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 / 0269 ----------------------------------------------
Ep 1 일상
"덥다.."
"덥네! 히히히!"
찌는듯한 8월의 무더위 속에 두 사람은 나무 그늘 밑에 깔린 매트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며칠 전에 힘들여서 미니 풀을 만들었는데.. 어째서? 냐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망가졌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멀쩡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격렬한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 것이지 아주 격하게 찢어져 더 이상 재 기능을 할 수 없는 폐기 물품이 되어 버렸다.
그 탓에 이 찌는 듯한 더위를 조금이라도 경감 시키기 위해 그늘 밑에서 늘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람 한점 불지 않는 이 무더운 날씨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전기만 들어오면.. 에어컨.. 아니 선풍기라도 틀면 좀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전기는 몇 개월 전에 이미 끊어진지 오래였기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돌리는 것은 무리였다.
"도라이몽.. 전기 좀 만들어줘~"
파란색 고양이 캐릭터와 비슷한 이름을 내뱉으며 그녀는 옆에서 같이 늘어진 그에게 말했다.
"만들수는 있지만.. 에어컨 돌리는 건 힘들어! 히히히!"
"만들수 있다는 것만으로 놀랍네."
농담으로 한말이었지만 가능하다는 그의 말에 감탄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부분을 찾기 위해 데굴데굴 굴렀다.
"에어컨! 에어컨! 될지도 몰라!"
무엇이 떠올랐는지 그는 땀을 흩뿌리며 매트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라! 도라이몽!"
그녀도 그와 같이 땀을 흩뿌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외쳤다.
"응! 미미쨔응은 집안에 들어가 있어!
그 말만을 남긴 채 그는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달려나갔다.
"미미쨔응이라고 부르지 마! 또 좀비 사용하는 건가?
보통 자신을 집에 들어가게 하는 때에는 무엇인가 좀비를 사용해 일을 벌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티셔츠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대충 닦은 뒤 사다리 위로 올라갔다.
"뜨거워!?"
뜨거운 태양빛에 달궈진 사다리에게 소리치면서도 그녀는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밟고 베란다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린 뒤 얼굴 반민 올려 밖의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약 10분 후..
지하 주차장 안에서부터 그의 기묘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이후 좀비의 울음소리가 뒤늦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역시나 또 좀비를 사용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그가 나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지하 주차장에서 좀비 2마리가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단지 헐레벌떡 뛰쳐나온 것치고는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잠시 후 어째서 좀비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좀비 2마리의 몸에 묶여있는 굵은 밧줄 그리고 그 밧줄은 남색의 중형차 범퍼에 연결되어 있었고 그 차의 보닛 위에는 그가 서있었다.
"히히히히! 힘내라! 힘!"
찰싹!
하는 찰진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의 정체는 그가 허리띠로 좀비들의 등을 내리치며 나는 소리였다.
"히히히히히!"
그는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신명 나게 좀비들의 등을 허리띠로 두드리며 웃었다.
왠지 그 모습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 현장에 있는 노역 노예와 감독관 같은 느낌이었다.
감독관.. 아니 그는 좀비들의 움직임을 본넷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컨트롤하며 요령 좋게도 아지트의 앞쪽까지 이동시킬 수 있었다.
"이히히히!"
더 이상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본넷위에서 잽싸게 내려가 좀비들에게 묶인 줄을 푼 뒤 그들을 지하주차장으로 유도한 뒤 혼자서 뛰쳐나와 베란다 앞까지 달려왔다
"왠.. 차?"
베란다에서 내려온 그녀는 차의 본넷을 탁탁 두드리며 물었다.
"에어컨을 틀 거야!
"아!"
그의 말에 그녀는 어째서 차를 이리로 끌고 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의문이 한가지 들었다.
"열쇠는?"
"없어! 히히히!"
"그럼 의미 없잖아?"
"괜찮아!"
