 냄새 진짜 좋다~"
그녀는 그릴 위에 지글지글 기름을 뚝뚝 떨어트리며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에 얼굴을 가져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를 맡으며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히히히! 먹어?"
고기를 열심히 뒤집고 있던 그가 그녀의 그 모습을 보고 거의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기의 한 조각을 집게로 들어 올려 그녀의 입가 쪽으로 가져간 뒤 물었다.
"아앙~냠!"
대답 대신 아기 새처럼 입을 작게 벌린 채 집게에 있던 고기를 단번에 입안에 넣은 뒤 입을 닫고 우물우물 거리며 고기를 맛봤다.
"맛.있.다!"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육즙을 혀끝으로 느끼며 평소 이상으로 반짝이는 얼굴로 말했다.
"약간 닭고기 맛이랑 비슷한데.. 좀 더 육즙이 진한 맛이야! 거기에 토끼고기는 냄새난다고 들었는데 냄새안나네!?"
"냄새 주머니를 제대로 제거 안 하면 고기에서 냄새 많이 나! 히히히히!"
토끼에게는 취선이라고 하는 사타구니 쪽에 위치한 냄새를 분비시키는 기관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그 냄새가 고기 쪽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그 고기는 굉장히 냄새가 심해지지만.. 손재주가 뛰어난 그는 거의 완벽하게 그 부분을 제거했고 노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피도 확실히 뺴두었고 마무리로 향신료로 재워 완전하게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지만 신경이 안 쓰일 정도의 수준까지 깔끔하게 악취와 누린내를 잡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지금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결과물이었다.
"진짜로.. 맛있다.."
그녀는 뺨에 손을 건채 방금 전에 먹은 고기 맛을 회상하듯 먼 눈을 한채 불판 위의 고기를 바라봤다.
설마 이런 세상에서 다시 한번 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사치를 부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히히히! 또 먹어?"
감회에 젖은 그녀를 향해 그가 다 익은 고기를 다시 한번 내밀었다.
하얀 김을 뿜어내는 고기의 열기에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그녀를 괴롭혔기에 그녀는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거침없이 입을 열어 고기를 받아먹었다.
"하아.. 진짜 맛있다! 후후후!"
자신도 모르게 웃음소리가 나올 정도의 맛에 그녀는 몹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
"너도 먹어봐! 자! 아~ 해!"
그녀는 잘 익어 보이는 토끼 고기를 나무 젓가락으로 잽싸게 집었다.
길이가 길이인지라 손이 조금 데워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집은 고기를 그의 입가에 가져간 채 말했다.
처음에는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던 그였지만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녀가 했던 것처럼 작게 입을 벌려 젓가락에 있는 고기를 입속 안으로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거리며 고기의 육즙을 느낀 그는 그녀의 싱글벙글한 얼굴을 바라보며 씩 하고 웃었다.
"맛있네!"
"그치!? 맛있지?"
그렇게 두 사람은 입가를 누그러트린 채 고기가 익는 맛있는 소리를 반찬 삼아 바비큐 파티를 즐겼다.
기분이 업된 상태에 거침없이 고기를 먹었던 탓에 순식간에 토끼고기 2마리 분량의 고기가 그와 그녀의 뱃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너무 맛있어서 막 먹어버렸네.. 이거랑 같이 먹어야 했는데.
그녀는 테이블 위에 앱솔루트라고 쓰인 유리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가 그녀를 위해 창고방에서 찾은 보드카였다.
"히히히! 아직 2마리 분 더 있으니까!
"좋아.. 그럼 나머지는 이거랑 천천히 마시며 먹자!"
짧은 대화를 교환한 후 그는 불판 아래에 있는 불을 확인한 뒤 다시 고기를 그릴의 불판 위에 올려 고기를 굽는
작업을 시작했고 그녀는 아지트의 부엌에서 보드카 어울릴 것 같아 보이는.. 그럴싸한 유리잔 2개를 가지고와 그 안에 보드카를 가득 따랐다.
"미미쨔응? 스트레이트로 마셔?"
"스트레이트? 그건 뭐야?"
"물이나 다른 음료를 타지 않고 마시는 거야. 그거 도수 꽤 높아?"
"에이.. 술에 왜 뭘 타먹어 그냥 마시면 되지!
그녀는 손사래를 한번 치고는 테이블 위에 든 유리잔 하나를 집어 들고 그대로 단숨에 내용물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소주에 비교해 2배 이상이 강한 보드카 그것도 소주잔의 3~4배는 될 것 같은 잔에 가득 따라 마신 상태였기에 그녀의 식도와 위를 강력하게 자극했다.
"캬아아아..! 정말 독하네!
그럼에도 그녀는 딱 한번 인상을 찌푸렸을 뿐 태연한 얼굴로 자신이 비운 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독하긴 한데 제법 맛있네!"
자신의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후 다시 한번 보드카의 병을 기울여 술잔을 가득 채워 넣었다.
"히히히! 너무 빨리 마시면 몸에 안 좋아!
"원래 첫 잔은 원샷으로 마시는 거야! 자 너도 한잔 마셔"
그녀는 그에게 잔을 내밀었다.
