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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 일상
그가 눈을 뜬 것은 약 2시간 후였다.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그에게 몹시 낯익은 천장이었다.
얼마나 낯이 익냐면.. 천장의 무늬 개수를 3번이나 세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그 천장이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에 지끈거리는 고통이 달렸다.
누군지 잘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며 휘두른 둔기에 맞은 것이라는 것이 기억난 그는 본능적으로 그 부위에 손을 갖다 됐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 자신의 신체가 아닌 무엇인가 손끝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거울이 없어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가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근처에 있는 테이블 위에 사용한 흔적이 있는 붕대가 보이는 것으로 봐서 자신의 머리에 감겨져 있는 것도 저것과 같은 것이라고 추측됐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머리에 감긴 붕대를 매만졌다.
붕대의 거친 표면이 손끝에 전해짐과 동시에 그의 표정이 서서히 변해갔다.
무표정하던 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감과 동시에 그 눈도 반달 모양으로 치켜 올라갔다.
처음으로 받아 보는 타인에게의 치료가 제법 마음에 든 것인지 그는 붕대가 닳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매만졌다.
그렇게 붕대를 매만지며 즐거워하던 그가 있는 방문이 노크 없이 천천히 열리며 한 명의 여성이 들어왔다.
붕대를 매만지던 그도 행동을 멈추며 그녀를 바라봤다.
나이는 그와 비슷한 동년배처럼 보이는.. 미녀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이지만 그럭저럭 이쁘장하게 생긴 여성 이었다.
단지 검은색의 긴 생머리를 방해가 되지 않게 뒤로 질끈 묶은 탓인지 사극의 젊은 무사를 떠올리게 하는 탓에 남성스러운 느낌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에 본.. 얼굴을 붉히며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이 떠오르며 그녀가 자신을 내리친 여성임과 동시에 자신을 치료해준 그 여성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너!? 일어났구나! 머리는 괜찮아?"
여성은 한 아름이나 되는 짐을 양손으로 위태롭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허겁지겁 침대에 누워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당연하게도 그 움직임으로 인해 그녀가 안고 있던 짐들이 한 개 두 개씩 바닥에 낙하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자연스럽게 눈으로 확인한 그는 그것이 자신이 먹으려고 했던 식량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그녀는 그것을 회수하기 위해 잠시 방에서 나갔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미안! 진짜로 미안! 갑자기 알몸이니까 놀라서 말이야.."
그녀는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안고 있던 짐들을 올려 둔 뒤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 그에게 90도 각도로 허리를 꺾어 사죄했다.
"괜찮아! 히히힛!"
"어..? 너 머리 괜찮아?"
과연 자신의 머리를 얻어맞은데도 불구하고 밝게 웃는 그 모습이 그녀에게 있어 제대로 된 반응이 아니라고 생각됐기에 그렇게 물었다.
"응! 완전 멀쩡! 이거 네가 해준 거지?
그는 웃으며 자신의 머리에 감긴 붕대를 가리켰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했다.
그녀가 치료해줬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입을 활짝 벌리며 웃었다.
"이럴떄는 뭐라고 하더라..?"
처음으로 겪는 상황에 그는 감사를 전하는 문구를 머릿속에서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고마워..! 그래!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어어어어어! 이얏호!"
처음으로 말한 그 한마디가 생소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알 수 없는 그 양감을 느끼게 했다.
그렇기에 그는 몸소 그것을 표현하고자 행동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고 그 탓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모포 한 장이 침대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야!? 옷! 옷 입어! 보인다고!"
그가 침대 위에서 일어난 탓에 그의 중요 부위를 정면에서 마주치게 된 그녀는 얼굴을 석양과 같은 색으로 물들이며 눈을 가리며 소리쳤다.
"오! 그랬었지.."
자신의 물건이 젊은 여성의 앞에서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치심 하나 느끼지 않는 태도로 그는 호쾌한 걸음으로 눈을 가린 그녀의 옆을 지나 옷장을 열었다.
옷장 안은 그야말로 편집증 환자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깔끔하고 정렬하게 옷들이 들어차 있었다.
물론 그는 편집증 환자는 아니다.
단지 그의 심심풀이의 결과물 중 하나로..
그가 빈집들을 뒤져 자신의 사이즈에 맞는 옷들을 닥치는 대로 모아 시간 때울 겸 정리한 결과물의 하나일뿐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옷장 안을 눈으로 살피며 무엇을 입으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뜩 떠오른 생각이 들어 눈을 가린 채 고개를 바닥에 향하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 입었..!? 아직도 안 입었잖아!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이번에는 다행히 위치가 위치인지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알몸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다시 한번 눈을 가렸다.
"나 옷 좀 골라줘!"
그러나 그녀가 부끄러워하건 말건 그는 당당하게 가슴을 편채 그녀에게 말했다.
당연히 그의 뜬금포 터지는 부탁에 그녀는 당황했다.
당황했지만.. 왠지 이대로 거절하면 그가 계속 이 상태 그대로 흉물스러운 저걸 달랑이며 다닐 것 같았기에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이 최대한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하며 그녀는 옷장 앞으로 이동하여 안을 살폈다.
일단은 깔끔하게 정리된 그 모습에 놀랐고 각양각색의 옷들이 즐비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정장류에서부터 캐주얼한 복장에 속옷까지.. 심지어 구석에는 개량한복처럼 보이는 물건까지 보였다.