그는 차의 운전석 문을 당기거나 뒷좌석을 당기거나 하며 문이 열렸는지 확인했지만 문은 굳게 닫쳐있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자동차의 본넷을 타고 넘어 반대편에 있는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겨 구석에 박혀있는 아이템박스를 열어 고기를 두들기는 망치를 들고 차의 뒷좌석 창문으로 다가간 뒤 손에든 망치로 창을 내리쳤다.
강화유리인지라 한 번으로 깨지지는 않았지만 몇 번을 더 두들기자 쉽게 깨져버렸다.
그는 창문이 없어진 문에 손을 넣어 뒷문을 연 뒤 깨진 창문 조각들을 발로 밀쳐 밖으로 보낸 뒤 운전석의 문을 열고 그쪽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간 뒤 핸들 아래쪽 공간을 망치로 내리쳐 외부를 부숴버렸다.
"뭐하는거야?"
"시동!"
그녀의 물음에 그렇게 답한 그는 안에 손을 집어넣고 무엇인가를 주섬주섬 만지기 시작했다.
"배터리가 방전됐나 봐! 히히히!"
그는 그녀를 지나쳐 그들의 아지트 바로 옆에 위치한 경비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로켓 배터리라고 써진 사각형의
박스.. 점퍼 스타터와 케이블을 가지고 나왔다.
"미미쨔응 운전석에 있는 스위치 눌러줘!"
"미미쨔응이라고 하지 마! 어떤 스위치?"
"운전석이랑 조수석 사이에 위에서 3번째 스위치"
"이건가?"
그녀는 그가 말한 대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본넷이 살짝 열렸다.
"고마워! 히히히!"
그는 본넷을 활짝 열어젖힌 뒤 점퍼 스타터와 케이블을 연결한 뒤 운전석으로 달려와 자신이 부순 구멍에 손을 넣은 뒤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엔진의 시동을 과 함께 차체가 떨리기 시작하며 동시에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
"됐어!? 열쇠도 없는데 어떻게 한 거야!?
마술 같은 놀라운 일을 목격한 듯 그녀는 놀라 하며 열쇠구멍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히히히! 근데 운전은 안돼! 시동만 걸 수 있어! 히히히히!"
시동은 걸 수 있었지만 열쇠를 꽂지 않으면 핸들 조작이 불가능하기에 그의 말대로 운전은 불가능했다.
"에어컨만 있으면 되지!"
그녀는 후다닥 반대쪽 조수 석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아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있는 구멍에 얼굴
을 갖다 댔다.
"하아.. 찬바람이다.."
찬바람을 얼굴에 직행으로 받으며 그녀는 감탄의 소리를 내보냈다.
그러다가 문뜩 휑하니 뚫린 창문이 생각나 그쪽으로 시선을 줬다.
"근데.. 저 창문 때문에 안 시원해지는 거 아니야?"
"막으면돼!"
그는 운전석에서 뛰쳐나와 아이템박스에서 테이프와 비닐랩을 가지고 온 뒤 깨진 창문 쪽을 랩으로 막는 작업을 순식간에 펼치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 후.. 차 안은 시원한 공기로 가득 차 밖의 온도와는 차원이 다른 쾌적함을 그와 그녀에게 선사했다
.
"하아.. 여기가 천국인가.."
땀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차의 시트를 최대한 뒤로 젖혀 그 위에 늘어졌다.
그것을 본 그도 그녀를 따라 시트를 최대로 젖혀 그 위에 벌러덩 누웠다.
한동안 그와 그녀는 그 찬바람에 못을 맡기며 더위에 늘어졌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늘어진 채 더위를 식혔다.
그렇게 한동안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늘어져 있던 중..
그녀가 감았던 눈을 조용히 떠 옆에 있는 그를 바라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좀 춥지..?"
"응! 춥네!"
처음에는 시원하고 좋았지만 너무 에어컨을 강하게 튼 것인지 이번에는 너무 추워 피부에 닭살이 돋아날 정도였다.
"좀 줄이자.."
"응!"
그녀의 말대로 그는 에어컨의 세기조절을 약으로 바꿨다.
그제야 닭살이 돋을 정도의 추위가 조금씩이지만 완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좀 적당하네."
"미미쨔응! 미미쨔응! 이거 봐봐!