얼덜결에 내밀어진 잔을 받은 그는 잔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바라봤다.
"자! 쭉 마셔! 쭉! 원! 샷! 원! 샷!
그녀가 짝! 하고 손뼉을 치며 부추겼기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가 했던 것과 같이 단숨에 투명하게 빛나는 보드카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으으음.. 맛없네? 히히히!"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뒤 그렇게 말했다.
전에도 살짝 마셔본 적이 있었지만 그다지 그의 입맛 취향이 아니었기에 그 이후 마셔본 적이 없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그다지 맛있지 않다고 느껴졌다.
단지 그때와 다르게 조금 즐겁다고는 생각했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래 나처럼 익숙해지면 맛있어질 거야"
은근슬쩍 자신은 술맛을 안다는 자랑을 하며 그녀는 다시 잔을 입에 갖다 됐다.
단지 이번에는 단번에 아닌 맛만 보는 듯 가볍게 혀에 머금는 수준의 양정도만 마셨다.
"역시 맛있네~"
콧노래를 부르며 그녀는 이 바비큐 파티를 제안한 그보다 더 이 상황을 열심히 즐겼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를 먹고 마시며 떠든 덕분에 다 구워진 고기와 야채는 얼마 남지 않았고 보드카 역시 이미 반도 남지 않는 상황에까지 왔다.
"정리할게! 미미쨔응은 마시고 있어!"
그 한잔 이후 깔짝깔짝 입가를 축이는 정도로만 마시던 그는 술잔을 내려 두고 뒷정리를 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릴의 불판을 치워 불씨가 이미 죽은 번개탄을 물 받아둔 양동이에 전부 집어넣은 뒤 그릴을 정원에서 치워버렸다..라고는 해도 바로 옆에 있는 창고방(옆집)의 베란다 앞에 옮기는 일이었다.
그 후 양동이마저 치우기 위해 양동이를 들어 올렸지만 번개탄 때문에 물이 불어난 탓에 그의 옷에 까맣게 변모한 물이 상의에 튀어 버렸다.
"튀어버렸네? 히히히!"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번에는 튀지 않게 조심하게 들어 올려 그릴을 놔뒀던 장소에 던져 놓은 뒤 윗옷을 꾸물꾸물 벗으며 원래의 장소로 돌아와 나머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원 한편의 테이블에 앉아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는 상체를 탈의한 채 뒷정리 작업을 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몸..진짜 좋네.. 꿀꺽꿀꺽"
그의 몸에 감탄의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한번 술잔의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평소에도 그의 몸을 보면서 몸이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성격상 절대로 입 밖에 내는 일은 없었었지만 알코올의 탓에 기분이 고조된 것인지 그녀는 작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토해냈다.
그녀의 말대로 그의 몸은 제법 좋은 편이었다.
그다지 체구가 크지 않고 오히려 옷을 입으면 말라 보이는 그였지만 벗는 순간 마른 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강철같은 근육을 두르고 있었다.
흉근을 비롯해 이두근 삼각근 복근 등의 상체 근육은 전부 잘 발달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라면 좋아하는 마른 근육의 완성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예술의 단계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몹시 매력적인 몸이었고 그것은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딱히 그를 이성적인 의미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를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녀에게는 예스이기도 하며 노라 고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저번 달의 무더운 여름날 그때의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그를 이성이 아니라 친구 혹은 동생 정도의 느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눈물을 닦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위로해준다는.. 어찌 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그녀가 그를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이성으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단지.. 그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NO였다.
만약 계속 이렇게 둘이서 살게 된다면 그런 관계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는 얼핏 생각했지만 적어도 지금 혹은 가까운 미래에서 그와 그런 관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그녀도 그를 이성으로서 자각을 조금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그는 그녀에게 있어 남자라기보단 친구 혹은 동생으로 생각하는 쪽이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몸은 이성으로서도 매력적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오히려 예술적인 느낌으로 본다는 쪽이 더 정확했다.
운동을 하고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을 즐기던 그녀이기에 그의 몸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매력적인지 남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눈에 그의 몸은 이성적인 매력보다는 기능적 시각적인 측면에서 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좋은데.."
그녀는 그가 움직일 때마다 드러난 근육들이 꿈틀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감상하며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어디선가의 드라마인가 영화에서 부자들이 술을 마시며 예술품을 감상하는 장면이 떠오르며 그들이 어째서 예술품을 보며 술을 마시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것을 보며 마시는 술은 그만큼 맛있었다.
술이 너무 맛있었던 탓에 그의 충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생각 이상의 페이스로 술을 들이켰고 그로 인해 취기가 얼굴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증거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붉은 기가 도는 정도의 안색이 지금은 홍조 마냥 그녀의 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
어떻게든 취기를 쫓아내기 위해 고개를 흔들며 저항하던 그녀는 보드카의 높은 도수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 취기에 먹혀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여러가지 술이 있지만.. 앱솔루트로 정한 이유는..
아는 사람이 저거 다 마시고 부모님한테 드롭킥을 날린적이 있어서 입니다.
그래서 저희들 사이에서 앱솔루트는 애미애비도 못알아보는 악마의 술 이라고 부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