이쯤 되자 아무거나 대충 골라주자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생각을 바꿔 진지하게 그의 옷을 골라주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병신 같은 세계에서 알바하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될 줄은 죽어도 몰랐네."
정리된 옷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게 살피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알바?"
"홍대 옷가게에서 알바했었거든"
옷걸이에 걸린 흰색 셔츠를 꺼내 그것을 뒤에 있는 그에게 넘긴 그녀는 이번에는 바지들이 걸린 쪽을 살폈다.
"오! 이거 괜찮겠네."
방금 전 고른 셔츠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되는 검은색의 바지를 집어 든 그녀는 그것을 다시 한번 뒤에 있는 그에게 넘긴 뒤 이미 눈여겨본.. 버클 부분이 조금 두드러지게 큰 벨트를 잡아 그것도 그에게 넘겨줬다.
"골라줬으니까. 빨리 입어"
손을 탁탁하고 털며 그녀는 말했다.
"속옷은?"
옷을 든 채로 옷장 안에 잘 정리된 속옷 쪽으로 가리켰다.
"그건 너가 알아서 골라!'
"히히힛!"
무엇인 즐거운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반응에 그는 특유의 기묘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녀가 말한 대로 가장 위에 있는 속옷 한 장을 대충 집어 들어 옷장에서 조금 떨어진 뒤 자신이 고른 속옷을 입은 뒤 그녀가 골라준 옷
들을 아래서부터 차례대로 입은 그는 더 이상 자연인이 아니게 됐다.
"어때!? 어울려? 어울려?"
옷을 다 입은 그가 팔다리를 파닥 거리며 등 돌아선 그녀의 정면으로 이동하며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알몸이 아닌 그를 겨우 정면에서 바라보며 위아래로 훑었다.
의외로 몸이 좋은 탓인지 타이트한 옷 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옷맵시가 잘 살아있다.
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그녀가 고른 옷이 락패션 스러운 느낌인 탓인지 적당하게 기른 검은 머리와 평범해 보이는 그의 외모로 인해 그렇게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얼굴만 빼면 잘 어울리는데.. 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인가?"
그를 보며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머리 스타일이라도 좀 더 밝게 염색하거나 탈색한다면 좀 괜찮을 것 같기도 했지만..
과연 이런 멸망 가도를 달리는 세계에서는 염색이나 탈색이나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이야기였기에 그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았다.
"히히힛!"
어찌 보면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웃으며 자신이 입은 옷을 즐겁다는 듯 이 내려다봤다.
"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의 배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큰 소리로 울린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를 바라봤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굉장히 어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밥..먹어도 될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식량들을 가리키며 그에게 물었다.
"밥.."
그도 문뜩 깨달았다.
식사를 하려던 도중 트랩 소리에 침입자를 확인하기 위해 밥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배에서도 방금 전 그녀와 같은 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자신의 배를 한번 쳐다보고 그의 배를 한번 쳐다보고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
진 식량을 바라봤다.
"히히히힛! 배고프네! 밥 먹자!
그는 자신의 배를 팡! 팡! 하고 두드리며 바닥에 떨어진 식량들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나도 괜찮아..?"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식량생산이 중단되어 식량이 중요해진 이 세계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물음이었다.
"응! 많이 먹어! 많이 있으니까!
그는 비상식량의 봉지를 거칠게 뜯어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고는 재차 확인하는 듯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먹자!"
그도 다른 봉지를 하나 찢어 자신의 앞에 두며 말했다.
"아! 숟가락이 없.."
숟가락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그것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으으음! 맛있어! 진짜 맛있어!"
그녀는 음식을 입안에 가득 넣고 저작하며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숟가락이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그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그대로 맨손으로 내용물을 퍼 그 입에 가득 넣었다.
그 탓에 얼굴에는 소스와 밥풀들이 그녀의 얼굴에 잔뜩 묻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닦을 시간도 아깝다는 듯 계 속해서 안의 내용물을 입속으로 옮겨 담았다.
"3일만에 먹는 밥이라 그런가.. 진짜 맛있다."
그녀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손으로 퍼 자신의 입에 넣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손으로 게걸스럽게 퍼먹는 그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거나 연민을 느끼거나 할 만도 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그런 반응을 하는 대신 그녀와 똑같이 손으로 안에 있는 내용물을 퍼 입안에 가득 넣은 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씹어
삼켰다.
"맛있다! 히히히히!"
그는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내용물을 입안 가득히 쑤셔 넣었다.
그 탓에 그의 얼굴은 먹이를 가득 넣은 햄스터와 같이 볼이 가득 부풀어 올랐다.
소스와 밥풀로 이쁜 얼굴이 엉망진창이 된 상태의 그녀는 그것을 본 뒤..
글썽거리던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 낸 뒤 그에 질세라 다 먹은 봉지를 내버려 두고 새로운 비상 식량의 봉
지를 찢어 그 내용물을 입안에 털어 넣어 그와 똑같이 햄스터처럼 볼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음마뒷다!"
"마딕따!"
입에 음식이 가득 들어있는 탓에 제대로 된 말은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즐겁다는 듯이 외치며 매너도
뭣도 없는 원초적인 방법으로 식사를 재개했다.
비록 식어서 반쯤 굳은 밥알과 식어서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평소의 식사와는 다르게 조악했지만..
그는 근 5개월 동안 먹은 식사 중 지금 먹는 이 밥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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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드릴건 딱히 없고 연참이라도!