"그러니까 그놈의 미미쨔응은 좀 그만해! 이게 뭔데?"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비게이션이라고 생각되는 액정화면 바로 밑에 사각형 모양의 전자기기 같은 것이 부착되어 있었다.
"dvd 플레이어!"
"이게?"
그녀가 본 dvd 플레이어는 좀 더 크고 넓게 생긴 모양이었기에 그것보다 훨씬 작은 이것이 그런 것이라고는 생
각하지 않았기에 조금 놀라웠다.
"영화 보자!"
"보는건 좋은데.. 영화는 있어?"
"있어! 가지고 올게! 히히히!"
"아니 지금은 됐으니까! 일단 더위나 식혀! 영화는 밥 먹고 보면 되잖아?
그녀의 말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좌석 위에 철퍼덕 누웠다.
그녀도 그에 따라 시트에 누워 적당하게 차가운 냉기를 즐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에어컨의 혜택으로 시원하게 뜨거운 오후를 쾌적하게 넘긴 채 해가 저물었다..
저녁을 먹은 뒤 약속대로 영화를 보기로 했지만.. 그전에 무슨 영화를 볼지 정하기로 했다.
그는 창고방.. 옆집에서 골판지 상자 하나를 가지고 와 그것을 테이블 위에 쏟아냈다.
패키지에 들은 dvd 수십 장들이 우르르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어? 이것도 있네."
그녀는 눈에 띄는 dvd 한 장을 들어 올려 앞뒤로 흟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극장에서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의 dvd였다.
그것을 후보 중 하나로 선정하기로 한 그녀는 그것을 옆쪽에 빼두고 볼만한 것이 있나 찾아봤다.
그녀가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녀가 알고 있을만한 영화들도 눈에 띄였다.
그러나 그렇게 보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는 딱히 없었다.
"너는 뭐가 보고 싶어?
"이거!"
그는 망설임 없이 한 장의 DVD를 집어 그녀에게 보였다.
"썩어날만큼 좀비가 돌아다니는데.. 좀비 영화를 보고 싶냐?
그가 고른 DVD는 딱 봐도 좀비관련 영화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사진과 제목을 가진 DVD였다.
조금만 걸어나가도 좀비가 돌아다니는 세상에서 좀비 영화를 고른 그와 패키지를 번갈아보며 그녀는 작은 한숨
을 내쉬었다.
"진짜로 그게 보고 싶어?
"응! 이거! 난 이거 볼래!
그는 DVD를 하늘 위로 들어 올리며 강렬한 주장을 펼쳤다.
"하긴 니 입장에선 충분히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이 세계에 위치한 최상위의 포식자인 좀비들도 그의 앞에서는 겁먹은 초식동물과 다름없었기에 어찌 보면 그에게는 이 좀비 영화가 오히려 더 리얼한 좀비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그거 보고. 내일은 내가 고른 걸 보자."
"응! 먼저 가서 시동 걸어 둘게! 히히히!"
그는 자신이 고른 DVD를 가슴에 안은 채 열려진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차로 향했다.
그녀도 그의 뒤를 따라가려고 하다가..
문뜩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DVD 쪽에 시선이 갔다.
"드디어 저기에 넣을게 생겼네."
그녀는 소파 옆에 놓인 가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책장인 줄 알고 가구점에서 가져온 물건이기는 하지만.. 웬일인지 책의 사이즈와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책장이 아니라 DVD 수납 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언젠가 치워버리려고 생각했었던 물건이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있는 DVD를 하나씩 하니 싹 차례대로 수납 장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좀 있어 보이네.
별거 아니었지만 무엇인가 가득 차 있다는 것에 보람감을 느끼며 그녀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베란다 앞에 섰다.
"미미쨔응!미미쨔응 빨리 와!
"미미쨔응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금방 갈 테니까. 기다려!"
밤눈이 그보다 좋지 않은 그녀는 단번에 뛰어내리는 대신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베란다 밖으로 나와 차의 조수석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여러분 이거 일상물입니다! 약은 안들었어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